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위대한 전환 (3)

백_일홍 2024. 11. 13. 15:18

위대한 전환 

 

제이비드 코튼


제3부 
아메리카, 미완의 프로젝트 

제9장 장미빛 전망과는 거리가 멀었던 시작 

미합중국의 역사는, 해방을 선언하고 헌법에 모두를 위한 안녕, 자유, 번영을 약속한다고 해서 5000년간 지속되어온 제국의 문화적, 제도적 유산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냉정한 현실을 보여준다. 미국의 경우, 극단적인 금권 귀족 정치, 신정 정치, 인종학살, 노예제, 인종차별, 성차별 등이 그러한 제국적 유산이다. 이 진리는 현재의 미국 정치를 이해하는 데도, 또한 오랫동안 자신이 세계에 자유를 비추는 횃불이라고 생각해온 나라가 위대한 전환을 하고자 할 때 겪게 되는 독특한 어려움을 이해하는 데도 핵심적으로 중요하다. 283 

인종학살 

아무튼 콜럼버스에게는 원주민의 생활 양식이 전혀 감명 깊지 않았던지, 원주민을 원시인이고 야만인이라고 치부하면서 신세계에서 원주민을 몰아내는 인종학살의 패턴을 시작했다. 하워드 진에 따르면 "콜럼버스가 바하마의 아라와크족에게 한 일을 멕시코에서 코르테스가 아즈텍족에게 했고 페루에서 피사로가 잉카족에게 했고 버지니아주와 매사추세츠주에서 영국인들이 파우하탄족과 페쿠오족에게 했다." 인종학살은 훗날 미국의 서부 팽창 과정에서도 계속되었다. 

역사학자들은 1492년 콜럼버스가 도착했을 때의 이스파니올라 원주민 인구를 약 25만 명으로 추산한다. 그런데 1538년이 되면 원주민 인구는 400명으로 줄어든다. 원주민 인구가 훨씬 더 많았던 멕시코에서는 스페인이 통치한 첫 100년 동안 인구가 70%나 줄었다. 훗날 맥시코가 되는 곳의 북쪽에 살던 원주민 인구는 유럽 이주자들이 침입해서 역시 도덕적 주저함 따위는 전혀 없이 원주민 지역을 벌목하고 쓸어 버리는 일이 반복되면서 질병, 폭력, 절망 등으로 인해 원래 1000만 명 정도이던 데서 100만 명으로 줄었다. 293 

노예제 

이 책에서 노예제는 자신의 노동 조건을 협상할 자유가 없거나 주인으로부터 떠나기로 결정할 수 없는 모든 노동 인구를 일컫는 말로 사용 했다. 법적으로 노예인 사람, 예속 노동자, 남편의 자산으로 여겨진 아내 등이 모두 포함된다. 

1709년 사우스 캐롤라이나 인구 조사에 따르면 이곳에 "3,900명의 백인 자유민, 4,100명의 아프리카 노예, 1,400명의 인디언 노예, 120명의 백인 예속 노동자'가 있었다." 1770년에는 식민지 인구의 20%가 노예 상태에 있었는데 독립이 선포되었을 무렵이면 펜실베이니아, 메릴 랜드, 버지니아에 사는 인구의 75%가 노예이거나 예속 하인이었다. 294 

☆ 9장 정리:
북미 식민지의 여건은 모든 인간이 동등하게 창조되었고 양도할 수 없는 생명권, 자유권, 행복추구권을 가지고 있다는 원칙에 따라 새로운 국가를 세우기에 전혀 좋은 조건이 아니었다. 초기 정착민들은 사실상 민간 기업이 소유한 영지에서 일하면서 기업의 관리자에게 지배를 받았다. 지역의 교구들은 민주주의가 신의 의지에 반反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설교자가 신정주의에 기반해 다스렸다. 식민지의 경제는 노예와 예속 노동에 의존하고 있었고 가족 구조는 여성을 예속 하인과 마찬가지의 위치에 놓았다. 식민지의 토지는 인종학살을 통해 획득한 것이었고 식민지의 사회적 구조는 인종적, 계급적으로 깊이 분열되어 있었다. 

이러한 역사는 오늘날 미국이 지구공동체의 성숙한 민주주의를 구성하려할 때 직면하게 되는 어려움에 매우 깊은 제도적, 문화적 뿌리가 있음을 말해준다. 오늘날의 어려움으로 넘어가기 전에, 미국 역사에서 알아 보아야 할 것이 아직 남아있다. 그중 하나로, 이렇게나 안 좋았던 조건에서 어떻게 일군의 애국파[독립을 주장하는 파] 사람들이 자신의 왕을 등지고 나와 새로운 정치적 현실을 창조할 수 있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298 


10장 민중 권력의 저항이 시작되다 

새로운 현실의 창출 

미국의 건국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 중 하나인 존 애덤스는 말년에 쓴 한 서신에서 미국의 건국을 독립전쟁과 헛갈리지 말아야 한다며 이에 대한 논지를 상세히 개진했다. 애덤스에 따르면, 독립전쟁은 13개 식민지가 독립을 "획득"하려 한 전쟁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이미 독립이된 지역이었던 곳을 제국적 지배 하에 다시 밀어넣으려 하는 해외 권력의 시도에 맞서 이미 존재하던 독립 정부가 군사적으로 자신을 방어한 것이었다. 비슷한 관점에서, 역사학자 로저 윌킨스Rober Wilkins도 독립을 선포하기 전 10년 동안 미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일들이 이미 벌어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1765년에서 1775년 사이에 있었던 놀라운 성취는 영국 정부가 몹시 불쾌한 법을 부과한 데 대한 저항이기도 했지만 아메리카 대륙에서 혁명적인 의식과 자치에 대한 욕망이 발달하는 중요한 국면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초창기의 수단들도 만들어지고 있었다..., 

