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위대한 전환 (1)

백_일홍 2024. 11. 13. 15:13

위대한 전환:

지금 우리가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데이비드 코튼


서문, 프롤로그, 제1부

한국어 판 서문 

이와 관련해, 풀리지 않는 질문이 자꾸만 떠올랐습니다. 대체 무엇이 인간으로 하여금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모든 살아있는 존재가 궁극적으로 의존하는 "살아있는 지구공동체'에 이토록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올 선택을 하게 만드는가? 이제 전지구적으로 상호의존적인 종이 된 인류가 더 나은 선택을 하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가? 23 

《위대한 전환》에서 저는 인간 역사 중 지난 5000년의 거의 모든 기간 동안 권위주의적 통치를 지탱하고 지원해온 기저의 심리적 과정을 탐구했습니다. 또한 인류로서 우리가 진정으로 생명에 복무하는 생태적 문명으로 전환할 잠재력을 갖도록 인간정신을 성숙시키는 길이 무엇일지 고찰하고자 했습니다. 24 


프롤로그: 가능성을 찾아서 


그래도 위기는 계속 심화되었고, 나는 『기업이 세계를 지배할 때』에서 다룬 현상이 훨씬 더 깊은 역사적 패턴의 최근 형태에 불과하며 경로를 바꾸려면 글로벌 기업이 자신이 일으킨 사회적, 환경적 결과에 책무를 지게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이 필요하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위대한 전환: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는 그 "더 깊은 역사적 패턴'에 대한 책이다. 지난 5000년간 인류가 밟아온 잘못된 방향에 대해 이 책이 간단한 해법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잘못된 방향이 불가피한 운명은 아니었으며 오늘날 인류가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긍정적인 미래를 일굴 길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는 점만큼은 명백히 설명하고자 했다. 그런 면에서, 『기업이 세계를 지배할 때』가 희망적이었다면 『위대한 전환』은 더욱 희망적일 수 있을 것이다. 41 

점차로 나는 이 패턴이 시스템의 모든 수준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해외 원조 시스템 자체도 자신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사람들이 느끼는 필요에서 지구 반바퀴나 떨어져 있는 본부의 글로벌 관료제로 통제력을 넘기고 있었다. 또 글로벌 경제의 주요 기관들은 의사결정의 권한을 지역공동체와 지역민들에게서 떼어내 자신의 결정이 지역에 유발할 사회적, 환경적 결과를 인식하지 못하는 거대 기업과 금융기관으로 넘기고 있었다. 이러한 패턴이 지구상의 모든 곳에서, 또 조직의 모든 수준에서 벌어지고 있었다.48 

마닐라에서 일하던 1990년에 나는 필리핀 동료들과 함께 민중중심 발전포럼People-Centered Development Forum'을 만들었다. 공적 원조 정책의 파괴적인 결과를 알리기 위해 일하던 사람들이 각자 고립적으로, 또 종 종 수세에 몰린 채로 활동하는 것을 넘어 서로를 돕기 위해 만든 네트워크있다. 연구와 분석을 할수록, 미국이 전에 내가 생각했던 글로벌 자선 국가가 아니라 지극히 파괴적이고 반민주주의적인 개발 모델을 주동하는 주범임이 점점 더 분명해졌다. 49 

이어서 1994년에 국제 교역과 국제 투자의 양상을 우려하는 활동 가들의 모임에 초청을 받았다. 이 모임은 "세계화에 관한 국제 포럼 International Forum on Globalization, IFG"의 창립으로 이어지게 된다. 글로벌 거대 기업이 촉진하는 "무역[교역]" 협정들이 교역을 자유로워지게 하 는 데보다는 공공에 대한 책무로부터 기업을 자유로워지게 하는 데 관 심이 있다는 점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모임이었다. 대개 무역 협정은 지역공동체가, 심지어는 국가마저도 자신의 경제적, 사회적 우선순위를 결정하지 못하도록 체계적으로 역량을 박탈하면서 그러한 결정의 권한을 글로벌 금융가와 거대 기업 CEO와 국제무역 법률가들의 손에 넘기 고 있었다. 50 

1999년 11월에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에 맞서서 이곳이 진행하는 비밀스러운 협상을 교란하기 위해 5만 명이 시애틀을 가득 메우고 시위에 나서면서, 글로벌 저항 운동이 많은 사람들에게 가시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또한 이 시위는 평범한 사람들이 기업권력에 대적할 때 생각만큼 무력하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때 이후로 기업 지배층과 그들의 법률가들은 무역협정으로 민주주의를 제약하고자 시도할 때마다 대대적인 시위에 맞닥뜨려야 했다. 종 종 경찰이 폭력 진압으로 대응했는데, 이는 역사에서 무수히 반복되어온 현실을 많은 이들이 다시금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민주주의를 운운하는 온갖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재산의 권리와 사람의 권리가 충돌할 때면 공권력은 대개 재산의 권리 편에서 움직인다는 현실 말이다. 51 

단순하게 말해서, 기업이 주도하는 경제적 세계화의 기저에는 경제에 국경을 없애고 시장에 규제를 없애서 제약받지 않는 시장의 힘에 의해 경제의 우선순위가 결정되고 자원이 배분되고 성장이 추동되게 할 때 인간의 진보가 가장 잘 달성될 수 있다는 이론이 깔려 있다. 얼핏 들으면 탈중심화를 말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국경과 규칙이 없는 시장은 지역공동체와 지역민들의 자기결정권과 자유를 희생시키면서 가장 거대하고 경제적으로 가장 강력한 행위자들의 자유를 압도적으로 증가시키며 따라서 이들이 한층 더 거대하고 강력해지게 만든다. 거대기업과 금융시장의 핵심 행위자들이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의 과실을 가져가며, 그들의 결정이 환경과 사람들에게 일으키는 비용은 지역공동체에 떠넘겨진다. 52 

이러한 목적을 염두에 두고, 1996년에 새러 반 셀더Sarah van Gelder 및 몇몇 동료와 함께 "긍정적인 미래 네트워크Positive Futures Nerwork, PEN"를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예스!: 긍정적인 미래 저널YES! A Journal of Positive Futures」이라는 잡지를 펴내는데, 창조적인 사회 혁신가들의 사례를 널리 전함으로써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각성을 촉진하고 사람들의 참여를 독려하며 더 많은 연대를 일구는 것이 목표다. 53 

그러던 중, 뛰어난 여성 생물학자 두 명을 알게 되었다. 미생물학자 호매완Mae-Wan Ho과 진화생물학자 엘리자벳 사토리스Elisabet Sahtouris로 이들은 생명이란 근본적으로 협력적이고 지역에 뿌리를 두면서 스스로 연결되고 조직화해나가는 실체이며 각 개체는 지속적으로 개체의 이해 관계와 전체의 이해관계 사이에 균형을 잡아나간다는 점을 밝히면서, 완전히 근본적인 수준에서 생명을 연구하고 있었다. 내가 찾던 생태계 모델이 바로 여기 있었다. 생명은 수십억년 동안 협력적이고 지역에 뿌리를 둔 자기조직화의 장점을 터득해왔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에게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역량이 있지 않을까? 54 


