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0원으로 사는 삶

백_일홍 2022. 11. 22. 11:48

0원으로 사는 삶:

나의 작은 혁명 이야기

 

박정미

 

이야기를 시작하며: 세계의 확장

 

빈집살이

나는 생각보다 '공동체형'인간이 아니었다. '은둔자형'이었다. 나는 빨가벗고 돌아다녀도 될 만큼 아무도 없는 산속에 살고 싶었다. 그 바람은 마침내 현실이 되었다.9

 

가슴이 원하는 일

세상에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다. 그 이야기를 글로든 영상으로든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이번 생에 내개 해야 할 소명이라 믿는다. 가슴이 원하는 일 혹은 존재의 목적, 무엇이라 이름 붙이든 이 일은 내가 온 마음을 다해서 하고 싶은 것이자 나를 생동감 넘치게 한다. 12

 

나를 아는 사람들이 던지는 마지막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어떻게 찿았나요?"  내 삶에, 나의 세계에 아주 극적이고 강력한 변화를 가져다준 사건은 분명이 있었다. 2014년 10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약 2년간 진행한 '0원 살이 프로젝트'다. 12

 

돈이 사라진 세계

'0원살이'의 여정은 내 삶을 물질보다 더 깊고 높은 차원으로 이끌었고, 그 속에서 나는 참으로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여정 초기에는 '(돈 없이) 어디서 자고, 무엇을 먹고, 어떻게 이동할까'하는 걱정이 전부였다. 생존 자체를 위한 여정이 주된 관심사였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어디서 자든, 무엇을 먹든, 어떻게 이동하든' 개의치 않은 채 오직 존재론적 질문의 답을 찾아 세계를 누비는 나를 발견했다. 거리에서 밤을 새워도 좋고, 며칠을 굶어도 좋고, 몇 달 동안 걸어도 좋았다. 진리에 다가갈 수만 있다면...

 

돈이 없다고 해서 세상이 끝나는 게 아니었다. 오리혀 '돈이 없음'은 나를 진짜 세계로 향하게 하는 날개가 되어 주었다. 모순과 착취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의 세계. 이 세계에서 벗어나 자립을 위한 대안적 삶을 경험하면서 나는 생존의 불안에서 벗어났다. 자연이라는 생명의 세계와 연결되면서 내면의 외로움을 치유했고, 나의 세계는 시스템에서 자연으로, 자연에서 우주로 확대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삶의 목적과 궁극의 평화에 이르는 길을 만났다. 

 

이 야기가 여러분의 가슴에 조금이라도 울림을 주어 여러분만의 진화를 경험하게 되기를, 나아가 무한한 가능성과 무조건적 사랑의 세계로 여러분의 삶이 확장되기를 소망한다. 14-15

 

I 시스템에서 자연으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돈이 없으면 삶도 없는가

이때는 돈이 얼마나 많은 사회 문제들과 연결되어 있는지 알지 못했다. 단순히 돈을 사용하지 않음이 (의도치 않게) 얼마나 많은 정의로운 일을 하게 되는지 이 또한 알지 못했다. 19

 

오싹함이 분노로 바뀌었다. 그냥 이렇게 다른 것 바라지 않고, 숨만 쉬면서 살겠다는데 돈이 없으면 그것마저 안 되는 거야? 내 삶이, 인생이, 시간이, 나의 존재가 오직 돈을 벌기 위해 쓰이는 것이 당연한거야? 나는 오직 돈을 벌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다. 살아 있는 그 자체로도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돈이 없어도 살아갈 방법이 있지 않을까? 돈을 벌지 않고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21

 

이제 나는 기본으로 돌아간다. 생존을 위한 최소의 할 일로 돌아가 '소비'를 하지 않기로 했다. 

(돈을 사용하지 않고) 어디서 잘 수 있을까?

(돈을 사용하지 않고) 무엇을 먹을 수 있을까?

(돈을 사용하지 않고) 어떻게 갈 수 있을까? 23

 

먹을 것과 지낼 곳이 필요해

돈 없이 먹고 자고

WWOOF World 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

Old Chapel Farm

 

나는 텃밭과 양 22마리를 돌보며 하루를 시작했다. 오후에는 매번 다양한 일을 했다. 주로 땀을 흘리는 고된 일이었다. 내게는 이 역동적이고 다른 우퍼들과 함께하는 일이 더 흥미로웠다. 27

 

자급자족

프란은 오직 자신의 노동으로 제 먹거리를 마련했다. 대지가 때맞춰 내어주는 것에 만족하며 산다. 지루하게만 여겼던 텃밭 돌보기가 이곳 사람들에게는 생존 그 자체였다. 28

 

그런데 이토록 단순하고 쉬운 집 짓기라니! 새로운 희망이 솟아났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자연의 색을 담은 투박한 집, 언젠가 뿌리내리고 싶은 터를 찾으면 꼭 이런 집을 지워야지, 하고 다짐했다. 31

 

