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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땅에 쓰는 시

영화를 보고 와, 생생각한다. 시를 사랑하고 시의 영감을 흙과 나무, 화초로 땅에 구현하는 그 분의 경지에 대해. 시와 정원, 시와 자연은 다른 것이 아니기 때문일까? 본인은 잇는 사람이라고, 관계를 구현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여의도샛강생태공원. 김수영의 시, 풀 풀이 눕는다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풀이 눕고드디어 울었다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다시 누웠다풀이 눕는다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다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발목까지발밑까지 눕는다바람보다 늦게 누워도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바람보다 늦게 울어도바람보다 먼저 웃는다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1968.5.29)  포항 바닷가 주택 정원. 나희덕의 시, 여,라는 말 잊혀진 것들은 모두 여가 되었다망각의 물결..

2024년 2024.06.21

식물기

식물기,호시노 도모유키 식물소설집 호시노 도모유키 한국어판 서문, 식물이 싹을 틔우는 계절에 도쿄에서 한국어판 독자 여러분께수풀 속을 걷기를 좋아합니다. 주택가나 논밭이나 작은 산이 섞여 있는 장소가 좋습니다. 집이 무너지고 그대로 아무것도 짓지 않아 방 치된 땅에 풀이 자라 무성해지고, 이윽고 발 들일 틈 없을 만큼 수풀이 우거지면, 이대로 주변의 주택도 수풀에 먹혀 버리면 좋겠다고 상상하 곤 합니다.십년 전, 서울 서대문에 살았을 때 근처에 거대한 빌딩이 세워지다 만 넓은 땅, 수풀이 되어 방치된 곳이 있었습니다. 함석판으로 둘러싸 여 있었지만, 누군가가 일부러 무너뜨려 들어갈 수 있게 되었고 나도 들어가 보았습니다.나에게는 그곳이 낙원처럼 보였습니다. 전면이 수풀인 낙원 저편에 나이 지긋한 이가 오..

2024년 2024.06.20

이것으로 충분한 생활

이것으로 충분한 생활,씨앗 할머니의 작은 살림 레시피 하야카와 유미씨앗 뿌리기, 14-15작은 밭에 씨앗을 뿌립니다. '흙만 있으면' 손바닥만 한 작은 밭에서도 행복을 키울 수 있습니다. 여리고 싱싱한 채소를 따서 부엌에서 밥상을 차 릴 수 있다는 건 신나는 일입니다.냉장고가 텅 비어 있어도 괜찮습니다. 밭에만 가면 먹을 것이 있으니 마음이 든든합니다. 밭에 수그리고 앉아 루꼴라나 고수, 양상추 잎을 따서 바로 샐러드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밭은 생명의 근원이 되는 식재료를 키우는 곳이기에 삶의 뿌리가 되는 곳이며, 부엌과 연결되어 우리 몸과 마음을 키워줍니다. 밭일은 생명 활동 그 자체입니다. 작은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리면서 풍성하게 우거질 내일을 상상합니다. 씨앗을 뿌리고 있노라면 마음만은 벌써 부자..

2024년 2024.06.08

다시, 원은 닫혀야 한다

다시, 원은 닫혀야 한다 이현정2장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많은 사람들이 잘 인식하고 있지 못하지만, 플라스틱의 주원료가 화석연료인 석유이다. 석유의 소비량 중 산업연료용으로 사용되는 비중은 8~9% 수준이며, 수송(자동차, 선박, 비행기)용 사용량이 차지하는 비율은 32~33% 정도이다. 반면 산업원료용 으로 사용되는 석유가 52~53%로 가장 많다. 44화석연료 =  석탄, 석유, 천연가스작은 실천으로는 이 위기를 막을 수 없다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86.8%(6억 1,580만 톤 CO2환산량*, 2017년 기준)는 에너지 분야에서 발생된다. 놀라운 것은 전체 배출량의 11%에 해당하는 7,100만 톤을 '포스코'라는 단 하나의 기업에서 배출한다는 것이다. 철강산업에서의 원료탄 사용 증가는 우리나..