창발을 통한 변화 

하지만 나는 방법론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고전하고 있었다. 기업 주도의 글로벌 경제 시스템을 살아있는 지역경제에 토대를 둔 공동체 주도의 지구적 시스템으로 가장 잘 전환시킬 방법은 무엇인가? 그러던 중 2001년 초에 에살렌 연구소Esalen Institute의 초청 세미나에 참석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엘리자벳 사토리스와 생체모방 개념을 주창하는 생물학자 재닌 베니우스Janine Benyus가 발표를 하기로 되어 있었다. 사토리스와 베니우스는 숲 생태계의 진화에서 볼 수 있는 천이succession 과정이 경제적 전환에 한 가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숲 생태계의 형성 초기인 식민화 단계에서는 주로 빠른 성장과 공격적인 경쟁을 특징으로 하며 거쳐 지나가는 종들이 숲을 구성한다. 하지만 차차 더 인내심 있고 협력적이며 그 숲에 정착하고 에너지 효율적인 종들이 나타나 이전의 종들을 대체하고 성숙 단계의 숲 생태계를 구성하게 된다. 56 

이어서 전 세계 수백 곳의 단체와 수천 명의 개인이 참여하는 논의의 장을 조직하기 위해 민간 위원회가 꾸려졌고 이를 통해 전세계적인 합의를 지어나가는 과정이 한층 더 진전되었다. 그리고 이는 "지구헌장" 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상호의존성 선언Declaration of Interdependence"이라고도 불리는 지구헌장은 지구공동체의 네 가지 커다란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첫째, 생명 공동체를 존중하고 보호한다. 둘째, 생태적 온전성을 추구한다. 셋째, 사회 경제적 정의를 추구한다. 넷째, 민주주의, 비폭력, 평화를 추구한다. 지구현장은 우리가 서로에 대해, 또 살아있는 지구에 대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책임의 선언이기도 하다. 59 

시대에 이름 붙이기, 이야기를 바꾸기

또 다른 참가자인 필리핀의 시민운동 지도자이자 전략가 니카노 펄라스Nicanor Perlas는, 이 전환을 진전시키는 데서 시민사회가 갖는 강점은 진정한 문화적 가치가 갖게 마련인 도덕적인 힘에서 나온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닫게 해주었다. 펄라스 덕분에 나는 현재의 제도가 갖는 경제적, 정치적 지배력은 현실과 동떨어진 가치와 믿음으로 사람들 사이에 문화적 최면 상태를 지속시키는 능력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가짜 문화의 최면을 깨뜨려서 진정성이 결여된 문화의 가치를 돈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생명에 대한 사랑에 기반한 진정한 문화의 가치로 대체한다면, 사람들은 삶의 에너지를 그에 맞게 재조정할 것이고 생명을 지원하는 새 시대의 제도를 일구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핵심은, 우리가 스스로를 규정하는 데 사용하는 "이야기"를 바꾸는 것이다. 물론 말이 쉽지 실제로 이루는 데는 어려움이 많겠지만, 나는 이것이 전략적으로 매우 강력한 통찰이라는 점을 계속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60 

제국의 유산을 직시하기

이 논문을 쓰면서 우리는 또 다른 동료인 문화역사학자 리안 아이슬러Riane Eisler의 연구에 주목하게 되었다. 아이슬러는 고전 반열에 오른 역작 『성배와 칼The Chalice and the Blade』에서 인간 사회의 두 가지 조직 원리인 "지배자 모델"과 "파트너십 모델"사이의 갈등을 긴 역사적 맥락 위에 놓고 이를 젠더 관점으로 분석함으로써, 정의, 평화, 환경을 위해 우리가 벌이고 있던 정치적 싸움이 훨씬 더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음을 드러내주었다. 아이슬러의 시간 단위로 보면 내가 30년간 현장에서 목격했던 동학, 즉 창조적 잠재력을 억압하는 동학은 사실 지난 5000년간 가족부터 국제사회까지 인간 사회 조직의 모든 수준에서 계속되어온 패턴이었다. 아이슬러는 이 비극의 기원을 먼 과거에 남성성이 여성성을 종속시키고 지배자 원칙에 기반한 조직 양식이 파트너십 원칙에 기반한 조직 양식을 밀어내었던 과정에서 찾았다. 아이슬러의 연구가 우리의 투쟁과 어떻게 관련되는지 깨닫고 나니 우리가 다루고 있는 사안 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깊은 역사적 뿌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명 백해졌다. 이 깨달음이 『위대한 전환』을 집필하는 계기가 되었다. 62 

주장의 개요
63~67 

이 책에서 다루는 사안은 전지구적이고 보편적이지만 나는 분석의 초점을 미국에 두기로 했다. 미국은 위대한 전환의 절박한 과제와 관련해 가장 큰 어려움에 직면해있는 나라다. 자신의 여력을 이렇게나 많이 넘어서서 지출하는 데 버릇이 들어있는 나라는 없다. 자신이 특별한 미덕과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으로 이렇게나 가득 차 있는 나라도 없다. 정치 지도층이 전지구적인 현실에서 이렇게나 동떨어져있고 자신의 행동이 일으킨 결과에 대해 이렇게나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는 나라도 없다. 미국의 전지구적인 영향력을 생각하면, 현재의 절박한 과제에 미국이 제국의 논리로 대응하느냐 지구공동체의 논리로 대응하느냐는 모든 나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67 


제1부 
우리는 미래를 선택할 수 있다

1장 제국과 지구공동체라는 선택지 

경합하는 두 내러티브(제국과 지구공동체)는 문화마다 신에게 어떤 속성을 부여하는지 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 쪽 극단에서는 노여움에 종종 휩싸이는 제국의 신이 배타적인 충성을 요구하고, 하나의 민족을 다른 민족보다 선호하며, 자신의 피조물에서 멀리 떨어져 존재하면서 자신이 정한 지상의 대리인을 통해 피조물을 통치하고, 자신을 믿지 않는 자와 적에게 끔찍한 보복을 가한다. 다른 쪽 극단에서는 모두에게 사랑을 베푸는 지구공동체의 신이 성별을 초월해 존재하는 살아있는 영혼으로서 만물에 내재하며 창조의 모든 면에서 스스로를 발현한다. 

