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숲속의 우드와이드 웹
수잔 사마드
그러나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고, 인간의 자연에 대한 전쟁은 자연으로 하여금 인간에 대한 전쟁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
- 레이철 카슨 -
서문
[인연]
우리 집안은 대대로 숲에서 나무를 베는 일로 먹고살았다. 가족의 사활이 이처럼 소박한 작업에 달려 있었다.
임업은 내가 물려받은 유산이다.
나 또한 남 못지않게 꽤 나무를 베어 보았다.
지구 생명체 중 죽지도 썩어 없어지지 않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죽음과 부패에서 새 생명이 시작되고 바로 그 탄생으로부터 새로운 죽음이 찾아온다. 이러한 삶의 소용돌이는 씨를 뿌리고, 모종(seedling)을 심고, 묘목(sapling)을 지키고, 순환의 일부가 되라고 내게 일러 주었다. 숲은 그 자체로 토양 형성, 종의 이동, 해양 순환 등 더 규모가 큰 순환의 일부이다. 숲은 깨끗한 공기, 순수한 물, 좋은 먹을거리의 원천이다. 자연과 주고받는 데 반드시 필요한 지혜가 있다. 무언의 동의, 그리고 균형에대한 추구라는 지혜가.
자연은 놀랍도록 아낌없이 준다.
대체 무엇이 숲을 작동하게 하는지, 또 숲이 어떻게 흙, 불, 물과 이어져 있는지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어 가며 나는 과학자가 되었다. 숲을 관찰했고 숲의 소리를 들었다. 호기심이 이끄는 길을 따랐고 내 가족 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학자들로부터 배웠다. 차근차근 수수께끼를 하나씩 들어 가며 자연계를 치유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찾아내는 정탐꾼이 되기 위해 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임업의 새 세대에 활동하는 최초의 여성에 속하는 행운을 누렸지만 임업 현장은 내가 자라며 배우고 알게 된 바와 사뭇 달랐다. 대신 나무가 모조리 베여 나간 광활한 풍경, 자연의 복잡함을 박탈당한 토양, 끈질기고 지독한 물질들, 오래된 나무를 잃고 기댈 곳 없이 내팽개쳐진 연약한 어린 나무들, 또 내게는 너무나 심각하게 부적절하게 느껴지는 업계의 논리가 눈에 들어왔다. 임업은 일찍이 생태계의 일부에 대한 전쟁을 선포했다. 잎이 많은 식물, 활엽수, 갉아 먹고 모으고 바글거리는 생명체들은 환금성 작물의 경쟁자 내지 기생충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내 가 알아낸 바에 따르면 이들이야말로 지구의 치유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나의 존재와 우주에 대한 감각의 핵심인 숲이라는 총체는 이러한 분열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었고 그로 인해 다른 생명체들도 모두 아파했다.
우리가 어디서부터 그토록 잘못된 길을 가게 되었는지 알아내기 위해, 또 조상들이 좀 더 부드러운 손길로 나무를 베던 시대에 내가 보았듯 토양 자체가 지닌 자가 치유 장치를 활용하도록 두면 땅이 왜 스스로 치유하는지에 대한 미스터리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과학 탐험의 길을 떠났다. 그 여정에서 나의 연구와 개인사는 묘하게, 가끔은 섬뜩함 만큼 너무도 정교하게 발을 맞추며 전개되었다. 마치 내가 연구하는 생태계의 각 부분처럼 서로 긴밀히 얽힌 것처럼.
