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뜨거운 미래에 보내는 편지

백_일홍 2022. 11. 22. 11:38

뜨거운 미래에 보내는 편지 :

소멸하는 지구에서 살아간다는 것

 

대니얼 셰럴

 
지구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북극의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리고, 세계 곳곳에서 최악의 가뭄과 산불 등 각종 자연재해가 이어진다. 이러한 거대한 재앙 앞에서 인간은 절망적인 무력감과 비통함을 경험하곤 한다. 그중에서도 MZ세대에게 기후위기는 그저 막연한 미래가 아닌 현실이며, 이들의 기후 절망감은 기성세대에 비해 더욱 깊다. 미국의 젊은 환경운동가 대니얼 셰럴은 기후위기를 목도하며 자신이 느낀 절망과 슬픔, 그리고 그 가운데 건져올린 희망을 미래의 아이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뜨거운 미래에 보내는 편지: 소멸하는 지구에서 살아간다는 것』(원제 Warmth: Coming of Age at the End of Our World)에 담았다.
저자 대니얼 셰럴은 대학 신입생 시절 UN 전화걸기 운동에 동참한 일을 시작으로 10여년간 환경운동의 최전방에서 일하고 있다. 그가 조직가로 활동하는 미국의 환경단체 NY리뉴스(NY Renews)는 2019년 미국 뉴욕주에서 기념비적인 기후정의 법안을 정식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저자는 젊은 환경운동가이자 활동가로서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운동을 조직하고 가시적인 성과도 냈지만, 한편으로는 기후위기를 생각할 때마다 절망과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어쩌면 영영 태어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미래의 아이에게 자신이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전하기로 마음먹는다. 『뜨거운 미래에 보내는 편지』는 소멸해가는 세계에서 성장한 청년의 적극적인 실천, 그 과정에서 마주한 복잡한 슬픔, 그리고 절망 속에서도 믿음을 잃지 않고 싸워나가는 내밀한 성찰과 폭넓은 인문학적 사유를 유려한 글솜씨로 펼쳐 보인다. 손쉬운 낙천주의나 무책임한 염세주의로 도망가지 않고, 파국 속에서도 희망을 열어나갈 방법을 모색하는 섬세한 편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

기후변화, 환경문제, 기후 비상사태…
한 단어로 정의하기 어려운 ‘그 문제’를 마주하다


『뜨거운 미래에 보내는 편지』는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남기며 분신자살한 어느 변호사의 이야기, 그리고 이상기후가 불러온 허리케인 샌디가 낳은 커다란 피해를 언급하며 시작된다. 저자 셰럴은 기후변화, 환경문제, 기후 비상사태 등으로 불리는 기후 재난 상황을 특정한 한 단어로 규정짓지 않고 ‘그 문제’(the Problem)라 지칭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재난의 불가피성과 복잡성을 한층 세심하게 전한다.
1부에는 저자가 대학에 입학하며 총체적이고 압도적인 ‘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각종 재해를 마주하며 복잡한 감정을 느꼈음을 고백하는 내용을 담았다. 직접 환경운동을 조직하고 어떻게 구체적인 실천을 이어나갔는지, 그리고 환경운동가이자 청년의 입장에서 점차 소멸해가는 세계에서 성장한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솔직하게 고백한다. 2014년 UN정상회담에 맞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실시한 뉴욕 센트럴파크 대규모 집회 및 행진, 2017년 기후정의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뉴욕주 의회의사당에서 연좌농성을 벌인 일 등 저자가 직접 기획하고 주도한 환경운동 사례를 들려주기도 한다.

“너에게 하는 이야기를 빈 페이지에 써나가다보니 그 페이지 너머에 있을 네 존재에 점점 더 책임을 느끼게 되더구나. 만약 내가 혹시라도 진짜 가정을 꾸리게 된다면, 너를 몰락하고 있는 세계로 데려오기로 한다면 그 이유를 너에게 솔직하게 말해줄 의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데려오기로 한 결정만이 아니라 그 배경, 정황 전체를 말이야. 내가 어떤 생각을 했고 무엇을 읽었으며, 어떤 기분을 느꼈고 또 어쩌다가 무력감을 느꼈는지, 어디에서 믿음을 되찾았고 또 어느 부분에서 의심을 품었는지 전부 다. 그리고 희망을 유지하는 것이, 마냥 올라가는 수은주에도 불구하고 너를 실현 가능한 대상으로 남겨두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도. 너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정확히 반대로 너를 사랑해서 그런 거야.”(35면)

불확실한 미래를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


2부는 미국 트럼프 정부가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를 공식 선언한 이후의 이야기를 전한다. 환경운동은 후퇴하는 듯 보였고, 활동가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사람들은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듯했다. 저자는 과도한 업무와 일 자체에 대한 회의감을 감당하기 어려워 괴로워했지만, 다양한 사람을 만나 생각의 지평을 넓히고 개인 상담을 받기도 하는 등 자신이 어떻게 그 괴로움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는지를 털어놓는다. 이 경험은 저자가 스스로를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고, 새로운 활동에 뛰어들 또다른 동력을 제공해주었다. ‘그 문제’를 향한 저자의 헌신은 계속 이어졌다. 허리케인 샌디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를 기획?참여하고, 석탄연료 회사에 맞서 땅을 지키기 위해 투쟁한 호주 선주민 굴라라불루족과 연대한 경험을 소개하기도 한다.
셰럴은 이 긴 편지의 말미에서 다가올 미래가 희망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어쩌면 절망을 느낄 일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솔직히 고백한다. 그러나 절망에 넘어지지 않고 나아가는 용기, 지구를 공유하는 모든 존재와 함께하는 연대가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가는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우린 괜찮아’나 ‘우린 망했어’는 답이 아니야. 두려움의 표출이자 우리 스스로 ‘그 문제’를 직시하지 않기 위해 세운 벽일 뿐. 결국에는 너도 뭐가 됐든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을 고스란히 느껴야 할 거야. 어려운 일이 되겠지. 하지만 내가 너와 함께한다는 것만은 알아줘. 여기서 이렇게 답을 찾고 있다는 것을.”(231면)

“세계가 소멸해가더라도
희망을 잃지 말라고 전하고 싶었어“
기후위기의 감각을 가장 시적으로 전하는 편지


한편의 자전적 에세이이자 내밀한 고백을 담은 편지이기도 한 이 책에는 저자 셰럴의 폭 넓은 인문학적?지질학적 지식은 물론 문학, 영화,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예술 분야를 아우르는 사유가 담겨 있다. 저자는 슬픔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세상을 바꿀 힘과 의지를 얻을 수 있음을 사려 깊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써내려간다. 기후위기와 환경운동을 둘러싼 경험과 깊은 통찰, 그리고 진심 어린 감정으로 독자의 마음을 흔드는 한편, 이 절망적인 두려움이 얼마나 현실적이며 시급한 문제인지 직면하게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우리가 다음 세대에 어떤 빚을 지고 있는지, 소멸해가는 미래를 지켜보며 어떻게 싸워나갈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비통함을 딛고 행동할 수 있을지를 치열하게 고민하며 써내려간 이 애정과 연대의 메시지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울림으로 다가갈 것이다.

“이 편지 내용은 네가 원하는 대로 받아들이도록 해. 거부하든가, 뒤집어엎든가, 고쳐 쓰든가, 확장하든가, 무시해도 돼. (…) 뭐가 됐든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 너에게 편지를 쓰면서 현실에 살게 됐고 눈을 깜빡이거나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그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단다.”(344~46면)
 
 
  출처: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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