현대 인류는 과학기술과 경제성장에만 너무 크게 의존한 나머지 자연과 자신의 참된 존재와의 연결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불안과 외로움 속에 살아가게 되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은 과학기술이 아닌 자연이 제공한다. 우리의 선조들은 이 단순한 진리를 알고 있었다. ... 우리 인간이 이 땅의 모양을 가꾸기 시작한 그 시점, 그 시간 속에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32

 

충분하다

프란에게는 작은 중심가도, 손잡이가 깨진 찻잔도, 제철에만 먹을 수 있는 채소도, 일주일에 한 번 하는 목욕도, 구멍난 티셔츠도, 삐그덕 거리는 의자도, 주변에 가게 하나 없는 시골 살이도...  모든 것이 충분하다. 

풍요는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가 아니라, 나의 마음이 무엇으로 채워져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나의 마음엔 무엇이 들어 있는가? 만족인가, 욕망인가? 나는 풍요로운가, 가난한가? 34

 

사랑받고 싶어서

매일 일을 마치고 나면 프란은 늘 고맙다고 말했다.... 어느날, 이 고맙다는 말과 내가 이렇게 생존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 실로 감격스러워 몰래 눈물을 쏟아냈다. (영국 웨일스에서) 나는 인간적 온기란 없이 '사용'되었다. 이 시골 농장에서 나는 소중한 존재가 된다. 단순한 육체노동과 특별할 것 없는 쓸모에 감사하다니, 그 따뜻한 말 한마디는 내 안에 있던 어린아이를 울려버리고 말았다. 마치, 내가 세상에 꼭 필요한 존재라며 다독여주는 것만 같았다. 

 

"인간의 가장 큰 욕망이 뭐라고 생각해요? 행복을 조건 짓는 가장 강력한 욕구 말이예요" 갑자기 던진 나의 질문에 프란은 조금도 놀랄 기색이 없었다. "사랑받는 것"(To bel loved) 36

 

그 누구를 위해서도 아닌 정말 나를 위해, 내가 좋아서 했던 일이 있덨던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를 슬프게 하고 기쁘게 했던 모든 일들이 이 사랑받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되었던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다만 아직 분명하지 않은 것이 있다. "그렇다면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도시도, 돈도, 직업도, 무엇을 입었는지도 내가 사랑받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은 아니라는 사실. 이곳에서 머무는 3주 동안 내 마음엔 사랑이 가득 차있었다. 진정 내가 쓸모 있고 소중한 존재라는 확신이 함께했다. 대체 어디서 오는 사랑이었을까? 무엇이 나를 사랑받고 있다고 여기게 만든 것일까?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은 이 답을 찾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37

 

2.무엇이 더 이상한 세상인가?

 

팅커들의 숲

팅커스 버블 Tinkers Bubble

1994년 설립, 에너지 자급자족, off grid 그 어떤 화삭연료도 사용하지 않는다.

 

'전기가 부족해서 생활이 불편하다'에서 '태양광 패널 수를 늘려 발전량을 늘린다'로, 거기에서 '보다 편하게 산다'로 연결되는 생각의 흐름이 나에게는 너무도 당연하고 합리적이었다. 그러나 패드로의 '합리'는 달랐다. 태양광 패널을 제작하며 배출되는 어마어마한 탄소로 환경에 해를 입히는 소비를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오늘의 전기량이 50%라는 것은 전기 발전을 두 배로 늘려야 한다는 게 아니라, 다른 때 보다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어야 한다는 것이다. 53

 

이들이 살아가는 이 '불편한' 방식이 과연 수많은 현대인을 설득할 수 있을까? 이런 극단적인 생활방식은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욕구를 '포기'하게 하는 것 아닐까? 53

 

'환경에 해를 주지 않는 삶'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는 팅커들에게 육체적 불편함과 검소한 생활은 일상이었다. 팅커들의 진성성은 내 마음에 조금씩 진심 어린 존경을 싹틔웠다. 54

 

인간이 따뜻하고 예쁜 집을 짓는 사이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생태계는 무너져간다. 추운 날 따뜻한 집에서 반소매를 입고, 더운 날 시스템 에어컨을 가동해 시원하고 쾌적한 공간. 한없이 누구차고 허름한 팅커들의 집은 세상 가장 아름답고 조화로운 집이었다는 것이 그제야 비로소 보였다. 55

 

설탕을 먹지 않는 이유.

 

팅커스 버블의 원칙

. 땅에서 나오는 것으로만 생계를 유지한다.

한 사람당 매달 소비하는 생활 비용이 약 15만원

구멍난 양말을 꿰매어 신는 것은 물론, 해지고 찢어진 옷을 잎교 거리로 나갔다. 꼭 필요한 것은 지역 벼륙시장에서 중고로 구입했다. ... 양말 한 컬레가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지구의 자원이 소비되는지, 얼마나 가혹하게 인간의 노동이 착취되는지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또 새로운 옷을 사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돈벌이에 바쳐야 하는지도. 