나무들은 이내 놀라운 비밀을 드러냈다. 나는 나무들이 땅속 경로 체계로 연결되어 거미줄처럼 얽힌 채 서로에게 의존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나무들은 땅속 경로를 매개로 더는 부인할 수 없는, 예로부터 내려온 복잡함과 지혜를 감지하고, 인연을 맺고, 상호 작용을 한다. 실험을 수백 번 했고 한 가지 발견은 다음 발견으로 이어졌다. 과학탐구 과정에서 나는 나무와 나무 사이의 의사소통과 숲이라는 사회를 만들어 내는 관계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냈다. 초창기에는 내 연구의 근거를 두고 논란이 상당히 뜨거웠다. 하지만 현대 과학은 엄정하며 논문 은 동료 연구자들의 심사를 거친 후 출판된다. 과학은 동화도, 상상의 나래도, 마법 같은 유니콘도, 할리우드 영화 속 허구도 아니다.
앞서 말한 과학적 발견은 우리 숲의 생존을 위협하는 다양한 삼림 관리 관행에 도전하고 있는데, 특히 자연이 지구 온난화에 적응하기 위해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그러하다.
나의 의문은 우리 숲의 미래에 대해 진심으로 우려하는 입장에서 비롯했다. 하지만 계속 실마리를 모아 가다 보니, 숲에 단순히 나무가 모여 있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과연 그런지 알아내 고 싶은 강한 호기심이 생겨났다.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무들은 나에게 그들이 얼마나 민감하며 잘 반응하는지, 그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대화하는지 보여 주었다. 조상에게 물려받은 일 때문에 숲과의 인연이 시작되었고 그 후에도 숲은 어릴 적 살던 집이 있던 곳, 위안을 주는 곳, 캐나다 서부에서 경험한 모험의 장소가 되어 주었다. 숲과의 인연은 자라나 숲의 지혜에 대한 더 총체적인 이해가 되었고, 나아가 숲의 지혜에 대한 우리의 존경을 다시금 회복할 방법, 자연과의 관계를 치유할 방법에 대한 탐색 으로 이어졌다.
숨겨진 지하의 진균 네트워크를 통해 나무들이 메시지를 주고받는다는 사실을 조사하던 중, 최초의 실마리 하나가 등장했다. 대화가 오가는 비밀스러운 길을 따라가다가 나는 땅속의 진균 네트워크가 숲바닥을 온통 뒤덮고 모든 나무를 연결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거점 나무들과 진균이 만들어 낸 연결점들이 별자리처럼 이어져 있었다. 이내 드러난 간략한 지도를 통해 놀랍게도 어린 나무를 되살려내는 진균 연결 고리의 원천이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들임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크고 오래된 나무들은 모든 이웃을 연결한다. 그들은 어린 나무는 물론이고 늙은 나무와도 이어져 있으며, 축삭, 시냅스, 마디(node) 등으로 구성된 정글에서 중추적 연결 고리 역할을 한다. 이러한 패턴에서 가장 놀라운 면모들을 알아낼 수 있었던 여정으로 여러분을 안내하고 싶다. 숲은 인간의 뇌와 비슷한 점이 있다. 숲속에서는 늙은 나무와 젊은 나무가 화학적 신호를 내보내며 서로를 인지하고, 서로 소통하고, 서로에게 반응한다. 인간의 신경 전달 물질과 똑같은 화학 물질을 사용하고, 이온이 연쇄적으로 진균의 막(membrane)을 통과하며 만들어 내는 신호를 통해서 말이다.
나이든 나무는 어떤 묘목이 자신의 친족인지 아닌지 구별할 줄 안다. 오래된 나무들은 어린 나무들을 양육하고 인간이 아이들을 기르는 것과 똑같이 이런 나무에 음식과 물을 준다. 이것만으로도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심호흡을 하면서 숲의 사회적 본성에 대해, 또 숲의 사회적 본성이 진화에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기에 충분하다. 진균 네트워크는 나무들을 건강하게 하려고 짜여진 것 같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래된 나무들은 자식 나무들을 엄마처럼 보살피고 있다.
어머니 나무.
숲의 의사소통, 보호, 감각의 중심에 있는 장엄한 허브(hub), 어머니 나무가 죽는 날이 오면 어머니 나무는 무엇이 득이 되고 해가 되는지, 누가 친구이고 적인지, 끝없이 변하는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고 살아남을지에 대해 알고 있는 바를 친족과 후손 나무에 나누어주며 대대로 이어질 지혜를 물려준다. 이것은 바로 모든 부모가 하는 일이다.
