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향모를 땋으며

향모를 땋으며(9)_미슈코스 케노마그웬: 풀의 가르침

백_일홍 2024. 7. 25. 14:26

미슈코스 케노마그웬: 풀의 가르침

내게 실험은 식물과 나누는 일종의 대화다. 물어볼 것이 있지만, 우리는 같은 언어를 구사히지 않기에 직접 묻지 못하고 그들도 말로 대답하지 않는다. 하지만 물리적 반응과 행동은 유창할 수 있다. 식물은 살아가는 방식으로, 변화에 대한 반응으로 질문에 대합한다. 우리는 어떻게 물을지 배우기만 하면 된다. 동료들이 "X를 발견했어"라고 말할 때마다 웃음이 난다. 그건 콜럼버스가 자신이 아메리카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꼴이다. 아메리카는 줄곧 거기에 있었다. 그가 몰랐을 뿐이지 실험은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귀를 기울이고 다른 존재의 앎을 변역하는 것이다. 235

"식물을 섬기며 이용하면 우리 곁에 머물며 번성할 테지만, 무시하면 떠날 것이란다" 

인간을 '자연' 바깥에 놓고 인간과 다른 종의 상호관계를 대개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세계관. 그들은 점점 줄어드는 종를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은 그냥 내버려두고 사람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하지만 풀밭은 우리에게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향모에 대해서만큼은 인간이 시스템의 일부, 필수적인 일부라고. 

많은 풀은 '보상 생장'이라는 생리학적 변하를 겪는데,이는 잎을 잃으면 재빨리 더 자라서 손실을 보충하는 현상이다. 직관에 어긋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버팔로 무리가 초원에서 신선한 풀들을 뜯어 먹으면 풀은 실제로 이에 반응하여 더 빨리 자란다. 이는 풀이 회복하는 데 이롭지만, 버팔로가 다음에 다시 먹이를 찾아 돌아오도록 초대하는 셈이기도 한다. 심지어 풀을 뜯는 버팔로침에서 풀의 생장을 자극하는 효소가 발견되기도 했다. 버팔로의 똥이 비료가 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풀은 버팔로에게 베풀고 버팔로는 풀에게 배푼다. 243

이 시스템은 균형이 잘 잡혀 있지만, 그러려면 버팔로 무리가 풀을 섬기며 이용해야 한다. 방목 버팔로는 풀을 뜯은 뒤에 이동하는데. 같은 장소에는 몇 달 동안 돌아오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절반 이상 취하지 말고 싹쓸이하지 말라는 규칙을 지킨다. 사람과 향모의 관계 라고 다를 이유가 있을까? 우리는 버팔로보다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으며, 같은 자연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오랜 문화적 쓰임새의 역사를 거치며 향모는 사람에게 의존하게 되었다. 사람이 '교란'을 만들어내야 보상 생장이 자극되는 것이다. 인간이 참여하는 이 공생에서는 향모가 사람들에게 향기로운 풀잎을 주고 사람은 수확을 통해 항모가 번성할 조건을 조성한다. 243

이 이야기를 둘려준 것이 향모님임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윙가슈크는 하늘여인이 거북섬의 등에 처음으로 심은 식물이다. 향모는 향기로운 자신의 몸을 우리에게 내어주고 우리는 감사하며 받는다.  그 대가로 선물을 받아들이는 바로 그 행위를 통해 바구니 장인은 틈새를 열어 햊빛을 들여보내고 줄기를 살며시 잡아당겨 잠든 눈을 흔들어깨워 새싹을 틔우게 한다. 호혜성은 주고받음의 영구 순환을 통해 선물이 끊임없이 움직이도록 한다. 245

 


단풍나무 네이션: 국적 취득 안내서 Maple Nation: A Citizenship Guide

옛 식량 전통을 되살리고자 애쓰는 단체에서 제작한 아름다운 생태 지도가 있다. 주 경게는 사라져 생태 구역으로 대체된다. 각 구역을 규정하는 것은 지형을 빛고 우리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우리를 물질적으로 또한 영적으로 먹이는 상징적 존재인 우점종 주민이다. 지도에 따르면 북서부 태평양 연안에는 연어 네이션이 있고 남서부에는 소나무 네이션이 있다. 북동부에 사는 우리는 단풍나무 네이션에 속한다. 

'생태계 서비스'

생명을 가능케 하는 자연의 구조와 기능. 

인간 경제에서는 이 서비스가 계상되지 않는다. 단풍나무가 끊임없이 기부하는 것을 우리는 공짜로 받는다. 단풍나무는 우리를 위해 자신의 책무를 다한다. 

집에 도착하여 각국의 국적 취득 선서를 찾아본다. 공공통점이 많다. 지도자에게 충성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은 충실 서약, 공유된 믿음의 표현, 국법을 준수하겠다는 맹세다. 미국은 이중 국적을 허용하는 경우가 드물기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어디에 충성을 바칠 것인가를 어떤 기준으로 정해야 할까? 하나를 선택해야 만 한다면 나는 단풍나무 네이션을 선택할 것이다. 국적이 공유된 믿음의 문제라면 내가 믿는 것은 종 민주주의다. 국적이 지도자에 대한 충성의 맹세를 뜻한다면 나는 나무의 지도자를 선택하겠다. 좋은 국민이 국법을 지키는 데 동의한다면 나는 자연의 법 호혜성과 재생과 상호 번영의 법을 선택하겠다. 256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캐나다로 가겠어" 단풍나무들이 정말로 그릴 것만 같다. 해수면 상승 때문에 이주하는 방글라데시 농민들처럼 단풍나무도 기후 난민이 될 것이다. 살아남으려면 북쪽으로 올라가 보레알(중세의 기후 간극.옮긴이)숲에서 보금자리를 찾아야 한다. 우리의 에너지 정책이 그들을 몰아내고 있다. 값싼 석유의 대가로 그들은 고향에서 쫓겨날 것이다.

우리는 기후 변화의 비용을 지금 당장 치르지는 않는다. 단풍나무 등이 제공하는 생태계 서비스의 상실은 아직 체감되지 않는다. 지금의 감싼 석유와, 다음 세대를 위한 단풍나무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 까? 나보고 미쳤다고 말해도 좋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세금을 신설하는 것에도 찬성한다. 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