 

패드로는 커뮤터 관련 회사에 다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는 직장을 그만두고 모든 삶과 열정을 환경보호를 위한 활동에 쏟기로 했다. 페드로의 첫 번째 규율, 자동차를 타지 않는다. 자동차 탑승 거부 운동 두번째, 비행기를 타지 않는다. 셋째, 전기공구를 사용하지 않는다. 넷째, 적극적으로 세상의 변화를 이끈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활동가로서 각종 강연, 교육, 집필 활동을 했다. 이 아름다운 행성을 파괴하지 않고도 우리가 충분히 삶의 목적을 실현하며 살아갈 수 있음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62

 

이들은 이토록 부족하고 결핍된 생활을 오히려 자유로운 삶이라고 여겼다. "어떻게 이게 자유일 수 있죠?" 

 

팅커들은 물, 전기, 음식 등 꼭 필요한 것은 대부분 스스로 만들거나 자연에서 얻기 때문에 시스템과 돈에 의존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또한 하기 싫은 일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와 국가에 권력을 넘겨주지 않는 자유도 있다. 63

 

내겐 편리한 삶을 굳이 포기하면서까지 지구를 지켜야 할 사명도 목적도 없었다. 내게 '불편함' 체험은 2주면 충분했다. 팅거들이 주는 많은 영감과 감동에도 여전히 나는 하루하도 빨리 쾌적한 문명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64

 

Warmshowers, 자전거 여행자를 위한 세계인의 커뮤니티. 

 

의심해야 할 것 : 먹거리, 농업 어업 축산업

 

크리스의 철학

인간의 존재 양식

. 함 Doing, 소비활동

무엇을 '하면서' 얻어진 행복이라면 그것을 하지 않을 때 그 행복은 사라진다. 행복에 이르는 길은 그저 행복한 상태에 "있는' 것이며, 우리가 '해야 할' 유일한 것은 그저 행복과 평온의 상태에 있는 법을 배우는 것 뿐이다. 불만족스러운 현실과 평온하지 못한 순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는 대부분의 활동은 단순히 돈뿐만 아니라 시간, 노력에서도 엄청난 '소비'를 불러온다. 취미, 여가, 놀이, 여행을 위해 많은 돈을 들이고 이 비용을 벌기 위해 많은 시간을 바쳐 일한다. 

 

. 살아감 Living: 자립활동

현대인이 살아가기보다는 죽어가고 있다고 보았다. 진정한 살아감이란 삶을 창조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삶의 기술, 즉 자신의 생계와 생활을 직접 만들어내는 생존 기술을 익혀야 한다. 크리스는 '살아감'의 노동만이 사회와 시스템으로부터 자유를 얻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었다. 

 

새로운 기술을 습득할 때마다 내 안의 생명력이 마구 뿜어져 나옴을 느꼈다. 자신의 힘으로 생존을 이어가기 위한 생활 기술과 능력을 기르는 것. 그것은 인간의 지능과 창의성, 신체적 강인함을 최대한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그리고 삶을 가장 적극적인 방법으로 책임지는 자립의 길이다. 97

 

. 존재함 Being 존재활동

존재는 행위라기 보다는 상태를 의미한다. '지금 어떤 상태로 존재하는가"를 비추는 양식이다. 크리스는 Being 양식에서의 삶을 가장 드높은 것으로 여겼다. 궁극적인 평화와 행복, 자유는 우리가 참된 존재가 될 때 비로소 얻어질 수 있는데, 그 참된 존재가 되는 법을 깨닫는 모든 과정이 삶이 'Being'이다. 

 

그는 내가 얼마나 평온하지 못한 사람인지는 알려주었지만 평온이 무엇인지, '존재 활동'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는 몸소 보여주지 못했다. 그 역시 불안정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나는 우선 '자립 활동'에 전념하며 '존재'의 질문은 잊어버리기로 했다. 98

 

사랑이 뭘까

크리스와 모락, 다자사랑주의자 

폴리아모리 

비고. 독점과 소유 관계

크리스에게 일대일 관계가 도리어 부자연스러운 것이었다. 특히 일부일처제의 결혼제도는 가부장제가 기획한 착취적인 제도일 뿐이라고 보았다. 사회와 시스템이 의도적으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강요한 이 일대일 사랑은 남성이 여성의 성을 통제하면서 사유재산과 자기 재산을 물려줄 상속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라고 까지 했다. 

 

크리스는 일대일 독점적 사랑, 이런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여겼다. 존재는 존재를 소유할 수 없으며 상대방을 소유하고 독점하려 한다면 이미 그것은 사랑이 아닌 집착이 된다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을 한다면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에 피어나는 새로운 사랑을 언제나 축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랑받는 '나'를 갈망한 것일 뿐이다. 

 

당신은 감정적으로 시체와 다름없어요. 당신은 가슴에 참 높은 장벽을 짓고 살아가고 있구나 하고요. 

