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게송을 하는 자가 말하기를, 내가 세상의 전부를 다 보았으나 부처님 같은 분은 없었다고 하였으니, 나도, 이제 그 같은 분을 반나러 가려고 한다." 추사
내가 아끼는 후배가 인사 속에 부처온 것인데, 과연 추사의 인끔이 느껴지는 글이다. 늘 말했것만 공부하는 일은 '그 사람'을 만나고 가까이 하는 일이다. 물론 그 사람이란 진짜배기를 말한다. 오늘 하학 몇과 어울려 이창동 감독의 <버닝>을 보았다. 찔레꽃도 1년이면 볼 수 있기에, 8년을 꼭꼭 기다려 본 영화라 그런지 아쉬움이 없지 않았으나, 그가 '진짜'의 일종이라는 데에는 아무 이견이 없다. 무릇 공부라는 것은 내 생활의 일치를 진짜들의 그림자 안으로 가만히, 꾸준히 옮겨가는 노력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풍량을 만나도 혼이 빠질 정도의 진짜배기를, 책을 읽어도 한 입에 삼킬 수 없는 고전을, 사람을 만나도 그 심처를 가늠할 수 없는 인끔을 만나야 한다. 인생이란 짧으니, 추어탕을 한 그릇 먹어도 그 솜씨를 명찰하고 감사하는 곳에 '그 사람'이 있는 법이다. 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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