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
_ 양생과 구도 그리고 밥벌이로서의 글쓰기
고미숙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를 읽고
소소하고 확실한 혁명이자 생명의 길
이사를 포함해 일신상의 잡다한 일을 처리하다 보니, 이 책을 겨우 한 번 읽고 표시해둔 곳을 발췌했을 뿐이다. 책을 읽으며, 내가 제도 교육을 마치고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읽어야 했던 자기계발서 이후의 내 독서 이력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지금까지 삽십여년 동안 별일 없으면 쭉 책을 곁에 두고 살았던 것 같다. 살면서 부딪치는 문제들 뿐 아니라 존재론적 질문들에 대해 내 나름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독서모임, "주제가 있는 책 읽기 글쓰기 모임, no comming no going"을 제안하게 되었고. 항상 내 수첩에는 다 읽지도 못할 '읽어야 할 책들' 목록이 기록돼 있었다. 시험기간이나 프로젝트 기간 동안 왜 그리도 읽고 싶은 책이 떠오르던지? 그래서 내 삶의 형편은 좀 나아졌나? 적어도 노동. 화폐, 가족이라는 폐쇄회로에 내 에너지를 올인하며 갇혀있지는 않다. 그리고 책이란, 더할 나위 없는 하늘과 땅 사이 인간의 길을 찾는 최상의 GPS이라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읽지 않은 고전이 너무 많다는 사실, 나의 무지가 부끄러웠다. 그럼에도 자극을 받고 힘을 받을 수 있어 감사한다. 특히 다음 내용이 좋았다.
책 인용 :
인생이란 길위에서 길 찾기이다. ...천지의 운행을 주시하는 것이 '읽기'라면 그 사이에서 삶의 비전을 여는 것이 곧 '쓰기'다. 산다는 것은 천지인의 삼중주를 '아는'것이고, 그 앎의 구체적 행위는 바로 읽기와 쓰기이다. 47
핵심은 지성을 중심으로 관계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 90
도심에서 유목하기/세속에서 출가하기/일상에서 혁명하기/글쓰기로 수련하기 = 감이당의 모토.
도심에서 유목하기는 자본의 한 가운데서 자본에 포획되지 않은 길을 열어 가겠다. '세속에서 출가하기'는 출가의 핵심이 노동, 화폐, 가족이라는 사슬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면, 세속적 삶 속에서도 욕망의 변환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의미다. '일상에서 혁명하기'는 다들 깊이 공감할 것이다. 반복하는 일상과 습속을 바꾸는 일.
유목, 출가, 혁명이라는 비전은 일상과 욕망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글쓰기만이 유목, 출가, 혁명을 위한 최고의 실천적 전략이다. 105
<감이당>이라는 조직 자체의 발전이나 확장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이 길을 거쳐서 스스로 길을 여는 것이 핵심이다. 나는 발원한다. 많은 이들이 <감이당>을 거쳐 자유인으로 살아가기를. 자기가 서 있는 현장에서 네트워크를 열고 거기에서 앎과 삶을 연마하기를. 그리고 모든 것의 기저에는 글쓰기가 있다.
글이 길을 만들고 그 길에는 반드시 벗이 있다. 길벗과 함께 할 일은? 밥을 먹는 것, 수다를 떠는 것, 그리고 다시 글을 생산하는 것, 그리하여 세상을 지혜의 파동으로 흘러넘치게 하는 것.
소확생(소소하고 확실한 혁명이자 생명의 길) 142
사람과 공부가 있으면 어디서건 살 수 있다는 것. 이건 정말 우주의 이치예요. 인생은 결국 관계와 배움, 두 가지가 전부라고 할 수 있어요. 관계만 있으면 갈등이 그치지 않을 것이고, 배움만 있으면 너무 적막하죠. 상생상극읭 현장을 통과하면서 매순간 인생과 세계에 대해 깨달아 가고 그럴 때만이 자유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그 자유의 지평선을 향해 달려가는 것을 비전이라고 할 수 있어요.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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