연인이 아닌 사람과 포웅하면 안 된다는 건 누가 가르친 거죠? 그런 '금기'가 자연스러운 본능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사회가 세뇌한 학습의 결과란 생각은 해본 적 없어요? 서로 친밀함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려는 거예요. 102

 

나는 그의 자연스러운 감정표현에 익숙해졌다. 마침내 자유로운 애정의 파장이 내 마음에서 막힘없이 흘러나옴을 느꼈다. 나는 그레게 주저 없이 솔직하게 애정을 표현했다. 103

 

나 또한 크리스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렇게 분명한 선을 그어놓고 살아왔다. 하지만 나는 그를 만나고 깨달았다.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 따뜻한 포웅을 나누는 일에는 경계선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이 경계선을 지운 상태에서 사람과 관계를 맺고 연결될 때, 그때의 감정은 일반적 연인과 보통의 친구를 초월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랑이 된다. 그렇게 나는 가슴에 장벽을 세우지 않고 친구들과 따뜻한 손길, 달콤한 말, 포근한 품을 나누는 법을 배웧다. 

 

크리스는 알몸을 사랑하는 나체주의자이기도 했다. 실제로 크리스와 모락은 집안에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알몸으로 다니곤 했다. 이 민망한 상황에도 조금씩 익숙해졌다. 점차 이 모습이 아름답게도 느껴졌다. 105

 

나는 아주 나중에서야 '다자사랑'의 참된 목적이 '영적 수행'의 목적과 같다는 것을 알았다. 자기애에서 벗어나 모든 존재에 무한하고 무조적적인 사랑을 주는 것, 그 어떤 존재와 대상도 독점하려 하지 않고 나의 정체성과 내게 오는 사랑마저도 소유하지 않는 것, 즉, 나를 잊고 모두를 사랑하는 것, 이것이 바로 다자사랑의 진정한 목적이다. 107

 

우리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순수한 사랑의 세계로 나아간다. 그리고 비로소 세상 모든 만물과 생명을 무조건적이 사랑으로 품는 진정한 다자사랑주의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것을, 인간으로 하여금 굳이 '관계' 속에서 살아가게 한 우주의 숨은 의도라고 믿는다. 자기애를 살찌우는 욕망적 관계가 아니라 자신을 지워가는 수행적 관계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결국 우리는 참된 사랑에 이르게끔 하려는 우주의 지혜로운 의도 말이다. 108

 

3.런던에서 쓰레기로 생존하기

 

급진적 주거 네트워크

'도시에서도 0원살기를 이어가야만 해!"

 

모바일 리빙, 보트 피플, 카라반 

웨어하우스 리빙

스퀏팅 

 

월세보트살이

한 평의 땅조차 차지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 이들의 유유한 삶을 지켜보고 있자니 그간 0원살이 여정을 보내며 발견한 소중한 지혜 하나가 다시금 반짝인다. 

이 작고, 적고, 흐르는 삶에 '자연'과 '자유' '행복'이라는 세 가지 보물이 있다. 크기를 줄이고, 적게 소유하고, 가볍게 유랑하듯 살면 우리의 삶은 자연과 자유, 행복으로 간다. 119

 

렌트비 없는 날, 9.14일. 영국 세입자들은 실소득의 75%를 렌트비로 소비하고 있는 셈, 1월 1일부터 9월 14일까지는 버는 모든 돈이 렌트비로 사용되고 그 이후에야 렌트비에서 자유롭다는 의미.

 

헌법에 명시된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 조항. 

영국에는 60만 채가 넘는 빈집이 있고 30만 이상의 노숙자가 있다. 

 

지금껏 나는 재산권, 소유, 법, 국가를 당연시했다. 이 제도가 사회질서와 인간의 생명을 유지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제이콥의 사상은 나의 안정된 믿음을 뒤흔들었다. 그의 사상은 급진적이었으나 법보다 정의롭고, 국가보다 올바르며, 정치보다 실천적이다. 또한 법 밖에 있으나 분명 양심 안에 존재한다. 

 

모든 인간은 안전한 집에서 살 권리가 있다. 지구는 그 누구에게도 땅을 판 적이 없는데, 왜 저들은 이 땅이 자신의 '재산'이라고 주장하는 것일까? 빈집은 망가지고 사람은 길에서 얼어 죽는데, 인간의 법을 하는 자들은 대체 무슨 법을 따르는 것일까? 138

 

제이콥 방의 포스터, 

"세상의 모든 것은 본래 모든 이를 위한 것이었다. 모든 것에 대한 사용권은 모든 존재에게 있어야 한다." 139

 

스킵 다이빙: 돈 없잉 주린 배를 채우는 방법

덤스터 다이빙 

 

현대인의 만족할 줄 모르는 소비 행태가 대량 음식 산업을 야기했고, 이로 인해 자연, 동물, 인간이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가. 

