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의 시간
조국
촛불시민들께 드리는 말씀 | 책을 펴내면서
2021.5.23
1장 시련의 가시밭길
이해찬 대표 는 2020년 9월 『시사인 인터뷰에서 검찰개혁을 둘러싼 대립이 핵심이었다고 말했다.
"조국 대란은 검찰개혁과 그에 대한 검찰의 저항 문제이기 때 문에 피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자세히 보면 조국 장 관 후보자 지명 전과 후에 검찰의 기조가 달라집니다. 지명 전 에는 지명을 못 하게 하는 방식으로 검찰이 저항을 합니다. 지명 후에는 검찰이 힘을 총동원해서 '사건을 만드는' 쪽으로 갑니 다. 그게 본질입니다. 나는 지명해야 한다고 봤어요. 이인영 당 시 원내대표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이 지명이 검찰개혁 의지의 바로미터라고 봤습니다." 28
2장 나를 둘러싼 의혹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9월 24일 페이스북에 "조국펀드는 대선 당내 경선을 위한 정치자금"이라는 글을 올렸 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후 대선 자금 주장은 사라졌지만, 권력 형 비리 프레임은 급속히 확대 재생산되었다. 46
윤석열의 '조국 불가론'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8월 27일 검찰이 압수수색으 로 사모펀드 관련 자료를 확보해 분석하기도 전에 윤석열 총장은 당·정·청에 이 사모펀드를 이유로 '조국 불가론'을 주장했다는 사실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유튜브 '유시민의 알릴레오' (2019. 10. 29)에서 장관 지명일인 8월 9일과 첫 압수수색이 있던 8월 27일 사이에 윤 총장이 청와대 바깥의 모 인사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밝혔다.
"조국을 법무부장관에 임명하면 안 된다. 내가 봤는데 몇 가 지는 아주 심각하다. 법대로 하면 사법처리감이다. 내가 사모펀 드 쪽을 좀 아는데, 이거 완전 나쁜 놈이다. 대통령께 말씀드려서 임명 안 되게 해야 한다." 53
언론과 야당은 동생 부부의 내밀한 사적 영역을 위장이혼 의혹 이라며 파헤쳤다. 검찰로부터 입수했을 것이 분명한 두 사람의 이 혼 합의 내용까지 공개되었다. 가장 극악한 행태는 미래통합당 김 진태 의원의 짓이다. 그는 제수씨 이름이 새겨져 있는 선친의 묘비 사진을 위장이혼의 증거라고 페이스북에 공개했다(선친은 동생이 이혼했는데도 제수씨를 변함없이 며느리로 생각하셨다). 그리고 비석 에 새겨진 손자 손녀 이름까지 공개했다. 이 사진을 보고 피가 거 꾸로 솟는 것 같았다. 57
3장 통제받지 않은 괴물
나는 오래전부터 검찰개혁 문제는 정치적 민주화의 제도적 마무리라고 주장해왔다. 검찰개혁이 왜 중요한가? 정치적 민주주의의 요체 두 가지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① 주권자가 정치권력을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②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정파적 발호(跋扈)를 억지해야 한다. '1987년 헌법체제' 수립 이후 ①은 충분히 실현되었다. 한국의 주권자는 아무 제약 없이 자기가 원하는 대표자를 뽑고 있다. 심지어 뽑힌 대표자를 대통령이건 국회의원이 건-마음껏 비판하고 조롱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빨갱 이' '독재자' '중증 치매환자' 등 극단적 표현을 쓰며 공격도 한다.
그런데 ②는 어떠한가? 1987년 헌법체제는 ②에 대해 철저한 제도적 준비를 하지 못했다. 특히 검찰은 권위주의 체제 수호의 첨병이었다. 과거 수많은 공안사건에서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떠올 려보자. 검찰은 국정원·기무사·경찰 등과 협업해 수많은 민주화 운동 인사들을 '좌경·용공·불순분자'로 몰았다. 105-106
절대반지를 낀 어둠의 군주
한국 검찰의 문제점을 하나씩 짚어보자.
첫째, 한국 검찰은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OECD 국가 검찰 가운데 가장 강하고 광범하다.
1. 독자 수사권과 수사 인력이 있다.
2.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과 수사종결권이 있다. 2020년 1월 13일 수사권조정 법안의 국회 통과 이전까지는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과 수사종결권을 가지고 있어 경찰수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었다. 수사권조정 성사 이후 비로소 '수사지휘'라는 단어가 법 률에서 삭제되고 경찰은 '1차적 수사종결권'을 갖게 되었다. 그렇 지만 여전히 검찰은 경찰에 대해 보완수사, 재수사, 시정조치 등을 요구할 수 있다.
3. 기소권이 있다. 공수처 발족 전까지 검찰은 기소권을 완벽히 독점했다. 범죄가 확인되어도 검사가 불기소결정을 내리면 처벌은 불가능해진다. 피해자의 피해 사실과 억울함을 검사가 인정하지 않는 이상 재판에 갈 수 없었다.
공수처 발족 후에도 판사·검사·경무관 이상 경찰 이외의 고위 공직자에 대한 기소권은 검찰에게 있다.
