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성게_정화

제11구. 무량원겁즉일념(無量遠劫 卽一念)

백_일홍 2020. 1. 2. 07:42

법성게 제11구.

무량원겁즉일(無量遠劫 卽一念)

한량 없이 먼 시간이 한 생각이요.

 

시간도 하나의 법이고 법은 공성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공성의 창조적 변화인

한 순간의 시간이 모든 순간의 시간을

창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끝없는 시간과

한 순간의 시간이 공성으로 아무런 다름이 없는 데서

현재의 한 순간이 됩니다.

 

(법계의 노래)

 

서로 다른 모습을 나투면서도

다른 모든 것들과의

관계의 그물망을 이루는

연기에서 보면

 

한 생각도

그 자신만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연기가 한 생각으로 드러나면서

자신의 경계를 구성하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생각이 모양을 갖게 되니

관계의 이웃들ㅇ이 함께 사유되지 않는다면

자신의 생각조차 제대로 알기 어렵고

 

모양을 가지나

모양에 매임없는 생각은

그 자체로 모든 시공간을

창조하는 순간이면서

모든 시공을 담아내는 연기의 변주이므로

 

생각으로 나툰 모양만을

자신으로 삼는 순간

연기의 변주를 보지 못하리니

스스로의 삶에서조차 떨어져 있는

외로움이 남게 되겠지요

 

연기의 변주란 공의 변주로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

관계의 그물망을 그렇게 부르기에

연기나 공에 해당되는

모양을 그리는 순간

쉼없이 모습을 비워

늘 새롭게 관계를 구성하는

연기도 알 수 없고

공도 알 수 없고

 

그러므로 모든 모습을 이루면서 동시에

끊임없는 모습을 해체하고 있는

공과 연기의 변주에

온전히 깨어있으면

영원을 사는 것이면서

새롭게 세계를 창조하는 빛이 되니

 

깨어있는 마음마다

무량한 시공을 변조하는 노래가 되고

끊임없이 변하는 산천도 되고

 

(해설)

시공을 넘어 한법계로

 

1~4구 공간의 연기 관계(인과 관계의 정적인 측면)

5~8구 시간의 연기 관계(인과 관계의 동적인 측면)

 

시간과 공간도 그 자체로서 독립된 요소가 아니라 시간은 공간 들에 기대고 공간도 시간들에 기대어 존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들'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모든 존재들이 연기관계로서 하나의 장을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 절대 공간, 절대 시간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는 공간에서 시간을 빼고 시간에서 공간을 뺀 시간과 공간의 독립된 실체를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절대 시간과 절대 공간은 현대 과학의 연구성과에 힘입어 시공간으로 통합되어 인식되기에 이르렀고, 그것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위치와 변화에 따라, 같은 시간인 것 같지만 사실은 저마다 다른 시간을 살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144

 

모든 중생은 저마다 자기의 시간에 따라 사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간의 결정은 우주의 모든 존재들간의 관계에 의존하기 때문에 한 중생의 시간이 결정되려면 우주의 모든 존재들의 시간이 원인이 되어야 합니다. 곧 서로 다른 시간의 요소가 한 사람에게 그 사람의 시간이 되게 합니니다.

 

이런 관계에서 본다면 한 사람의 시간 속에는 우주의 모든 다른 시간이 들어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량 없는 존재들의 한량 없는 시간이 한 사람의 시간을 위해 존재하고 이 한 사람의 시간도 한량 없는 사람들의 시간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과거와 미래의 끝없는 시간은 한 순간, 곧 마음이 일어나는 순간(일념)을 위한 원인으로 존재합니다. 한 없는 시간이 한 순간의 변화일 뿐입니다. 그것은 시간도 하나의 법이고 법은 공성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공성의 창조적 변화인 한 순간의 시간이 모든 순간의 시간을 창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끝없는 시간과 한 순간의 시간이 공성으로 아무런 다름이 없는 데서 현재의 한 순간이 됩니다.

 

시간의 속성이 이와 같기 때문에 삼매로 사는 사람, 곧 시공의 제한을 넘어선 사람은 현재의 한 순간을 철저히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삼세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살고 있고, 아울러 한 공간을 차지하고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우주를 넘나들며 살고 있습니다.

 

수행으로 부동심이 될 때 공의 자성을 밝게 알아 제한된 시공을 넘어 한 법계의 세계에서 살 때 한 발자국도 옮기지 않고 삼세를 넘나드는 것입니다. 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