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후쿠시마의 고양이

백_일홍 2022. 7. 30. 16:57

후쿠시마의 고양이 _

동물들을 마지막까지 지켜주고 싶습니다

 

오오타 야스스케 



6년의 전세살이를 접고 내 집으로 컴백하게 됐다. ... 방 네칸 살림이 세칸 집으로 들어가야 하니 짐을 줄여야 한다. 버리고 갈 가구들, 옷, 신발, 창고속 물건들, 부엌 살림들... 눈을 돌리면 모두 정리해야할 것들이 보이는데, 엄두가 나질 않는다. 우선 책부터 정리를 하기로 했다.

책중에 버릴 것, 알라딘 헌책방에 팔 것들을 골라내고 있다. 지난 주에 남편 사무실이 종로에 있어 종로 알라딘 헌책방에서 몆권을 팔고 남편과 점심을 먹고 왔다. 남편을 기다리면서 새로 들어 온 헌책 코너를 훒어보다가 <후쿠시마의 고양이>란 책이 눈에 띄길레 보니, 원전 폭발로 페허가된 후쿠시마에서 사람이 살 수 없어 떠나면서 버리고 간 가축들과 남겨진 동물들을 돌보며 혼자사는 마츠무라씨의 이야기이다. 식재료로 기르던 가축은 방사능 오염으로 경제적 가치가 없어져 대부분 정부에 의해 살처분되었다고 하는데 마츠무라씨는 그 와중에도 살아남은 가축들과 유기동물을 돌보고 있다. 정부의 정화정책은 오염지역에 살고 있는 생명체를 모두 살처분하여 그 지역을 리셋하는 것으로, 마츠무라씨는 이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고 한다. 우연히 원전 사고 이후 태어난 두 마리의 고양이, 시로와 사비를 만나 같이 살면서 삶의 원기와 행복을 찾았다고, 이제까지 슬픔과 분노에 찬 마음과 투쟁 일로의 삶에서 후쿠시마의 재생을 위한 일에 힘쓰고 있다고 한다. 책 저자는 "사람이 사라진 상황은 분명 슬프지만 후쿠시마의 자연은 여전히 아름답다"라고 말한다.

마츠무라씨와 같은 사람을 만나면 나는 머리를 세게 맞은 것 같고 가슴한켠으로 바람이 지나가는 것 같다. 아마도 그가 나의 자리, 내가 갖고 있는 관점 밖에 서 있는 사람, 나의 자리를 상대화시키고, 확인시켜주는 소수자들 중 한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희진님이 책을 읽는 이유를 말한 내용과 겹치지 않나 싶다.

" 전선을 옮기는 건, 완전히 틀 밖에서 보아야만 가능하다. 책을 읽어서 관점이 바뀌면 깨닫게 되고, 이동하게 되고, 권력이 두려워하는 인간이 새로 탄생한다.
.....
문장은 결국 조사의 기술(art)이다. 조사는 의미와 권력이 없다. 하지만 의미와 권력을 조직화하는 데 필수적이다. 나는 그 말에 압도되었다. 조사는 주변성의 뜻을 담고 있다. 그런 사람이 없으면 꼼짝할 수가 없다. 그것이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