"민주화 이후 검찰은 군사정권 시절의 '하나회'에 견줄 만한 힘을 가진 존재가 되었다. 선출된 권력이 아님에도, 강고한 내부 결속력을 갖추고 막강한 권력을 사용하며 사회 전 분야에 영향 을 미치고 있다. 민주사회에서 통제받지 않는 '괴물'을 방치해 둘 수는 없다. 이 '괴물'의 권한을 분산시켜 힘을 줄이고, 주권자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통제하에 있는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서 통제받지 않는 '괴물'을 견제해야 한다."*
4. 영장청구권이 있다. 현재 검사의 영장청구권은 헌법에 규정 되어 있어 개헌 없이는 바꾸기 힘들다. OECD 국가 가운데 그리스와 멕시코를 제외하고 헌법에 영장청구 주체를 규정한 나라는없다. 대부분 영장청구권을 어디에 부여할 것인지를 헌법이 아니라 법률문제로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박정희의 영구집권을 보장하는 1972년 '유신헌법'이 만들어졌을 때, 검사의 영장청구권 조항이 헌법에 들어갔다. 당시 개헌 작업에 참여한 김기춘 검사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110
5. 검찰조서의 증거능력은 경찰조서보다 우월하다. 검사 앞에서 한 말은 법정에서 수정 번복해도 큰 효력이 없다. '검사작성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은 '법관 면전(面前)조서'에 준하는 효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검찰개혁법안이 2022년 1월부터 발효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검사실이 '준(準)법정'이었고 검사가 '준(準)판 사'였다.
6. 이렇게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검찰은 다른 권력기관 위에 군림하고 있다.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군부나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 등 정보기관의 '하위 파트너'에 불과했으나, 정치적 민주화 이후 다른 기관을 다 제치고 최강 권력기관이 되었다. 행정부 소속 다른 기관은 '졸'(卒) 취급하고 있다.
한국 검찰은 준정치조직
둘째, 한국 검찰은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다. 권위주의 체제에서 '육법당'(陸法黨)이란 단어가 회자되었다. 육사 출신 군인들과 서울대 법대 출신 법률가들이 권위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핵심이라 는 뜻이었다. "법조라고 하지만 사법부는 조역이었고, 공안검사중심의 검찰이 일선에서 정권을 보위한 주축이었다.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의 지적처럼, 권위주의 정권에서는 '공안부'가, 민주화 이후에는 '특수부'가 정치검사 역할을 담당했다.
김영삼 대통령이 12.12와 5.17 쿠데타 세력 처벌에 대한 특별지시를 내리기 전 검찰은 "성 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라는 기상천외한 논리로 불기소처분했다. 1995년 7월 18일이었다. 당시 이 결정에 대해 항의한 검사는 한 명도 없었다. 당시 평검사였던 윤석열도 침묵했다. 보수야 당과 언론이 이 논리를 널리 전파했음은 물론이다. 116
노무현 대통령 퇴임 후 조리돌림식 수사, 2009.5.13 sbs의 논두렁 시계 보도
2007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에게 면죄부줌.
이에 대한 『한겨레』 김종구 편집인의 비판은 정확하다.
*참여정부를 거쳐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금 확인되는 바는 첫 째, 검찰은 태생적으로 진보정권과는 유전적 코드가 맞지 않는 집단이라는 점이다. 살아온 삶의 이력이나 추구하는 가치 등 검 사들의 전반적인 '정체성' 자체가 진보정권과는 불편한 관계일 수밖에 없다. 둘째, 검찰은 권력의 충견으로 기꺼이 용맹을 떨칠 수는 있어도, 자신들의 이빨을 약화하려는 시도는 절대 용인하 지 않는다. '마음이 놓이는' 보수정권과 '마음이 놓이지 않는' 진보 정권을 대하는 검찰의 태도에 본질적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118
셋째, 한국 검찰은 법무부의 지시를 선택적으로 수용한다. 법률상 검찰은 법무부 소속 외청(外廳)이고, 검사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공무원이다. 사전상으로도 검찰은 중앙행정기관으로서 법무부 소속으로 검사의 검찰 업무를 맡아본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권위주의 정권 동안 검찰이 거꾸로 법무부를 지배했다. 검찰은 자신을 법무부의 '외청'이 아니라 법무부를 검찰의 '외부'(外部)라고 생각해왔다.
검찰 업무를 담당하는 검찰국장 외에도 법무부의 주요 보직은 전·현직 검사가 장악했다. 검찰 고위간부 출신 인사가 법무부장관이 되었을 때 검찰은 법무부와 원활히 소통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항상 충돌을 일으켰다. 검찰은 비검사 출신 장관의 공식적 수사지휘에 대해서는 저항했다. 일본제국주의 시대 일본 검사들이 그랬다. 사범대신(법무부장관)을 통한 내각의 통제를 막고 검찰의 단결을 강화할 목적으로 "사법대신님은 검사가 아니다"라며 사법대신의 지휘권을 배척했다." 이러한 일본 검사의 태도가 한국 검사에게도 이식된 것이다. 120
넷째, 한국 검찰은 내부 비리에 관대하다. 검찰은 다른 행정부 구성 원의 행정적 미흡은 직권남용죄로 수사하고 기소했지만 자신들의 비리는 제외하거나 최소화한다.121
"정권은 유한하고, 검찰은 영원하다"
나의 후임으로 검찰에 대한 문민통제를 확립하기 위해 고군분 투한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2020년 12월 3일 동해 낙산사를 방문 하고 고 노무현 대통령 영전에 기도를 올린 후, 페이스북에서 검찰 권 남용을 강하게 질타했다.
