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세계를 모험하다
스테파노 만쿠소
1장 개척자이자 전투원이자 생존자인 식물들
01
신생 화산섬 쉬르트세이의 개척자
. 카킬레 아르티가 Cakile arctica 서양갯냉이
해안선을 따라 서식, 담수원 없이 생존할 수 있고 바다로의 긴 여행도 가능하다. 카킬레속에 속하는 모든 종은 사실상 염생식물 alofita이다.
* 염생식물, 전 세계 식물의 2%
카킬레의 진화, 생존 키트가 장착돼 있음.
씨앗이 여물면 열매가 둘로 나뉨. 반은 발아가능성이 큰 어미나무 가까이 떨어져 모래 속에 묻힌다. 나머지는 바다에 실려 멀리보내짐. 부력이 뛰어난 씨앗들은 수년간 생존이 가능.
일부 식물의 씨앗을 그 섬으로 옮긴 운반체는 물고기의 알주머니임.
이외 바람, 물, 조류에 의해 운반됨
새의 모래 주머니
섬에서 기록된 모든 종류의 관다발식물 중,
9% 공기중의 바람
27 바닷길
64 조류
45년이 지난 2008년 섬에는 69개의 식물종이 조사됨, 그중 30종은 섬에 자리를 잡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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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로빌 원전사고 지역
아무것도 살 수 없을 것으로 여겨졌던 이 공간은 오늘날 구소련에서 가장 다양한 생물 서식지 중 하나가 되었다. 이 지역에서의 인간 활동 제한이 사실상 거다한 자연보호 구역을 만든 셈. 방사능에도 불구하고 과거보다 동식물은 개체수가 증가하고 품종도 훨씬 다양해짐.
프리피야트, 폭발한 원자로에서 3킬로 떨어진 도시. 그 도시의 현 상태를 담아낸 르포타주 방식의 사진들. 대참사를 겪은 추 30년이 흐론 프리야트는 식물로 뒤덮혀 있었다.
식물의 가장 놀라운 능력, 방사성 핵종을 흡수하여 환경에서 오염을 제거하는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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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폭탄에서 살아남은 피폭나무
은행나무, 곰솔, 푸조나무, 수양버들 등
2장 도망자들,새로운 영토를 정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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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이든 아니든 모든 식물이 어떤 용도로 사용되고 있거나 사용될 것이니 이제부터 그냥 우리 곁에 두기로 하자. 모두 어떤 용도로든 사용되기 때문에 경제성이나 유용성을 분석할 때, 식물들이 자신의 지분을 주장할 법하다. 흥미롭게도 재배종과는 별개로, 오늘날 우리가 자생식물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많은 식물이 알고 보면 종종 아주 먼 곳에서 건너 왔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새로운 영토를 점령하는 데 성공한 모든 식물을 일컬어 침입식물로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잘 살펴보면 과거의 칩입식물 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침입식물은 현재 우리 생태계의 근간을 이류는 미래의 자생식물이다. 나는 이 개념을 명확하게 하고 싶다. 이 규칙을 항상 염두에 두면 확장을 제한하려는 어리석은 행동은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
재배종
자생식물, 토착식물
침입식물,
칩입식물이 되는 자격조건.
씨앗을 다량 분산할 수 있는 능력
매우 빠른 성장
환경 조건에 따라서 다양한 생태형을 만들어내는 능력(지능)
복합적인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
인간과 제휴할 수 있는 능력.
01
시골뜨기 시칠리아 출신이 옥스퍼드의 유명인사로
시네시오 스쿠알리더스 Senecio squalidus
현화식물 분류군중 가장 많은 종을 포함하는 국화과에 속함.
세네시오속에는 1천종이 넘는 식물이 포함됨. 세네시오는 노인이라는 라틴어 세넥스에서 유래, 얇고 가는 흰 머리카락으로 이루어진 특징적인 관모를 가리킨다.
*관모: 국화과 식물의 씨앗에 있는 독특한 모양의 돌기로, 주로 씨앗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바람을 타고 멀리 퍼질 수 있게 해준다.
이태리 에트나산의 경사면에서 출발하여 대영제국 전체를 정복하는데 성공함.