사랑과 두려움 모두 중요한 인간 본성이며 우리의 온전한 발달에 꼭 필요하다. 사랑은 응집을 가능하게 해주는 영적인 요인으로, 우리가 생명의 창조적인 가능성에 마음을 열게 해준다. 두려움은 실질적인 위험에 대해 경고하고 관심을 환기시켜서 우리가 생존에 꼭 필요한 점들을 간과하지 않게 해준다. 그러나 두려움은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방어 적인 힘이기도 하지만, (심지어는 사랑하는 대상에 대해서까지) 매우 폭력적이 될 수 있는 역량을 일깨우는 힘이기도 하다. 사랑과 두려움의 긴장을 어떻게 해소하는가는 우리가 가게 될 경로와 우리의 정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구공동체의 핵심인 평등한 시민적 참여와 급진적 민주주의는 상호신뢰, 책임, 돌봄을 중심으로 하는 성숙한 감수성에 달 려있다. 87 

제국의 문화적, 제도적 시스템은 지배 계층이 자원을 독점하도록 지원한다. 그리고 지배 계층의 삶은 지배 위계의 꼭대기 자리를 두고 벌이는 경쟁으로 소모된다. 권력 투쟁이 그치지 않고 여기에는 종종 배반이 따르기 마련이므로, 인간 관계는 상당한 불신, 두려움, 표리부동의 특성을 띠게 된다. 두려움은 제국의 친구다. 확실성과 통제, 그리고 구조화된 관계를 원하는 심리적 욕구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는 아래쪽 사람들이 입을 다물고 따르는 쪽을 택하도록 유도한다. 88 

많은 문화권에서 여성이 파트너십의 관계를 육성하는데 특화되는 방향으로 사회화되는 경향이 있었으므로 지구공동체의 가능성을 인식하는 것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쉬울 수 있다. 사실 제국의 병리는 상당 부분 여성성을 억압하는 데서 나온다. 아시엔다 산타 테레사 사례에서 중요하게 볼 수 있는 변화 하나는 남성만 살던 숙소를 가족이 살 수 있게 바꾸어서 아내와 아이들도 목장 사회에 포함될 수 있게 한 것 이었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더 균형 잡힌 남녀 관계로의 전환이 이뤄 지고 있는데, 이는 인류의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갖게 해주는 중요한 원천이다. 92 


마지막의 자유

빅터 프랭크,
"선택의 여지는 언제나 있었다. 매일, 매시간, 결정을 내릴 기회가 주어졌다. 그것은 당신이 당신의 자아 자체를, 즉 당신의 내면의 자유를 박탈하겠다고 위협하는 권력에 굴복할 것인가 아닌가를 판가름하는 결정이었다. 당신이 환경의 노리개가 되어 존엄과 자유를 버리고 전형적인 수감자의 모습이 되어갈 것이냐 아니냐를 판가름하는 결정이었다.... 

사람은 단순히 존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존재가 되어갈지, 바로 다음 순간에 자신이 어떤 존재가 될지에 대해 늘 결정을 내린다." 94 

프랭클에 따르면, 어떤 수감자는 맹렬히 간수의 비위를 맞추려 하면서 동료 수감자를 고자질하고 수용소 내의 관리자, 요리사, 재고 관리자, 치안 담당자 역할을 맡았다. 그러한 지위에서 그들은 동료 수감자에 대한 임의적이고 모욕적인 취급에 가담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수감자는 결연히 자신의 존엄과 인간성을 지켰다. 그들은 "숙소를 돌아다니며 다른 이들을 위로하고 자신이 가진 마지막 빵 한 조각까지 나눠주었다. 숫자로는 소수였을지 모르지만, 모든 것을 빼앗아가더라도 인간에게서 단 하나만은 빼앗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기에는 충분하다. 그 하나는 인간의 자유 중 가장 마지막의 자유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태도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자신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는 자유 말이다. 95 

☆ 1장 정리:
제국과 지구공동체는 국가 간 가족 구성원 간, 일터의 동료들 간 또 그밖에 사회의 모든 수준에서 인간 사이의 관계가 조직되는 양식의 두 가지 모델을 일반화한 명칭이다. 제국은 지배 종속 위계로 질서를 조직한다. 여기에서는 권력이 상류층에 독점적으로 집중되어 아래로부터 생명의 에너지를 뽑아가고 따라서 나머지 사람들의 창조적 잠재력이 억압된다. 지구공동체는 공동체 전체와 구성원 개인 모두의 창조적 잠재 력과 복리를 높이기 위해 권력을 평등하게 분배하는 파트너십의 네트 워크를 통해 인간 관계의 질서를 조직한다. 두 모델 다 우리의 선택지 안에 있다. 최종적으로 그중 선택을 내려야 하는 것은 우리다.

냉소적인 사람들은 인간 사회가 파트너십의 원리에 따라 조직될 수 있다는 생각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역량 이상의 것을 꿈꾸는 이상주의적 난센스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폭력적이고 개인주의적이며 더 높은 선을 위해 협력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냉소주의자들은 우리의 본성이 수많은 가능성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채 즉각적으로 관찰되는 저차원의 가능성만 이야기하면서 더 높은 차원의 가능성은 간과한다. 우리는 더 높은 차원의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다. 하 지만 먼저 더 높은 차원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제2장 선택이 만드는 가능성 

의식을 깨우기

이 장에서 나는 인간 개체의 의식이 가장 미성숙한 수준부터 가장 성숙한 수준으로 발달해가는 경로를 다섯 단계로 살펴볼 것이다. ...이 다섯 단계의 설명은 위대한 전환에서 "의식의 정치"가 갖는 핵심적인 위치를 이해하기 위한 틀을 제공해줄 것이다. 101 

첫번째 차원: 마법 세계적 의식
두번째 차원: 제국적 의식
세번째 차원: 사회화된 의식
네번째 차원: 문화적 의식 
다섯번째 차원: 영적 의식

마법 세계적 의식도 그렇듯이 제국적 의식의 관점은 (전적으로는 아니라 해도) 주로 자기참조적self-referential이며 때로는 나르시스트적이기도 하다. 

제국적 의식은 다른 이의 관점을 파악하고 인정할 수 있지만, 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획득할 방법을 알기 위해서다. 충성심, 감사, 정의 등의 개념은 여기에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103 

사회화된 의식

사회화된 의식에서는 다른 이의 눈으로 자신을 보는 능력이 생긴다. 다른 이의 관점을 자신의 목적을 위한 계산 차원에서만 고려하는 제국적 의식과 달리 사회화된 의식은 공감의 능력이 있다. 즉 다른 사람이 경험하고 있는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그것에 신경을 쓸 수 있어서 다른 이들을 위해 자신의 필요와 욕망을 억누를 수 있다. 또한 사회화된 의식은 즉각적인 개인의 이해관계를 초월하는 집단의 이해관계를 인식할 수 있다. 