"인권침해를 수사해야 하는 검찰이 오히려 인권침해를 저지 르고, 수사가 진실과 사실에 입각하지 않고 짜맞추기를 해서 법 정에서 뒤집힐 염려가 없는 스토리가 진실인 양 구성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가혹한 수사를 하고, 미리 수사의 방향 과 표적을 정해놓고 수사과정을 언론에 흘려 수사 분위기를 유 리하게 조성하고 어느 누구도 수사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언론의 폭주를 제어하지도 못하고, 이미 혐의 자는 법정에 서기도 전에 유죄가 예단되어 만신창이 되는 기막 힌 수사 활극을 자행해왔습니다.
그런 가혹한 표적수사를 자행하고도 부패척결, 거악척결의 상징으로 떠올라 검찰 조직 내에서는 승진 출세의 가도를 달리 고 검찰 조직 밖으로 나가서도 거액의 수임료를 받고 선임계를 내지 않고 변론을 하는 특혜를 누려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등 전관과 현직이 서로 챙기며 선배와 후배가 서로 봐주는 특수한 카르텔을 형성하여 스스로 거대한 산성을 구축해왔습니다.
그리하여 이제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무서운 집단이 되어 버렸습니다. 전직 대통령도, 전직 총리도, 전직 장관도 가혹한 수사 활극에 희생되고 말았습니다." 131
한편, 2021년 5월 22일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윤석열 진 총장에 게 보내는 공개 질문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윤석열 전 총장은 개혁세력에겐 의혹과 수사과정은 물론이 며 기소사실과 공소장까지 불법으로 유출하면서까지 검찰 권력 을 총동원하여 티끌만한 먼지까지 털어내면서도, 검찰 내부와 측근의 불법과 비위와 비리는 묵살하는 고무줄 수사와 기소로 대한민국을 그들만의 검찰공화국으로 만들었습니다.
소름끼칠 정도로 가혹한 검찰의 칼날이 윤석열 전 총장의 가 족 범죄에 솜사탕처럼 달콤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성 범죄자에 게는 눈을 감았던 검찰이 선글라스와 모자를 눌러쓰고 변장을 한 채 해외 탈출을 시도하려던 범죄 도피자를 잡은 사람에게만 눈에 불을 켠 까닭은 무엇입니까? 왜 검찰의 불법에는 공정이 통용되지 않습니까? 검찰의 범죄를 고발한 후배 검사가, 성희 롱을 당한 후배가 공정한 감찰을 하소연할 때 윤석열 전 총장의 공정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윤석열 전 총장은 이 물음에 정직하게 대답해야 할 것입 니다."
윤석열의 답변을 기다린다. 133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수사 기소 재판의 분리
2017년 하반기 민정수석실 내부 논의를 거쳐, 2018년 1월 14일 에는 내가 직접 청와대 춘추관에 나가 권력기관 개혁의 방향과 요 지를 브리핑했다. 발표일은 나의 고교·대학 후배 고 박종철 열사가 경찰 고문에 사망한 1월 14일로 택했다. 요약하면 이렇다. ①국가정보원의 국내정보 수집업무를 폐지하고 대공수사권을 이관한다. ② 공수처를 신설하고, 법무부를 탈검찰화하며, 검경수사권조정을 달성한다. ③ 경찰 내 '국가수사본부'를 신설해 수사경찰과 행정경찰을 분리하고, 자치경찰제를 전국적으로 실시한다.
이 같은 과제들은 정치적 민주화 이후에도 과도한 권한을 갖고 있던 검찰 권력을 축소하는 것이었다. 또 해방 후 큰 변화 없이 유 지되어온 권력기관 전체를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따라 총체적으 로 재구성하려는 것이었다. 모두 2019년 12월, 2020년 2월과 12월 국회에서 차례로 입법화되었다. 학자로서 사명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나는 '행운아'다. 물론 이 '행운'의 대 가는 아시다시피 엄청났다. 136
수사권조정 합의 당시 당·정·청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로 바 로 가지 않고, 검찰개혁을 경찰개혁과 병행해 단계적으로 실현하 고자 했다. 경찰 내 '국가수사본부'를 신설해 수사경찰과 행정경찰을 분 리하고, 제주도에만 운영되던 자치경찰제가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시점에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그래서 수사와 기소의 '분리' 이전 단계로 수사권 '조정'을 성사시켜 이행기를 갖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 경찰은 '1차적 수사종결권'을 갖고 검찰은 사후 개입 통제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경찰의 수사 능력이나 경험이 취 약한 특수수사 분야 수사권은 검찰에 남기기로 합의가 되었다. 2020년 1월 13일 국회를 통과한 수사권조정법안은 2018년 6월 21일 합의안을 기초로 하되 검찰의 직접수사 가능 범죄를 확대해 다듬었다." 139
여야가 공유했던 수사와 기소의 분리
2019년 하반기 이후 검찰의 폭주가 계속되자,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앞당겨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소장파 의원들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로 구성된 '행동하는 의원 모임 처럼회'는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해 검찰에 남겨놓은 '6대 중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등)에 대한 직 접수사권을 옮기는 법안을 제출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퇴임 후 2021년 2월 24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 법안의 신속 통과를 촉구했다. 이 법안이 제정된다면, 수사권 '조정'을 넘어 '공수처- 검찰청(≒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경찰청-자치경찰' 체제가 만 들어지는 것이다. 141
윤석렬 총장,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에 반대하여 2021년 3월 4일 사표를 던짐.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의 파괴라고 주장했다. 143
5장 빼앗긴 국회의 시간과 불쏘시개 장관
2020년 9월 30일 한양대 박찬운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이를 비판했다.
