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악보
윤동하
쉬운 것
단순하고 쉬운 것을 추구하는 인간이 가장 이상하게 여기는 것은 난해하고 어려운 것을 추구하는 행위다.
그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반복하는 일에 너무나 익숙해진 탓에 그들이 모르는 내용을 사유하며 나아가는 행위 자체를 부정한다. 그들은 언제나 이렇게 말한다. "어려운 글을 쉽게 쓰는 것이 글을 쓰는 자에게 가장 뛰어난 능력이다!"
그러나 그렇게 쓰여진 글은 필연적으로 대중의 수준, 문화적 배경, 시대의 유행이 고려된 글이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 아닌가?
그러한 글만을 찾는 사람이 이 시대에 너무나 많다는 아픔은 가치 창조의 다양성을 파괴한다. 모든 인간적인 가치가 새로운 것으로부터 발생했음에도!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도전할 때 마주하는 어려움은 당연하다는 인식 앞에서, 글은 왜 쉬운 것이 뛰어난 것이라고 주장하는가?
결국, 쉬운 글을 찾는 이들에게 독서란 단순 취미인 것이다. 빠르게 읽어나가는 성취감, 그가 원하는 속도로 읽어지지 않는 것에 대한 불편함, 따라서 쉬운 것이 좋은 것이라 생각했던 무의식의 오만함, 의지 없이 행하는 습관, 즉 그들은 질적으로 조금 더 나은 수준의 쾌락을 추구할 뿐이다. 그 외에도 글을 읽는다는 행위에 대한 긍정적인 보편 인식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욕망의 충족으로 만족감을 얻는다. 그리고 생각해보라. 수백 권의 책을 읽었음에도 그 자신의 의식은 한 걸음도 진보하지 않았던 인간이 얼마나 많았던가?
난해한 글, 어려운 글, 쉽게 읽히지 않는 글에는 최소한 네 가지의 것이 있다. 첫 번째 자신이 몰랐던 내용과 개념, 두 번째 자신이 접하지 못한 새로운 형식, 세 번째 기존에 없었던 가치와 창조성, 마지막으로 그러한 형태의 불편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무의식적 본능과 대립하는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
이 치열한 대립으로부터의 승자는 무한한 승자가 되며 패자는 무한한 패자가 된다. 한번 권력을 쥔 이를 몰아내기란 진정 더욱더 어려운 일이 된다. 7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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