사회화된 의식은 규칙, 법, 적절하게 구성된 정치적, 종교적 권위 등이 사회적, 제도적 질서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다는 것을 점점 더 인정하게 되며 "규칙에 의한 게임"과 "법과 질서" 류의 도덕률을 내면화한다. 사회화된 의식의 관점에서 공정함이란, 사회가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보상하고 게으른 사람은 그 결과를 감수하도록 내버려 두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벌금, 수감, 처형 등으로 사회에 진 빚을 갚게 하는 것이다. 복잡한 관계의 시스템에서 어떤 계층의 사람들은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법의 올바른 쪽에 계속 있기가 매우 어려울 수 있다는 현실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므로, 사회화된 의식은 "회복적 사법"을 처벌받지 않고 규칙을 어길 수 있다며 규칙의 위반을 부추기는 격이라고 생각한다. 

사회화된 의식은 1차 준거집단을 통해 정체성을 형성한다. 성별, 나이, 인종, 민족, 종교, 국적, 계급, 정당, 직업, 고용주, 응원하는 스포츠팀 등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집단을 결사적으로 보호하려 하고 자기 집단에 대한 어떤 비판도 심각한 모욕으로 받아들인다. 죄책감과 부끄러움을 피하려는 노력에서 자신이 동일시하는 준거집단에서 문화적으로 규정된 도덕 규칙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에 집착하지만 그 규칙 자체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능력은 부족하다. 지배적인 문화 규범과 기대에 매우 잘 반응한다는 점에서, 사회화된 의식을 "동화된 의식"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준거집단이 규정하는 작은 세계의 관점으로 살아가는 "좋은 시민"의 의식이다. 이들은 확립된 규칙을 따르며, 자신과 가족과 공동체를 동화시키는 대가로 어느 정도의 품위 있는 삶을 기대한다. 이들은 어떤 문화적 프레임이 지배적이 되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가 제국을 향해 갈지 지구공동체를 향해 갈지를 판가름하게 될 스윙보터다. 105 

지배적인 문화와 제도에 매우 잘 적응하는 사회화된 의식은 전통적 인 의미에서 말하는 "좋은 시민"의 토대다. 하지만 광고, 프로파간다, 정치 선동에 영향을 받기 쉽고, 다른 사람에게는 인정하지 않을 권리를 자기 집단 사람들은 가져야 한다고 요구하려 들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106 

문화적 의식 

하지만 사회화된 의식에서 정체성이 충분히 탄탄하게 확립되어 있다면, 문화 자체가 사회적 구성물이고, 각각의 문화는 자신의 논리를 가지며, 상이한 문화적 "진리"들이 개인과 사회에 상이한 결과들을 가져오고, 지배적인 문화적 규범은 집합적인 선택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이것은 성찰된 도덕 원칙들에 토대를 둔 "진정한 도덕 의식'을 발달시키는 데서 근본적으로 중요한 단계다. 또한 이것은 문화적 혁신의 역량이 발달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제국적 의식이 자신의 안전과 이익을 지키고 증진해줄 법에만 주로 관심을 갖는다면 문화적 의식은 자신이나 자신과 비슷한 종류의 사람들만이 아니라 모든 이를 위한 정의에 관심이 있고 불의한 법은 고치거나 철폐하기 위해 노력한다. 

30세 이전에는 문화적 의식이 달성되는 경우가 흔치 않고 현대의 제국적 사회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평생 동안에도 달성하지 못한다. 기업, 정당, 교회, 노조, 심지어 교육 기관마저 문화적 의식을 적극적으로 독려하지 않는 것이 한 이유다. 이러한 기관들 각각은 저마다 구성원에게 충성을 요구하는 믿음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문제 제기하는 사람은 입지를 잃거나 완전히 거부될 수도 있다. 하지만 문화적 의식을 획득한 사람은 제국의 역기능적인 문화적 전제에 대해 문제 제기할 역량이 있으므로, 이 사람은 사회화된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기성의 사회적, 도덕적 질서에 위협이 된다고 여겨 억누르려 하는 문화적 성숙과 재생의 필수적인 엔진이 된다. 문화적 의식을 달성한 사람은, 포용적이고 생명을 긍정하고 모든 이를 위해 작동하는 종류의 사회가 가능함을 인정하는 "포용적 세계'의 관점을 갖는다. 이들은 "문화"를 우리가 의식적인 선택을 통해 바꿀 수 있는 사회적 구성물로 본다(4장에서 더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따라서 이들을 폴 레이Paul Ray와 셰리 앤더슨Sherry Anderson이 말한 "문화 창조자"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107


영적 의식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를 가장 높은 수준에서 표현하는 영적 의식은, 복잡하고 다층적이고 상호연결되어 있으며 지속적으로 펼쳐 지는 전체로서의 "창조'를 깨달았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한 바퀴를 돌아 자궁에서 경험한 하나됨의 감각으로 다시 돌아온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람, 동물, 식물, 바위 등 모든 것에 현현하는 창조 전체의 복잡성과 장엄함에 대한 풍성하고 섬세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하나됨의 감각이다. 자궁에서의 경험은 전적으로 수동적이다. 하지만 영적 의식을 달성한 사람은 계속해서 진화해가는 "통합적 세계"에 존재하며 "창조"가 스스로의 가능성을 실현해가는 지속적인 과정에서 그것의 적극적인 파트너 혹은 공동 창조자로 참여하는 데서 의미를 발견한다. 이들을 "영적 창조자'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107 

영적 의식은 갈등과 모순과 역설을 극복해야 할 문제로보다는 깊은 학습의 기회로 본다. 

문화적 의식에서 영적 의식으로의 전환도 생명의 가능성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추구하면서 다양한 사람 및 상황과 관련을 맺는 과정에서 획득된다. 이러한 만남 각각은 전에는 의식에 포착되지 않고 숨겨져 있었던 현실의 조각 들을 볼 수 있는 창문이 되어준다. 한때는 분절적인 조각으로 보였던 길들이 점차 한데 연결되면서 창조 전체가 영적으로 통합된 하나의 실체라는 깊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 

영적 의식으로의 전환은 인간 발달 과정의 최종점이 아니라 새로운 학습 기회로의 길을 열어주는 단계다. 심리학자인 존 프리엘John Friel과 린다 프리엘Linda Fricl이 언급했듯이 "노인들이 창조와 관계를 맺는 폭과 깊이는 경이로우며, 이것은 그가 삶의 경로를 거치는 내내 점점 더 나르시시즘을 기꺼이 벗어놓을 수 있어야만 생겨날 수 있다."5 

사회회된 의식의 눈으로 보면 영적 의식을 달성한 사람이 사회와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은둔 사색가로 보이기 쉽다. 어떤 집단이나 정체성에도 충성을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해석이다. 영적 의식은 일반적인 집단 충성심이 갖는 배타성을 초월해 전체와 그것의 수많은 구성요소들을 아우르는 포용적인 정체성을 갖고자 한다. 따라서 이것은 더 큰 전체로의 확장이다. 108 

영적 의식을 가진 사람에게는 전체에 창조적으로 봉사하는 삶이 주는 충족이 그 자체로 보상이다. 

