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식물, 국가를 선언하다

백_일홍 2023. 4. 7. 13:34

식물, 국가를 선언하다

식물이 쓴 지구의 생명체를 위한 최초의 권리장전

 

스테파노 만쿠소 

 

식물을 한 국가의 일부로 다룬다. 기원, 관습, 역사, 조직, 목적을 공유하는 공동체의 한 일원으로 말이다. 식물국가. 인간국가를 보듯 식물을 보면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녹색, 흰색, 파란색 이 세가지 색은 식물국가가 지구상에서 가장 개체수가 많고 중요하며 널리 퍼진 국가임을 보여준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식물로 구성된 이 국가는 다른 모든 살아있는 유기체가 의존하는 국가다. 

 

초강대국이 지구의 진정한 주인이라고 믿는가? 그게 아니면 미국, 중국, 유럽연합의 시장에 의존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잘못 아는 것이다. 식물국가는 유일하고 참되며 영원한 힘이 있는 행성이다. 식물없이는 동물도 존재하지 못한다. 어쩌면 지구상의 생명체 자체가 존재하지 못할 수도 있고, 설령 존재한다 해도 지금과는 다른 양상일지도 모른다. 7

 

우리는 식물 덕분에 존재하며 식물국가 안에서만 생존을 이어나갈 수 있다. 우리가 마치 주인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아니라 단지 불쾌하고 성가신 세입자 중 하나일 뿐이다.

 

나는 인간들의 이 무모한 행동의 원인이 일부는 타고난 포식성에 있고  또 일부는 생물 공동체의 규칙을 완전히 잘 못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8

 

이 책에서는 식물들의 생명을 지탱하는 데 꼭 필요한 여덟 개의 기둥에 관해서만 다룬다. 우리 세계의 중개인 역할을 하는 식물이 쓴 헌법을 상상해 보라. 9

 

인간이 아닌 모든 것을 사물로 분리해서 바라보고 인간을 현실 세계의 완전한 존재로 여겨 법률상 중심에 두는 인간 중심주의, 그것에 입각한 우리 헌법과 비교할 때 식물은 우리에게 혁명을 제안한다. 10

 

식물국가의 권리장전

제1조

지구는 생명체의 공동주택으로 모든 생물이 그 주권을 가진다. 

 

내게는 태양계 곳곳의 구성요소에 대한 이 흥미진진한 탐사 결과가 항상 지구의 것보다 훨씬 단순해 보인다. 지구의 복잡성은 생명체 때문에 생겼다. 생명체가 존재하는 지구를 불모지로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생명체가 없다면 지구는 금성과 화성의 중간에 있는 그저 그런 행성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지구상에서 보는 많은 것들은 유기체가 활동한 결과물이다. 강, 해안, 산과 같은 것들은 생명체의 활동으로 설계되었다. 29

 

우리는 모두 생명체의 버블 속에 산다. 인간은 살아있고, 식물도 살아 있으며, 곤충.물고기.새.미생물도 살아있다. 지구에 생명체가 없는 곳은 없다. 우리의 버블은 생명체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이것이 우주의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상태라고 믿는다. 우리는 자신이 운이 좋은 유일한 지구 관리인이라고는 상상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우주의 생명체가 만들어놓은 단 하나의 버불, 유일한 버블이다. 

 

목숨의 대가를 치를 수 있는 인식의 오류다. 

 

지구의 주권은 누구 것일까? 우리를 행성의 제왕으로 만드는 이 권한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 생득권일까  아니면 신권일까?

. 우리의 지적 능력이라는 우월함에서 나온 것일까?

. 다수결에 따른 것일까? 35

 

누구든 두뇌가 발달한 사람이 생존경쟁에서 확실히 유리할 거라고 믿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러할까? 우리가 자신의 우월성을 100퍼센트 확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앞서 살펴본 필터 버블과 유사한 많은 인지적 왜곡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 더닝 크루거 효과라는 인지 편향 오류가 있는데, 이는 어떤 분야에 대한 지식이 얉은 사람일수록 그 분야에서의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40

 

우리는 생명체의 목표가 생존이고 다른 종보다 우월한 종이 이 목표를 더 잘 달성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제 문제가 명확해졌다. 하나의 종이 지구상에서 얼마나 오래 살아남는지 알고 이를 인간과 비교하면서 우월한 종의 순위를 매길 수 있으면 충분하다. 41

 

지구에서 일어났던 멸종을 바탕으로 그 빈도를 살펴보면, 동식물은 수백만 년으로 측정되는 반면 인간은 언제든 사라질 위험에 놓인 것으로 측정된다. 