2024년 2024.05.27

빅터 프랭클의 죽움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의 죽움의 수용소에서Man's seach for meaning빅터 프랭클1부. 강제 수용소에서의 경험냉담한 궁금증그런데 그런 냉담한 궁금증이 심지어 아우슈비츠에서도 눈에 띄게 나타났다. 이것은 주변 환경으로부터 자기 마음을 어느 정도 분리시켜 어떤 일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갖게 한다. 수용소에서 사람들은 자신을 보호하려는 수단으로 이런 마음가짐을 가꾸었다. 우리에게 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결말은 어떻게 될까? 이런것을 무척이나 궁금해했다.한번은 쌀쌀한 늦가을에 샤워를 하고 아직 물이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밖에 서있었다. 우리는 그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몹시 궁금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며칠 후 궁금증은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우리 모두 감기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41인간에 대한 ..

2024년 2024.04.27

타자들의 생태학

타자들의 생태학 필리프 데스콜라 옮긴이 후기(차은정) 2.자연이라는 관념적 구성물 데스콜라는 아마존의 부족 세계를 참여 관찰하면서 '자연'이 인간 외부의 주어진 환경이라기보다 근대유럽의 과학적 사고에 의해 객체화된(objectified) 관념적 구성물임을 깨닫는다. 아마존에서는 서구적 의미에서의 자연이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서구에서와 달리 인간과 비인간이 분절되지 않고 연속적으로 이어져 있으며 인격성 (personality)의 범주 또한 인간에 한정되지 않는다. 아추아르 신화에서 동식물을 포함한 모든 살아있는 존재는 아추아르어로 '완전한 사람'을 뜻하는 '펜케 앤츠(penke aents)'로 불린다. 지금도 아추아르 사람들은 동식물이 이러한 인격성을 부분적으로 상실했다해도 인간 동료와 똑같은 사교성(soc..

2024년 2024.03.30

여기 살아있는 것들을 위하여

여기 살아있는 것들을 위하여 베리 로페즈 부제, 숲과 평원과 사막을 걸으며 고통에서 치유로 향해 간 55년의 여정 원제, Embrace Fearlessly The Burning World, (2022) 캘리포니아를 그리며 살갗을 파고들었던 갈망을 채워주듯 향수가 밀려들었고, 그것은 떠날 때—우리의 경우는 오리건으로—다시 우리 가슴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이 감정을 해석해보려고 몇 년을 노력했다. 아동 성도착자에게 시달린 4년 반, 그리고 우리 세 식구에 대한 아버지의 폭력을 겪고도 어떻게 그런 식으로 캘리포니아를 그리워할 수 있는 것일까? 37 끔찍한 경험—성적 학대의 트라우마, 폭력적인 결혼과 이혼, 부재하는 아버지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갈망—은 사람을 상처 입히고, 그것으로부터 헤쳐 나오기까지는 수십 ..

2024년 2024.03.26

늙어감에 대하여

늙어감에 대하여, 저항과 체념 사이에서 장 아메리 목차 초판 서문―저항과 체념의 모순을 탐색하는 여정 4판 서문―늙어감, 그 지속의 현상 살아 있음과 덧없이 흐르는 시간 속절없이 흘러버린 세월 시간, 그 무어라 말할 수 없는 허무 측량할 길 없는 시간의 상대성 우리는 늙어가며 시간을 발견한다 시간의 무게와 죽음 다시는 오지 않으리 시간 속에서 나는 홀로 있다 낯설어 보이는 자기 자신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닌 나 노화, 세계의 상실 또는 감옥이 된 몸 나는 누구이며, 내가 아닌 나는 또 누구인가 낮과 밤이 여명 속에서 맞물리듯이 타인의 시선 사회적 연령, 타인의 시선으로 정의되는 나 소유냐 존재냐 저항과 체념의 모순에 직면하기 더는 알 수 없는 세상 세상으로부터의 소외 문화적 노화 세상 이해의 불가능성과..

2024년 2024.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