영적 의식은 사회적 관계에 대해 전체론적인 관점을 가질 수 있으므로 응보적 사법이 정의롭거나 실용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무한한 보복의 연쇄를 불러올 뿐 개인이나 사회의 후생을 가져오지는 않기 때문이다. 영적 의식은 되도록이면 회복적 사법에 초점을 두고, 과거의 범죄자와 미래의 잠재적인 범죄자가 해로운 행동을 하는 것을 억지하면서 피해자가 온전히 회복되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갱생할 수 있게 하고자 한다. 제국적 의식과 사회화된 의식의 관점에서 보면 범죄자를 너무 무르게 대하거나 심지어는 범죄자의 편을 드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전체의 후생이라는 더 큰 개념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데 필요한 포용적인 시스템의 관점이 없기 때문이다. 109 

성인기에 발현되는 제국적 의식

제국의 의식이 성인기에 발현되면 자기참조적 도덕률에 의해 세상을 친구와 적으로 나누게 된다. 선과 악의 구분도 이와 비슷하게 자기 중심적이다. 선은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고 악은 자신의 이익과 충돌하는 것이다. 제국적 의식은 거의 모든 사안에서 "나의 세계"적 관점을 갖는다. 즉 매 상황을 자신에게 득이 되는 것이 무엇이고 손해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들은 강한 사람에게 아부하고 약한 사람을 착취하는 권력 추구자다. 

마법 세계적 의식과 제국적 의식이 성인기에 나타나면 아동기에 나타날 때보다 훨씬 복잡한 형태를 띤다. 이 두 종류의 저차원 의식 하에서 작동하는 성인은 공감에 기반한 윤리적 행동을 할 역량은 없더라도 복잡한 정치적 전략을 구상하고 실행할 수 있는 고도의 지적 역량은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또한 종종 이들은 매우 뛰어난 거짓말쟁이여서, 자신이 지지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대상에 맞춰 상대의 감정적, 도덕적 감수성에 부합하게 들리는 윤리적 주장을 만들어내는 데 달인이다. 자신의 개인적인 이해관계와 사회의 집합적인 이해관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지 못하며, 자신의 행동이 일으킨 결과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기가 유발한 피해에 대해 죄책감이나 후회를 느끼지 못하므로, 이들은 아마 자신이 속임수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조차 인정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이 진실이기를 원하는 것이 그들에게 진실이 된다. 자신의 거짓말을 진심으로 믿기 때문에 이들은 매우 진실되게 거짓말을 할 수 있다. 112 

도덕적,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제국적 의식에 고도의 지능이 결합되면, 마키아벨리적 정치 조작에 매우 능한 사람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 한 사람들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계획을 수립하고, 협상하고, 다른 이들의 마음을 조작하고, 전략을
세우는 데 매우 뛰어날 것이다. 

또한 이들은 지배자 권력을 개인의 이득을 위해 사용하는 데도, 자신의 이익을 위한 이기적인 행동을 더 큰 공동체를 위한 이타적인 행동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논리를 개발해 정당성을 부여하는 데도 매우 뛰어날 수 있다. 112 

제국적 의식 하에서 움직이는 성인이 사회경제적으로 낮은 계층 사람일 경우, 지배 계층은 일반적으로 그를 소시오패스라고 부르면서 감옥이나 정신병원에 가둔다. 그런데 제국적 의식 하에서 움직이는 성인이 사회 경제적으로 높은 계층 사람일 경우, 지배 계층은 그가 제국적 권력을 가진 정치 조직이나 기업 조직을 이끌기에 매우 적합한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제국적 의식 을 가진 사람들은 그러한 권력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가차 없는 경쟁의 판에서 오래 버티는 데 가장 강하게 동기부여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제국의 지배자 문화와 제도의 산물로서, 발달 과정상의 심각한 문제를 지닌 사람들이 제국의 문화와 제도를 위해 복무하는 사람이 된다. 114 

지구공동체의 심리학 

문화적 의식과 영적 의식은 전체를 위한 책임이라는 틀 안에서 인간이 가진 창조적인 자기주도력과 선택의 역량을 발현할 수 있다. 이러한 역량은 문화적 혁신, 민주주의, 그리고 인간 본성의 더 고차원적인 가능성의 토대가 된다. 잠재적으로는 모든 인 간이 닿을 수 있는 의식이지만, 개인이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공동체가 지원해야 달성될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이다. 

성숙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성찰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늘고 있다(4장에서 살펴볼 것이다). 

성숙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성찰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복잡성을 이해할 수 있고, 자신의 후생을 전체의 후생과 함께 생각하며, 임의적인 권력을 획득하는 데 관심이 없고, 광고나 프로파간다나 선동에 잘 휘둘리지 않는다. 그들은 매우 폭넓게 확장된 개인의 정체성 안에서 전체를 받아들이며,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공공선을 증진할 수 있는 기회들을 발견한다. 

가장 높은 수준에서, 그들은 지구공동체의 비전과 성숙한 민주적 시민의식의 지혜를 담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115 

제국의 문화와 제도는 심리적 미성숙과 역기능을 먹고 자라며 그것에 대해 보상한다. 그리고 세대를 이어 그러한 미성숙과 역기능을 재생산한다. 이를 통해 제국의 문화와 제도는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건강한 인간 발달과 창조적인 역량을 질식시킨다. 이것은 지난 5000년 동안 인간 사회의 만성적인 여건이었으며 오늘날 인간 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성숙한 상태로 이행할 수 있으려면, 우리의 본성 중 우리가 부인해온 어두운 면에 대해 개인과 사회 모두가 책임을 받아들이고 치유를 위한 상호 지원의 시스템을 창출해야 한다. 지배와 폭력에의 심리적 의존증을 벗어나는 데 필요한 정서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이러한 상호 지원의 시스템을 전지구적 차원의 알코올 중독자 재활 모임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118 

지구공동체가 갖는 강점

첫째, 인류의 잠재력을 온전히 실현하도록 이끄는 동력은 우리 본성에 내재되어 있다. 둘째, 상당수의 사람들이 이미 사회화된 의식을 달성했거나 그 이상을 달성했으므로 협소하게 정의된 개인의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공공선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셋째, 우리는 생태적, 사회적으로 절박한 과제에 직면해있다(3 장에서 상세히 설명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 시대 특유의 상황이며 우리가 더 고차원적인 잠재력의 가능성을 받아들이게끔 강제하는 요인이 된다. 넷째, 전지구적인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의 혁신과 상호의존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고차원 의식으로의 각성을 전례 없이 빠르게 일으키 고 있다(4장에서 상세히 설명할 것이다). 성숙한 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지배자 권력을 위한 투쟁을 꺼리는 경향이 있지만 제국의 지배에 도전하는 운동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는 강하게 매력을 느낀다. 119 

☆ 2장 정리:

어떤 이들은 인간이란 폭력과 탐욕의 삶을 살도록 운명 지어진 존재라고 주장하지만, 우리의 본성은 자신의 이익과 필요. 외에는 고려할 줄 모르는 범죄적 사이코패스의 행동부터 예수, 간디, 부처, 마틴 루터 킹 등이 보여준 지극히 사회적이고 영적인 감수성까지 매우 폭넓은 잠재력을 담고 있다. 태어났을 때 인간은 성인으로 기능하는 데 필요한 신체적 역량을 가지고 있지 않다. 성인으로 기능하기에 적합한 의식도 가지고 있지 않다. 인간 개체가 책임감 있는 성인이 되는 데 필요한 고차원의 도덕적, 감정적 상태로 성숙해가는 과정은 우리 삶에서 가장 굉장한 모험일 것이다. 아시엔다 산타 테레사 사례에서 보았듯이, 성숙한 의식의 달성에서 중요한 관건은 그것을 지원해주는 환경이 있는지, 그리고 성숙한 의식을 가진 멘토들의 지침을 얻을 수 있는지다. 