"이 사건은 인사청문 과정에서 야당과 언론이 조국 후보자를 주저앉히기 위해 고발한 사건에서 비롯된, 지극히 정치적인 사건이다. 그런 사건에서 이렇게 전 검찰력을 동원해, 대한민국 사 법사상 초유의 대형사건으로 만들어 수사하는 것을 정의실현이 라고 할 수 있는가? 이 사건 수사는, 검찰이 부인해도, 공직자 임 명 과정에서 대통령의 임명권을 좌절시키기 위한 검찰권 행사다. 우 리 헌정사에서 이런 일이 있는가? 이것이 검찰을 권력으로부 터 해방시켜준 살아 있는 권력(문재인 정부)에 대한 수사의 실체 인가?" 205
2019년 12월 31일, 시사인』 고제규 편집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인사청문회 과정을 지켜본 뒤 수사를 해도 늦지 않았다. '국 회의 시간'과 '언론의 시간'을 거쳤다면, 조국 후보자 의혹 가운 데 밝혀질 대목도 적지 않았다. 의혹을 밝히지 못하면 본인이 책 임지고 물러나거나 대통령이 결정하면 되었다. 대통령의 시간 이다. 설령 장관으로 취임한 뒤에도 의혹이 가시지 않고 고소고 받이 많으면, 장관과 검찰총장에서 독립된 특임검사를 임명해 수사하면 된다. 윤석열 검찰은 첫 수사부터 정도를 한참 벗어났 다. 인사청문회 전 강제수사 돌입이라는 전대미문의 무리수를 뒀다(이럴 때 전대미문이라는 단어를 쓴다). 국회의 시간과 대통령의 시간을 빼앗고 총장 1호 수사로 인지수사도 아닌 고소고발 사건 에 특수부를 대거 투입해 대대적인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정연주 전 KBS 사장도 비슷하게 평가했다.
"검찰의 수사는 그 시기·방법·의도에서 매우 정치적이었다. 검찰의 강제수사가 장관 인사청문회 전에 전격적으로 시작되었 다. 검찰수사가 청문회 과정을 압도하려는 적극적인 '정치행위'였다. 게다가 정경심 교수에 대한 1차 기소는 정 교수에 대한 조사도 한 번 없이 인사청문회 당일 한밤중에 이뤄졌다. 그리고 기소가 발표된 자정 이전에 이미 야당 쪽으로 사전 유출된 것으로 추정 된다. 법사위 야당 의원들은 인사청문회 후반부 '정경심 교수에 대한 기소가 이뤄질 경우 조국 장관 내정자는 사퇴할 것인가'라면서 사퇴를 압박하는 질문을 쏟아냈다." 207
한국 검찰 특수부 수사는 항상 정치적 편향을 의심받았다. '선 백적 정의'는 한국 검찰 DNA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권위주 의 정권에서 검찰 공안부는 중앙정보부/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 보원 및 경찰 보안과와 함께 체제를 수호하고 민주화운동을 탄압 하는 선봉에 서 있었다. 정치적 민주화 이후 공안부의 힘은 약해졌 다. 빈자리에 특수부가 들어섰다. 그리고 공안수사 기법은 특수부 에서 그대로 활용되었다.
특수부는 사회적 주목을 받는 소수 중대 사건을 직접수사하다 보니,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고 검사장 승진이 잘 되고 퇴직 이후 전관예우도 잘 받고 재벌 기업에 들어가 높은 대우를 받는다. 스 타 검사가 배출되면 그에게 권력이 쏠린다. 특수부 '정치검사'들 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사용해 정치에 개입하고 검·언·정카르텔 을 통해 검찰의 조직 이익을 수호했다. '신성(神聖)가족'의 특권을 보장해주는 정권과는 협력했고,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정권과는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검사'(檢事)는 수사권과 기소권이라는 쌍검을 휘두르며 '검찰 정치'를 실천하는 칼잡이 '검사'(劍士)가 되었다. 217
6장 서초동의 장엄한 촛불십자가
7장 알궂은 운명
1993년 6월 23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서울구치소에 갇힌 경 힘이 있지만, 그때와는 느낌이 달랐다. 구치소 독방 크기는 비슷할 텐데, 더 좁게 느껴졌다. 1993년에는 '반정부' 운동 참여로 구속되 었고, 2019년에는 고위공무원의 '직권남용' 혐의로 갇힌 것이라 기묘한 감정이 일었다. 1993년에는 검찰 공안라인이, 2019년에는 검찰 특수라인이 영장청구의 주도자였다. 1993년 검찰은 극우 보 수적 정치관으로 무장한 채 체제의 수호자로 민주화운동 세력을 탄압하는 선봉에 서 있었다면, 2019년 검찰은 조직의 이익을 수호 하기 위해 언론과 야당과 손잡고 문재인 정부와 싸움을 전개하고 있었다. 297
8장 검찰 쿠데타의 소용돌이
박용현 『한겨레』 전 편집국장은 “모든 수사를 직접 지휘할 수 있고, 아무에게도 통제받지 않으며, 검찰총장의 위법행위를 수사 할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인 불가리아 검찰총장의 예를 들며, 검찰 총장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조한 바 있다. 박 편집장이 소개한 불가리아의 전 검찰총장 이반 타타르셰프는 말했다.