 

만약 우리가 내일, 1,000년 후, 10만 년 후, 그리고 또 다른 10만 년 후에 사라진다면 시스티나 성당, 말로의 비너스, 생대성 이론, 단테의 신곡, 피라미드 그리고 우리의 모든 추론들이 그대로 남아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큰 두뇌가 이점이 아니라 오히려 진화론적 약점임이 드러나면서 조기에 멸종될 수 있는 이 오만한 개체의 멸종을 막으려고, 인간국가보다 수억 년 전에 태어난 매우 현명한 식물국가가 지구상 모든 생물에게 주권을 부여한 것이다. 43

 

 

제2조

식물국가는 자연 공동체를 구성하는 유기체 간의 관계를 기반으로 한 사회로, 자연 공동체의 불가침권을 인정하고 보장한다

 

다윈 <종의 기원>, 그 유명한 '생존 경쟁'을 다루면서 우리에게 관계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는 생물들 간에 어떤 연결 고리가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그 같은 관계에 개입할 때 결과 예측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예. 고양이아 땅벌처럼 자연계에서 서로 동쩔어진 동물들이 복잡한 관계의 그물을 매개로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아는가? 49

 

너무 복잡하게 얽힌 이러한 관계가 사실은 모두 하나의 생명체 관계망으로 연결된 것이다. 

 

역사는 단일 종의 존재 또는 활동을 변화시키려는 시도로 가득 차있지만 그 시도들은 거의 항상 안 좋게 끝났다. 예. 붉은 색에 관한 사업 / 중국 공산당의 참새 박멸 시도 

 

생태 공동체의 힘은 지구 생명체의 원동력 중 하나다. 미시적인 것에서 거시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어디에 속하든 생명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은 생명체 간 관계로 이해되는 공동체가 있기 때문이다. 66

 

공동체는 지구상 생명체의 기반이다. 전체 행성은 단일 생명체로 봐야 한다. 이것이 가이아 이론이다. 단일 생명체의 균형 잡힌 메커니즘(좀더 기술적인 용어로는 항상성)은 변화하는 환경의 진동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키는 데 필요한 힘과 대항력을 생성할 수 있다. 주변 환경의 온도가 끊임없이 변화하는데도 우리 체온을 일정하게 만드는 메커니즘과 유사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생명체는 이러한 공동체를 바탕으로 진화해왔으며 인간의 개입이 금지된 경우에만 계속 존재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식물국가가 자연 공동체의 불가침성을 침해할 수 없는 권리로 인정하는 이유다. 67

 

 

제3조

식물국가는 중앙통제센터와 그곳에 기능이 집중된 동물의 위계 조직을 인정하지 않으며, 광범위하고 분산된 식물 민주주의를 선호한다

 

식물과 동물은 3억 5,000만 년에서 7억 년 전 지구 진화 역사에서 결정적인 시점에서 분리되었다. 초기 생명체들은 이 시기를 기점으로 두 갈래 길 중 하나를 선택하기로 했는데 하나는 식물의 탄생으로, 다른 하나는 동물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서로 다른 길에 올랐을 것이다. 식물은 비범한 광합성 능력 덕분에 에너지를 자율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자양분을 찾아 이동할 필요가 없었다. 

 

그와 반대로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른 살아 있는 유기체를 사냥해야 했던 동물은 식물이 자신ㄴ의 자리에서 햇빛을 통해 얻은 것과 동일한 화학 에너지를 찾아 끊임없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갈림길에서 구조와 기능이 매우 다른 유기체들이 파생된 이유다. 72

 

식물국가는 반복되고 탈중앙화한 광범위한 조직 모델만 이용하면서 동물의 위계 조직 또는 중앙 집중식 조직의 전형적인 취약성, 관료제, 거리, 동맥경화증, 비효율성 문제에서 영원히 자유로워졌다. 92

 

 

제4조

식물국가는 현세대 생물의 권리와 다음 세대 생물의 권리를 보편적으로 존중한다

 

식물은 항상 먹이 피라미드, 생태 피라미드 또는 영양 피라미드 등 모든 피라미드의 맨 아랫부분을 차지한다. 식물이 있는 피라미드, 즉 생산자인 식물이 가장 낮은 단계에 있고 식물 위에는 식물을 먹는 초식동물, 그 보다 위에는 고기를 먹는 육식동물이나 식물과 고기를 모두 먹는 잡식동물, 그렇게 먹이사슬의 최상우이를 대표하는 슈퍼 포식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양 단계를 거쳐 위쪽으로 진행된다. 