에트나 활화산 경사면의 화산재와 용암으로 이루어진 화산 지역 출신, 즉 이 식물은 자원이 거의 없는 척박한 곳에서도 적응해 살 수 있는 소박한 시골뜨기다. 도시에서 가장 좋아하는 서식지는 성벽, 페허, 안뜰 등 보통의 다른 식물종들이 전혀 좋아하지 않는 모든 장소다.
그 씨앗들은 번식 준비를 단단히 하고서 철도의 공기 흐름을 타고 이동했다. 철도를 따라 전진해가며 이 시칠리아 출신은 영국 북부를 정복함.
탑승객 세네시오에게는 동일한 도로를 계속 주행하는 자동차나 기차의 반복적인 움직임이 동일 장소에 반복적으로 도착하는 기회를 제공해준 셈.
시칠리아가 원산지인 그 종이 어떻게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의 기후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었을까?
북쪽으로 날아가면서 지역 종과 교배하는 법을 배웠다. 지역 자생종 집단과 교배하면서 자연 선택의 갈림길에서 살아남은 길을 택한 것.
이 순간부터 영국의 귀화식물이 된다.
02 탁월한 미인계로 탈출과 정복에 성공한 수크렁
펜니세툼 세타케움 Pennisetum setaceum
이탈리아의 식민지였던 아비시니아에서 이탈리아로 옮겨짐. 사료용으로 재배하기 위해. 영양적인 능력이 떨어지고 동물들이 좋아하지 않아. 그러나 스크렁이 꽃을 피울때 얼마나 아름다운지 잘 알고 있던 식물원 기술자들이 그 식물을 재배하여 관상용으로서의 잠재력을 평가하기로 함.
수크렁에게는 이 새로운 환경에 퍼져나갈 다른 무기가 있었다.
아주 다양한 기후에 적응함, 불이 난 상황에서도 완벽한 적응력을 보임. 수크렁의 씨앗은 휴면이 없다. 조건이 여의치 않으면 6년동안 땅속에서 생명력을 유지함.
수크렁의 전진은 도로망을 정확히 따른다. 사실상 오늘날 시칠리아 전체는 수크렁의 집이다.
03 부레옥잠으로 뒤덥힌 습지에 하마가 헤엄친다면
에이크호르나 크라시페스 Etchbornia crassipes 워터 히야신스, 부레옥잠
세계 100대 악성 칩입 외래종으로 선정됨.
아마존이 원산인 수생 식물, 앞자루의 해면조직 부레 안에 들어있는 다량의 공기 덕분에 물 위에 띁 수 있다. 18세기 말부터 장식용으로 높이 평가되어 유럽에 수입됨.
이 식물의 성공은 그 아름다움에서 비롯된다. 이 식물은 자신을 관리하는 식물원들과 식물학자들을 지구상 가장 먼 지역으로 향하는 엑세스 키로 활용하여 전 세계로 빠르게 퍼졌다. 19세기 후반, 강제 이주한 유럽을 거점으로 대륙 절반의 개인 정원과 식물원들로 확산되면서 세계의 모든 열대 지역에 도달했다. 이후 식물학자와 수집가 간의 교류 덕분에 식민지화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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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종의 확산이 너무 빨라 걷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되자 이내 그 심각성이 드러났다. 이 식물의 거침없이 활발한 성장과 갑작스러운 번식으로 말이암아 수많은 관개수로의 물 흐름이 막혔을 뿐만 아니라, 물고기와 수생 동물들은 멸종위기에 처했다. 배의 운항에도 차질을 빚게 되었다.
과연 저지할 수 없어 보이는 이 돌진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프레데릭 러셀 버넘 소령.
보이 스카우트 조직.
미국의 심각한 식육용 고기 부족 문제의 대안으로 하마 고기를 시장에 내놓으려는 계획. 아프리카에서 수입한 하마에게 루이지애나주의 강과 늪에서 번식하는 부레옥잠을 먹일 생각이었다. 결국 의회는 한 표 차이로 변혁의 기회를 허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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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의 존재가 부레옥잠 확산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해내지도 못했으리라 생각한다. 인간은 여러 차례 가능한 포식자를 도입하여 침입종으로 간주하는 식물종 확산을 막으려 시도했다. 이러한 식물 방제 시도는 종종 해결해야 할 것 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되돌아왔다.