"내 위에 있는 건 신뿐이다."
이러한 호언장담을 할 수 있는 검찰총장은 불가리아 외에 한국 정도가 있을 것이다. 윤 총장은 "총장은 법무부장관의 부하가 아 니다"라고 공언하지 않았던가. 나의 후임으로 온 추미애 법무부장 관의 경우도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검찰의 극심한 저항 과검·언·정 카르텔의 합작 공격에 부딪혀 결국 물러나야 했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을 전혀 '상관'으로 대우하지 않았다. 그가 충성 하는 대상은 오로지 '조직', 즉 검찰 조직뿐이었다. 312
검사 출신 이연주 변호사는 말했다.
*(윤석열 총장은) 검찰의 권력을 나누고 쪼개자고 하면 당연 히 대통령도 집으로 보내실 분이다. 아무렴."** 313
윤석열 총장이 파견되어 있었던 MB 특검 팀은 2008년 이명박 대통령에게 무혐의처분을 내렸고, 윤 총장을 포함한 특검팀 검사들은 이명박 정부 아래서 승승장구했다. 윤 총장은 2019년 10월 국정감사 담답변에서 검찰 중립성을 보장한 정부 에 대한 질문에 "MB 때가 '쿨'했다"라고 답변했다. 윤 총장은 친 구와 지인, 기자들에게 "나는 선거에서 민주당을 찍은 적이 없다" 라고 여러 번 자랑스럽게 말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 이 국정감 사 답변은 윤 총장이 이명박 정부에 대해 우호적 평가를 하고 있 음은 물론, 이명박 정부 아래서 검찰의 권한 남용에 대한 반성은 전혀 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예컨대, 이명박 정부에서 검찰은 정연주 KBS 사장을 쫓아내기 위해 배임죄로 기소했고, 광우병 촛 불집회로 인한 위기 타개책으로 MBC PD수첩 제작진을 기소 했다. 두 사건 모두 정치적 수사·기소였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되었지만 검찰은 전혀 사과하지 않 았다.
반면, 윤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 시절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하려다가 불이익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윤석열이라는 이름 은 소신과 용기 있는 수사로 박해받는 검사의 상징이 되었다. 검사 윤석열이 범국민적 '상징자본'을 획득한 첫 번째 순간이었다. 이 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윤 총장은 수사팀장으로 활동했고, 이 수사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으로 이어졌다. 이로써 상징자본의 확대재생산이 이루어졌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수사에서 윤 총장의 기여는 분명히 인정 되어야 한다. 당시 국민 다수가 큰 박수를 보냈다. 나 역시 그랬다. 윤석열 검사는 '촛불혁명'의 대의에 부응하는 '영웅'으로 인식되었고 이에 대한 '보상'은 이루어졌다.
그렇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수사가 가능했던 이유다.
1) 한겨레 김의겸 선임기자(현재 열린민주당 국회의원)의 최초 특종 보도가 있었다.
2) 수사가 철저하게 진행될 수 있었던 근원적 힘은 윤석열 개인 이아니라 촛불시민이었다.
3) 박영수 특검팀이 만들어진 시점에 박근혜 대통령 등은 '살아 있는 권력'이 아니라 '곧 죽을 권력'이었다.
이 점에서 나는 프레시안, 박세열 기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우리는 안다. 검찰이 칼을 휘둘러 박수를 받을수록, 검찰개혁은 요원해진다는 것을. 이미 '스타 검사'의 서사는 착착 만들어지고 있다. 권력에 대항한 영웅서사가 구체화될수록 불편해 진다. 특히 이명박·박근혜의 구속을 '검찰이 훌륭해서' '검찰이 잘해서' 이뤄진 일이라는 전제를 다는 순간, 우리는 검찰 공화국의 또 다른 포로가 된다. 검찰이 잘해서 탄핵이 이뤄졌다는 말처럼 촛불 정신을 허무하게 만드는 건 없다." 317
안대희를 넘어서
2019년 하반기 이후 윤석열 총장은 문재인 정부를 집중타격하는 일련의 수사를 벌여 수구보수진영이 지지하는 강력한 대권후 보로 부상했다. 박근혜 정부와 맞서 박해받는 검사가 되어 대중 적 명망을 얻고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 되더니, 문재인 정부를 쳐서 수구보수진영의 대권후보로 부상한 것이다. 윤석열은 서울 중앙지검장, 검찰총장을 넘어서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상징자본 을 쌓아나갔고 이를 활용했다. 2019년 하반기 이후 윤석열은 단지 '검찰주의자' 검찰총장이 아니라 '미래 권력'이었다. '검찰당(黨)' 구성원들은 '당수'의 대권후보 1위 등극 소식에 득의만면, 기세등 등하고 있을 것이다.