 

내가 볼 때 화학 에너지를 소비하는 유기체가 아닌, 화학 에너지를 생산하는 유기체를 상위에 표시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자동차는 엔진이 가장 중요하다. 나머지는 필수 부품이 아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식물은 자동차의 필수 부품인 생명체의 엔진이며 나머지는 차체에 불과하다. 

 

에너지가 피라미드 하위 단계에서 바로 위의 단계로 전달될 때마다 전체 에너지의 10-20펴센트만 축적되어 새로운 바이오매스(즉정한 어떤 시점에서 특정한 공간 안에 존재하는 생물의 양, 중량이나 에너지양으로 나타냄)를 구축하는 데 사용되고 나머지는 다양한 대사 과정에서 손실된다. 

 

이른바 수퍼 포식자들은 에너지 측면에서 지속 가능성이 가장 낮다는 것을 상상해볼 수 있다. 

 

인간이 이 행성의 유일한 진짜 수퍼 포식자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뿐만 아니라 인간의 특성은 어떤 생물들보다 다른 종을 엄청나게 위험하게 만든다. 인간이 재생불가능한 자원을 점점 더 많이 소비하고 이 무분별한 활동으로 생긴 폐기물로 공기, 토양, 물을 오염하는 것은 수퍼 포식자로서의 활동에서 비롯된 것이다. 99

 

 

제5조

식물국가는 깨듯한 물, 토양 그리고 대기권을 보장한다

 

20세기 초 러시아의 유명한 식물학자인 클리멘트 아르카드예비치 티미랴제프는 자신의 저서 <식물의 생명>에서 식물은 태양과 지구 사이의 연결 고리로 여겨야 한다고 기술했다. 109

 

나에게 좀 더 확실한 대안이 있긴 하다. 그것은 식물에게 다시 맡기는 것이다. 식물은 이미 과거에 대기 중 이산화 탄소의 양을 대폭 줄여 동물들이 지구를 정복하게 해주었다. 식물은 다시 그렇게 하게 할 수 있고 우리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줄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식물이 살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지구에 식물을 가득 채워야 한다. 

 

그러나 그에 앞서 추가적인 삼림 벌체를 막을 필요가 있다. 지구상에 남아 있는 소수의 큰 삼림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켜내야 한다. 

 

우리 되시들은 세계 인구의 50퍼센트가 사는 곳이면서 지구상에서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이기도 하다. 도시들을 식물로 완전히 뒤덮어야 한다. 지정된 공간 뿐 아니라 공원, 정원, 거리, 화단 등 어디에나 말이다. 이를테면 지붕 위, 건물 정면, 길가, 테라스, 발코니, 굴뚝, 신호등, 가드레일 등에도 식물이 자라게 해야 한다. 122

 

 

제6조

생명체의 미래 세대를 위해 대체 불가능한 자원 소비는 금지한다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 Earth Overshoot Day(EOD) 지구의 생태계가 한 해 재생할 수 있는 자원의 총생산량을 인류가 모두 소진한 날로서, 이날을 기점으로 인류는 미래 세대의 생태 자원을 빌려 쓰면서 지구 자원을 침식하고 사는 셈이 된다. 125

 

1971년에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12월 31일로 당겨졌다. 

. 1980년 11월 4일

. 2000년 9월 23일

. 2018년 8월 1일

2018년 8월 1일부터 같은 해 12월 31일까지 인류는 결코 되돌아 오지 않을 자원을 소비하면서 지구 자본을 침식하고 미래 세대의 자산을 끌어다 쓴 것이다. 128

 

식물은 영양분이 부족할 때 동물이 하는 것처럼 착취할 새 영토를 찾으러 돌아다닐 수 없기에 유한한 자원으로 함께 살고 성장을 조절하는 법을 배웠다. 영양분 또는 물이 부족하면 식물은 바뀐 조건에 적응하면서 자기 조직을 실질적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 첫번째 대응책은 신체 크기를 줄이는 것이다. 식물의 왜소 성장은 주로 자원이 극도로 제한된 환경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동물은 이러한 일을 절대할 수 없다. 