어머니 나무는 어떻게 전화만큼 빠르게 경고 신호, 인식 메시지, 또 안전 관련 보고를 전송할 수 있을까? 어머니 나무들은 어떻게 고통과 질병을 겪으며 서로 도울까? 왜 그들은 인간과 비슷한 행동을 하고 시민사회의 일원처럼 행동하는 것일까?
평생을 숲의 탐정으로 보내고 나자 숲에 대한 나의 인식은 송두리 째 바뀌었다.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나는 숲속에 더 깊이 파묻히게 된다. 과학적 근거는 무시할 수 없다. 숲은 지혜와 감성, 치유의 능력을 타고났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인간이 나무를 살릴 수 있는가에 대한 책이 아니다. 이 책은 나무가 어떻게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가에 대한 책이다. 18
1장 숲속의 유령
애주름버섯은 워낙 연약해서 통나무를 통째로 썩게 할 수 없을 것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애주름버섯이 통나무를 썩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에 본 강둑에서 죽어 쓰러진 포플러들의 얇고 갈라지는 껍질을 따라 버섯이 돋았다. 몇 해가 지나자 썩어서 스펀지 비슷한 섬유 조직이 되어 버린 나무는 땅속으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이 진균들은 산과 효소를 배출하고, 자신의 세포를 활용해서 나무의 에너지와 영양분을 빨아들이고 나무를 썩혀 없애는 방법을 진화시켰다. 29
버섯 줄기 잔해를 아직 붙들고 있는 조그만 구덩이 아래로는 가느다란 노란 실이 뻗어 있었다. 이런 실오라기가 꼬여서 복잡한 가지를 치는 진균 균사체(mycelium)의 베일, 즉 토양을 구성하는 수십억 유기물과 무기물 입자 위를 덮는 망을 구성한다. 줄기에는 내가 버섯을 거칠게 뜯어내기 전까지 망의 일부였던 균사가 끊어진 채 붙어 있었다. 버섯은 숲 바닥에 짜놓은 두꺼운 레이스 식탁보처럼 깊이 있고 정교한 존재가 시적으로 드러난 끄트머리 부분이다. 남겨진 균사는 바닥에 떨어진 바늘잎, 봉오리, 잔가지 따위가 쌓여 있는 낙엽층 틈바구니를 구르며 무기질 자원을 찾고, 휘감고, 흡수하고 있었다. 이 비단그물버섯도 애주름버섯처럼 나무나 낙엽 등을 썩게 하는 부패균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다른 역할을 하는지 궁금했다. 31
나는 손에 쥐고 있던 뿌리 한 움큼을 쳐다보았다. 뿌리에 붙은 번들 번들한 부식토를 보니 닭똥 퇴비가 생각났다. 부식토는 숲 바닥에 있는 썩고 기름진 검정 흙인데, 떨어진 바늘잎과 죽어 가는 식물이 쌓여 있는 낙엽층 아래, 또 기반암이 풍화되어 생긴 무기질 흙(mineral soil) 위에 끼어 있다. 부식토는 부패한 식물의 산물이다. 부식토는 죽은 식물, 벌레, 들쥐가 묻혀 있는 자연이 만든 퇴비이다. 나무들은 부식토 위도 아래도 아니라 부식토에 뿌리내리기를 무척 좋아하는데, 부식토에서 풍성한 양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33
혹시 비단그물버섯은 뿌리의 친구일까? 애주름버섯처럼 죽은 것들을 분해하는 자가 아니라? 나는 항상 본능적으로 생명체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대개 중요한 단서들은 대단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세상은 우리에게 중요한 단서들은 아름답고 또 자그맣다는 것을 일깨우기를 즐긴다. 나는 숲 바닥을 파 보기 시작했다. 노란 균사체가 미세한 토양 입자를 빠짐없이 덮고 있는 것 같았다. 내 손바닥 아래로 수백 킬로미터 길이의 실이 이어진 듯이, 살아가는 모습은 다양해도 진균이 가지를 쳐서 만든 가는 실과 진균이 낳은 버섯 열매를 통칭해 균 사(hyphae)라고 하는데, 균사는 마치 토양에 있는 거대한 균사체의 극히 일부인 것 같다. 34
