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깨칠 뻔하였다_김영민

복종과 의무를 즐길 수 있는가

백_일홍 2020. 2. 16. 14:08

제 마음대로 구는 짓이 즐겁지 않을 때가 오면 그제서야 '고부'의 기별을 받은 셈이다. 이는 자유에 대한 다른 감각을 얻는 일과 닮은 체험이다.

그러나 그런 기별은 대체로 이미 늦었다. 그렇기에 공부는 진작에 '강제로', 가까스로 하는 것이다. 그것을 일러 공부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복종이 미덕이 되는 경로도 이렇게 생성될 뿐이다. 공부가 즐겁다는 것은 역-증상이다. 공부가 즐거운 것, 복종과 의무를 즐길 수 있는 것, 그리고 좁은 길이 잘 보이는 것은 '자아가 증상'인 세속 속에서 증상을 넘어선 자아의 빈터를 흘깃 드러낸다. 2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