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성게_정화

제23구. 시고행자환본제(是故行者還本際)

백_일홍 2020. 1. 14. 08:22

(법성게) 제23구.

시고행자환본제(是故行者還本際)

그러므로 수행자는 마음자리에 돌아와

 

수행자란, 생각생각에 개념으로

파악하는 모든 상을 여의고 마음 일어나는 그 자리에서

무념무상으로 무심일 때를 말합니다.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수행자의 전부입니다. 거짓없는

빈 마음을 그대로 쓰는 것이 수행자가 자신의 자리에

돌아온 것으로 본디 모습입니다.

 

(법계의 노래)

 

삶 이면의 어떤 곳에

근본 실제인 마음 자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일어나는 마음마다

본래부터 이웃들이 베푸는 덕으로

가득차 있음을 사무치게 알아차려

마음 밖에서 실제를 찾지 않는 순간

 

찾지 않는 마음 그 자체가

우주 법계의 베풂에 동참하는

근본실제인 마음자리가 되니

새삼스럽게 돌아간다는 말도 맞지 않지요.

 

그러나 마음 밖에서 실제를 찾던

마음을 쉬고

평안하고 안온한 삶이

실현됐다는 면에서

돌아왔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웃하는 생명들이 서로에게 베푸는 덕은

마음마다 다른 모습으로 근본 실제를 나투는

무상한 흐름이 되니

 

무상을 사는 것이야말로

수행자가

근본실제인 마음자리에 돌아온 것이면서

부처님의 삶을

있는 자리에서 드러내는 것이지요.

 

(강설)

마음의 빛으로 부처님을 삼으심

 

화엄은 마음자리 하나에 펼쳐진 세계입니다. 마음을 펼치면 우주법계가 되고 거두면 마음 하나입니다. 마음이 온 중생의 어머니며 만 가지 사물의 본원입니다. 마음을 떠나서는 어느 것도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마음은 무엇입니까?

 

사실 마음은 그 무엇으로도 개념지을 수 없습니다. 가만히 들여다 보십시오. 있는 듯하지만 어느새 사리지며 사라지는 듯하지만 만 가지 모습으로 나투고 있습니다. 순간순간 나타나는 마음 씀씀이 그밖에 다른 마음이 없습니다. 이 마음 밖에 다른 마음을 찾으려고 하는 것은 부질없는 망상이며 마음으로 마음을 보려고 하는 것도 또한 쓸데 없는 힘씀입니다.

 

마음은 안에도 없으며 밖에도 없습니다. 찾는 마음이 마음입니다. 인연따라 생겼다가 인연따라 사라지는 것으로,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면서 법계의 인연을 꿰뚫고 있습니다. 이 마음이 중생이자 부처이자 연기입니다. 그러나 마음으로 마음을 헤아릴 수 없으며 찾을 수도 없습니다. 찾는 순간 마음은 밖으로 치달리니 곧 외도요, 헤아리는 순간 마음은 모양을 갖게 되니 곧 번뇌입니다. 208

 

여기서 수행자란 이와 같은 마음, 곧 생각생각에 개념으로 파악하는 모든 상을 여의고 마음 일어나는 그 자리에서 무념무상으로 무심일 때를 말합니다. 행의 지멸, 곧 염과 상과 마음이 다 떨어져 나가는 곳이 수행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을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무심으로 되는 곳 그곳입니다.

 

마음이 일어나는 그 자리에서 모든 상을 떠난 것, 곧 열반(부처)도 구하지 않고 생사(중생)도 싫어하지 않으면서, 한 생각 일어나는 그대로가 본디 탐진치 삼독을 떠나 있는 부동의 마음자리임을 꿰뚫어 볼 때 이미 제 자리에 와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부질없이 부처를 구하고 열반을 이루려고 이곳 저곳으로 다니던 마음을 쉬는 순간이 본디 마음자리입니다.

 

이 마음자리는 가는 것도 오는 것도 아니고 항상 법계를 꿰뚫고 여여히 제 모습을 인연따라 나투고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여기서 비록 본디 마음자리에 돌아온다고 했지만 중생이 본디의 마음자리를 떠난 적도 없기 때문에 온다고 하는 상이나 떠난다고 하는 생각이 있으면 안 됩니다. 이것이 부동심이고 부동심이 법계를 비추는 해인삼매입니다. 210

 

마음이 일어나는 곳에 보배가 있지 마음을 떠나 따로 보배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근본 마음자리야말로 온갖 보배를 갖추고 그때그때마다 창조의 빛으로 나투고 있습니다. 마음이 주인이고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수행자의 전부입니다. 수행자가 마음자리에 머물거나 마음을 쓰는 것이 아니라 마음 그대로가 수행자의 전부이고 근본실제이기 때문에 화엄에서는 마음의 빛으로 부처님을 삼으신 것입니다.

 

진정한 구도자는 깨어 있으므로 삶을 여실히 알고 마음을 지켜 어리석음에 떨어지지않는 것입니다. 마음을 지킨다고 하지만 마음이 마음을 갖는 것이 아니고 마음을 쉬는 것, 깨어 있는 것, 똑바로 바라보는 것, 고요히 하는 것입니다.

 

고요히 하는 것이란 옳고 그름을 생각하지 않으며 판단하지도 않고 다만 깊게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주인이 될 때 세상의 중심이면서 동시에 주변이며 손님이 되는 마음 하나가 그대로 모두가 된 모습을 보게 됩니다. 211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닫힌 마음의 해악이 원수로부터 해침을 받는 것보다 더 크다"고 하셨습니다. 거짓 없는 빈 마음을 그대로 쓰는 것이 수행자가 자신의 자리에 돌아온 것으로 본디 모습입니다. 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