마침내 벌채지에 도착했을 때, 가랑비 사이로 들어오는 환한 빛 때문에 눈을 가늘게 떴다.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는 이미 예상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가슴이 철렁했다. 모든 나무가 그루터기만 남은 채 잘려 있었다. 바람과 비에 깎이고, 마지막 남은 나무 껍질 조각마저 벗겨져 바닥에 떨어진 채로 나무의 흰 뼈가 땅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나는 죽임 당하고 버려진 나무들의 고통을 느끼며 잘린 가지 틈을 지나 조심스레 발걸음을 뗐다. 어린 시절 동네 언덕의 쓰레기 더미 아래에서 피어나던 꽃에서 쓰레기를 치워 주었을 때처럼 어린 나무를 가리고 있던 가지를 들어 올려 나무를 드러내 주었다. 이런 행동이 중요하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몇몇 작고 보드라운 전나무들이 부모의 그루터기 옆에서 고아가 되어 상실의 충격에서 회복하려 애쓰고 있었다. 벌채가 끝난 후에는 싹이 느리게 튼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린 나무들의 회복은 고생스러울 것이다. 나는 가장 가까이 있던 어린 나무 끝에 달린 아주 작은 싹 눈을 만져 보았다. 35
지구에는 100만 종 이상의 진균이 존재하는데, 식물 종 수의 약 6배에 해당하며 존재하는 진균 중 10퍼센트 정도만 확인되었다. 내 부족한 지식으로 이 노란 실이 무슨 종의 진균 인지 식별해 낼 가능성은 무척 희박하게 느껴졌다. 40
나는 처음으로 진지하게 사귀던 사람과 헤어진 상처로 여전히 아파하는 중이었다. 그 사람은 내가 학교를 그만두고 아이를 갖기를 원했지만, 나는 좀 더 중요한 인물이 되고 싶었고 내 시선 끝에는 더 큰 목표가 자리하고 있었다. 49
2장 [ 나무꾼들 ]
우리는 과학이란 꾸준히 발전하는 과정이며, 깔끔한 경로를 따라 진실이 드러나 제자리를 찾아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본 죽어 가는 작은 묘목의 미스터리는 나를 뒤로 나자빠지게 했는데, 왜냐하면 그때문에 우리 가족이 대대로 어떻게 나무를 베었는지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묘목은 항상 뿌리를 내렸다. 53
나는 자연이 회복력을 지니고 있으며 심지어 자연이 공격적으로 변할 때에도 지구가 나를 구해 주려고 돌아올 것이라고 굳게, 그리고 오래 도록 믿고 있었다. 하지만 아빠의 어머니는 숲 일의 위험성에 대해 무척 민감할 정도로 잘 알고 있었기에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할머니는 20대 시절부터 다리를 절었는데, 감염 때문에 생긴 족하수(신경손상 등으로 발 앞부분을 들어 올릴 수 없는 현상. 옮긴이)가 원인이었다. 할머니는 아들들이 더 자유롭고 더 안전하게 살기를 바랐다. 그래도 외삼촌은 계속 벌목 일을 했고, 할머니 걱정을 너무 많이 한 나머지 마흔 살이 될 때까지 집에서 살았다. 69
하지만 한 방에 전체 지대를 모조리 없애 버린다면 숲의 회복을 도울 기반이 거의 남지 않을 것이다. 나무들은 무리를 지어 자란다. 가장 나이가 많고 큰 나무들, 그러니까 둘레 1미터 높이 30미터쯤 되는 나무들은 물이 모이는 깊은 골짜기에서 자란다. 나이와 크기가 다양한 더 어린 나무들이 꼭 들꿩 새끼들이 어미 새에게 꼭 달라붙어 있는 것처럼 그 근처에서 자란다. 76
나는 책상으로 돌아가서 식재 규정을 다시 작성했다. 심장이 말라 시들어 가고 있었다. 흙을 주워 먹던 어린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누가 복잡한 자연의 경경이로움에 홀려서 뿌리를 꼬아 매듭을 만들었던가? 끔찍한 아름다움, 겹겹이 쌓인 흙, 비밀이 묻혀 있는 장소. 내 어린 시절이 나를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숲은 하나로 통합된 전체라고.
