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

백_일홍 2022. 7. 29. 19:13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 _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살아낸 끝날 수 없는 생존의 기록

 

김잔디

 

동료에 의한 성폭력(준간강) 피해, 치료 상담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
.. 박원순 시장의 성적 괴롭힘으로인한 트라우마가 성폭력으로 곯아 터진 것이다. 골다공증 환자에게 교통사고가 일어난 셈.

박원순 시장을 고소하게 된 이유.
그와의 권력차를 고려, 법앞의 평등의 원칙에 의한 사법절차,고소가 나의 안전을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 부르는 그들의 마음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어떤 악의가 있어야 그럴수 있을까? 부주의한 것이 아니었고 의도적인 것이었다. 사람들의 야만적인 이기심에 가슴이 쓰라렸다.

7월초 안희정 전충남지사 모친상이 있었다..대통령을 포함해 각계 각층의 사람들은 빈소를 직접 찾거나 조화를 보내며 조의를 표했다. 여성과 인권을 강조해 온 그들이 어찌 그럴 수 있을까? 안희정 전지사는 범죄사실이 확정된 범죄자다. 게다가 정치적,사회적. 도덕적 책임이 일반인 보다 엄격히 적용될 사안임에도 "네편 유죄, 내편 무죄" 잣대를 대가며 피해자를 보호하기는 커녕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일을 자행했다.
=> 무엇이 2차 가해인가? 피해자를 불안에 떨게 하고 위협을 느끼게 하는 모든 것이 이차가해라고 생각한다.

이 사건은 여성과 약자의 인권보호에 힘쓰라는 사명을 부여받은 조직에서 일아났기에 더 절망적인 문제일 것입니다. 대표적인 인권운동가가 막강한 권력 뒤에서 위선적이고 이중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든 것에 대한 사회적 반성과 앞으로 이와 유사한 일들을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우리 사회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가깝고 믿었던 사람이 잘못을 했을 때, 그리고 그 상대편이 절대적 약자일 때 우리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을 가진 건강하고 정의로운 사회이기를 바랍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님께.
고인의 잘못에 대해 대신 사과하진 않더라도 "님의 뜻을 기억하겠습니다"라는 현수막과 '피해호소인'인이라는 잔인한 말로 저에게 상처를 줬던 일에는 진심으로 사과를 하는 것이 정치인이 책임을 지는 모습이 아닐까요.

경희대 김민웅 교수, 민경국 전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 등이 내가 쓴 편지를 자신들의 sns에 게재해 막대한 2차 피해가 일어난게 이주일전이다. 그 편지엔 내 실명이 적혀있었다.

고 박원순 시장을 지키기 위해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현재 저를 상처주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이 지금까지 누려온, 그리고 앞으로 누릴 모든 것을 위하여 제 인생을 망칠 것이 분명하다고 추측했고, 오늘날 그 추측은 상당한 정도로 합리적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참았습니다. 좋게 넘어가려고 했습니다. ... 내부에 저의 적은 신음을 내비칠 때마다 관심을 가져준 사람이 없었고, 그들의 주군을 보호하는 데 힘썼슴니다. 그래서 저는 더 이를 악물고 웃으며 참았습니다.

함께 일하던 동료가 고통과 아품을 겪을 때, 적어도4년의 시간을 함께한 동료들과 절대적인 인사권자였던 시장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고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온갖 시도를 하는 정황을 지켜보면서 매우 괴로웠습니다. 비서실 소속의 직원이 성폭행 송사에 휘말린다는 리스크를 없애려고 당시 휴직을 원했던 가해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상부에서는 공식 인사이동 시기도 아닌 때에 소속 변경부터 서두르는 것을 보면서 확신했습니다. ...각각의 문제에 대해 직접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제가 몸담고 있고, 제가 앞으로 살아가야할 서울시에 적합한 조치라고 판단했습니다.

약자의 보호와 인권을 강조해오던 그들은 정작 즁요한 순간에 본인들의 지위와 그를 통해 누려온 것들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저를 향한 다양한 공격들과 그간 여성과 인권을 보호한다고 주장했던 고 박원순 시장과 그 보좌진을 둘러싼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모습을 계속해서 드러내는 행태라고 생각합니다.

