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깨칠 뻔하였다_김영민

누구나 상대를 통과하거나 우회해서 자신을 표현하지만

백_일홍 2020. 2. 16. 14:33

"나는 내 자신에 대해 충분히 알 수 없다. 왜냐하면 나의 일부는 언제나 타인들의 알 수 없는 흔적이기 때문이다."

쥬디스 버틀러

 

남에게서 무엇을 배울 때에도 흔히 저항이 발동한다. 의외로 많은 게 그렇기 하지만, 이처럼 '학생-되기'도 하나의 '성취'다. 나는 선생 보다 더 애를 쓴 학생들을 알고 있다. 저항 없이 인용하는 것도 답답하지만 지나친 저항은 위험하다. 버틀러가 말한 '타자의 불가해한 흔적'은 특별히 교-학의 자리에서 도드라진다. 누구나 상대를 통과하거나 우회해서 자신을 표현하지만, '선생-되기'는 그 전형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좋은 학생은 자신이 자신에 대해 모르는 부분을 선생의 발화 속에서 염출해낸다. 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