안대희는 윤석열의 선배이자 롤 모델이었다. 윤석열은 2003년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이 이끌던 16대 대선자금 수사팀 구성원이 었다. 안대희는 참여정부 출범 직후 대선자금 수사로 영웅이 된 후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제18대 대통령 선 거에서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도왔고, 이후 국무총리로 지명되었 다가 전관예우 문제로 낙마했으며, 2016년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윤석열은 안대희에서 출발해 그 길을 따라 가다가, 종국에는 안대희를 넘어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기로 결심한 것 같다.
공무원인 윤 총장은 정치 참여를 부인하지 않았고, 대권후보 여 론조사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공식 요청하지 않았다. 언제 나 자신을 대통령과 대척점에 있는 존재로 인식하게 만드는 언동 을 계속했다. 그러니 자신이 법무부장관의 '부하'일 리 없다. 유례없는 검찰의 폭주를 경험한 여진이 2012년과 2017년 대선 공약인 수사와 기소 분리를 실현하기 위해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을 준비하자 그는 이를 빌미로 2021년 3월 4일, 사표를 던졌다. 여야 격돌과 접전이 예상되는 서울과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불과 한 달 전 이었다.
윤 총장은 총장 사직 하루 전날 대구지검을 방문해 "몇 년 전 어려웠던 시기에 저를 따뜻하게 품어준 고장이다. 고향에 온 것 같 다"라고 발언했다. 총장으로서 마지막 방문지로 대구를 선택한 것은 우연일까. 사직의 변은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국민 보호"였다. '자유민주주의 수호'는 자신의 이념적 지향을 밝힌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 체제에서 검사들이 회식하면서 폭탄주를 돌릴 때 외쳤던 구호 "좌익 척결! 우익 보강!"이 떠올랐다. '국민 보호'는 자신이 추구하는 미래 역할을 밝힌 것으로 들렸다. 누구 또는 무엇으로 부터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것인지 모호한 전형적인 정치인의 말 투였다. '검찰주의자'를 넘어 전형적인 '정치 검사'의 행보였다.
2021년 5월 16일 윤 총장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5·18 정신을 선택적으로 써먹고 던지면 안 된다"라고 말하고는, "자유민주주의의 반대는 독재와 전체주의"인데 "현 정부는 헌법의 '자유 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려 하지 않았느냐"라고 반문했다. 문재인 정부가 '독재와 전체주의' 정권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메시지를 내보낸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독재 또는 전체주의 정권이라면 검찰이 아무 거리낌 없이 정부를 집중 타격하는 수사를 벌일 수 있있겠는가. 윤 총장의 이러한 언동을 냉정히 분석하면서도 2019년 하반기 이후 윤 총장이 벌인 수사를 살아 있는 권력 수사라고 찬미할 수 있을 것인가.
2021년 3월 4일부터 윤석열은 공식적으로 정치인이 되었다. 그런데 과연 그전에는 자신을 검찰총장으로만 인식하고 있었을까? 윤 총장이 총장직을 던진 2021년 3월 4일 이전에는 정치와 거리가 먼 순정(純正)과 무욕(無慾)의 검찰총장이었다고? '소이부답' (笑而不答, 미소만 짓고 직접 대답하지 않는 모습)이다.
2020년 4월 11일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은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총장에게 공개 질의했다.
"사석이든 공석이든 '문재인은 우리 덕에 대통령 되었다. 우리는 대통령 2인과 대법원장을 구속시켰다. 문재인이라고 구속 못 할 것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는가?"
황 전 국장은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윤 총장의 이 발언을 직접 들은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두 명의 대통령을 감옥에 보낸 윤석열은 '조국 수사'와 검찰개혁 공방이 진행되는 어느 시점에 문재인 대통령도 '잠재적 피의자'로 인식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후술할 울산 사건 공소장이 그 방증이다. 그즈음 '미래 권력'의 꿈을 꾸기 시작했을 것이다. 검찰 조직 안팎에서 '대망'(大望)을 가지라는 조언이 답지했을 것이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커지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갖게 된 그는 문재인 정부를 곧 죽을 권력이라 판단하고, 자신이 지휘하는 고강도 표적수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를 압박해 들어갔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은가. 321
2019년 하반기 이후 전개된 검찰수사를 '검찰 쿠데타'라고 최 초 규정한 사람은 경희대 김민웅 교수라고 기억한다. 김 교수는 나 에 대한 전면적 압수수색이 이루어진 이틀 후인 8월 29일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이번 검찰의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에 대한 전격 수사행위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는 충격을 주지 않는 가운데 감추어진 장 막 안에서 결정적으로 권력의 판도를 바꾸는 이른바 '조용한 쿠데타'(Silent Coup)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 진체에 즉각적인 타격을 주는 군사 쿠데타와는 다른 유형의 '정 변'(政變)이다. 일종의 '궁중 쿠데타'인 셈이다. 실제로 진행되는 사태는 '검찰개혁 반발 세력의 반격성 선제공격'으로 그 본질이 압축 되는 것은 아닌가 한다. 지금 상황은 '조국'이라는 정치장교를 거부(Veto)한 검찰의 전략이 주도하는 국면이다."*