 

우리의 무분별한 소비와 대량 음식 산업이 어떻게 지구 반대편의 아이들을 굶어 죽게 하는가. 현대 농식품 산업은 현 지구 인구의 두배를 먹여 살릴 만큼 많은 식량을 생산한다. 155

 

프리건: 자유로운 무소비주의자 

프리건은 현재 지구와 인류가 직면한 모든 문제의 원인을 '소비'에서 찾는다. 165

 

4. 자연으로

 

올드 채플 팜, 7일간의 단식, 캠핑, 노잼 생활.

1. 단식,

우리는 매일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으며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지 않아도 영양소가 크게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며칠에 한 번씩,혹은 매일 간헐적으로 단식한다면 몸과 의식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며, 위장을 비워 몸을 가볍게 하면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과 동물, 비물질적 차원과의 연결을 느끼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이며 "반드시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더 자유롭게 어디로든 떠다닐 수 있을 거라 말했다. 

 

2.캠핑 no shelter

어둠과 두려움 

 

3. 노잼 no fun

행복은 아주 작은 것에서 온다. 프란이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방식이었다. 프란은 물 위를 비행하는 새와 들판의 꽃을 관찰하며 삶의 경이와 아름다움을 느꼈다. 자연 속에서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수십 일 동안 행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는 자연과 완벽하게 연결되었다고 느껴요. 나의 모든 세포와 의식이 자연의 일부라 진시리로 믿어요. 아마도 당신은 그 '연결'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당신의 존재가 자연의 일부가 아닌, 자연과는 별개의 존재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 분리된 의식이 내가 가진 모든 문제와 결핍의 원인일지도 모른다. 이 잃어버린 연결성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당신은 어디에 있을 때, 어떤 순간에 가장 편안함을 느끼나요?" 

 

현재를 놓치게 하는 모든 것들(컴퓨터, 책, 핸드폰, 음악, 일...)에서 벗어나 고독과 자연에 머물러보자. 176

 

내가 존재하는 데에 필요한 모든 것을 바로 이 대지가 주고 있구나. 나무들은 한자리에서 굳건히 내게 끊임없는 생명과 사랑을 보낸다. 나무의 존재 목적은 생명 양육 그리고 무조건적인 사랑이다. 우리는 모두 나무의 자식들이다. 나는 왜 몰랐을까? 그동안 왜 지구의 사랑을 느끼지 못했을까? 살아 있는 자체, 호흡하는 것 모두 대지가 나를 아낌없이 사랑한다는 증거인데, 나는 왜 다른 곳에서 사랑을 찿으려했을까? 대지는 나의 전 생애 동안 내게 사랑을 보내왔고, 앞으로도 영원토록 사랑을 보낼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사랑을 갈망할 필요가 없다. 이 대지는 나의 부모이고, 연인이며, 나 자신이다. 

 

그 동안 내가 만난 수많은 괴짜 자연인들이 왜 그리고 자연을 위해 자신의 삶 전체를 바치고자 했는지, 그들이 말한 '어머니 지구' '자연과의 연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든 것이 온놈과 감정으로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자연 속에서 '지금'이라는 그 지극한 순간을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현재를 사는 방법이고, 그게 자연과의 연결을 회복하는 방법이예요." 

 

나는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아주 오랜만에 '어머니'의 품에 안겨 울었다. 181

 

도시의 삶이 왜 그리고 외롭고 삭막한지 그 이유를 알았다. 흙이 없는 거리, 나무가 없는 집, 햇빛이 들지 않는 사무실, 땀이 없는 노동, 도시는 사랑, 치유, 생명의 근원인 자연과 단절된 공간이다. 도시는 연결의 안정과 완전한 사랑을 주지 않는다. 분리와 소비를 목적으로 만든 시스템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복은 도시의 소비가 아닌 자연의 사랑에 있다. 우리 존재가 자연에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는 것과 자연이 우리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아낌없이 제공한다는 것을 알아채면, 비로소 우리는 존재의 불안과 외로움을 치유할 수 있다. 182

 

퍼머컬처: 자연을 닮은 집, 자연을 닮은 삶

자연을 섬기는 삶

 

자연에서 생존과 사랑을 구하다.

 

한 가지 규칙, '성실하게 노동하고 부지런히 소비할 것'만 따른다면, 시스템은 우리에게 영원한 생존과 사랑을 보장해줄 것이다. 나는 시스템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으며 '노동-소비'의 쳇바퀴를 열심히 굴렀다. 

 

시스템 밖의 세상에는 참으로 멋진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내게 '소비와 노동'이 아닌 '자립 자족'으로 생존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100

 

시스템 내에서는 '노동과 소비'에 의존해 생존과 사랑을 구해야 하지만, 자연에서는 '자립 자족'을 통해 생존과 사랑을 스스로 해결한다. 시스템 안에서는 생존과 사랑을 위해 경쟁과 투쟁을 벌이지만, 자연에서는 내가 별달리 애쓰지 않아도 생명과 사랑이 강물처럼 흘러온다. 시스템 속에서는 생존과 사랑의 열쇠가 오직 돈에 있지만, 자연의 세계에서는 공기, 물, 풀, 햇빛, 나무 한 그루 등 대지 위 모든 만물에서 그 열쇠를 발견한다. 모든 만물이 아무런 대가 없이 나를 보살피고 양육하며 사랑한다. 