모든 종류의 정치적 실천과 기법이 이 비옥한 10년 동안 펼쳐졌다. 식민지인들은 공적인 사안에 깊이 관심을 기울였다. 혼자서도 시간을 들여 역사와 철학 서적, 또 최근의 서신, 새소식, 정치 논문 등을 읽으며 중요한 사안에 대해 탐구하고 견해를 연마했다. 그들은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진지하게 숙고했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보를 공유하고 생각을 다듬었다. 또한 공직을 맡고 필요한 조치를 제안하면서 지역공동체 차원의, 또 식민지 주 차원의 정치에 참여했다. 필요할 경우, 가령 식민지의 입법 기구가 해산되거나 그밖의 이유로 저항과 자치의 새로운 도구가 필요해질 경우, 적합한 새 메커니즘을 개발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들은 생각하고, 대화하고, 논쟁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글을 쓰면서 점점 더 넓어지는 운동의 저변을 형성했다. 이 모든 일이 개인적, 정치적, 재정적으로 커다란 위험을 수반하는 일이 었는데도 말이다. 312 

☆ 10장 정리:
새로운 국가를 만든 사람들의 환경, 이해관계, 인종, 가치, 종교, 출신국이 얼마나 다양했는지는 13개 식민지를 민주적 비전에서 하나의 국가로 결합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야망이었는지를 새삼 상기시 켜준다. 

한데 모여 새로운 나라를 만든 사람들은 영국이 부과하는 조세와 기업 독점력의 남용에 대한 분노 외에는 공통점이 거의 없었다. 많은 이들 이 권력자가 행사하는 임의적인 규칙에 복종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개인의 자유'를 타인의 권리를 마음껏 침해해도 된다는 허가증 정도로 여기는 제국적 의식의 틀을 넘어서는 경험을 해본 적이 없었다. 또한 '법'을 소수가 다수를 착취하는 수단 외의 무언가라고 생각할 만 한 이유도 없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것이 민주적 국가를 형성하기에는 전혀 장밋 빛 조건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그렇게 생각한 사람은 아주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조직화된 자기규율의 경험도 없었고 [공통의 정체성을 갖기에는] 서로 너무나 다양했는데도, 북미 식민지 사람들은 아래로부터 풀뿌리 저항을 시작했고 혁명을 이끌었으며 자기조직적인 모임과 네트워크가 민중의 의지를 표현하는 놀라운 역량을 가진다는 사실을 입증한 초창기 사례가 되었다. 오랫동안 이러한 모임과 네트워크는 민주주의의 가장 유의미하고 효과적인 표현 형태였다. 

미국의 독립혁명이 무장 반란으로 시작되지 않았다는 데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의 상황을 생각해볼 때 우리가 으레 예상할 만한 정도 보다 훨씬 더 성숙한 사고가 가능했다는 의미다. 생각해보면 자명한 일이기도 하다. 민주주의는 총구로 겨눠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총 자체가 무력에 의한 지배라는 제국적 원칙을 긍정하는 것이고 다시 이는 제국적 관계를 긍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생명에 대한 폭력은 지구공동체에서 맺게 될 관계의 양상과 완전히 상반된다. 

영국이 비폭력에서 폭력으로 싸움의 규칙을 바꾸자 저항 세력은 같은 방식으로 대응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폭력이 격화되자 대륙회의에 참여한 지배 계층은 저항 세력을 지휘하고 제국적 질서를 새로운 지휘 체계 하에서 복원할 군을 조직함으로써 자신의 권한을 확고히 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고, 폭력이 격화되었다는 상황 자체가 이를 가능케 했다. 오랫동안 유럽 지배층과 동등한 지위로 인정 받기를 원해온 식민지 지배층은 그들 자신의 제국적 아젠다를 갖는 금권 귀족의 새로운 국가를 형성하는 일에 나섰다. 전쟁에서 영국은 패했지만 제국은 건재했 고, 북미에서 제국은 민주정의 가면을 쓴 금권 귀족정으로 자신의 건재 함을 재확인했다. 

우리[미국인]는 다음과 같은 불편한, 그리고 어쩌면 답해질 수 없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미국의 독립혁명은 다들 생각하듯이 북미에 민주주의를 가져움으로써 근대 시대를 열었는가? 아니면 그들 자신의 지배 귀족 권력을 공고히 해서 이전의 어느 제국보다도 강력한 제국적 국가를 만들어내면서 보편 참정권과 민주적 시민 통치의 진전을 수세대 동안 후퇴시켰는가? 316 