* 김민웅, 「정치검찰의 '조용한 쿠데타'인가?」, 『프레시안』(2019.8.29). 김교수는 2020년 12월 19일 보다 분명히 규정했다. 즉, "정치검찰의 난동은 지난 1년 반 내내 이 나라를 들쑤셨다. 그 까닭은 명료하다. 검찰개혁을 통해 자신들의 특권유지가 불가능하게 되는 상황에 대한 저항이었다. 이들과 한 몸이 된 언론과 기타 세력들은 검찰개혁을 '독재정권의 전횡'으로 몰아붙이기까지 한다. 어느 독재정권이 대통령을 포함한 수사대상 목록을 짜서 공수처를 설치하는가? 정치검찰은 뭘 요구하고 있는가? 다시 강조하지만 자신들이 대한민국 최고권력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법으로 주어진 권한을 권력으로 착각한 집단의 조직적 항거다"[김민웅, 정치검찰의 조용한 쿠데 타?」, 「민중의 소리』(2020. 12. 19). 323
조국 낙마를 넘어 정권을 겨냥하다
먼저 2020년 1월 29일 검찰이 기소한 '울산 사건'을 보자. 검찰 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원 더불어민주 당 의원), 황운하 울산경찰청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백원우 청 와대 민정비서관 등이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동지인 송철호 울산 시장 후보의 당선을 돕기 위해 불법적으로 수사 및 선거에 개입했 다는 혐의로 수사하고 기소해 문재인 정부 도덕성의 근본을 흔들 려고 했다. 2021년 4-7 재보궐선거 직후에는 당시 이진석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현 국정상황실장)을 추가로 기소했다. 이 사건에 대한 1심 재판은 진행 중이다. 검찰은 나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 실장의 관련도 의심하고 수사를 벌였으나, 2021년 4월 재보궐선 거가 끝난 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325
기소 후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백원우 비서관, 장환석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등 세 사람은 변호인 공동입장문에서, "주관적 추측과 예단으로 범벅이 된 '검찰 측 의견서'라고 불러도 무방 할 정도로 문제가 많다"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들은 공소장이 '정치선언문' 같다고 비판했는데, 나에게는 대통령 탄핵을 준비하 는 예비문서로 읽혔다. 326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예비한 공소장
2021년 5월 18일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윤석열을 12.12와 5-17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에 비교하면서, '2단계 쿠데타'를 벌였다고 분석했다.
"윤석열 총장의 시작도 조직을 방어하기 위해서다. 검찰의 권 력에 조국 장관이 겁도 없이 개혁의 칼날을 들이대니 조국을 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사람에 충성하지는 않으나 조직은 대단 히 사랑하는 윤 총장이다. 먼저 칼을 뽑는 건 자연스러운 귀결 로까지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국만 도려내겠습니다'라 고 보고했다고 하니, 당시만 해도 '역심'까지 품지는 않았던 것 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세력이 윤 총장을 '떠오르 는 별'로 보기 시작한다. 윤 총장도 서초동 '조국 대첩'을 거치 며 '어차피 호랑이 등에 탔구나' 싶었을 것이다. 이왕 내친김에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돌진한다. 울산시장 선거 사건, 월성 원전 사건 등이다. 명분을 축적한 뒤 '전역'을 하고는 본격적으로 대 선 판에 뛰어들었다." 329
이와 별도로 나는 검찰이 청와대 관계자를 기소한 것은 4.15 총 선에서 보수야당이 승리하면 국회가 문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도 록 밑자락을 깔아준 것이라 판단한다. 혼자만의 상상이나 추측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기소 이전부터 사설을 통해 주장했다.
"울산시장 선거 공작 사건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되는 중대 사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보다 훨씬 가 벼운 선거 개입 문제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현직 대통령 이 실정법을 위반하면 탄핵 소추 대상이 된다."** 330
1000년 9월 8일 MBC PD수첩은 '검찰 특별수사'를 2부에 걸 방송했는데, 현직 검사와 익명으로 인터뷰했다.
'대윤(윤석열)이랑 주위 사람들이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과반 이들 걸로 확신하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그렇게 되면 공수처법안 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다시 뒤집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작 난이나 올해 1월까지는 탄핵까지도 염두에 뒀으니까요." 331
2020년 12월에는 비검찰 출신이기는 하지만, 현직 검사장급 간 부가 '검찰 쿠데타론'에 힘을 실었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윤 석열 총장 징계 사유 가운데 하나인 '채널A 사건' 감찰 및 수사 방해 의혹과 관련해 법무부 조사를 받으며 다음과 같이 진술한 것으 로 보도되었다.
*군대에 의한 무력 쿠데타가 아니라 검찰수사를 통한 쿠데타 를 의식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윤 총장은 총선 에서 야당이 이길 것으로 생각한 듯하고 이 사건은 한동훈 검사 장 혼자 한 것이 아니라 총장이 같이한 것이다.""