인간 의식의 다섯 가지 차원에 대한 모델은 인류가 가게될 정서적, 도덕적 성숙의 경로를 가늠해보게 해주는 틀이다. 낮은 차원인 마법 세계적 의식과 제국적 의식은 제국의 문화를 산출하며, 높은 차원인 문화적 의식과 영적 의식은 지구공동체의 문화를 산출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당되는 사회화된 의식은 무엇이 사회의 주류이냐에 따라 제국의 가치와 기대에도 적응할 수 있고 지구공동체의 가치와 기대에도 적응할 수 있다. 20세기 중반 이후 인간 조건이 극적으로 달라지면서, 인류의 앞에 지구공동체의 문화로 전환해야 할 절박한 과제가 생겨났고 동시에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생겨났다. 120 


제3장 우리 앞에 놓인 절박한 과제 

여기에 더해,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의 탈구와 절박해진 사람들의 테러로 인한 교란은 값싼 석유라는 보조금이 사라지면서 발생하게 될 결과를 한층 더 악화시킬 것이다. 규모를 줄이고 지역화하는 쪽으로 경제적 인센티브가 급격히 이동할 것이다. 높은 이동성보다는 각자 현재의 장소에서 삶을 계속 유지하는 쪽에 초점을 두게 될 것이다. 1만 2000마일(약 1만 9000킬로미터]의 공급망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은 유지 비용을 점점 더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고 따라서 에너지 효율적인 소규모의 지역적 생산이 더 유리해질 것이다. 살고 일하고 휴식을 취하고 필요한 것들을 사고파는 장소가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조밀하고 자립적인 공동체가 점점 더 강점을 갖게 될 것이다. 풍력, 태양열, 소규모 수력이 1차적인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경작 가능한 땅은 식량과 섬유 식물을 재배하는 데 쓰일 것이고 저투입 농경법이 사용될 것이다. 132 

거대한 착각

이 속임수의 핵심은 돈이다. 화폐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려면 "실질적 부"와 "금융적 부"의 차이를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실질적 부는 음식, 토양, 에너지, 지식, 기술, 숲, 아름다움처럼 실질적 효용이나 예술적 가치가 있는 것을 말한다. 지구의 자연 시스템은 모든 실질적 부의 토대다. 우리의 생명 자체가 그것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 시스템이 없다면 다른 모든 형태의 부도 있을 수 없고 인간의 노동과 기술도 있을 수 없다. 

이와 달리 화폐는 내재적인 유용성이나 예술적 가치가 없다. 화폐는 종이에 쓰인 숫자이거나 컴퓨터에서 전자적으로 추적될 수 있는 신호다. 이것은 사회적 관습에 의해서만, 즉 사람들이 그것과 실질적인 가치를 교환하기로 기꺼이 받아들이는 한에서만 가치를 갖는 회계상의 기법이다. 그렇지만 거의 모든 실질 가치에 접하는 데 화폐가 필요한 사회에서, 화폐는 화폐를 창출하고 분배하는 사람들에게 막대한 권력과 이득을 준다. 

클라우드 마인더들은 환경이 점점 더 훼손되던 바로 그 시기에 금융 자산의 빠른 성장에서 막대한 이득을 누렸다. 금융적 부가 증가하면서 그들은 지구와 사회의 실질적 부 중에서 점점 더 많은 부분을 자신의 몫으로 취할 수 있게 되었다. 금융적 부의 증가는 우리 모두가 부유해지고 있다는 착각을 만들어냈다. 실제로는 그 반대인데도 말이다. 일례로, 금융 자산의 가치에 대한 주요 지표 중 하나인 시가총액을 보자. 1977년에서 2003년 사이에 전 세계 주요 증권시장의 시가총액은 0.8조 달러에서 22.6조 달러로 증가했다." 이는 나머지 사람들에 비해 지배층이 갖는 구매력이 막대하게 증가했음을 뜻한다. 하지만 시가총액의 증가는 경제 정책들이 사회의 실질적 부를 사실은 고갈시키고 있는데도 거꾸로 증가시키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미국에서 어떤 형태로든 주식을 소유한 가구가 절반도 안 된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가장 부유한 1%가 전체 주식 가치의 42.1% 를 소유하고 있고 이것은 하위 95% 가구가 소유한 것의 총합보다 많다 [2002년 보고서 기준].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1%도 훨씬 안 되는 전 세계의 최상위 부유층 가구가 주식의 상당 부분을 소유하고 있을 것이다. 

불행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불평등의 진정한 함의를 놓치곤 한다. "돈이 곧 부"라고 생각하는 습관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사회의 권력 배분을 이해하려면 화폐적 부와 실물적 부를 구분해야 하지만 자본, 자산, 자원, 부와 같은 금융의 언어는 금융적 부와 실물적 부를 구분 없이 일컫기 때문에 그것으로는 권력 배분을 잘 표현하기 어렵다. 140 

빌린 돈으로 흥청망청 살기 

2004년에 미국의 무역적자는 연간 6650억 달러에 달했고 계속 증가하는 추세였다. 이 적자분은 해외에서 평일 하루당 26억 달러씩 빌려와서 메우고 있었다. 이 때문에 2002년경부터 달러 가치의 급락이 가속화되었고 2004년 말이면 달러 가치가 거의 3분의 1이나 떨어졌다. 2002년에 프랑스 인구학자 엠마뉴엘 토드Emmanuel Todd는 유럽에서 스터디셀러가 된 『제국 이후After the Empire』에서 "상품과 자본을 모조리 빨아들이면서 그만큼의 재화를 내놓지는 못하는 일종의 블랙홀'이라고 미국을 묘사했다. 142 

경제의 퍼펙트스톰

다음의 네 가지 조건이 모여 기존의 경제 구조에 전례 없는 위협을 제기하고 있다. 

1. 석유 생산이 정점을 치고 감소하기 시작하면 기업이 주도하는 글로벌 경제의 주요 인프라 모두가 의존하고 있는 값싼 에너지 형태의 보조금이 사라질 것이다. 