제11장 제국의 승리를 보다 

정치학자 토머스 다이Thomas Dye는 '누가 미국을 지배하는가? Whe Runing America?』라는 제목의 연구서를 30년 넘게 시리즈로 내고 있는 데, 미국을 좌지우지하는 지배층이 얼마나 소수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때 막 구성된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행정부 시절 지배층을 분석한 2001년판에 따르면, 미국 인구 2억 8800만 명 중에서 단 7314명이 
미국의 산업 자산(비금융 자산)의 거의 4분의 3, 은행 자산의 거의 3분의 2, 보험 자산의 4분의 3 이상을 통제하고 있었고... 미국의 가장 큰 투자 회사들을 이끌고 있었으며 민간 재단과 대학이 소유한 자산의 절반 이상을 통제하고 있었고 텔레비전, 전국 언론, 주요 신문을 통제하고 있었다. 또한 미국의 최고 법무법인들을 통제하고 있었고 가장 권위있는 시민단체와 문화단체를 통제하고 있었으며 입법, 사법, 행정부 모두에서 연방 정부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었고 최고위 군사직도 차지하고 있었다. 320 

누가 지배할 것인가? 
백인 자산가 남성의, 백인 자산가 남성을 위한, 백인 자산가 남성에 의한 나라 

1774년에 "식민지 권리 선언'을, 1776년에 "독립선언문'을 선포한 대륙회의 일원들은 백인 자산가 남성들로 구성되어 있었던 각 식민지의 의회가 대표자로 선정한 사람들이었고 이들 역시 모두 백인 자산가 남성이었다. 제퍼슨을 포함해 상당수가 노예를 소유하고 있었다. 입헌 의회 구성원도 마찬가지였다. 자유민인 남성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권리만 가지고 있었고 여성, 노예, 예속 노동자, 원주민은 법적 권리를 아예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들이 새로운 나라의 인구 중 90%를 차지했지만 어느 의회에도 이들을 대표하는 대표자는 없었다. 322 

1870년에 수정헌법 15조는 누구도 투표권이 인종, 피부색, 과거의 예속 조건에 영향을 받아 거부될 수 없다고 천명했다. 그리고 미국이 건국된 지 150년이 지난 1920년이 되어서야 수정헌법 19조로 성별에 기초한 투표권 제약이 없어짐으로써 여성도 시민으로서의 모든 권리를 갖는다고 인정 받았다. 오늘날의 눈으로 보면 이러한 진보는 고통스럽도록 느려 보이지만 5000년의 제국의 시간으로 보면 놀랍도록 빠르게 이뤄진 것이다. 328 

서부로의 팽창 

루이지애나 매입 이후 "1812년 전쟁 War of 1812'으로 미국은 더 서쪽의 플로리다, 캐나다 그리고 서부의 인디언 영토들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23 멕시코가 혁명 전쟁을 통해 스페인에서 독립했을 때 멕시코 영토에는 텍사스, 뉴멕시코, 유타, 네바다, 아리조나, 캘리포니아, 콜로라도의 일부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토착민의 영토 주장을 무시했던 것처럼 멕시코의 영토 주장을 무시하고서, 미국 정착민 수천 명이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멕시코 땅인 이 지역들로 몰려갔다. 이는 멕시코-아메리카 전쟁Mexican-Americcan War으로 이어졌고 미국은 무력으로 멕시코 영토 절반을 병합했다. 멕시코 정부의 유일한 도발이라면 정당한 영토를 보호하려 시도한 것뿐이었는데 말이다. 333 

☆ 11장 정리:
미국 헌법은 세습 군주를 국민이 선거로 뽑는 지도자로 대체하는 근대 최초의 주요 실험이었고, 종교와 사상의 자유와 정교 분리를 확립했다. 이러한 성취는 역사의 궤적을 지구공동체의 급진적 민주주의 쪽으로 돌리는 초창기의 중요한 공헌이었다. 하지만 미국 헌법을 작성한 사람들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민중 주권이라는 민주적 이상을 보장해주는 정부 형태를 만들었다는 개념은 현실이라기보다는 몹시 성공적이었던 홍보 이미지에 더 가깝다. 

스스로 조직된 민중의 저항 운동에 뒤따라 올라타서 지휘통제력을 찾고자 했던 미국 식민지 시기의 지배층은, 일단 독립을 달성하고 나자 정부 제도에 대한 통제력을 계속 자신의 수중에 두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 '식민지 권리 선언"과 "독립선언문'에서 유려하게 선포되었던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나며 천부인권으로서 생명권, 자유권, 행복추구권을 갖는다"는 개념은 옆으로 밀려났다. 산업 자본가, 은행가, 노예 소유 농장주의 이해관계를 지키고 정부의 권력이 계속해서 자산 소유 백인 남성의 손에 있게 하는 쪽으로 초점이 이동했다. 제국은 다시 한 번 새로운 형태로 모습을 바꾸었지만 지배-종속 방식의 조직 원리는 동일하게 유지되었다. “건국의 아버지'들이 건국한 것은 제국적 확장을 추구하는 입헌적 금권 귀족정이었다고 묘사해야 가장 정확할 것이다. 

거의 모든 미국인이 미국이 슈퍼파워라고 대번에 인정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제국적 권력임을 인정하기는 불편할 것이다. 미국이 민주주의 국가이고 전 세계를 비추는 자유의 횃불이라는 국가적 자기 이미지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의 사실은 국내 정책과 외교 정책 모두에서 제국적 팽창과 지배를 통해 다른 이들의 자원을 탈취하는 것이 내내 우리[미국] 역사의 핵심이었다는 사실을 고통스럽도록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것은 자산 소유자와 노동 대중 사이의 간극이 극심하게 벌어져 국내에서 긴장이 고조될 때 제국이 취하는 전형적인 해법이다. 

