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 공제控除의 비망록
김영민
"봄날을 간다"
봄날이 가는 것은 누구나 압니다. 그러나 오직 그
무상제행의 이치에 나날이 시달리고 몸으로 버성기면서야 사람은 사람이고, 그 이치를 납득하고 아프게 수긍하면서야 그 존재는 낮게 익어갑니다.
나날이 줄어가는 그 봄날을 새로
만들어내는 것도 사람의 일이지만, 어렵사리 찾아오는 봄날을 쉬 꺼버리는 것도 사람의 짓입니다.
인생은 오직 인생이 짧다는 것이고, 인생이 짧다는 것은 오직 짧아진 다음에야 깨단할 수 있어, 과연 '봄날은 간다'는 것만큼 실한 화두는 없을 것입니다.
비용이 없는 진실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봄날이 가는 일을 빼고는 슬픔도 외로움도 지혜도 성숙도 체감할 수가 없지요.
이 책은 내 한 사람이 세속을 혹은 빠듯하게 혹은 느긋하게 지나면서 그 봄날이 가는 일을 비망록처럼 적어놓은 것입니다.
봄날을 빼앗기는 공제 속에서 존재가 익어가는 소리를 그때그때 적바림한 것이지요. 익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 그러나 익어도 죽는 다는 것, 그것이 곧 인생이라는 짦은 봄날의 이치인데, 그러나 이 글을 읽는 그 누구든 슬기롭고 엽렵해서 차라리 그 짦은 봄날의 이치 속에서 깊은 존재의 의욕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 작은 책으로 그 하아얀 의욕의 반려로 삼는다면 다행이겠습니다.
김영민, <봄날은 간다>,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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