3장 바다를 누빈 용감한 선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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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식물이 소금물에서 씨앗을 퍼트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모험에 성공하는 식물은 드물다. 오늘날 알려져 있는 꽃이 피는 식물 25만 종 가운데 250종(0.1퍼센트)만이 해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씨앗을 생산한다. 이 씨앗의 절반은 한 달 이상 바닷물에 떠다니며 생존할 수 있다.
01, 신의 열매, 코코넛야자에 얽힌 미스터리
코코넛 야자는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유럽의 밀과 같은 존재, 생존을 보장하는 주식인 셈이다.
아우구스트 엥겔하르트, 코코넛만 먹는 나체주의자이자 태양 숭배자 종파, 태양 교단인 손넨오더의 창시자.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코코넛 성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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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넛야자는 스페인과 포르투칼 사람이 광범위하게 확산시키기 시작한 16세기 횔씬 이전부터 어디선가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원래 존재하던 곳에는 어떻게 도달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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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넛 야자가 남아메리카에 혼자 들어왔든 인간과 함께 들어왔든 간에, 식물계의 위대한 항해자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코코넛야자는 4개월 이상 해수에서 생존 가능하고, 고구마처럼 자신이 정착한 태평양 전역으로 해류를 가로질러 널리 퍼지면서 대륙 전체의 역사를 바꾸었다.
02 자연에서 가장 큰 야생열매를 가진 칼리피제야자
코코드 메르(바다야자라는 뜻, 로도이세아 말디비카 Lodoicea maldivica)로 불리는 야자. 실제로 이동성이 가장 떨어지는 식물종으로 아프리카 인도양 서부의 섬나라 세이셀의 쿠리우스와 프라슬린, 단 두군데 섬에서만 분포함.
자연에서 가자 큰 42킬로그램짜리 야생열매와 단일 종자로 최대 17킬로그램이나 되는 가장 무거운 씨앗을 생산하고, 알려진 다른 야자들보다 가장 긴 최대 4미터짜리 떡잎과 가장 큰 암꽃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씨앗은 여성 골반과 와나벽하게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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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동물들은 자손의 생산에 많은 투자를 하며, 길고 힘든 어버이양육에 전념한다. 식물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우연이라도 일어날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식물의 어버이양육을 이야기하면 미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이는 식물계보다 동물계에 치우친 불균형가설로, 어버이양육은 고등돌물의 유일한 특성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다 차차 상황이 변하면서 일련의 면밀한 연구를 통해 식물 사이에서도 새끼돌보기가 존재한다는 것이 증명되기 시작했다.
예. 맘밀라리아 헤르난데지아(선인장과 식물)
이 미니 선인장의 주요 특징은 일단 씨앗을 생산하면 바로 퍼뜨리지 않고 간직하다가 발아에 가장 적합하나 조건이 되었을 때 주변 환경으로 내보낸다는 점. 어미나무의 체내에서 씨앗들을 돌보면서 서식지의 예측 불가능성에 직면하는 법을 가르친다. 실제로 발아된 씨앗은 어미와 함께 가뭄 주기와비를 경험하며 그것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를 배운다. 그것은 새끼를 향한 돌봄은 맞지만, 정확히 말해 어버이양육은 아니다. 실제로 이것은 다른 식물들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다.
숲속에서 갓 태어난 나무는 독립하기 전까지 어떻게 살아갈까? 어린 나무가 광합성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높이에 도달할 때까지 자라게 하는 메커니즘은 무엇일까? 숲에 사는 대부분 식물은 서로 얽힌 뿌리와 곰팡이의 접촉으로 형성된 땅속 네트워크를 통해 공생한다. 이 네트워크를 통해 씨족의 성체식물은 생존에 필요한 당분을 공급하면서 가장 어린 새끼들을 돌본다. 식물의 어버이양육은 사실상 고등동물에서 발견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식물에도 어버이양육이 존재하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널리 퍼져있다.