북미 동부 연안의 좁은 땅에 정착한 우리[미국]의 선조들은 무력과 속임수로 원주민에게서 땅을 빼앗았고, 아프리카에서 강제로 납치된 사람들을 수입해 노예로 일하게 했다. 땅이 부족해지자 서부로 제국적인 팽창을 계속 해나가면서 서쪽 끝 태평양에 닿을 때까지 원주민과 멕시코의 땅을 강제로 차지하고 원래 그곳에 살던 사람들을 죽이거나 몰아 냈다. 

국경 밖으로도 제국적 팽창을 이어가면서, 다른 나라의 지배층에게 미국의 경제적, 정치적 이해관계에 줄을 서서 전리품을 분배 받을 기회를 주고 거부하면 군사력으로 제거함으로써 협력적인 독재 국가를 미국의 종속국으로 만들었다. 2차 대전 이후에 고전적인 형태의 식민 지배가 용인되지 않게 되자 미국은 대외 차관을, 더 나중에는 다른 나라 경제를 초국적 기업의 소유와 통제 하에 들어오게 만드는 무역 협정을 제국적 팽창의 수단으로 삼았다. 

미국 역사가 명백하게 보여주듯이, 민주주의는 너그러운 권력자가 하사하는 선물이 아니다. 민주주의에서 배재되어온 사람들은 그들 자신의 지속적인 조직화와 투쟁으로만 민주주의를 달성할 수 있다. 346 


제12장 정의를 위해 투쟁하다 

자산 소유자 권력의 증가 

원래의 의도에 충실하게도, 법원 역시 사건마다 자산 소유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법원은 노동 시간 단축이나 최저 임금 도입, 그 밖에 고용주의 권한을 제약한 법들을 무효화한 주 법원의 판결을 일관되게 인정했다. 사실상 모든 영역에서 화폐 권력이 민중 권력을 누르고 승리했다. 여론을 만드는 언론, 학교, 교회의 힘이 모두 연대해 화폐의 이해관계를 지탱했다. 부의 거물들, 그리고 그들의 제국적 의식은 자신의 신이 예정하신 다원주의적 인간 진보의 비전에 기초해 위대한 종교적 미션을 수행하는 신의 도구라고 여겼다. 361 

☆ 12장 정리:
독립선언문에서 벅찬 어휘로 선포된 이상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건국과 미국 헌법은 미국에 민주주의를 가져오지 않았다. 그보다는, 5000년간에 걸친 제국의 시기가 남긴 문화적, 제도적 유산들을 극복하기 위한 긴 투쟁의 장을 창출했다. 그리고 권력을 쥔 지배층은 이 투쟁을 격렬하게 저지했다. 원주민에 대한 인종학살, 흑인의 노예화, 여성의 기본적 권리에 대한 거부, 실제로 노동을 하면서 자본을 생산적으로 만들어주는 사람들에게 정당한 몫을 분배하는 것에 대한 거부와 같은 역사적 현실은 우리 앞에 놓인 도전의 다층성과 앞으로 해야 할 일의 규모를 말해준다. 

지난 200년의 투쟁이 이룬 성과는 더 깊은 역사적 맥락에서 보아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 군주정은 이제 역사적인 희귀물 정도로 여겨진다. 명백한 정교 분리가 신앙과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견제와 균형의 시스템이 자리잡아서, 지배 계층의 한 분파가 영구적으로 정부 기관을 통제하는 것을 200년 넘게 성공적으로 막아냈다. 원주민에 대한 적극적인 인종학살은 끝났고 오늘날에는 어느 집단에 대해서도 인종학살이 보편적으로 비난받는다. 노예제는 더 이상 법으로 보호받는 제도가 아니며 문화적으로도 받아들여질 수 없는 제도다. 

토착민, 유색인종, 자산이 없는 사람들, 여성들도 법적으로 투표권을 가지며 정치 과정에 참여할 온전한 권리를 갖는다. 실직적으로는 여전히 만연해 있지만 특정 집단을 대놓고 차별하면서 정치적 권리를 부인하는 것은 이제 문화적으로 용납되지 않는다.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에 이 모든 것이 얼마나 상상도 못할 일로 보였을지 생각하면, 오늘날 우리가 이러한 성취들을 당연하게 여긴다는 것 자체가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진보인지를 말해준다. 이러한 성취는 "모두를 위해 작동하는 세상"이라는 비전을 위해 결연히 나선 수백만 명의 지속적인 실천과 희생으로 가능했다. 

전후의 미국에서 자란 우리는 민주주의와 경제적 정의가 태어날 때 자동적으로 갖게 되는 권리라고 생각하기 쉽다. 우리는 우리가 계급 없는 사회,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시도할 기회가 있는 사회, 규칙에 의해 돌아가는 사회에 살고 있다고 믿으면서 자랐다. 

전후에 중산층의 경험은 그러한 믿음을 입증해 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시기 중산층 생활을 경험한 사람들은 계급 이슈를 말하는 사람들을 제 할 일은 하지 않고서 계급 전쟁이나 선동하려드는 불평분자로 치부하곤 한다. '그래, 옛날에는 문제가 많았지. 그렇지만 우리의 뛰어난 지성과 고귀한 이상으로 다 해결해서 지금은 없어졌잖아?' 우리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세계의 다른 곳들을 우리처럼 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이제 나는 이 모든 것이 매우 잘못된 믿음이 었다는 것을 안다. 