 

나는 이토록 안전한 세상을 찾은 덕에, 그 어떤 두려움 없이 참된 인간으로 나아가는 진정한 변화, '진화'를 시작했다. 202

 

II 자연에서 우주로, 웰컴 홈

1 집으로

 

도움을 주면서도 도리어 고맙다고 말하는 친구들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사람 사이의 연결은 기대와 조건으로 맺는 것이 아니며 세상의 일은 계산적인 거래가 아니다. 인간과 삶의 진화는 모든 것이 착착 맞아떨이지며 왔다 갔다 하는 이해타산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나선형으로 돌고 도는 선행 고리에서 일어난다. 

 

과감히 도우라. 그리고 기꺼이 도움을 받아라. 돌고 도는 도움 속에 진화의 비밀이 있다. 233

 

레인보우에게 인간의 몸은 성스러운 사원이다. 여성의 몸과 남성의 몸을 구별하지 않고 모든 육체를 자연의 일부로 바라보며 소중히 섬긴다. 이런 면에서 나는 레인보우 형제들을 전적으로 신뢰했다. 레인보우에선 그 누구도 나의 몸을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을 것이며, 그 누구도 나의 몸에 폭력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다. 이 믿음 덕에 나 역시 나체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254

 

갑자기 눈물이 터저 나왔다. 두려움이나 공포감에서 나온 눈물이 아니었다. 원망과 서러움의 눈물이었다. 그토록 찬란하던 나의 자유를 한 순간에 앗아간 그들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나는 '현실'의 기억을 떠올리고 말았다. 그 남자의 손길처럼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세상의 현실. 그 남자의 웃음처럼 비열하고 음탕한 인간의 현실. 가리고,움추리고, 숨고, 몸 사리고, 조심하고, 경계애야 하는 서럽고 비참한 약자의 현실을 말이다. 256

 

우리의 나체를 하늘에, 바람에, 태양에, 물 위에 마음껏 드러낼 수있는 세상, 모든 여인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대지를 누비는 세상, 순수한 애정을 다정한 손길과 품으로 마음껏 표현하는 세상, 사랑에 그 어떤 경계도 없는 세상, 그 꿈같은 세상이 바로 레인보우였다. 257

 

넵튠: 머리는 논리와 노력을 좋아해요. 물론 그것도 괜찮아요.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논리와 노력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어요. 하지만 진리를 위한 길, 즉 영적인 길에서는 논리와 노력이 그다지 큰 역할을 하지 않아요. 머리로는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없어요. 

 

나: 그럼 뭘해야 하죠? 명상하면 진리를 깨달을 수 있나요? 

 

넵튠: 명상은 당신을 그곳으로 직접 데려다주지 않아요. 명상은 그곳에 이르는 길을 당신 스스로 자연히 깨닫도록 일종의 공간을 제공하는 기술이예요. 생각이 멈추는 공간 말이죠. 명상은 머리를 쉬게 하고 존재와의 '연결'을 느끼도록 도와줘요. 

 

넵튠: 안자서 눈 감고 있는 것만이 명상은 아니예요. 자연을 거닐고 춤추는 것도 명상입니다. 어떤 방식이든 먼저 고요함에 익숙해지는 게 중요해요. 세상에는 정말 많은 길과 수행법이 있어요. 

 

그러 모든 일이 스스로 일어나도록 허락하세요. 생각이나 노력보다는 느낌과 직관에 주목하세요. 생각이 아닌 직관을 따른다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모든 일이 알아서 잘 흘러 갈 거예요. 노력은 모든 기적의 길을 막아요. 당신이 정한 방향에 너무도 강한 힘을 쓰기 때문에, 모든 '저절로 일어나는 일'의 가능성을 차단하죠. 기적은 항상 저절로,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일어나요. 269

 

히치하이크할 때 일어나는 일들은 우연도 운도 아니예요. 이 우주 어디에도 결단코 우연은 없어요. 언제나 나 '자신'에게 의존해요. 하지만 내게 '자신'은 당신이 말하는 '자신'과 조금 달라요. 나에게 '자신'은 '더 높은 자신'을 의미해요. 

 

영혼이라 부를 수도 있고, 참 자아라고 부를 수도 있고. 현실세계보다 더 깊은 진리가 있어요. 이 진리는 한마디로 '모든 것'입니다. 다른 말로 우리는 모두 '하나의 의식'입니다. 그리고 이 건 우리가 모두 '연결'되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 '연결'은 또한 '사랑'을 의미합니다. 당신이 어디에 있건, 당신은 이 연결과 함께 있습니다. 271

 

인간에게는 단순히 의, 식, 주만 필요한 게 아니에요. 영적인 영역에서 우리에게 '진실로 필요한 것'이 있어요. 바로 영적인 성장, 영적인 진화예요.