3장 [ 바짝 마른 ]
어찌된 일인지 이 바싹 마른 골짜기의 협곡과 땅이 꺼진 지대에 사는 미송과 폰데로사소나무 둘레에 섞여 자라는 유묘와 묘목은 괜찮게 지내는 것 같았다. 아직 깊이 내린 자기의 원뿌리가 주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때인데도 말이다. 혹시 오래된 나무들이 뿌리접을 해서 어린 나무들에게 물을 보내 주며 돕는 것은 아닐까? 접이란 다른 나무들의 뿌리가 한 뿌리로 뭉쳐진 결합체로, 그 결과로 나무들은 공통의 체관부를 공유하게 된다. 마치 피부 이식 후 회복 중인 피부에서 정맥이 함께 자라나듯이 말이다. 88
길 건너편에 있던 사시나무 무리가 눈에 띄었는데,줄기가 매끈하고 흰색이었다. 사시나무도 마찬가지로 좀더 습하고 얕은 골짜기 지대로부터 바위가 더 많은 비탈까지 퍼져 나와 있었다. 사시나무는 크고 넓고, 흔들리는 잎을 지녔는데 분명 매일 물을 몇 갤런씩대 뿜어내고 있을 것이다. 포플루스 트레물로이데스는 뿌리의 공유망을 따라 땅속의 싹으로부터 같은 나무의 여러 줄기가 싹튼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나는 사시나무 숲이 소방관 부대처럼 협곡에 있는 물에 접근해 그들이 공유하는 뿌리 체계로 물을 경사 위까지 전해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했다. 89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오래된 사시나무에서 나온 물이 먼저 햇빛에 증발되기 전에 작은 꽃들로 흘러 들어갔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89
구불구불한 폰데로사소나무 근처에 멈춰 서서 사과 속을 묻으려고 지의류가 껍질처럼 덮인 흙에 구멍을 팠다. 단단한 점토가 나무 뿌리와 풀의 뿌리줄기(rhizome)로 덮여 있었다. 뿌리줄기는 딸기의 기는 줄기처럼 여기저기에 마디가 있고 땅속에서 기어가는 줄기이다. 비록 건조했지만, 무기물 덩어리는 풍성하게 퍼져 나간 흰색, 분홍색, 검은색 균가 만들어 낸 판( 균사가 부채꼴 모양으로 넓직하게 퍼져 나간 것으로 균사판이라고도 한다. 옮긴이)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린 시절, 직스가 색색의 뿌리와 흙구멍에 빠졌을 때 본 통통한 가닥보다는 가늘었다. 이른 봄 별채지 아래에 있던 로키전나무 숲에서 본 두꺼운 노란색 매트보다는 더 얇았다. 해저의 산호와 닮아 분홍 산호 버섯(pink coral fungus)이라 불리 는 붉은싸리버섯이 땅 위에 껍질을 이룬 지의류 무리 위로 삐져나와 있 있다. 버섯의 위로 솟은 여린 가지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키가 겨우 2.54센티미터쯤 되는 아주 조그만 진균 나무를 집어 들었다. 그들도 분명 다른 진균 종의 주름살, 구멍, 주름만큼이나 효율적인 방식으로 포자를 생산하기 위한 풍성한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포자 수백만 개가 내 코에 몰려들어 재채기가 났다. 분홍색을 띤 진균의 섬유질이 바닥에서부터 흔들거렸다. 90