코코 드 메르의 씨앗이 왜 그렇게 큰지에 대해 그 수수께기가 명쾌하게 풀렸다. 이 야자가 사는 환경은 영양 자원이 아주 부족한 곳이다. 식물 성장을 위한 두 가지 핵심 요소인 인과 질소가 그 섬의 토양에 한정된 양으로 존재한다. 식물은 이러한 한계에 대응하여 자손의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해결책을 진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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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야자는 양분과 물을 새끼에게 보내려고 잎을 이용하여 수로관과 깔때기 시스템을 개발했다. (잎을 통해 떨어진 빗물) 그 식물 주변의 흙에는 인과 질소가 확실히 더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손의 생존을 보장받는 가장 유리한 전략은 씨앗이 어미나무에 최대한 가까이 떨어지는 것이다. 다른 식물에서 일어나는 일과는 정반대다.
현재의 세이셜섬이 약 6500만 년 전인도에서 분리되었을 때, 야자는 종자를 퍼뜨릴 운반체를 잃었다. 그 순간부터 씨앗은 땅에 떨어져 그대로 그곳에 머불렀다. 결과적으로 어린나무는 부모의 나뭇잎 그늘 아래에서 성장하는 데 적응해야 했다.
어린 나무는 어미나무 가까이 떨어지면서 부모와도, 그 옆에 떨어져 발아한 씨앗들과도 경쟁해야 했다. 이러한 조건에서 씨앗이 클수록 에너지 보유량이 많아지므로 그만큼 생존 가능성도 높아졌던 것이다.
4장 시간을 여행하는 나무들
시간 여행자들, 식물들 특히 수목(나무)
9560세인 독일가문비나무, 올드 디코
뿌리는 죽지 않고 계속 살아 있는 상태에서, 500-700년마다 나무의 몸통을 재생하는 행위는 이 식물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한 수령을 보장하는 메커니즘 중 하나다. 농업이라는 새로운 산업이 발명되었을 때인 1만 년 전부터 살고 있었다.
미국 유타주의 판도pando 수령이 8만 살에 달하고 43만 제곱미터의 사시나무숲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 지구 최대의 생물체. 모든 유전자가 완벽하게 동일한 복제 나무들이며, 수만 그루의 나무가 땅 밑에서 하나로 이어진 단일한 유기체로 구성되어 있다. 8만년 전 최초의 네안테르탈인이 유럽에 출현했고 호모 에렉투스는 아직 멸종되지 않았으며, 호모 사피엔스는 그로부터 4만년이 지나야 등장했다.
겟세마네 동산에도 지사아에서 예수의 마지막 시간을 지켜본 목격자인 올리브나무들이 살고 있다.
많은 나무가 과거에서 온 진정한 시간 여행자 역할을 하며 우리가 역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증언을 해주고 있다.
또한 식물은 먼 미래까지 자신의 대표주자들을 보낼 수 있는 든든한 에이스 군단을 갖추고 있다. 그 지원군은 씨앗이다. 연구자들은 이 생존 갭슐이 가장 열학한 조건에서도 살아 있는 배아를 보호할 수 있는 완벽한 초자연적 특성으로 본다.
01 우여곡절 끝에 싹을 틔운 얀 티링크의 씨앗들
얀 티링크Jan Teeerlink 차와 실크를 교역하는 네덜란드 상인.
이모 엘리자베스'베재' 울프 베커(Elisabeth Wolff-Bekker, 원예, 정원 디자이너, 유명 여류작가)에게서 식물이 지닌 아름다움과 효용성을 사랑하는 법을 배움.
1803 얀 티링크는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직원으로서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으로 긴 여행.
케이프타운 중심에 있는 검퍼니스 가든을 방문. Company's Garden. 동인도회사가 설립한.
본국으로 회향하는 배에 필요한 채소와 과일을 생산할 수 있는 농장 역할을 함.
씨앗을 갖고 귀국길에 올랐으마, 티링크가 탄 배가 전쟁 중 영국 해적에게 나포됨. 영국 해군 고등재판소로 거쳐 얼마 후 런던 타워로 보내짐. 그후 버려졌다가 수십 년 전에야 영국 국립문서보관소로 이관됨. 지난 200년 동안 묻혀 있던 그 서류 가방을 네덜란드 왕립도서관의 연구원잉 발견함. 32종의 씨앗중 3종이 발아되었고, 2종은 건강하고 생기 넘치는 원기 왕성한 식물로 자람. 2013년 이 식물은 일부 전달되어 아프리카 게이프타운의 커스텐보시 국립식물원으로 '송환'되었다.