 

식물체의 유연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표현형 적응성'은 이러한 능력을 설명하는 전문 용어다. 식물은 크기를 줄이고, 가늘어지고, 휘감고, 휘어지고, 올라가고, 기어가고, 몸의 모양을 바꾸고, 성장을 멈추는 등 가능한 한 가장 안정적으로 환경과 균형을 유지하려고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한다. 우리에게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생길 때, 어쩌면 식물 친구들

의 행동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117

 

 

제7조

식물국가에는 국경이 없다. 모든 생명체는 자유롭게 통과하고 이동하며 어떠한 제한 없이 그곳에서 살 수 있다

 

칼 폰 린네, <자연의 체계> 자연계의 모든 생물군을 분류했다. 자연계를 그 유명한 세 가지 계인 광물, 식물, 동물계로 세분했다. 

1.돌: 육중한 물체로 살아 있지도 않고 지각능력도 없다. 

2. 식물: 살아 있는 조직체로 지각능력이 없다.

3.동물: 조직적이고 살아 있으며 지각능력이 있는 몸으로 자발적으로 움직인다.

 

그것은 자연계를 제 단으로 구분한 아리스토펠레스식 표현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꼭대기인 네 번째 단에는 다른 동물들이 갖는 특징들 외에 지성을 겸비한 인간이 있었다. 

 

이 분류체계는 오래된 데다 완전히 틀렸지만 자연계를 돌에서 사람까지 올라가는 계단으로 구분하는 것은 오늘날까지도 인간이 다른 생물들을 인식하는 방식을 표현한 것과 같다. 이러한 생명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우리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쳐 잘못된 방향으로 인도한다. 

 

동물의 특징으로 믿는 주변환경을 인식하는 능력과 동일한 환경에서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능력, 이 두가지 특징이 식물에도 있음을 쉽게 입증할 수 있다. 144

 

식물이 동물보다 전적으로 우월한 지각능력을 부여받았다는 것은 이제 완전히 증명되었다. 식물은 주변 환경의 빛, 온도, 중력, 화학적 기울기, 전기장, 감촉, 소리 등과 같은 여러 매개 변수를 인식할 정도로 매우 민감하다. 이 같은 높은 민감도를 보이는 이유는 린네가 식물을 구별한 두 번째 특징인 움직임 부족과 부분적으로 관련이 있다. 

 

실제로 식물은 많이 움직인다. 단지 동물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릴 뿐이다. 동물과 비교했을 때 식물의 삶의 특징은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평생 이동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땅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다. 뿌리는 동물과 식물의 큰 차이점이다. 식물은 자신의 환경에 변화가 생겨도 도망칠 수 없기에 생존을 위해 반드시 동물보다 민감해야 한다. 146

 

식물의 몸은 동물과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 동물의 경우 기능들이 특정 기관에 집중되어 있는 데 반해, 단독.이중기관이 없이 반복되는 모듈로 구성된 식물은 기능들이 전신에 분산되어 있다. 식물의 내부 구조는 동물으이 중앙 집중식 신체에 비하면 가히 혁명적이다. 

 

그러나 식물의 삶에는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여행하며 자신의 지리적 범위를 확장하는 능력이다.

 

우리 생각과 다르게, 자기 존재를 확장해가려는 삶의 지향할 수 없는 충동으로 장벽을 넘어 멀고 험난한 영토를 식민지화한다. 인간 집단 이주를 부추기는 것과 동일한 힘과 동등한 결정권이 동물이든 식물이든 할 것 없이 모든 생물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억제할 수 없는 힘 가운데 주된 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종이 사는 환경을 바꾸는 힘이다. 그리고 이 힘중에서 오늘날 단연코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구온난화다. 지구의 변화에 종들은 이주로 반응한다. 147

 

지구오난화가 인간의 생존 기회에만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간접적으로도 영향을 미치면서 폭동, 분쟁, 전쟁을 일으킨다. 

