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과 자본주의_김영민

산책과 자본주의 4장. 혁명은 왜 배신당하는가?

백_일홍 2020. 2. 5. 19:07

혁명만이 아니라 일상의 화해는 꾸준한 비용을 요청하며, 오히려 그 비용이야말로 일상적 관계의 실체인 것. 일상이야말로 그 모든 혁명이 실패하는 원인이자 바로 그 결과물이다. 


혁명의 동인과 창업의 명분이 되었던 사연을 질기고 세세하게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배신과 타락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망각처럼 편리한 화해는 없고, 내현 기억의 조작만한 평화도 없기때문이다. 


더불어 사는 일은 혁명의 비용과는 다른 종류의 비용을 조목조목 요구한다. 그 혁명을 배신하지 않는 길은 그 기억의 가치를 일상 속에 실천적으로 전유하는 자잘한 노릇과 버릇밖에 없다. 그러나 자신의 몸과 동선을 '가부장적 명예' 보다 낮게 끌어내릴 수 없었던 헬머처럼, 구애든 창업이든 구테타든 갖은 혁명의 주체들은 그 혁명의 대의를 망각 속에 퇴색시킨다. 혹은 생활 속에 내려앉혀 새로운 삶의 양식을 재구성하는 데 실패한다. 혹은 혁명의 육성이 식기도 전에 대의 속에 은폐된 권력의지가 따듯한 구더기처럼 꿈틀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