02 2천년 만에 부할한 마사다의 대추야자
점토 항아리 안에 저장되어 있던 대추야자Phoenix dactylifera 씨앗이 발견됨.
이 고대의 씨앗은 자연의학연구소 연구자들이 아니었다면 영원히 살아졋을 것이다. 2005년 그들은 고고학 발굴 중에 발견한 이 씨앗들을 약 2천 년의 시간을 거슬러 되살아나 발아할 수 있으리라는 터무니없는 가설을 세운다. 3개의 씨앗중 하나가 발아함.
03 극한에서 온 씨앗
소련 시베리아, 콜리마 지역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지역.
극저온의 추위는 유기체를 죽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유기체의 부패를 막아주기도 한다. 실제로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은 특정 깊이의 땅속이 수만 년 동안 영하의 동결 상태로 있는 토양층이다. 사체는 연중 내내 영하의 조건에서 잘 보존된다. 따라서 그 사체의 세포조직에서 생명체의 부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과거 동식물의 잔존물을 찿고자 하는 희망이 헛된 것만은 아니었다.
영구 동토층은 많은 멸종동물 종을 캐낼 수 있는 아주 귀중한 정보의 광산으로 밝혀졌다.
동물 복제보다 수십 배나 더 높은 수준으로 멸종된 식물종에 생명을 되찾게 해줄만한 가능성이 있음에도 영구 동토층에 보존된 씨앗이나 식물을 찾는 데 관심을 쏟는 연구진은 거의 없다. 대중은 오로지 동물에만 관심이 있다.
영구 동토층 내, 다람쥐가 판 땅굴, 3만 9천 년 전의 씨앗과 열매가 가득한 저장고임. 씨앗에서 옛 식물을 되살리려는 노력 대신, 동물로 치면 태반조직과 같은 열매의 조직을 채취해 배양액에서 키움. 배양액 속에서 조직이 싹을 틔우자 이를 일반 토양에 옮겨 심었고 어린 실레네 스테노필라Silene stenophylla는 잘 자라 꽃을 피우고 번식력 있는 열매가지 맺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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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 동토층은 재생되기를 기다리는 식물종의 동결된 씨앗과 열매들로 가득한 곳이다. 멸종된 많은 종이 그들의 귀중한 유전적 자산을 간직한 채 영구 동토층에 존재하고 있을 수 있다. 그들을 삶으로 되돌리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5장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나무들의 생존법
외로운 나무를 문학적으로 토포스topos의 대표주자라고 표현한다. 여기서 토포스는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불운의 화살에 맞서 저항하는 불굴의 인간을 상징한다.
외로운 나무가 존재하는 것은 모순이다. 어떻게 보면, 각자의 독립된 외로운 생명체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모순인 셈이다. 생명을 유지하려면 다른 생명체뿐만 아니라 동종의 개별 개체들과 함께 공동체를 이뤄야 한다.
비극적인 운명은 멸종 위기에 처한 소수 개체, 심지어는 한 개체로 줄어드는 것이다.
01 인류세의 시작점을 알려준 캠벨섬의 가문비나무
지구상 최남단에 위치, 캠벨섬. 뉴질랜드 남극 연안.
위도상으로도 절대 온화한 기후가 아님. 태앙이 거의 비치지 않는다. 평균기온 섭시 7도, 비가 아주 많이 내림. 연간 100일 이상 시속 100킬로미터가 넘는 돌풍이 분다. 캠벨섬의 식생은 툰드라의 대표적인 특징을 보임.(영구 동토가 있는 한랭한 지역) 이끼와 지의류(단일 생물이 아니라 곰팡이와 조류가 서로 도움을 주며 살아가는 공생 생물로서 지구상 어디에든 살 수 있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님), 초본 식물이 서식하며 관목이 적고 키 큰 나무가 없음.
