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향모를 땋으며

향모를 땋으며(5)_단풍당의 달.위치헤이즐

백_일홍 2024. 7. 25. 13:36

단풍당의 달 Maple Surgar Moon

단풍나무는 자신이 받은 으뜸명령을 해마다 수행한다. 그것은 사람들을 돌보라는 명령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자신의 생존도 도모한다. 계절의 변화가 시작되었음을 감지한 눈은 굶주림에 시달린다. 1밀리미터밖에 안 되는 싹은 어엿한 잎이 되기를 갈망하기에 식량이 필요하다. 그래서 눈은 봄을 감지하면 줄기를 따라 뿌리에 호르몬 신호를 보낸다. 이것은 빛의 세계에서 지하 세계로 타전하는 모닝 콜이다. 호르몬은 아밀라아제의 형성을 자극하는데, 이 효소는 뿌리에 저장된 커다란 녹말 분자를 작은 당 분자로 쪼갠다. 뿌리의 당 농도가 높아지기 시작하면 삼투 작용이 일어나 흙으로부터 물을 빨아 들인다. 당은 축축한 봄 흙에서 뽑아낸 물에 녹은 채 줄기를 따라 위로 올라가며, 이렇게 솟아오른 수액은 눈에 영양을 공급한다. 사람과 눈을 먹이려면 당이 무척 많이 필요하기에 나무는 물관부xylem (영어로 는 '수액 목부'라고도 한다)를 수도관으로 이용한다. 여느 때는 껍 질 아래의 얇은 중인 체관부phloem 조직에서만 당이 운반되지만, 잎이 스스로 당을 만들기 전인 봄에는 당의 수요가 하도 커서 물관부도 운반 작업에 동원된다. 당을 이런 식으로 나르는 것은 일 년 중 이때, 그럴 필요가 있을 때뿐이다. 당은 봄철 몇 주 동안 이렇게 솟아오른 다. 하지만 눈이 터지고 잎이 돋으면 스스로 당을 만들기 때문에 물 관부는 물을 나르는 원래 임무로 돌아간다.

다 자란 잎은 다 쓰고도 남을 만큼 당을 만들기 때문에, 이제는 당이 방향을 바꿔 잎에서 뿌리로 체관부를 통해 흐르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눈을 먹이던 뿌리가 이제는 여름 내내 잎으로부터 영양을 공급받는다. 당은 녹말로 바뀌어 원조 '지하 저장고 root cellar'에 저장된 다. 우리가 겨울날 아침에 팬케이크에 시럽을 끼얹을 때면 여름날 햇 살이 황금빛 물줄기로 접시에 흘러내려 웅덩이를 만드는 셈이다. 108

나에게, 쌍둥이 나무의 보호 아래 신체적이고 정서적이고 영적인 유대를 맺으며 살아가게 된 이름 모를 존재인 나에게 남겨진 그 사람들과 이 나무들에 내가 져야 할 책임은 얼마나 큰가. 나는 그들에게 되갚을 길이 없다. 그들이 내게 준 선물은 내가 갚을 능력보다 훨씬 크다. 내가 온전히 돌보지 못할 만큼 크다. 이따금 나무의 발치에 비료를 뿌려주고 가문 여름에 호스로 물을 뿌려주기는 하지만. 내가 할 수 잇는 일은 사랑하는 것뿐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할 줄아는 것은 그들과 미래를 위해, 이곳에서 살아갈 다음번 이름 모를 이들을 위해 또 다른 선물을 남기는 것뿐이다. 마오리족은 아름다움 나무조각을 만들어 멀리 숲 속으로 가져가서는 나무에게 선물로 두고 온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단풍나무 아래 양지바른 곳에 수선화님 수백 송이를 심는다. 나무의 아름다움에 경의 를 보내고 나무의 선물에 보답하기 위해.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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