2. 지구온난화로 기후변화가 발생하고 극단적인 기후 사건이 잦아지면서 식량 생산과 글로벌 공급망에 교란이 발생할 것 이다. 

3. 미국 달러 가치의 붕괴는 자신의 여력을 넘어서지 않는 선에서 작동하도록 미국 경제에 압력을 가하게 될 것이다. 미국 시장으로의 수출을 중심으로 경제를 성장시켜온 나라들은 자국의 국내 시장 쪽으로 방향을 돌려야 할 것이다. 

4. 전쟁의 양상이 달라지면서 군사적으로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의 자원을 아무런 피해 없이 강탈할 수 있는 능력이 사라질 것이다. 144 

위대한 과업 

신학자 토머스 베리Thomas Berry는 지구공동체를 향한 선택을 "위대한 과업'이라고 불렀다. 이 과업을 이루려면 다음과 같은 사항을 실천해 야 한다. 

• 생명 시스템이 치유되고 복원될 수 있도록 인류의 물질적 소비가 지구의 생태적 역량과 균형을 이루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 경제적 우선순위를 부자들을 위해 화폐적 부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위해 적절하고 유의미한 수단에 접할 수 있게 하는 쪽으로 재조정해야 한다. 평등은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사회의 필수적인 조건이므로, 이를 위해, 

• 경제 제도를 포함한 인간의 모든 제도를 민주화해서 평범한 사람들과 공동체가 권력을 갖게 하고 탐욕, 경쟁, 물질주의, 돈에 대한 사랑을 특징으로 하는 지배 문화를 협력, 돌봄, 영성, 생명에 대한 사랑 등 생명을 긍정하는 가치들의 문화로 대체해야 한다. 창조 전체의 영적인 통합성을 인식하는 것이 살아있는 모든 존재의 권리와 필요를 존중하는 토대가 되고 이러한 존중에 위와 같은 과제의 달성이 달려있으므로, 우리는 개인적으로 또 집합적으로 

• 우리 존재의 물질적 측면과 영적 측면의 통합적인 관계를 깨달음으로써 온전히 인간적이 될 수 있어야 한다. 147

☆ 4장 정리:
20세기의 기술 혁명은 인간과 지구의 관계, 그리고 인간 사이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모시켰고, 유한한 자원과 지구의 생성력을 고갈시키는 데 의존하는 지속불가능한 경제를 만들어내었으며, 인간종을 스스로 자초한 자기파괴의 위험으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제국의 특권적 지배층은 이러한 변화가 일으키는 부정적인 영향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적절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고사하고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하지조차 못하고 있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희망은, 제국이 아래로부터 새로운 리더십이 생겨나는 조건 또한 만들어내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위기를 불러온 기술 혁명이, 생명의 상호의존성, 인간 본성의 미실현된 가능성, 그리고 인류가 집합적인 선택으로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전환을 일굴 수 있는 기회에 대해 전지구적으로 문화적, 영적 각성을 촉진하는 역할 또한 하는 것이다. ... 그리고 이미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이 이 일에 나서고 있다. 

어떤 이들은 고대의 영적 지혜를 새로이 일깨우는 것이라고 표현할 것이고, 어떤 이들은 죽음에 가까이 가는 경험 후에 깨닫게 되는 삶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에 대한 경외감에 비유할 것이다. 무엇이라 부르든 이러한 깨달음은 새로운 차원의 사회적, 지적, 영적 각성으로 진화적 도약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다음 장에서, 우리 앞에 장대하고 고유한 기회가 놓여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제4장 변화의 기회 

위대한 전환에 대해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은유는 황제나비 애벌레가 나비로 변하는 탈태와 변태의 과정일 것이다. 이 이야기는 진화생물학자 엘리자벳 사토리스의 저술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애벌레는 자연의 풍성함을 게걸스럽게 섭취하는 소비자다. 그렇게 해서 스스로를 다 채우면 나뭇가지에 고치를 짓고 그 안에 스스로를 가둔 채 단식을 한다. 고치 안에서 애벌레는 세포 조직이 유기적 용액으로 해체되기 시작하면서 위기를 겪는다. 

그러나 깊은 내면의 지혜가 주는 지침에 따라 수많은 조직화 세포들이 활발히 움직이면서 다른 세포들을 불러모아 성충아/imaginal bud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각기 독립적인 다세포 구조물이었던 성충아들은 점차 새로운 피조물의 여러 기관들을 이루기 시작한다. 옛 질서가 위협 당하고 있다는 것은 정확하게 인식했지만 그 위협의 원인을 잘못 파악한 애벌레의 기존 면역계는 성충아를 외부의 침입자라고 간주해 공격한다. 

성충아들은 서로 연결되어 협력함으로써 이 전투에서 승리하고 이 전의 존재와는 비슷한 점이 거의 없는 아름다운 새 존재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재탄생된 나비는 지구에서 가볍게 살아간다. 그리고 식물 수분의 매개체로서 생명의 재생에 기여하며, 땅에서 생활하던 애벌레 시절에는 상상도 해보지 못한 방식으로 삶의 가능성을 경험하기 위해 수천 마일을 이동한다. 152 

문화적 의식

사회적 구성물

문화는 대체로 무의식 수준에서 우리의 인식과 감각을 형성한다. 내가 속한 곳의 문화적 렌즈를 통해 인식되는 현실이 "진짜" 현실인지 질문해봐야 한다는 생각을 우리는 잘 하지 못한다. 진화생물학자 엘리자 벳 사토리스에 따르면, 

"20세기 전반기까지도 사람들은 자신의 세계관을 자신이 만들 수있다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역사 내내 인간은 그들이 보는 대로의 세계가 있는 그대로의 세계라고 생각했다. 즉 그들은 자신의 세계관이 진짜 세계관이며 다른 모든 세계관은 잘못된 것이고 따라서 거짓이라고 생각했다."

문화란 사회적 응집에 필요한 공동의 세계관을 규정해주는 조직 원리로서 "만들어진 것"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문화가 사회적 구성물임을 깨닫는 것은 사회화된 의식에서 문화적 의식으로 결정적인 전환을 이루는 데서 핵심이다. 

또한 인간의 문화 중 적극적으로 자기파괴적인 부분을 짚어내고 바꾸어내며 지구공동체의 새로운 문화를 목적의식적으로 일궈내는 데도 문화적 의식의 확산이 필수적이다. 