대검 감찰부장으로서 검찰 내부 상황에 대한 정보를 취합하고 있는 한 부장이 이 정도의 진술을 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338
한국 검찰은 선출된 권력이 아니지만, 수사권과 기소권으로 선 출된 권력을 좌지우지할 수 있고 심지어 교체할 수 있다고 생각 해왔고, 실천해왔다. 검찰은 '곧 죽을 권력'에 대해서 결정적 일격 을 가하고 '새로운 권력'을 세우는 데 일조해 조직의 이익을 보전 하는 수사와 기소를 벌여왔다. '곧 죽을 권력'이라고 판단하면, '죽여야 할 권력'이 되는 법이다. 이 과정에서 검·언·정 카르텔이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공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각자의 역할을 했다. 341
묵묵히 걸어가겄습니다 | 책을 마지며
대한민국 헌법 체제에서 검찰권은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의 인사권 및 감찰권, 국회의 입법권과 감시권의 범위 안에서 위치한다. 검사의 영장청구권 외에는 검사나 검찰에 대한 헌법 조항이 없다. 판사 또는 법원과의 결정적 차이다.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오남용은 대통령·법무부장관·국회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은 검찰 인사에 대한 광범한 재량을 가지며,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 등에서 알 수 있듯이 검찰은 국정감사를 받아야 하며 검찰권은 언제든지 국회의 선택으로 변경될 수 있다. 검경수사권조정과 공수처 신설이 이루어졌지 만, 한국 검묵묵히 걸어가겄습니다 | 책을 마지며
대한민국 헌법 체제에서 검찰권은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의 인사권 및 감찰권, 국회의 입법권과 감시권의 범위 안에서 위치한다. 검사의 영장청구권 외에는 검사나 검찰에 대한 헌법 조항이 없다. 판사 또는 법원과의 결정적 차이다.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오남용은 대통령·법무부장관·국회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은 검찰 인사에 대한 광범한 재량을 가지며,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 등에서 알 수 있듯이 검찰은 국정감사를 받아야 하며 검찰권은 언제든지 국회의 선택으로 변경될 수 있다. 검경수사권조정과 공수처 신설이 이루어졌지 만, 한국 검찰은 여전히 강력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 헌법기관에 의한 검찰 통제는 필수적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검찰공화국'이 아니라 '공화국의 검찰'이다.
2019년 하반기 이후 검·언·정 카르텔과 검찰개혁을 추구하는 촛불시민 간의 '대전'(大戰)이 계속되어왔다. 검찰개혁 법안의 국회 통과로 촛불시민이 1차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검찰은 문재인 정부를 흠집내는 정치적 수사를 멈추지 않았다. 나와 내 가족에 대한 검찰의 수사, 전국에서 열린 검찰개혁 촛불집회 그리고 국회의 결단이 이어지며 검찰개혁은 한 매듭을 지었다. 검찰이 아무리 힘이 세도 국민을 이기진 못한다. 궁극에는 촛불이 이긴다. 355
오래전인 2010년 11월, 나는 겉과 속이 모 두 빨간 '토마토'가 되지 못하고 겉은 빨갛지만 속은 하얀 '사과' 라고 고백한 적이 있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 사상과 실천 그리고 대규모 기부를 하는 사람들의 선행에 감명받으면서도 집 장만하고 자식 교육과 노후를 위해 저금을 하고 펀드에 돈을 넣는다. 자식 문제로 가면 더 어려워진다. 제도 개선은 멀고 자식의 패배는 가까우니 흔들린다.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 던져진 자식에게 더 공부하라고 다그치지 못하지만 공부하지 말라고 하지도 못한다. 학원을 보냈 다가 끊었다가를 반복한다. 특목고 가라, 명문대 가라고 윽박지르지는 못하지만, 자식이 공부를 잘해 진보적 의식이 있는 명문 대생이 되기를 바란다."
2019년 9월 2일 기자간담회에서도 토로했다.
"저는 통상적 기준으로 금수저가 맞습니다. 세상에서 강남좌파라고 부르는 것도 맞습니다. 그런데 금수저면 항상 보수로 살아야 합니까. 강남에 살면 보수여야 합니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 합니다. 금수저이고 강남에 살아도 우리 사회 제도가 좀더 좋게 바뀌면 좋겠다. 공평하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그런 고민을 했고 공부했다 해도 실제 흙수저 청년, 흙수저 사람 들의 마음을, 그 고통을 제가 얼마나 알겠습니까. 10분의 1도 모를 것입니다. 그것이 제 한계입니다. 그런데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보려고 합니다. 금수저라 해도, 강남 좌파라 야유받아도 국가권력이 어떻게 바뀌는 게 좋겠다. 정치적 민주화가 어떻게 되면 좋겠다고 고민해왔습니다. 그 점에 대해 나쁜 평가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해보려고, 그 기회를 달라고 여기에 비난받 으며 와 있습니다." 358
나를 밟고 전진하시길 바란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강남 좌파로 정부 비판에 나섰지만, 자신의 강남성에 대한 성찰과 개선 노력은 취약했다. 나와 내 가족이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이 컸고 나에 대한 공적 주목 역시 컸던 만큼 가족 모두가 더 신중하게 처신했어야 했다. 과거 진보적 학자로서 했던 말과 나의 실제 삶이 일치하지 않았다는 점, 나의 안이함과 불철저함으로 국민들 마음에 상처를 준 점, 다시 한번 사과한다. 다만, 정규 교수직을 내던지고 학문에 전념하고 있는 조형근 선생의 글은 공유하고 싶다.
"현 정권의 '내로남불', 위선에 대한 비판이 상당하다. 권력의 위선에 대한 비판은 늘 옳다. 그러나 위선으로 입은 상처를 솔직한 악덕으로 치유할 수는 없다. 역설적이지만 위선이야말로 선을 닮고 싶은 우리의 또 다른 본성을 증거한다. 위선이 '악이 선에 바치는 경배'인 이유다. 위선은 역겹지만 위선마저 사라진 세상은 야만이다. 냉소하기보다는 위선의 모순 속으로 걸어가야 할까 닭이다. 이 길을 걸어야 한다." 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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