법성게_정화

10구. 일체진중역여시(一切塵中亦如是)

백_일홍 2020. 1. 1. 10:38

(법성게) 제 10구. 일체진중역여시(一切塵中亦如是)

모든 띠끌마다 또한 그러해

 

무명의 한 생각이 온 법계를

무명화하며, 진여의 빈 생각도 온 법계의

울림입니다. 무상의 흐름을 분명히 아는,

마음이 깨어 있는 순간이 법계신의 나툼입니다.

이때에는 티끌 하나하나도 총체적 우주의

빛인 비로자나불의 나툼이 됩니다.

 

(법계의 노래)

 

알아 차리는 마음 작용 하나도

그 자체로 자신의 우주를

창조하는 순간으로 있으면서

그 안에 모든 것을 담고 있어

 

마음 작용 하나 하나가

법계의 모습이 되듯

 

티끌 하나도 단지 티끌 하나가 아니라

그것 자체로 자신의 법계를 이루어

온 우주를 자신으로 하는 티끌이 되지요.

 

그러므로 티끌마다 서로 다른 율동으로

평등한 법계들의 만남이 되어

모든 티끌의 다름이

그 자체로 법계의 다름이면서

경계가 해체된 티끌로서 티끌이 되니

 

티끌마다

창조된 법계들의 춤사위

 

(해설)

티끌 하나가 우주의 몸

 

앞서 이야기한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세계가 본래면목의 빛인 비로자나 부처님 세계이며 우리들의 현존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비로자나 부처님의 얼굴과 중생의 얼굴입니다. 비로자나 부처님의 얼굴인 진여법계연기에서 중생은 무명업장 때문에 시비분별을 일삼으며 왜곡된 삶을 살고 있을 뿐입니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세계는 언제 어느 때를 차지한 시공의 현존이 아니라, 언제 어느 때이면서 동시에 언제 어느 때를 넘어선 무시무공의 현존을 말합니다. 무명의 현존과 진여의 현존은 공성에서 완전히 같은 것으로, 삶의 모든 곳, 곧 몸과 마음이 활동하는 모든 곳에서 늘 같이합니다.

 

때문에 한 생각이 일어남이 진여이기도 하고 무명이기도 하지만 그 바탕은 무상, 무아의 법계신과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무영의 이어짐은 수행에 따라서 진여의 빛을 회복할 때 사라지는 데서 다를 뿐입니다. 136

 

무명의 한 생각이 온 법계를 무명화하며 진여의 빈 생각도 온 법계의 울림입니다.

 

한 생각이 일어나고 사라짐이 단순히 자기 한 몸에서 일어나는 작은 물결이 아니라 법계의 모두에게 미치는 물결이고 이것이 순간순간 새롭게 법계를 창조하고 있습니다. 한 생각, 한 몸짓이 그대로 세계의 창조이고 이것 때문에 세계가 하나되어 있습니다.

 

무명업장의 무시(시작없음)도 저 먼 옛날의 어떤 시점에서의 무명이 아니라 새롭게 창조되고 있는 바로 지금에서 무상의 흐름을 놓치는 것일 뿐입니다. 무상의 흐름에 또렷할 때가 진여의 공성이 빛으로 나투어 비로자나불의 화엄세계인 법계연기가 펼쳐지고 있는 것을 여실히 아는 때입니다.

 

깨어 있는 마음이 작용하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 법계신의 나툼입니다.

 

이때에는 티끌 하나하나도 총체적 우주의 빛인 비로자나불의 나툼이 됩니다. 티끌 하나가 온 우주의 원인이며 온 우주가 티끌 하나를 만들기 위한 원인으로 존재합니다. 따라서 티끌 하나하나는 우주 전체의 몸으로 있습니다.

 

티끌 하나하나가 자신의 전체를 드러내서 우주를 창조하고 우주의 모든 존재도 자신의 전체를 드러내서 티끌 하나를 창조하고 있는 동시인과의 진여공성이 참된 법계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137

 

이와 같은 인과관계에서 볼 때 하나와 여럿의 관계는 전적으로 상호 포섭인 상입과 상호 동일성인 상즉의 세계에서 하나 속에 전체가 들어 있고 하나가 그대로 전체가 됩니다. 또한 개체 하나하나는 자신의 빛을 온 우주법계로 발산하여 법계 전체를 자신의 몸으로 하고 있으니 한 개체의 몸이 그대로 법계신이 됩니다.

 

이와 같은 뜻에서 보면 하나하나마다 전체의 모든 생명의 빛이 겹쳐 있으니 하나가 일체가 되며 다른 하나하나도 마찬가입니다. 나아가 하나가 설 때 그것을 중심으로 일체가 제 모습대로 설 수 있으니 하나는 다만 자신의 하나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온 우주의 중심으로 돼서 모두가 제 모습을 갖게 하는 하나가 됩니다.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