 

남인순 의원에게 보내는 호소문
국회의원 남인순은 피소사실 유출에 분명히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남인순 의원은 잘못된 판단과 행동의 결과 박원순 시장은 나에게 저지른 성추행, 성희롱 가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죽음으로 도피했고 나는 유력한 정치인을 죽음으로 몰아간 '살인녀'등의 공격과 음해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다.... 남인순 의원은 그렇게 중간에서 피소 사실 유출의 다리를 놓고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 시장님 자살 이후 성폭력 사건이 알려진 이후 나를 '피해호소인'이라고 지칭하면서 2차 가해를 하기도 했다. 그런 사람이 뻔뻔하게 서울시장 후보 박영선 캠프에서 다시 여성 인권을 부르짓는 모습을 언론을 통해 보면서, 감정을 제어하기 어려웠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피해자의 편에서 상처를 보듬어줘야할 대표성을 지닌 세 분이 함구하고 적극적으로 가해자를 보호함으로써 2차 가해 속에 저를 방치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원망스럽습니다.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기회는 많았습니다. 무자비한 2차 가해 속에 양심선언을 하면서 저를 지켜줄 수 있는 방법과 시간이 충분했습니다. ...국회의원은 자기 진영을 보호하기 위한 자리가 아닙니다.국민의 대표로서 국민을 대변하는 자리입니다. 당신의 지난 인생 전체를 부정하는 행동을 이제 그만 멈추시킬 바랍니다.

우상호 의원님께.
자기 당 인사에게 귀책사유가 있을 때는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 당규를 어겨가면서까지 민주당은 박원순 사장의 죽음으로 치러지게 된 서울시장 보권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했다. 그러던 중 당내 경선에 나선 후보중 한 사람인 우상호 의원이 박원순 시장의 유족을 공개적으로 위로하는 글을 올렸다. 우상호 의원에게 피해자인 나는 안중에도 없는 것일까.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저런 언행을 어찌할 수 있었을까.

첫번째 말하기.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에 대해 그 사람을 향하여 잘못이라 말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때 그 내용을 다듬고 다듬으며 수백 번 고민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이 점점 심각한 수준이 되더라도 그 무게를 온전히 제가 감내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으로 인해 제가 겪는 피해보다 그 사람이 가진 것을 잃었을 때 제가 직면하게 될 어마어마한 상황을 두려워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저를 지속적으로 괴롭게 하고 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자신들만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저를 괴롭힐 때에 그들의 이념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고 저를 괴롭히는 일에 동조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여전히 강하게 존재합니다.

두 번재 말하기.
성폭력 피해자에게 있어 말하기는 의미 있는 치유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저는 자유의지를 가진 인격체로서, 그리고 한 사건의 피해자로서 제 존엄의 회복을 위하여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을 꼭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제가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저는 당당하고 싶습니다. 긴 시련의 시간을 잘 이겨내고 다시 제 자리를 찾았다고 스스로에게 다독여주고 싶습니다. 오늘 그를 위해 할 수 잇는 모든 말들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겪은 사실을 사실로 인정받는 것, 그 기본적인 일을 이루는 과정은 굉장히 험난했습니다. 극단적인 선택으로 인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리가 바뀌었고, 고인을 추모하는 거대한 움직임 속에서 우리 사회에 저라는 인간이 설 자리가 없다고 느껴졌습니다. 그 속에서 제 피해 사실을 왜곡하며 저를 비난하는 2차 가해로부터 저는 쉽게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이 사건의 피해자는 시작부터 끝까지 저라는 사실입니다.

아직까지 피해 사실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께서 이제는 소모적 논쟁을 중단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방어권을 포기한 것은 상대방입니다. 고인이 살아서 사법 절차를 밟고, 스스로 방어권을 행사했다면 조금 더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졌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고인의 방어권 포기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제 몫이 되었습니다. 피해 사실을 인정받기까지 험난했던 과정과 피해 사실 전부를 인정받지 못하는 한계, 그리고 이 상황을 악용하여 저를 비난하는 공격들, 상실과 고통에 공감합니다. 그러나 그 화살을 저에게 돌리는 행위는 이제 멈춰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권력의 불균형 속에서 누군가 고통을 받는 일이 생긴다면, 모두가 약자의 고통을 공감하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사회를 만들어 주십시오.

'이번 파고는 넘을 수 없을 것 같다'는 마음으로 생을 마감하게 된 이 끔찍한 비극을 누가 만들었는가. '누군가'의 자기 진영을 지켜야 한다는 욕심과 '누군가'의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보호하려햇던 잘못된 판단, '누군가'의 이 모든 일을 죽음으로 끝낼 수 있다는 잘못된 결심이 없었다면 우리는 모두 지금보다 행복할 수 있었다. 우리는 지금보다 괴롭지 않을 수 있었다. 우리는 조금 더 살만한 사회를 볼 수 있었다.

나의 지난 1년을 돌이켜본다. 피의자가 사망하여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된 이 사건이, 제대로 법의 판단울 받을 수 있었다면 어댔을까. 온전히 나에게 그 짐을 두고 떠난 이를 원망하기도 해본다. 하지만 살아 있는 권력과 치열하고 지난한 싸움 속에서 나는 아마 지금 겪는 고통보다 더 괴로웠을 것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피해자 엄마의 호소문.
나의 믿음대로 우리 딸은 그가 정말 훌륭한 시정을 돌볼 수 있도록 지혜롭게 최선을 다해서 보필 해왔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데 결국 박시장은 우리 딸을 한갓 자신에게 말초적인 쾌감을 안겨주는 성적 대상으로만 보왔을 뿐이다.