더욱 의문스러웠던 점은 과연 진흙을 휘덮고 있던 수많은 부드러 온 균사가 큰 나무에서 뿌리가 얕은 풀로 물이 어떻게 이동했는지 설명 할 수 있는가였다. 균사들. 땅속에 있는 거미줄같이 생긴 균사들이 나무와 식물들을 서로 이어 주면서 전체 공동체를 위해 절실히 필요한 수분을 잡아 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퍼프볼버섯과 싸리버섯도 상관이 있올까? 퍼프볼버섯과 싸리버섯은 아무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왜냐하 먼 널리 퍼져 있는 지혜에 따르면 나무는 생존을 위해 서로 경쟁만 하기 때문이다. 학교 산림학과에서 그렇게 배웠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내가 다녔던 목재 회사에서도 빠르게 자라는 나무를 충분한 간격을 두고 줄 지어 심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나무와 식물이 생존을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하는 듯한 이 생태계에서 그런 관행은 말이 되지 않았다. 어느 극도로 건조한 계절, 나무들이 대처할 적응력을 지니지 못한 심각하게 건조한 환경에서 나무들은 맹렬한 열기에 굴복할 수도 있었다. 91
"켈리"라고 적힌 그의 벨트는 우리가 여기 쿠거 컨트리에서 자란 것을 증명하듯 쿠거가 새겨진 은색 트로피 버튼으로 채워져 있었다. 바로 이 곳에서 부모님은 우리에게 야영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어떻게 정원 을 꾸리고 물고기를 잡는지도. 어떻게 카누를 타고 노를 저어서 켈리의 말 미코를 타러 가축 우리로 갈 수 있는지도. 바로 거기서 우리는 함께 야생에서 우리의 위치, 우리의 의미, 우리의 이성에 대해 배웠다. 93
트러플 줄, 퍼져 나간 균사, 그리고 뿌리 끝. 이 모두가 온전히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
진균이 이 건강한 나무의 뿌리 위에서 자라고 있었다. 게다가 진균은 땅속 버섯인 트러플 버섯을 틔웠다. 나무와 진균의 관계가 워낙 탄탄했기 때문에 진균이 열매를 맺을 수 있었다. 105
숨을 내쉬며 나는 계속 뒤를 밟았다. 뿌리 끝에 진균이 잔뜩 붙어 있었기 때문에 뿌리가 닿을 수 있는 물이 있다거나, 영양분 등 물에 녹을 수 있는 물질이 있다면 모두 진균을 뚫고 통과해야만 한다. 진균은 마치 뿌리와 땅속의 물을 이어 주는 연결자 역할을 하기 위한 모든 도구를 지닌 듯 보였다. 진균 밖으로 땅속의 기관이 온전히 흘러나왔다. 트러플, 줄, 결국은 다시 땅속 구멍으로 스며드는 매우 가는 균사를 기르는 실타래, 이런 구멍은 물이 아주 단단히 들어 있던 곳이기에 물 한 방울 정도의 양을 빨아들이기 위해서는 현미경으로 봐야 보이는 실이 100만 가닥은 필요할 정도이다. 퍼져 나간 균사 판이 토양의 구멍에서 물을 빨아들인 다음 줄을 구성하는 진균 타래로 물을 옮기고, 그 후 진균 타래에 붙어 있는 미송 뿌리로 물을 전해 주었을 것이다. 106
하지만 진균은 왜 제 몫의 물을 나무뿌리에게 양보한 것일까? 혹시 열린 기공으로 물이 중산된다는 결함을 지닌 나무가 너무나 바싹 말라버린 나머지 진공 청소기처럼, 목마른 아이가 빨대로 물을 마시듯이, 진균에 있던 물까지 다 빨아들여 버린 것은 아닐까? 이 절묘한 땅속의 버섯 체계는 분명 나무와 흙 속에 있는 귀한 물 사이를 연결해 주는 구명 밧줄 같았다. 106
용어집을 뒤져 보았다. 균근균은 식물과 사활을 건 소통 관계를 구측한다. 이와 같은 동반자 관계에 진입하지 않고서는 진균도 식물도 생존할 수 없다. 내가 찾은 유별난 버섯 세 종류 모두는 진균 중 균근균에 속하는 자실체였는데, 이들은 토양에서 수집한 물과 양분을 동반자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 낸 당분과 교환한다.