그렇더라도, 2차 대전 이후 중산층의 부상은 제대로 기능하는 사회가 창출하는 이득을 모두가 나누어야 한다는 믿음에 기초한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위대한 놀라운 사례다. 하지만 이것은 자산을 소유한 계층이 나머지 사람들에 대해 벌여온 길고 긴 전쟁에서 아주 짧게 존재했던 민중의 승리였다. 자산 소유 계층이 나머지 사람들에 대해 전쟁을 벌이는 것은 제국을 특징짓는 여건이며, 그 전쟁은 콜럼버스가 카리브해 연안에 처음 발을 디딘 날부터 지금까지 내내 미국의 여건이기도 했다. 우리의 역사에서 노동자, 여성, 유색인종의 정의를 위해, 또 평화와 환경을 위해 벌어져온 모든 투쟁은 서로 관련이 없는 것 같아도 제국의 문화와 제도에 맞서는 하나의 크고 포괄적인 투쟁을 형성한다. 

자산 소유 계급은 억압받는 사람들의 연대가 그들의 제국적 특권에 위협이 된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인종, 젠더, 직종 등에 기반한 정체성 정치의 주장들은 분열의 단층선을 강조하고 공고화하기 때문에 제국이 어느 정도 용인할 수 있지만, 계급에 대한 논의는 그렇지 있다. 계급에 대한 논의는 단합된 저항으로 이어질 수 있는 깊은 구조적 문제와 공동의 이해관계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영속적인 계급 단층선은 소유자와 노동자 사이에, 즉 자본에 대한 수익으로 살아가는 사람과 노동에 대한 수익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사이에 놓여 있다. 제퍼슨은 이 간극을 노동자가 소유자가 되게 함으로써 해결하고자 했다. 해밀턴은 계속해서 소수의 손에 소유가 집중되게 함으로써 지배 계층의 지위를 보장하고자 했다. 

다음 장에서 보겠지만, 20세기 말과 21세기 초에 해밀턴의 비전을 계승한 사람들이 확실하게 존재감을 나타냈다.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인간 조건이 그들의 비전을 더 이상 지탱될 수 없게 만드는 와 중에도 그들이 계속해서 지배자 관계의 제국적 논리에 복무하리라는 점 또한 분명히 드러냈다. 나는 미국의 가장 강력한 기관들을 이끄는 지도자들 중에 제국을 추구하는 것을 신성한 임무인 양 생각하면서 거짓말, 암살, 전쟁까지 온갖 수단을 동원해 "모두를 위한 정의'로 가는 진보를 가로막고 이제까지의 성취를 되돌리려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여전히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하지만 더 이상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한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하며, 상당한 추종자가 있을 만큼 그들이 성공적으로 문화를 조작해냈다는 것을, 그리고 위대한 전환의 과업을 이루려면 그들의 거짓, 방법론, 제국적 아젠다를 드러내 그들의 힘을 무력화시키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372 


제5장 현실에 경종을 울리다 

가정의 해체를 이용하기 

뉴라이트는 소유자 계급과 노동자 계급 사이에 제국적 관계를 복원하는 데서 놀랍도록 성공을 거두었다. 1983년 이후 경제성장으로 발생한 거의 모든 이득이 최고 부유층에게 흘러들어가는 동안 노조가입률은 급감하고 다수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하락했다. 

평범한 남성 노동자의 임금이 가족을 부양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지면서 노동시장에 참여해 새로운 자유를 경험하기 시작했던 여성들은 이제 노동시장 참여를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해야만 하게 되었다. 많은 이들이 생계 임금 이하의 일자리라도 잡아야 했고 집에서 직접 식사를 준비하고 아이들을 돌볼 시간과 에너지를 더 이상 가질 수 없었다. 

가정을 돌볼 사람이 없어지면서 기업이 생산하는 가공 식품과 기업이 운영하는 베스트푸드점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이 때문에 영양상태가 저하되면서 의료 및 건강 산업이 확대되었다. 아이들을 돌보는 기능은 대체했고, 텔레비전을 통해 아이들은 소비자로서의 역할을 학습했다. 이러한 변화 모두가 기업에 새로운 마케팅 기회를 가져 왔고 경제성장을 촉진했다. 그와 동시에, 가정과 공동체가 무너지고 사회적 소외와 긴장이 높아지면서 정치 선동가들에게 비옥한 토양을 제공했다.

규칙을 지켜가며 게임을 하고 있었던 남성들은 한때 정체성의 기반 이었던 가족 부양자 역할을 상실하면서 배신감을 느꼈다. 여성들은 한 때는 더 많은 자유를 약속해주는 무언가이던 "집밖의 일자리'가 이제는 자유를 제약하는데도 절박하게 잡아야만 하는 무언가가 된 것에 배신감을 느꼈다. 페미니스트이건 아니건 공히 느끼는 문제였다. 남성, 여성, 아이 모두의 후생에 꼭 필요한 가정 생활은 사람이 아닌 시장에 말 겨졌다. 

도덕적 부패와 가정의 붕괴가 계속되면서, 뉴라이트 권력의 토대인 대중의 두려움과 분노도 커졌다. 페미니스트를 탓해라, 진보주의자들을 탓해라. 유색인종을 탓해라. 복지 수급자를 탓해라, 가정, 공동체, 민주주의 제도를 실제로 망가뜨리고 있는 장본인만 빼고 탓하면 된다. 