"우리나라 직장 여성 8-90퍼센트는 그런 경험을 다 해봤을 거야, 그냥 문제 삼지 말고 네가 참아" 이런 말을 쏟아부을 때도 나는 그것이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피해자 동생의 호소문.
이제는 인터넷상에 실명과 실물사진, 동영상까지 유포함 온갓 수단으로 피해자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죽음으로 모든 책임을 회피한 그의 명예만 소중하고 밝은 미래를 향해 꿈을 키워온 작고 작은 피해자의 명예는 이렇게 더렵혀져도 되는 것인지.

박 전시장을 기억하고 기리는 분들의 게시글을 보면 대부분 마지막에 고인의뜻을 따라서 사회적 약자를 존중하는 세상으로 나아가자'는 의미의 메시지들이 눈에 띕니다. 그분의 업적을 무시하고 폄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분의 위대한 업적들이 그분의 잘못을 덮을 수는 없습니다.

에필로그
인간 박원순을 감히 이해해보려 했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2017년 1월경부터 나에게 본격적으로 사적인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2016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사적 연락은 2017년 1월 박 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대다수 비서진들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노골화됐다. 아마도 대권 포기에 따른 감정적인 위태로움이 있었고 그때부터 말단 비서였던 나에게 의지한게 아닌가 싶다. "잔디는 날 떠나지 않을 거지?" "나랑 끝까지 함께 있을 거지?"라고 불안해하는 사람에게 인간적인 측은함을 느꼈다. 말단 공무원인 나와는 차원이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이고 사회적으로 이룬 업적이 많은 사람이지만, 인간으로서 나는 감히 서울시장에게 측은지심을 느꼈다. 사업이 실패햇을 때, 믿고 의지하던 사람이 모두 떠났다는 허무함과 고독함에 우울증을 앓는 엄마를 옆에서 지켜본 적이 있다. 엄마를 보던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를 대했다.


▶ 발제

 

1. 피해자, 김잔디는 어떤 사람인가?

2.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고 특히 가해자, 전 박원순 시장의 자살로 피해자에게 고통을 가중시킴.
.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란.
. 위력이란 어떤 것인지? 김잔디씨의 첫 번째 말하기에서 잘 표현됨
. 심한 2차가해, 살인자라는 낙인,
. 법적으로 책임을 논할 수 없음. 온전한 진상규명 불가
. 심리적 압박 가중 등

3. 2차 가해자들
권력(기득권과 예상되는 권력)의 공유,
. 진영논리, 조직보위 논리
. '내편 무죄 네편 유죄 '
. 특히 남인순 의원

"내부에 저의 적은 신음을 내비칠 때마다 관심을 가져준 사람이 없었고, 그들의 주군을 보호하는 데 힘썼슴니다"

"남인순 의원은 잘못된 판단과 행동의 결과 박원순 시장은 나에게 저지른 성추행, 성희롱 가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죽음으로 도피했고 나는 유력한 정치인을 죽음으로 몰아간 '살인녀'등의 공격과 음해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다"

민주당과 우상호 의원.
"자기 당 인사에게 귀책사유가 있을 때는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 당규를 어겨가면서까지 민주당은 박원순 사장의 죽음으로 치러지게 된 서울시장 보권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했다. 그러던 중 당내 경선에 나선 후보중 한 사람인 우상호 의원이 박원순 시장의 유족을 공개적으로 위로하는 글을 올렸다."

4. '피해호소인'이라는 네이밍의 효과

5.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잔디씨가 살아서 싸울 수 있었던 힘은 어디서 나오나?
2차 말하기 내용.

6. 반복에 반복

진실의 최종심급은 어디일까? 피해자라는 절대적 약자, 그의 목소리다.

"가깝고 믿었던 사람이 잘못을 했을 때, 그리고 그 상대편이 절대적 약자일 때 우리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을 가진 건강하고 정의로운 사회이기를 바랍니다."

최소한 내가 2차 가해에 가담하지 않는 길은,

최우선적으로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을 것, 가능한 범위내에서 피해자를 위해 행동할 것.
지켜야할 내 권력과 기득권때문에 이것도 어렵다면 그냥 침묵할 것.

'2022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캘리번과 마녀  (0) 2022.07.29
당신이 숭배하든 혐오하든  (0) 2022.07.29
정원의 쓸모  (0) 2022.07.29
Discovering the Inner Mother  (0) 2022.07.29
적을 수록 풍요롭다  (0) 2022.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