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여인 떨어지다 Skywoman Falling 태초에 하늘 세상이 있었다. 여인은 단풍나무 씨앗처럼 가을바람을 타고 빙글빙글 돌면서 떨어졌다. 하늘세상의 구멍에서 빛기둥이 내려와 어둠 속에서 여인의 길을 밝혔다. 여인은 한참을 떨어졌다. 두려움 때문이었는지 희망 때문이었는지 여인은 꾸러미를 꽉 붙들었다. 추락하는 여인에게 보이는 것은 아래쪽의 시커먼 물뿐이었다. 하지만 그 공허 속에서 많은 눈이 난데없이 빛줄기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작은 물체로 보였다. 빛살 속의 먼지 알갱이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물체는 점점 커지더니 이제 여자로 보였다. 팔을 활짝 벌린 채 길고 검은 머리카락을 펄럭거리며 그들을 향해 맴돌며 떨어지는. 기러기들이 서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기러기의 노래'가 물결치는 가운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