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혹은 '동무'가 아닌 것
흑인의 운명은 백인, 여자의 운명은 남자, 서얼출신 지식인들의 운명은 곧 양반계급이었던 것.
북학파 지식인들,
수직적 권력의 계선에 편승되기를 스스로 포기, 거부하거나, 혹은 그 계선으로부터 원천적으로 소외당했던 이들 북학파 지식인들의 삶/앎의 양식이 백탑시사와 같은 교우로 흘렀던 것은 오히려 필연적이었다.
이들이 권력의 종적 계열 속에서 벌일 수 있었던 인정투쟁의 한계는 운명처럼 분명했고, 이 인정투쟁의 횡적 투사나 우회, 혹은 변용으로서의 교우는 자연스럽다.
역사적으로 헤아려보면, 지식인 교우론은 대체로 3-4가지의 부재나 실패에 의해서 도드라진다.
1) 초월적-종교적 인정투쟁의 부재나 실패
2) 현존 지배체제 속에서의 상향적 인정투쟁의 부재나 실패
3) 연정이라는 이성 간 인정투쟁의 부재나 실패
4) 자식-후배-민중 등을 향한 하향적 인정투쟁의 부재나 실패
북학파 지식인들의 교우론은 필시 두 번째 굴절과 깊이 관련 될 것. 이들 지식인 아웃사이더들의 아름다운 교우의 '풍경'은 그 풍경을 가능하게 한 곡절깊은 상처의 '기원'을 숨기고 있는 셈.
'동무론_김영민' 카테고리의 다른 글
16장. 무능의 급진성(1) 인문의 오래된 미래 (0) | 2020.01.22 |
---|---|
연정, 혹은 '동무'가 아닌 것 (0) | 2020.01.21 |
초월, 혹은 '동무'가 아닌 것 (0) | 2020.01.21 |
인정투쟁과 냉소 사이 (0) | 2020.01.21 |
어떻게, 교우론은 미래학인가? (0) | 2020.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