 

'원하는 것'은 머리에서 옵니다. 욕구에서 오는 갈망이예요. 만일 우리가 항상 원하는 것만 좇는다면 무엇이 정말 필요한지 알기 어려워요. 계속해서 외부와 물질적인 것에서 행복을 찾게 됩니다. 하지만 '영적일 필요'는 이와 달라요. 존재의 소망이예요. 참 존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찿으려면 내면 깊은 곳으로 가야해요. 그러면 진정한 행복이 어디에서 오는 가를 깨닫게 될 거예요. 

 

평화, 그때 바로 평화가 찾아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항상 평온하고 고요하게 존재할 수 있게 됩니다. 273

 

레인보우 패밀리

전 세계를 떠도는 선행 유목민

소유가 아닌 자유의 삶을 바라는 자신에게 큰 집과 많은 물건은 그저 무거운 짐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봉사와 섬김을 신천하며 살아요. 봉사는 모든 영적 여정에서 가장 높은 숭고한 행위예요." (앤드류)

 

봉사와 섬김이라... 내 여행,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 치유와 사랑, 조화를 전달하며 살 수 있을까? 284

 

도대체 신분이란 무엇일까? '신원 확인'은 내가 무사히 잘 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일까, 아니면 나를 내쫓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일까? 국경이란 무엇일까? 모두가 똑같은 인간인데 왜 이선을 넘어와도 되는 사람과 넘어오면 안 되는 사람을 구분하는 것일까? 모든 지구 생명체가 공유하는 행성 지구에 대체 누가 마음대로 선을 긋고 장벽을 세워 수많은 국가로 나눠놓은 것일까? 307

 

아라키스가 왜 그토록 신원을 밝히길 거부하는지, 왜 여권도 없이 여행하는지, 이제는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그의 '이름표 거부'는 시스템의 통제를 허락하지 않고 자신의 근원적 자유를 지키는 숭고한 투쟁이다. 308

 

" 안정적이고 평온한 상태에서의 '미침'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정말 멋지게 사용할 수 있어요. 이때의 '미침'은 상상력 혹은 창의력과 같은 말이 되거든요. 이 의식은 '놓아버림'에 대한 거예요. 마음의 모든 고집을 내려놓고 현재의 흐름 속에 모든 것을 내맡김으로써 우리는 무한한 창조의 세상으로 갈 수 있어요. 이때 발생하는 창조적인 에너지는 예술성으로 발현돼요. 그리고 이 에너지는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 자체를 창조해요. 우리는 언제나 우리의 현실을 창조하고 잇어요. 우리가 현실을 만드는 완전한 통제력과 힘을 가졌다는 말이죠" (크리스토스) 317

 

평화란 무엇일까? 평화를 지키고자 전쟁을 벌이는 게 과연 정당한걸까? 지금의 평온한 일상이 계속 이어지는 게 평화 아닐까? 일상이 무너지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고, 집이 허물어지는데 어떻게 전쟁으로 평화를 이룬다는 걸까? 조국이란 뭘까? 도대체 무엇을 위해 조국의 수많은 아들딸이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걸까? 국가를 지키고자 살아 있는 국민을 사지로 보내는 것이 당연한 의무일까? 283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조국이 아니라 '생명' 자체이고, 우리가 따라야 할 것은 명령이 아닌 '양심'이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승리가 아닌 '평화'라는 것 말이다. 385

 

프리앤리얼 비건공동체 

사실 나는 '이제 채식해야겠다'라거나 혹은 '이제부터 고기 안 먹을 거야'하고 특별히 결심한적이 없다. 어떤 하나의 계기로 굳게 결심하고 채식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 채식은 그저 나의 때가 되어 자연히 일어난 변하였다. 나의 마음에 정화가 시작되고, 삶의 목적이 가슴에 단단히 자리잡자 내 몸은 이제 동물성 식품과 술과 담배를 원하지 않았다. 나는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한 것이 아니라, 나의 몸과 정신이 원하지 않는 음식과 나의 삶의 가치와 조화를 이루지 않는 음식을 더는 먹지 않게 되었다는 쪽이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395

 

'사람들은 자연보호와 동물족지에 관심이 없어'라며 비 채식인을 탓하지 말자. 이보다는 '인간은 어쩌다 자연, 생명과의 연결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을까?'하고 슾퍼하지. 내가 이 책에서 다룬 모든 문제가 그렇다. 사람들이 농.식품업 문제, 주거문제, 낭비 문제, 빈곤 문제, 성 문제, 전쟁 문제, 난민 문제, 테러 문제 등에 대해 모르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문제의 진실을 알려고조차 하지 않는 무관심과, 문제를 알면서도 아무런 아픔을 느끼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차가운 마음이 문제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분리와 단절에서 비롯된다. '나'와 '너'와의 단절, '나'와 '자연'과의 단절, '나'와 '동물'과의 단절, '나'와 나의 '참 본성'과의 단절, '나'와 '우주 전체'와의 단절이 인간과 지구가 겪는 모든 고통과 비극의 원인이다.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면 하나의 단순한 진리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가 모두 하나라는 연결의 진리로 말이다. 198

