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깨칠 뻔하였다_김영민
탕자의 자리, 빗금의 존재: 도착증에 관한 단상
백_일홍
2020. 2. 16. 13:59
정신분석적으로 소박하게 대별하자면 세속에는 세 놈이 있다, 미친 놈, 착한 놈, 그리고 이상한 놈, 이다. 이상한 놈이 반드시 '나쁜' 놈이 아니라는 데에 이해의 요령이 있긴 하다. 이, 반드시 나쁘지도 않은, 이상한 놈은 보통 '탕자'라고 부른다. 미친놈은 제 집이 없는 경우이며, 착한 놈은 한 집의 효자-붙박이로 살아가지만, 탕자는 제 나름의 배회를 거치면서 이곳저곳에 (이상한) 제 집을 짓고자 애쓴다. 물론 이 세 유형은 정신의 임상 구조적 알레고리다. 탕아의 행태를 '도착적'이라고 하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운 좋은 탕자들은 매우 창의적인 인간으로 거듭난다. 미친 놈은 안정적 상징화를 거치지 못한 채로 제 집이 없이 뱅뱅 돌아다니기 때문에, 이를 '원'으로 표상할 수 있다. 출구가 없는 폐곡선이다. 착한 놈은 제 스스로의 성실과 열심 속에서 점이나 '직선'을 이룬다. 그러나 이상한 놈은 언제나, 자신도 모르게 '빗금'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