양방향 교류, 공생, 107
균근, 마이코라이저, 이 단어를 어떻게 외우면 좋을까? 진균의 균(마이코), 그리고 뿌리를 뜻하는 근(라이저), 마이코라이저는 진균의 뿌리였다. 발음은 마이, 코어, 라이즈, 어.108
그렇지만 육묘장에서 자란 묘목에 진균 포자를 주입해서 진균 주입이 새순의 생장에 도움이 되는지 정도는 살펴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에 일관성이 없었기에 건강한 균근을 배양하는 것보다 비료를 쏟아붓는 것이 훨씬 쉬운 해법이었다. 이런 인간적인 면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우리는 늘 손쉬운 해결책을 추구한다.
조금만 노력을 기울인다면 고도로 공진화된 균근의 상호 관계를 고양하고 좀 더 지속 가능한 방식을 적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대신, 임업인들은 균근을 없는 셈 치거나 더 나쁜 방향으로는 묘목이 자라는 육묘장에 비료나 물을 대어 균근을 죽이고, 큰 나무를 상하거나 죽게 하 는 진균인 병원균(pathogen)에만 집중했다. 뿌리나 줄기를 감염시키는 부류인 기생균 종들은 숲에 해를 입히거나 나무를 죽일 수도 있다. 병원성 진균은 단기간 내에 업계에 어마어마한 비용 소모를 일으킬 수 있었다. 산림학과 교수님들은 또 우리에게 죽은 생물을 분해하는 진균 종 류인 부생균(saprophyte)에 대해 가르쳤는데, 부생균은 확실히 영양소 순환에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만일 부생균이 없다면 쓰레기로 죽어가는 인간의 마을이나 도시와 다름없이 숲은 쌓여 버린 폐기물로 숨이 막혀 죽어 갈 것이다.
하지만 병원균이나 부생균에 비하면 균근균은 단순히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균근균은 내 조림지에서 고통 받던 묘목의 삶 죽음 사이에 빠져 있는 고리인 것 같았다. 뿌리가 헐벗은 묘목을 땅 심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나무들도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그 과의 공생을 필요로하는 것 같았다. 109
바닥에 놓은 요에 앉아 등을 벽에 대고 기대서 선사 시대 것들처럼 생긴 내 버섯 3개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이 버섯들은 식물에게 도움을 주는 균근균이었다. 내 버섯 책이 일러 준 바로는 그랬다. 책을 좀더 읽어 보다 깜짝 놀랄 만한 구절을 또 하나 발견했다. 균근 공생이 약 4억 5000만~7억 년 전 고대 식물들을 해양에서 육지로 이주시키는 데 기여 했다는 것이다. 진균이 있는 식물 군집에서는 진균의 도움으로 척박하고 식물이 살기 힘든 바위에서도 식물이 영양소를 충분히 얻을 수 있었기에 식물이 육지에발을 붙이고 생존할 수 있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저자들은 협력이 진화에 반드시 필요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임업인들은 왜 그토록 경쟁을 중시했던 것일까? 110
4장 [ 나무로 ]
나는 갖고 온 식물책에서 파인그래스에 대한 설명을 찾았다. 각주 에는 파인그래스는 수지상균근(arbuscular mycorrhiza)이며, 수지상균근은 염료로 염색해서 현미경으로 봐야만 확인 가능하다고 나와 있었다.
