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적 관점에서 본 여성주의 인식론_고미송

고통의 문제

백_일홍 2015. 11. 13. 11:15

" 나는 여성주의자로서의 정체성과, 구도자로서의 정체성 사이에서 분열되었다. "


" 대부분의 사회운동에 참여하게 되는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음을 인식하게 되고 이러한 고통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실천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된다. "


" 그런데 나는 특정고통이 억압으로 표현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하게 되었다. 억압으로 인식된 것에 대해서는 분노하게 되지만, 억압이 아닌 고통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사별을 해야 할 때에, 탓할 대상이 없지만 그렇다고 고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생로병사와 같은 자연적인 고통이나, 오직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상황은 얼마든지 있는데 이러한 경우의 고통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 특정한 고통이 아니라 고통 그 자체의 발생원리를 이론화하고 해결하는 해답을 찾을 경우 결국 마음을 주제로 하는 담론이나 소위 종교에서 답을 찾아야만 했다." 


"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고통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을 제시하는 종교적 논의들은 이분법을 넘어서야 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이나 '일체유심조'와 같은 말은 주체와 객체를 분리된 것으로 보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 


" 결국 두 가지 정체성이 양립이 되지 않았던 이유는, 여성주의는 이분법을 유지하는 실천으로 이해되는 반면에 구도자의 수행은 이분법을 넘어서기 위한 실천이라는 점에서 상반되었기 때문이다 " 


" 이분법을 유지하면 고통이 근본적으로 사라지지 않고, 이분법을 넘어서면 억압적인 체계들을 용납하는 일이 된다는 점에서 딜레마로 보였다."


" 나는 불교사상을 통해 이 딜레마를 해결하고자 하였고, '함이 없이 행하는' 실천이 되었을 때 이 문제가 풀린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p.10


<<불교적 관점에서 본 여성주의 인식론>> 머리말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