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실천론 :
이와 같이 하여 윤리적 실천론에는 우리는 윤리적 실천을 통해 실현되어야 할 이상과 제거되어야 할 현실이라는 두 대립된 원리가 공존한다. 천리는 모든 인간에게 타당한 보편적 이치인데 반해 인욕은 인간 각자에서 생겨나는 차별적인 것이기에, 천리와 인욕의 대립은 보편성과 개체성의 대립이 되고, 천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치인데 반해 인욕은 구체적 인간의 신체성과 결부되어 있으므로 천리와 인욕의 대립은 다시 이성과 감성, 정신과 신체, 이치와 기질, 이와 기의 대립이 된다.
그러나 그러한 천리는 과연 어디에서 오며, 또 어디에 있는가? 우리가 과연 이 천리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그런 천리를 가리는 인욕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가? 보편적 이치로서의 천리와 개별적 존재의 욕망의 관계는?
불교적 실천수행이 단순한 윤리적 선행의 실천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이다. 해탈의 실천론을 윤리적 실천론으로부터 구분짓는 근본적 핵심은 무엇인가? 인간에게 있어 윤리와 해탈은 어떤 관계에 있는가?
윤리적 실천론은 이 문제들에 대답을 갖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두 극단 자체는 더 이상 설명될 수 없는 두 원리로서 설정되기 때문이다. 천리와 인욕은 마치 선과 악의 두 원리처럼 그냥 우리에게 주어져 있는 것이 된다.
불교의 실천론은 윤리적 실천론이 전제하며 대답하지 않고 남겨놓은 물음들을 본격적으로 문제삼고 있다.
. 욕망과 집착을 단적으로 부정하기에 앞서 그 욕망. 즉 아집이 어디에서 오는가를 해명하며, 그 해명을 통해 왜 아집이 부정되어야 하는가를 밝힘.
. 보편적인 객관적 원리로서의 천리 도덕적 원리로서 천리를 따로 설정하지 않아. 영원한 법이 있다는 생각 자체가 또 다른 장애일 뿐. 법집.
그렇다면 불교는 무슨 근거에서 천리를 부정하는가? 일체 법의 공성을 말 할 수 있는가? 그 어떤 것도 인간심성을 떠나 따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 유식무경.
(나중에 추가할 것)
5.해탈의 의미
아견, 번뇌, 욕망, 사욕은 모두 다 정도를 벗어나게 하여 생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원인들이다. 따라서 윤리적 실천론은 이러한 사욕을 벗어나는 공부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불교는 번뇌를 강제적으로 잠재우기 보다는 그 번뇌를 그 근거에로 추적해 가서 그것의 근거를 통찰함으로써 그 번뇌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을 취한다. 집착된 아가 비실재라라는 것, 아공을 앎으로써 바로 그 아집으로부터 벗어나게 되고 집착된 법이 비실재라는 것, 즉 법공을 앎으로써 바로 그 법집을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일체의 번뇌는 아도 법도 공이라는 것을 모르고, 실재하는 것처럼 집착함으로써 발생하는 것이다. 그것이 공이라는 것을 바로 보고 그 공성을 익히면, 집착이 멸하고 번뇌가 멸한다. 이후의 연기의 항을 끌고 오는 무명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무시 이래의 습관과 경험을 통해 아뢰야식 내에 함장된 명언종자가 현행하여 나타난 그 상분과 견분일 뿐이다. 이러한 유식성의 자각으 ㄹ통해 실체적 아도 없고 실체적 법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 깨달음을 반복적으로 실천함으로써만 장애를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의 욕망과 마찬가지로 객관적 실체 내지 보편적 원리로서 상정된 법 역시 우리 자신의 관념적 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고, 따라서 그런 관념의 틀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이다.
사욕을 제거하고 천리를 구한다지만, 그러한 천리가 실제로는 인간 자신의 관념의 산물에 지나지 않기에 그것은 결국 끓임없이 인간의 자유로운 삶을 구속하는 관념,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것은 결국 세대를 거친 경험을 통해 형성되고 각각의 마음 안에 뿌리깊게 심어져서 작동하는 공종자의 산물에 지나지 않은 것이 아니었던가? 그것이 결국 사람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출발한 관념의 산물이라면, 그것이 아무리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한들 그것이 아무리 많은 사람들에 의해 공유되고 있다 한들 그것이 바로 나 자신의 마음에 대해 지배권을 행사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유식불교의 실천론은 바로 일체의 관념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주체로 서고자 하는 해탈의 꿈 이외의 다른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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