주로 경제 사다리의 바닥 칸에 있는 유색인종, 특히 흑인이 탓을 돌릴 타깃이 되었다. 선택지가 너무나 없어진 흑인들은 그나마 경제적으로 처지를 나아지게 할 수 있는 길로 마약 매매에 발을 들였다. 마약 사범과 수감 인구가 급증했고 다시 이는 흑인 가정에 재앙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교육과 그밖의 공공 서비스에 들어가야 할 자금을 빨아들였다. 하지만 감옥을 짓고 운영하는 민간 기업과 죄수 노동력을 헐값에 사용하는 기업에는 매우 좋은 수익 기회가 되었다. 21 

빠듯한 수입으로 살아가면서도 소비자 계층의 라이프스타일을 비슷하게나마 유지하고 싶은 중산층과 저소득층 가구는 점점 더 많은 빛을 지게 되었다. 노동을 해서 번 소득의 상당 부분이 은행에 빚 갚는 데 들어갔다. 전에는 비교적 시간 여유를 가지고 살았던 중산층 사람들은 삶의 수준이 낮아지는 것을 막으려면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했다. 그러는 동안, 최상층 사람들은 고급 레스토랑에 가고 해외에서 호화로운 휴가를 개인 비행기로 출장과 휴가를 다니고 점점 더 큰 집을 여러 채씩 소유하고 살았다. 390 

경종 

국민 운운하는 온갖 언사에도 불구하고, 뉴라이트가 미국 정부를 장악하게 된 것은 국민의 자생적인 의지가 표현되어서가 아니었다. 제국적 지배층의 사적인 이익에 복무하기 위해 대중의 문화를 조작할 목적으로 매우 정교하게 준비한 캠페인의 결과였다. 여기에는 서로 잘 연결되어 있고 막대한 자금을 낼 수 있는 기업 금권 귀족과 종교적 신정주의자의 결탁이 있었다. 이들은 민주주의, 시민적 자유, 중산층의 경제적 향상, 문화적, 종교적 다원성의 시계를 뒤로 돌리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각각 돈과 표를 가져와 연합했다. 하지만 새천년의 초입에 전례없이 극단적인 행정부(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이러한 정책이 민주주의, 평화, 그리고 미국의 권력과 권위에 얼마나 심각한 위협이 되는지를 대부분의 미국인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부시 행정부가 너무나 극단적인 정책들을 밀어붙인 나머지 뉴라이트가 의도하는 바의 실체가 드러나버렸다. 또한 미국 정치 시스템이 얼마나 지배층 편향적이며 민주주의를 혐오하는 정치적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장악되기가 얼마나 쉬운지도 많은 사람들이 깨닫게 되었다. 393 

2001년 3월이면 [대선 때 자신의 공약이었던 온실가스 규제 방침을 철회해] 교토의정서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따르지 않을 것임을 밝혔으며 석유와 가스 시추, 탄광, 벌목, 석탄 화력 발전 등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를 끝도 없이 내놓았다. 곧 부시 행정부의 더 큰 목적이 민주주의, 중산층, 환경 보호를 위해 이제껏 이루어왔던 노력을 무효로 되돌리고 부시 일당의 미국 왕조가 통치하는 글로벌 제국 질서를 강화하는 것임이 많은 사람들에게 명백해졌다. 394 

☆ 13장 정리:
"우리 미합중국 국민" [미국 헌법의 첫 구절이다. 옮긴이]은 더 이상 부인하는 것의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제국의 현실과 고통과 슬픔에 대한 경종이 울리는 것을 들었다. 21세기 초입에 미국이 저지른 재앙적인 정책 실패는 2차 대전 이후 미국 중산층이 획득해온 경제적, 정치적 진전을 도로 물리고 국제적으로 군사력에 기반한 지배를 구축하는 데 의도적으로 매진한 행정부의 부패와 무능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이것은 5000년간의 제국적 유산, 민주주의를 가장한 금권 귀족정의 현실, 그리고 국가적 그림자에 대한 부인 속에 훼손된 국가적 심리 상태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조국(미국)이 극단적인 정치 세력의 주술에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 역시 우리의 자아 이미지와 너무 충돌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인간 종을 제국의 자기파괴적인 사회적 병리에 5000년이나 빠져 있게 만든 미성숙한 의식에 우리 또한 전혀 면역이 되어 있지 않음을 깨우쳐주는 경종을 들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의 자기 이미지와 역사를 구성하는 데 "이야기"들이 얼마나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깨우쳐주는 경종이기도 하다. 404 


제14장 정신의 감옥 

따라서 뉴라이트의 신실한 신봉자들은 그들의 사람 수를 통해서가 아니라(그들의 수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다음 세 가지 핵심 질문에 대한 "이야기들"을 통제함으로써 권력을 획득한다. 첫째, 경제적 번영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둘째, 질서와 안전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셋째, 삶의 의미와 목표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 이에 대한 이야기를 각각 번영 이야기, 안보 이야기, 의미 이야기라고 부르기로 하자, 뉴라이트는 이에 대해 제국적인 버전의 이야기들을 정교하게 구성하고 다듬고 무한히 반복해 전파하면서 지배 위계 중심의 사회 질서를 정당화하고 나 아가 찬양해왔다. 408 

