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갠 친구라는 게 없다. 3부작의 저자로 알려진 내겐 친구라는 게 없다. 친구....개 나 소나 김영삼들이나 전두환들이 가진 바로 그 (남이 아닌) '친구' 말이다. 이따금 나는 이게 대체 누구의 잘못인지 캐려고 지난 일들을 차근히 되짚거나 홀로 따져보기도 한다. 이런저런 사람들이 떠오르 긴 하지만, 이내 내 심리의 자장 속으로 회수할 수 없는 어떤 이치의 흐름과 힘에 휩쓸려 그 얼굴들은 멀어져간다. 주변의 타인들이 다 그르고 나만 옳다는 생각은 민주스럽고, 내 윤리를 꺾고 새삼스레 낡은 추억에 배인 정서를 반성적으로 헤집는 일은 허탈하다. 친구가 없다는 사실은 세속의 따가운 시선에서 자신의 정서와 허영을 보호할 추억의 그늘이 없다는 사실과도 같다. 친구가 그늘을 지닌 나무와 같다는 비유는, 사실 겹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