그러나 외로운 통치자 시트카 스프루스가 바로 그것. 가장 큰 가문비나무속 종으로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나무''로 기네스북에 등재됨.
시트카 스프루스의 첫 개체는 가장 가까운 서식지 오클랜드 제도에서 200킬로비터 이상 떨어진 캠벨섬에 어떻게 당도했을까? 1897년-1904 뉴질랜드 총독을 지낸 억터 존 마크 녹스, 그 섬을 목재 생산지로 만들기로 결정함. 영국에서 자라고 있는 수백 그루의 나무를 가져다 심음.
출생연도가 1902년으로 추정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시트카 스프루스는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장소 중 한 곳에서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이 단일 식물에 대한 연구 결과 덕분에, 1965년 새로운 지질 시대 개념인 인류세가 탄생했다.
인류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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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연대표는 지구 표면에서 지각이 형성된 이후부터 현세까지의 지질시대 경계를 나누기 위해 국제 과학계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지구가 탄생한 이후 오늘날까지, 지구 생애의 매 순간은 정확한 지질연대 단위로 설명된다.
지질연대 단위의 구분:
누대eon, 수십억 년
대era, 수억년
기period, 수천만 년
세epoch, 수백만 년
절age, 수천년
우리는 현생누대 신생대 제사기의 홀로세에 살고 있다. 이는 일종의 집주소이며, 특히 중요한 순간들을 기점으로 우리 행성의 생애를 정확하게 정리할 수 있게 해준다.
지질시대를 식별하는 중요한 요소,
1. 지구상에 엄청난 큰 변화가 일어나서 기, 세 등으로 구분 지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경우
2. 행성 전체에서 뚜렷한 물리적 흔적이 남아 있는 경우.
지질연대의 일부 단계는 대량 멸종과 같은 대규모 사건에 의해 결정된다.
예. 중생대 백악기 --- 신생대 고제삼기의 경계, 소행성의 직접적인 충돌로 이난 공룡 대멸종.
백악기 막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1센티미터 두께의 얇은 진흙층을 발견했다. 그 진흙층에서는 지표에서 매우 드물게 산출되는 희귀 원소이자 운석에서 흔히 보이는 고농도의 이리듐이 검출되었다. 이후 지구 전역에서 이 진흙층이 발견됨. 6600만 년 전, 지구를 강타한 소행성은 지층에 지울 수 없는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 이는 두 지질시대 경계의 전환을 보여줌.
지질시대를 구분하는 기준은 일단 지구 전체에 일어난 사건이어야 한다.
인류세, 현재 지질시대는 토양에서 기후와 생태계에 이르기까지 전부 관여함으로써 지구의 환경 체계를 급격하게 변화시킨 인류 활동으로 특정된다.
1만 1700년 전부터 지금까지 지구는 공식적으로 홀로세이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는 인류의 활동이 지구 환경을 돌이킬 수 없를 정도로 파괴했으므로 결국 현재의 지질시대를 인류세라고 불러야 한다고 분명하게 말한다.
인류세의 증거는 도처에 널려 있다.
자본세라는 용어를 사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6번째 대멸종(종 멸종률의 가속화, 생물 다양성 감소, 기후변화, 오염률의 기하급수적 증가)
지구 시스템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이러한 인류의 활동은 언제 시작되었을까? 네 가지 견해.
1만년전 농업의 시작,
16세기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과 대항해시대,
산업혁명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
제2차 세계대전 후 원자력 시대
2018년 시트카 스프루스는 유명한 증거가 됨. 나무가 매년 생산하는 나이테에 존재하는 방사성동위원소 탄소-14의 양을 분석한 결과, 1950년에서 1960년대 사이 북반구에서 수행된 핵실험에서 비롯된 방사성동위원소의 최고값을 발견함. 탄소-14 최고값의 연대는 1965년 12월로 측정됨.
이 최고값이 완전히 오염되지 않은 서식지에서 자란 나무의 목재에서 발견되었다는 것과 탄소 -14를 생산한 원천에서 아누 먼 곳에서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인가의 개입이 지구 환경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명백한 증거다. 방사성동위원소 탄소-14는 5만 년 이상 보존되어 수만 년 후의 미래의 과학자들도 이를 발견할 수 있다.