제국의 안보 이야기
현실 

또한 제국의 안보 이야기는 기후변화, 담수 부족 심화, 화학물질로 인한 토양, 공기, 물의 오염,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빠른 확산, 피크 오일이 일으킬 결과, 치솟는 무역 적자 등 테러보다 더 크고 확실한 위협에서도 사람들의 관심을 돌려놓는다. 그 결과, 숨겨진 네트워크에 홀어져있는 몇 백 명의 테러리스트를 잡겠다는 무용한 시도로 한 나라 전체를 점령해 수만 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가는 잘못된 결정이 내려지게 된다. 우선순위가 이렇게 잘못 설정되면 불안정성이 오히려 더 높아지고, 테러 조직에 가담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며, 인간의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심각하고 절박한 위험을 다루는 데 사용되어야 할 자원이 낭비된다. 419 

더 일상적인 범죄로부터 공공 안전을 지키는 것에 대해 말하자면 미국은 세계에서 수감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이것은 사회적 붕괴가 일어나고 있다는 징표다. 제국의 지배층은 사회적 붕괴 자체는 다루지 않고 그것의 증상만을 다루는 데 감옥을 이용한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특징이 아니라 경찰국가의 특징이다. 현재 미국에서 수감 중인 인구는 200만 명이 넘으며 대부분은 폭력적이지 않은 약물 관련 범죄로 들어 온 사람들이다. 젊은 흑인 남성은 대학에 갈 확률보다 감옥에 갈 확률이 높다. 안전을 지키고 대중의 도덕성을 회복하고자 한다면, 군대와 형사 사법 시스템에 들어가는 막대한 돈을 폭력과 범죄의 근원을 다루는 데 가령 소외된 젊은이들을 위해 공교육을 강화하고 레크리에이션과 고용 기회를 확대하는 데 쓰는 게 훨씬 나을 것이다. 420 

제국의 의미 이야기 1: 성경의 의미 이야기 

성경의 의미 이야기에는 여러 버전이 있는데, 제국의 지배층이 널리추진하는 이야기는 대략 다음과 같다. 

신은 엿새 만에 세상을 창조하시고 일곱 째 날에는 휴식을 취하 있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에 전적으로 복종하는 것을 조건으로 인간을 창조하셨다. 신은 전지전능하시며 창조에서 일어나는 모 든 일은 그의 의지다. 그의 고결한 판단으로, 신은 복종하는 자에 게 부와 권력으로 보상하시며, 따라서 부와 권력은 순수하고 고 결한 사람이라는 표식이 된다. 빈곤과 고통은 순수하지 못하고 복종하지 않는 자들의 운명이다. 

순수하고 고결하다는 표식을 받은 사람들은 덜 고결한 자들을 판단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또한 시장과 정치와 국가간의 관계 에서 사람들이 따라야 할 규칙을 만들고 집행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지상에서의 삶은 내세로 가는 도중의 정거장에 불과하다. 지상 에서 우리가 할 일은 신실함을 통해 믿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신실하고 복종하는 자는 내세에서 영원한 삶으로 보상받을 것 이다. 신실하지 않고 불복종하는 자는 영원한 고통에 처해질 것 이다. 

권위와 고결함의 위계 관계는 창조의 자연적 질서다. 신이 인간 지배자의 위에, 지배자가 신민의 위에, 인간이 자연의 위에, 남성 이 여성의 위에, 백인이 다른 인종의 위에 존재한다. 우리 각자는 이 위계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고 그것을 받아들임으로써, 또한 성경에 드러난 신의 말씀에 복종함으로써 신의 계획에 복무해야 한다. 422 

제국의 의미 이야기 2: 비종교적인 의미 이야기 

비종교적인 의미 이야기 중 뉴라이트가 선호하는 이야기는 낡은 버전의 뉴튼 물리학과 가짜 과학인 사회적 다원주의에 토대를 두고 있다. 

물질이 유일한 실재다. 우주 전체는 물리적인 힘들이 질서 있게 작용한 산물이며 수학적으로 묘사하고 예측할 수 있다. 생명은 물질의 복잡성에서 나온 우연적 결과다. 의식과 자유의지는 착각이며 그 이상은 아니다. 생명은 내재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지적인 존재로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유일하게 합리적인 일은 부와 권력을 축적해서 물질적 안락을 쌓는 것이다. 

생물종의 진화는 경쟁적인 투쟁을 통해 이뤄지며 최적의 종이 생존하고 그렇지 않은 종은 파멸한다. 포유류 종은 상호 보호와 성공적인 짝짓기를 위해 자연스럽게 자신의 무리를 지배 위계 관계로 조직한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진보도 최적인 자가 승리하는 경쟁의 과정 에 의존하며 최적이 아닌 자는 최적인 자를 위해 복무해야 한다. 승자는 그 승리를 통해 자신의 우월한 가치를, 따라서 전체의 향 상에 그가 할 수 있는 기여를 증명한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자 신의 승리에 대해 정당한 몫을 가져가는 것은 자연적인 권리다. 이 투쟁에서 파멸하거나 뒤로 남겨진 사람들을 걱정하거나 그들 에 대해 죄책감을 가질 이유는 없다. 그들이 상실을 겪는 것 자 체가 그들이 최적이 아니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전체의 개선 을 위해, 우리 모두는 이것이 그들에게 적합한 운명임을 받아들 여야 한다. 423 