 

경제적 생산성 감소, 부의 불평등한 분배, 정부 기관들의 권력 약화 등 분쟁을 촉발하는 원인으로 무수히 많고, 모두 예측하기 쉬운 문제들이다. 하지만 이 문제들의 주요 원인은 기후변화로, 경제적 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우리가 '경제적 이주민'이라고 부르는 사람 중 상당수는 결코 이렇게 불러서는 안 된다. 그들은 '기후 이주민'이라고 정의하는 게 더 정확할 뿐 아니라 난민에 해당한다. 

 

1938년 서방 동맹국, 프랑스 에비앙 회의, 독일의 유대인 문제, 어떤 국가도 유대인 난민을 선뜻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오늘날 우리는 똑같은 범죄를 저지른다. 사하라 ㅇ이남 아프리가 국가에서 온 난민의 이주를 막으면서 자연에 반하는 범죄를 저지른다. 이주는 인권이 되어야 한다. 이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박해에 대앙하여 이주할 권리를 갖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항상 그 권리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동물도 이주하고 식물도 이주한다. 이주하는 것은 자연의 생존 전략이다. 따라서 이주를 방해하는 것은 인간 존엄성을 제한하는 것으로 취급되어야 한다. 

 

이주는 생명의 본질이다. 살아 있는 유기체의 확산은 제한될 수 없다 151

 

지구온난화와 관련하여 산림 개체군들의 획기적 이동을 보여주는 연구가 수천 건 있다. 산림 종의 이주를 파악하는 것은 지구 숲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중요하다. 기후변화가 우리 숲이 이동할 가능성보다 더 빠르다면 그 결과는 비극이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비상사태에서 종들이 이용하는 가장 중요한 생존 전략인 '이주'로도 지구온난화에 대처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154

 

 

제 8조

식물국가는 공존과 성장의 도구로 생물의 자연공동체 간 상호부조를 인정하고 지지한다

 

자연계에는 강자의 법칙이 적용된다는 단순하고 구시대적인 개념을 기반으로 우리는 흔히 자연계의 관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생각한다. 

 

자연을 단 한명만 남을 때까지 싸우는 경기장 처럼 생각하는 이러한 시각은 자연 공동체의 기능에 대해 심각하게 무지해서 벌어진 결과다. 그리고 다윈의 진화론이 이 어리석은 생각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데 인용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일이다. 다윈의 진화론에서 가장 적합한 자의 생존이 가장 강하고 가장 지적이고, 가장 크거나 가장 무자비한, 최고인 자의 생존으로 왜곡되었다. 

 

이른바 '사회적 다윈주의자'라고 일컫는 자들은 진화론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들 중에서 우생학의 창시자인 프랜시스 골턴, 토머스 헉슬리 등은 19세기 말 다윈의 견해를 끔찍한 인종차별주의 이론이나 사회적 불평등의 정당화를 뒷받침하는 사회학적 열쇠로 이용했다. 159

 

진화를 생존경쟁으로만 해석한 헉슬리의 단순한 논문에 반박한 철학자이자 과학자, 무정부주의 이론가인 표트르 알렉세예비치 크로포트킨이 있는데 그는 '상호부조'를 제창했다. 1902년 크로포트킨은 자연사의 사례들을 바탕으로 실제로 종의 성공을 결정하는 요인이 경쟁이 아닌 협력, 정확하게 말해 '상호부조'라고 주장한 유명한 논문 <진화의 요인으로서 상호부조>를 출판했다. 162

 

헉슬리와 크로포트킨 중 후자가 옳다는 것은 분명하다. 1960년대 생명체의 성장에 대한 근본적인 중요성을 발견한 과학자 린 마굴리스, 세포내 공생설 163

 

식물들 간에 공생이 흔하다는 사실은 그들이 태어난 곳에서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다른 개체들과 생활공간을 공유해야 하므로 안정적이고 협력적인 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최대한 이웃과 공존하며 얻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우리가 비록 눈치채지 못했지만 식물은 인간과도 오래 전에 협력 관계를 시작했다. 인간이 작물을 재배하면서 부터다. 인간은 곡물을 재배함으로써 식량 문제를 대체로 해결했다. 그 대가로 밀, 쌀, 옥수수는 모든 운반체 중 가장 중요하고 효율적인 인간을 통해 지구상 모든 곳으로 확산되었다. 협력은 번성하는 힘이며 식물국가는 이를 공동체 성장의 주요 도구로 인정한다.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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