 

수피즘, 사랑의 길

생계, 병듦과 늙고 죽음, 그리고 외로움, 즉, 살고 싶다는 욕구와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가 두려움을 만든다. 이 욕구들을 초월하고 싶다. 나의 본질이 사랑이라는 것,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 내가 나의 현실을 창조한다는 것, 모든 일에는 좋고 나쁨이 없다는 것, 이 진리에 대한 믿음이 바위처럼 단단하다면 내게 두려움은 조금도 자리하지 않을 것이다. 414

 

마치며, 내가 사는 세계

 

나는 지금의 삶에 더 바랄 것 없이 만족한다. 그리고 설령 바라는 것이 있다고 해도 그걸 이루고자 애써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내게 필요한 것은 언젠가 때가 되면 저절로 찿아올 테니 말이다. 내가 굳이 애쓰지 않아도 나의 참 존재에게 이로운 모든 것은 대맞쳐 흘러온다. 온 세상은 늘 우리의 생존과 행복, 그리고 존재의 진화를 적극적으로 돕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을 온 가슴으로 믿는다. 

 

우리는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0원살이' 여정을 시작한 이후 8년의 세월 동안 나는 모든 여정과 일상에서 이 진리를 경험했다. 내게 공기를 주는 나무, 빛을 비추는 태양, 배를 채워주는 열매, 나를 씻기는 몸, 나를 데려다준 운전자, 나를 재워준 호스트, 내게 음식을 주고 나의 보호자가 되어준 수많은 낯선 사람들, 세상의 모든 존재가 나를 보살피고 나의 길을 안내했다. 이 '연결' 속에선 오직 무조건적 사랑만이 흘렀다. 따라서 나는 무엇을 먹을지 어디서 잘지 어떻게 갈지 그 어느 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419

 

'신'의 증거 자연, '신'의 도구 마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신'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바로 자연이다. '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현실로 가져오는 도구가 바로 마음이다. 

 

자연의 무조건적인 사랑은 자유, 안정, 기쁨, 위안, 평온을 줄다. 자연과의 연결이 깊어질수록 무언가를 갈망하는 마음도, 무엇을 필요로 하는 마음도 점점 사라진다. 자연 덕에 나는 만족을 알았고, 풀요를 누렸으며, 매일매일 '행복'에 가까워졌다. 421

 

'하나의 마음'이 무한한 가능성을 경험하는 두 번째 길, 자신의 마음이다. 

 

삶의 방식이 단순해지고, 생활의 터전이 대지와 가까워지고, 양손의 소유물이 가벼워지고, 마음이 깨끗이 닦이면, 그때 우리는 '내가 왜 이 세상에 왔는지' 존재의 목적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목적을 실현하는 자신만의 빛나는 재능을 발견한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재능으로 사랑이라는 하나의 진리를 발견한다.우리는 모두 각자의 재능으로 사랑이라는 하나의 진리를 밝힐 것이다. 사랑으로 글을 쓰고, 사랑으로 그림을 그리고, 사랑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이런 활동은 직업도 아니고 돈벌이도 아니다. 가슴에서 솟구치는 사랑을 표현하는 순수한 창조 활동이며, 진리를 구현하는 자아실현 행위다. 각자의 사랑의 활동을 통해 우리는 더 숭고하고 더 고귀하고 더 평화로운 존재로 진화한다. 이 모든 진화와 성장은 바로 마음에 달려 있다. 마음을 순수한 의도와 사랑으로 채운 자는 '신'에게서 모든 응답을 받는다. 그리고 모든 것이 가능한 기적의 세상을 경험한다. 423

 

거대한 국가 체계와 의존적 경제 시스템이 사라지고, 작은 규모의 자급자족 공동체로 사는 세상, 생계의 안정 속에서 모든 인류가 존재의 진화를 이루는 세상, 자급자족 경제는 소박하지만 완벽한 인류의 대안 시스템이다. 442

 

깨어남

자아실현과 유토피아는 인간의 마음 수행, 그리고 '깨어남'을 통해 이룰 수 있다. 제때 집단적 진화를 이루지 못해 인류가 멸망하게 되더라도, 진화를 이룬 존재는 우주 어딘가에서 더 고차적인 존재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깨어난 자'에게 지금의 몸과 한 생은 큰 의미가 없다. 진리의 세계에는 죽음도 소멸도 없기 때문이다. 죽음과 재앙이 눈앞에 찾아와도 '깨어난 자'들은 절규하지 않는다. 다만, 다른 존재들의 절류와 고통에 눈물을 흘릴 뿐이다. 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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