현실

서로 완전히 상반되는 전제에 토대를 두고 있긴 하지만, 제국의 두 가지 의미 이야기 모두 자기고결적인 엘리트주의에 도덕적 신뢰를 부여해 제국에 기여한다. 두 이야기 모두 우리 인간이 삶에서 경험하는 자의적인 폭력이 고결한 신의 작용도 아니고 자연 질서의 작용도 아니라는 깊은 진실을 가려버린다. 폭력은 불의를 정당화하는 이야기에 토대를 둔 제국적 문화의 "자기실현적 예언"이라는 사실을 덮어버리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어도 일부라도 제국적 의미 이야기를 받아들인다. 어느 정도 일관성이 있고 공공 담론에서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가 이 둘뿐이기 때문이다. 신성한 의미의 원천을 절실히 찾고자 하는 대부분의 미국인에게는 제국의 성경 이야기가 그들이 접해본 창조 이야기 중 유일하게 영성적 토대를 담고 있는 이야기다. 

민권운동을 제외하면 진보 운동은 일반적으로 비종교적인 세속 운동임을 자처했고 신성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되도록 피했다. 사실은 진보 운동의 지도자 대부분이 영적 연결과 영적 책임의 깊은 감각을 가지고 행동하고 사회적 다윈주의를 강하게 거부하지만, 자신의 믿음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제국의 선동가들은 진보주의자들이 가치들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기독교도를 증오한다고 비난한다. 425 

☆ 14장 정리:
뉴라이트가 미국 정치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장악하는 데는 '이야기' 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뉴라이트의 제국적 이야기들은 고대부터 존재해온 내러티브의 현대판이다. 제국의 내러티브는 문화권과 맥락에 따라 조금씩 다른 형태를 띠기는 하지만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회의 공유된 문화를 구성하고 있으며 그 사회의 제국적 지배층에 의해 반복적으로 설파되고 찬양된다. 

제국적 세계관에 호의적인 미디어 전문가, 지식인, 싱크탱크 전문가, 정치인, 종교 지도자들은 사실관계에도 오류가 있고 도덕적으로도 파탄난 제국의 내러티브를 동일한 대본이라도 읊듯이 끝없이 반복하면서 문화적 반향실을 만들어낸다. 

제국의 아젠다를 지지하는 소수의 손에 미디어의 소유권이 집중되어 있다 보니 그들의 목소리가 그들의 사람 수에 비해 압도적으로 비대하게 증폭된다. 이를 통해 특정하게 정치적 문화를 형성하고 옳음과 그름을 규정함으로써, 사회화된 의식을 가진 스윙보터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문화에 깊이 각인되어 가면서, 이러한 이야기들은 체계적으로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우리의 집합적인 감각을 축소하고, 공익을 위한 정치적 실천을 약화하고, 정치 담론의 범위를 제국의 지배 종속 관계를 강화하는 선택지들 사이로만 제한한다. 그리고 우리 대부분은 이 이야기들의 전제가 갖는 재앙적인 함의나 내러티브의 정당성을 면밀히 뜯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제국의 번영 이야기는 화폐의 숭배를 촉진하고 물질의 획득과 소유권의 집중을 찬양하면서, 모두를 영적으로 빈곤하게 만들고 다수를 물질적으로 빈곤하게 만든다. 제국의 안보 이야기는 경찰력과 군사력을 강화하고 기득권의 지배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물리력으로 억압하는데 집착함으로써, 자연의 파괴, 사회의 동요, 거짓된 민주주의를 가지는 억압과 불의의 시스템을 영속화한다. 

제국의 두 가지 의미 이야기, 즉 내세에 집착하는 성경적 의미 이야기와 삶을 물질과 기계적 메커니즘으로만 축소하는 세속적 의미 이야기는 생명을 소외시키고 우리가 지상의 존재로서 가질 수 있는 의미와  목적을 제거한다. 

개별적으로 또 집합적으로 이러한 이야기들은 제국적 지배를 정당화하고 우리의 인간성을 부정하며 인간 사회의 영적, 물질적 빈곤화를 가져온다. 하지만 뉴라이트가 목적하는 바에는 매우 효과적으로 복무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듣는 이야기가 이것뿐이기 때문이다. 

제국의 이야기가 깔고 있는 전제들의 오류를 드러내면 이야기가 힘을 잃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논리적으로는 그럴 것 같 지만, 이것은 잘못된 결론이다. 인간은 이야기에 의해 살아가는 존재다. 어떤 이야기가 일단 마음 속에서 강하게 자리잡으면 우리는 불가피하게 그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들, 우리에게 매우 실제로 존재하는 그 질문들에 대해 우리가 아는 한에서 답을 제공 해주는 것이 그것뿐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열쇠다. 인류의 경로를 다시 잡으려면 우리가 의지해 살아 가고 있는 이야기를 바꾸어야 한다. 이제까지는 생명의 가능성과 신성한 목적을 부정하는 이야기들이 우리가 더 높은 차원의 인간 의식을 발달시키지 못하게 막았고 우리를 제국의 슬픔에 사로잡혀 있게 했다. 생명의 가능성과 신성한 목적을 긍정하는 이야기는 우리 스스로가 부과한 한계에서 우리의 정신을 해방시킬 것이고 위대한 전환의 과업에 나서도록 우리를 북돋워줄 것이다. 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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