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잡초
도시에서, 잡초 _ 길가 풀 연구가의 도시 잡초 이야기
이나가키 히데히로
쇠비름
털비름
돼지풀
흰명아주
방가지똥
쐐기풀
엉겅퀴
아욱속
매꽃류
박하(오나아다)
단풍잎 돼지풀
까마중(배풍등)
꽈리속
미역취류
박주가리
뚱단지
돼지감자
전동싸리. 야생콩과식물
나는 발로 흙을 밀치고 잡초 몇 뿌리를 뽑았다. 대부분의 잡초가 튼튼한 뿌리조직을 가지고 있었다. 뿌리에 엉겨있는 부드럽고 기름진 흙을 손으로 부수어 보았다.
"모든 토양학 지식을 동원해도 인간이 이런 흙을 만들 수는 없어요. 모든 것이 잡초에 의해 만들어졌어요." 28
나는 이곳의 흙에서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우.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다른 땅은 아직도 얼어 있는데 이 곳의 흙은 봄에 일찍 따뜻해지지. 파종상에 필요한 따뜻한 흙을 여기에서 얻을 수 있다우.
눈보러치는 날 사슴을 잡으려면 인가에서 얼마쯤 떨어져 있는 잡초밭으로 몰앚야 해. 잡초밭은 가장 추운 날에도 따뜻하거든, 사슴은 그 사실을 안단다. 28
그런 골짜기의 흙은 대부분 다양한 부숙단계에 있는 식물체로 구성된 이상적인 유기질 토양이었던 것. 잡초를 부식토로 바꾸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하는 박테리아는 매우 활동적이기 때문에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잡초 골짜기 같은 최적의 조건에서 끊임없이 많은 양의 열을 만들어 낸다.
잡초는 강건한 뿌리조직을 갖고 있어. 그것으로 더 많은 무기물을 얻기 위해 더 낮은 토양층으로 뿌리를 뻗는다. 식물에게 필요한 무기물은 항상 아래쪽에 풍부하기 때문. 굉장히 많은 양의 무기물을 흡수한 잡초 뿌리는 그것을 줄기나 잎으로 보내 저장한다. 잡초를 채소밭어서 태우면 재가 된 무기물은 그곳에 자리잡게 되는데, 한창 자라나는 채소는 그것을 쉽게 흡수할 수 있게 된다.
토양을 개선시키는 잡초는 대개 한해살이풀이다. 31
미역취류는 자갈이 많은 땅이나 푸석푸석한 모래땅을 실로 엮듯 올지게 한다. 수식작용.물에 토양이 씻겨 내리는 현상.이 일어나는 경사지에서 다른 포복성 잡초와 함께 잘 견디는 쇠비름은 땅을 원상태로 회복시키는 데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31
미국에서 토양을 개선시키는 데 아주 유용한 것중 한해살이 돼지풀류만한 것이 없어. 흔히 망초라 잘못 불리는 단풍잎돼지풀도 가치가 있음
해바라기류(똥단지 또는 돼지감자), 박주가리류, 엉겅퀴, 한해살이 야생나팔꽃, 쐐기풀류, 야생상치(고들빼기), 전동싸리를 포함한 많은 야생 콩과식물도 마찬가지. 콩과식물은 모든 잡초 중에서 최고이다.
땅깊은 곳에서 영양분을 찾아 흡수하는 뿌리조직을 가진 이러한 야생식물은 보호식물로서의 모성잡초나 윤작시 청초풋거름.풀거름을 부숙시키지 않고 직접 푸른 생존 상태로 사용하는 청초풀거름.으로 쓰일 수 있다. 33
잡초 땅을 살리는 마법사
토양계. 식생vegetation을 지탱하는 지표층
인간을 포함한 모든 유기생명체를 지배하는 절대권력자.
미국. 식량생산 토지가 나빠진 주요원인은 자연적인 토양개량 식물인 잡초를 제멋대로 파괴한 데 있음.
토양비옥도 사슬 soil fetility chain
아무리 작은 규모의 땅에서도 토양계가 비옥도 사슬의 고리를 놓치는 법이 없다는 사실은 얼마나 놀라운가! 35
약한 식물인 잡초는 강한 식물이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예츨 불가능한 환경에서 활로를 찾는다.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강한 식물에게 이길 수 있는 '힘'이 아니다. 예측 불가능한 환경을 극복하는 '지혜'인 것이다.
역경은 적군이 아니라 아군이다. 이것이 잡초가 사는 방식의 기본적인 철학이다. 역경은 누구에게나 싫은 것이다. 하지만 역경이 조노재하기 때문에, 약한 식물인 잡초에게도 성공의 기회가 찾아온다. 그 역경을 극복할 수만 있다면, 역경은 자신들의 성공을 약속해주는 조건이된다. 44
잡초라 불리는 식물의 조상이 나타난 것은 빙하기가 끝나갈 때 즈음이라고 알려져 있다. 빙하가 있던 자리에 생긴 불모의 토지가 그들의 최초의 서식처였던 것이다. 그리고 빙하기가 끝나고, 환경이 크게 변화하는 불안정한 시대가 되면서, 홍수가 빈번히 일어나는 강가나 산사태 후의 산비탈 등, 예측 불가능하고 대형 식물이 살 수 없는 환경이 출현하게 된다. 그곳이 바로 잡초가 자리 잡게 된 장소다.
하지만 인간이 등장하면서, 잡초의 생활은 다시 크게 변하게 된다. 나무를 베고 마을이 만들어지면서 인간이 발을 디딘 돗에는 큰 식물이 자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숲이 마르고 농경지가 생기고 흙이 경작되고 김매기도 이루어졌다. 이렇게 인간이 환경을 변화시키면서 끊임없이 예측불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신석기 시대의 유적을 보면, 그때부터 이미 잡초의 종자가 발굴되고 있다. 인류가 인간의 역사를 새기기 시작할 때부터 이미 길가에는 잡초가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인류가 자신이 살아가는 환경을 넓혀감에 따라, 잡초들도 그 분포를 넓혀갔다. 지금 잡초는 우리 주위 어디에나, 아주 다양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좋아하느냐, 좋아하지 않느냐 하는 취향과 상관없이 잡초는 우리 인류와 함께 계속 번영해온 것이다.
잡초는 예측불가능한 난세를 좋아하는 식물이다. 지금도 우리 주의는 '예측 불가능한 환경'으로 넘쳐나고 있다. 그야말로 잡초들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