지난 5000년간 제국의 지배자들은 자신의 권력이 공포, 소외, 학습된 무기력, 그리고 위대한 통치자의 권력에 대한 의존성을 불러일으키는 거짓 문화를 만들어내는 능력에 달려있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한 거짓 문화는 일종의 문화적 최면 상태를 일으키며, 그 안에서 우리는 인간에게 내재된 자기주도력, 나눔, 협력의 역량을 부인하도록 조건화된다. 그런데 이러한 역량은 민주적 자기 통치의 필수 요소다. 제국적 문화의 최면은 우리가 지배자와 정서적 유대를 갖게 만들면서 우리를 서로로부터, 또 살아있는 지구로부터 소외시키며, 호혜적인 자조의 관계를 잠식하고, ...자포자기의 의존 상태로 우리를 축소시킨다. 156 

문화적 각성 

미국에서는 사회적 구성물로서 문화가 수행하는 역할을 깨닫는 중요한 단계 하나가 1950년대와 1960년대에 민권운동의 형태로 나타났다. 민권운동에 참여하면서 많은 이들이 인종 간의 관계가 사실과는 거의 관련이 없는 문화적 코드에 의해 규정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종 관계에서 이렇게 "실재"와 "성찰되지 않은 믿음" 사이에 괴리가 있었음을 알게 되자 남녀 관계에서도, 사람과 환경의 관계에서도,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사이의 관계에서도, 사람과 기업의 관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왜곡이 있다는 것을 더 쉽게 간파할 수 있었다. 이런 면에서, 민권운동이 이후의 사회운동에 길을 닦아주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 이다. 156 

각성된 문화적 의식은 기업형 미디어, 광고, 정치 선동 등이 촉진하는 왜곡된 문화적 조건화에 비교적 면역이 되어 있어서 영향을 덜 받으므로 인종주의, 성차별, 동성애 혐오, 소비주의를 그 본질대로 꿰뚫어보기가 더 쉬워진다. 그것들이 지배, 착취, 생명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는 기제이며 지구공동체의 가능성이 실현되지 못하게 가로막는 장벽이라는 것을 말이다. 우리 시대의 위대한 진보 운동 모두가 기저에 가지고 있는 암묵적인 문화적 전제는 파트너십의 세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157 

영적 각성 

세계 곳곳을 다니며 그 장소와 그 곳 사람들의 삶에 진지하게 관련을 맺어본 사람들은 문화적 다양성이 주는 활력뿐 아니라 생명들이 상호 연결되어 있는 망으로서 지구가 갖는 아름다움도 경험하게 된다. 우주에서 지구 행성을 찍은 상징적인 사진은 우리 모두가 어둡고 방대한 우주에서 유일하게 생명이 존재하는 외로운 우주선에 탑승해 있는, 공동의 운명을 가진 하나의 종이라는 근본적인 현실을 시각적으로 극명하게 보여준다. 

생명의 상호연결성을 인식하고 나면, 생명이 동일한 영성적 원천에서 흘러나왔으며 제국이 생명에 대해 벌이는 전쟁은 우리 자신에 대한 전쟁이나 마찬가지라는 더 깊은 진리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영적 의식으로의 이러한 각성은 실천적인 면에서 매우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다음과 같은 문화적 전환의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 지구가 인간에게 속해 있고 우리가 원하는 대로 지구를 소비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부터 지구는 우리의 신성한 집이며 지구의 존중할 만한 파트너가 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는 인식으로의 전환 

• 본성상 인간에게는 책임 있는 자치의 역량이 없다는 믿음으로 부터 우리의 본성에는 많은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으며 여기에는 책임 있는 자치의 역량과 민주적인 시민의식의 가능성도 포함된다는 인식으로의 전환 

• 나와 다른 사람들이 나의 안전과 삶의 방식에 위협이 된다는 믿음으로부터 모든 인간이 동일한 영성적 원천에서 생겨났으며 존중을 받을 권리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동등하게 갖는다는 인식으로, 또한 문화적, 인종적 다양성은 배움과 창조력의 원천이라는 인식으로의 전환 

• 우리 편은 선하고 우리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은 악한 적이라는 자기정당화의 믿음으로부터 우리 모두가 제국의 구조에 내재된 폭력의 희생자인 동시에 가해자라는 인식으로의 전환 158 

전지구적인 현상

폴 레이Paul Ray와 페미니스트 저자 셰리 앤더슨Sherry Anderson의 저술, 

레이와 앤더슨은 문화 창조자 중 사회적, 환경적 가치를 위한 깊은 헌신을 모종의 영성적 실천과 결합하고 있는 사람이 절반 정도 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은 "창조"의 내적, 외적 발현 모두에서 "창조" 전체와 자신을 연결시켜주는 통합적인 영성을 인정한다. 2장에서의 분류를 적용하면 이들을 영적 각성을 달성한 영적 창조자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레이와 앤더슨은 "핵심 문화 창조자'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레이와 앤더슨은 미국에서 진보적 사회운동을 이끄는 지도자들 모두가 사실상 핵심 문화 창조자라고 결론내렸는데, 이는 위대한 전환의 과정에 영적 각성이 매우 중요함을 다시금 말해준다. 

레이와 앤더슨에 따르면, 문화 창조자는 모든 인종, 종교, 계급, 정당에서 나온다. 인구통계학적 구분 중 유일하게 구별되는 범주는 성별이었다. 이들의 분석에서, 문화 창조자 중 60%, 영적 창조자 중 67%가 여성이었다. 160

☆ 4장 정리:
인류의 새 시대를 열 가능성은 이미 존재한다. 우리가 향후 몇십 년 간 내리게 될 선택이 성공과 실패를 판가름할 것이다. 민권 운동가 마일 스호튼Miles Horton이 말했듯이 "우리는 걸어가면서 길을 낸다."

현생 인류는 지구에 20만 년 가까이 존재해왔다. 그런데 지배자 권력이 제국의 시대를 만들고 소수의 특권과 사치를 지탱하기 위해 생명, 자원, 인간의 가능성을 가차 없이 낭비한 것은 그중에서 가장 최근의 5000년에 불과하다.

늘 인간은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자연의 행동으로부터 고통과 박탈을 겪어왔다. 하지만 노예제와 빈곤은 자연의 행동으로 생긴 것이 아니다. 노예제와 빈곤은 의도적으로 배제의 조건이 만연하게 만드는 "사회적 구성물'이다. 5000년 동안 어떤 지배 계층도 빈곤과 노예제, 기타 그와 비슷한 것을 없애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 약속이 실현되면 지배층의 특권을 놓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복종하는 계급이 없으면 지배하는 계급도 있을 수 없다. 지배 시스템을 유지하려면 폭력, 혹은 폭력을 행사하겠다는 위협을 통해 극단적인 계급 간 분리를 유지해야 한다.

이제 문화적 의식과 영적 의식으로 각성된 평범한 시민 수백만 명이 전지구적으로 나서서 5000년이면 됐다고 외치고 있다. 하지만 제국적 권력의 브로커들이 자신의 권력을 곧바로 내려놓지는 않을 것이다. 제국의 중독을 뒤로 하고 앞으로 나가야 하는 이 시점에, 제국의 깊은 뿌리와 제국의 역사가 말해주는 교훈을 살펴보면 우리 앞에 놓인 과제의 속성과 규모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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