도저히 나무가 자랄 만한 땅이 아닌 곳에서 자라는 외로운 나무 덕분에 우리는 인류세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잇는 대사건의 증거를 얻었다.
6장 멸종동물에게 생존을 맡긴 시대착오자들
01 멸종 직전에 구원받은 생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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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학자는 인간의 아메리카 대륙상륙이 수천만 년 동안 그 땅을 밟고 살아가던 동물들의 갑작스러운 멸종을 유발한 원인이라는 데 만장일치로 동의 한다.
약 1만 3천 년 전 북아메리카에서만 메가파우나(체중이 44킬로그램 이상인 동물)로 묘사할 수 있는 33종의 포유류가 멸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인간은 사냥을 통해 지구상에서 모든 대형 초식 동물을 제거해나갔다. 그들은 포식자로서 초식동물 제거 작업이라는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고, 그로 인해 파생된 일련의 사건들로 결국 초식동물들은 단 한 마리도 남지 않았다. 식물 또한 동물과 비슷한 재앙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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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동물보다 적윽력이 뛰어나지만 많은 식물은 메가파우나가 사라짐과 동시에 멸종되었다. 그런데 동물의 멸종으로 심한 타격을 받고도 살아남은 식물들이 있다.
. 오세이지 오렌지 osage orange
미국의 식물 육종가들이 생울타리와 펜스용으로 선화하게 됨.
. 아보카도
오늘날 미국에는 아보카도 열매를 통째로 삼킬 수 있는 초식동물은 존재하지 않지만, 1만 3천년 전까지만 해도 그런 동물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그들의 멸종과 더불어 아보카도는 돌연히 주요 파트너를 잃게 되었다. 전혀 에상치 못한 동물인 재규어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아보카도의 지방질 과육에 매료된 이 육식동물은 훌륭한 운반체로 판명되었다. 재규어를 비롯한 몇몇 임시 운반체 덕분에 아보카도는 목숨을 연명했지만, 그럼에도 아보카도의 감소 추세는 막을 수 없었다. 완변학 보급자인 인간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계속해서 줄어들다가 멸종에 이르렀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아보카도의 삶은 탄탄대로일까? 그렇지 않다. 인간에게도 열매의 씨앗은 성가신 존재였다. 이미 과거에 바나나, 포도, 토마토, 감률류 등 인간과 경솔하게 제휴한 종들에게 일어났듯, 아보카도 역시 시장의 구미에 맞게 씨 없는 열매로 전략할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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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게 씨앗 생산 능력을 박탈하면, 식물은 어떻게 어디서 얼마나 복제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식품산업의 노예일 뿐, 더 이상 생명체가 아니다. 단순한 생산수단이 되는 것이다. 나아가 이것만으로는 인간의 성에 차지 않았다. 씨 없는 식물은 더 이상 유성생식이 아닌 식물의 생장만을 통해 어미나무와 유전적으로 동일한 클론을 생산하면서 복제할 수 있다. 종의 유전자 다양성이 사라지고 소수의 개체만이 수백만 번 번식된다.
바나나의 예. 씨없는 바나나
2017년 영국, 칵테일 아보카도, 씨없는 아보카도 판매함
02 도도새와 탐발라코크 나무의 특별한 관계
모리셔스 섬
수백만 년 동안 방해받지 않고 평행진화한 동식물로 가득한 특별한 역사를 갖는다.
1598년 네덜란드가 모리셔스에 첫 정착지를 세움.
도도새,
덩치가 큰 육식 포식자가 없는 세상에서 새들은 비행 능력을 잃어 몸집이 커지고 느릿느릿 걸으며 육지에서 살도록 진화됨.
네덜란드인의 정착 후 1세기가 채 되기도 전에 모리셔스 도도새의 전체 개체수가 절멸됨.
도도새의 멸종은 탐발라코크나무에 영향을 끼쳤음이 분명하다. 대부분 지역을 사탕수수와 코코넛야자 재배지로 바꿔 도도새의 원서식지를 파괴하는 것은 탐발라코크 나무에도 멸종의 수순으 밟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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