미송 페이지를 찾았다. 각주에는 외생균근(ectomycorrhiza)이라고 나와 있었다. 120
풀의 수지상군근균은 뿌리 세포 안에서만 자란다. 풀의 수지상균근균은 보이지 않는다. 나무나 관목의 뿌리 세포 밖에서 튜크(tuque, 머리에 달라 붙는 니트 모자, 비니 - 옮긴이)처럼 자라는 외생균근균과는 다르다. 해가 중천이었고 계속 가야 했는데, 그러지 않으면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을 수 도 있었다. 하지만 읽고 있던 내용을 믿을 수 없었다. "좀 징그러운걸, 수지상균근군은 풀의 세포벽을 완전히 뚫고 자라서 세포질이랑 세포소 기관이 있는 내부까지 뚫고 들어간대, 피부를 뚫고 들어가서 내장까지 침범하는 것처럼 말이지." 121
진정한 고목, 무리를 이끌고 지휘하는 위엄있는 나무, 그 나무의 갓은 주변 다른 모든 나무의 나무갓 보다도 더 깊고 더 위풍당당했다. 아래에 있는 어린 나무들의 그늘이 되어 주는 나무, 여러 세기 동안 진화한 씨앗을 떨구는 나무, 고운 소리로 우는 새들이 올라앉고 둥지를 틀 거대한 가지를 펼치는 나무, 그리고 늑대이끼와 겨우살이가 뿌리내릴 틈을 찾을 곳이 되어 주는 나무, 다람쥐가 나중에 먹으려고 두엄 더미에 저장할 방울 열매를 찾아 나무줄기를 오르내리게 해 주는, 또 그런 다람 쥐를 필요로 하는 나무 가지가 굽은 곳에 버섯을 걸고 말려서 먹을 수 있게 해 주는 나무, 이 나무는 혼자서도 숲의 순환을 지원하며 다양성을 위한 발판 역할을 하고 있었다. 132
우리는 떠나면서 냄비를 광광 치고 회색곰에게 소리를 지르며 달렸다. 하지만 위험을 눈앞에 두고서도 나는 새로이 느끼게 된 평화로운 감각, 고목, 미송, 폰데로사소나무가 지닌 본능적이면서도 촉감으로 느껴지는 압도적 지혜에 둘러싸여 있었다. 나는 선주민들이 이미 매우 깊이 이해하고 있던 숲과의 인연을 실감했다. 레이와 내가 릴루엣 산맥에서 벌채할 곳을 정한 후 오래된 나무들이 잘려 나가는 것을 보고 나는 눈물을 흘렸고, 500년 된 나무에게 내린 사형 선고는 아직 내 마음을 떠 돌며 죄책감을 들게 했다. 벌채의 효율성은 자연과 잔인하게 동떨어진 것처럼 느껴졌고, 우리가 더 고요하고, 더 온전하고, 더 영적이라고 생각하는 대상들을 무가치하게 만드는 처사였다. 135
테드가 이듬해 봄 전화를 걸어와 약속했던 조림 관련 계절직 일자리를 제안했지만, 나는 제안을 거절했다. 야생에서 일하는 다른 방법, 숲속의 어머니들이 지닌 신비로운 방식에 대해 좀 더 많은 식견을 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137
5장 [ 흙 죽이기 ]
"바위에 돋은 지의류 좀 보세요, 엄마, 붉은 파이 모양의 딱딱한 면이 바깥으로 뻗어 나가는 희끄무레한 균사들과 맞닿아 있었다. 공생관계, "진군은 조류를 좋아해'인가 봐요."
엄마는 내 농담에 입을 오므리더니 말했다. "지난주에 남자애들 화장실에서 치운 마른 토 비슷하게 생겼네." 엄마는 교사이자 초등학교 보충수업 상담사로 학교에서 읽기, 쓰기, 수학 때문에 고생하는 아이들과 일했다.
나는 또 다른 지대에 감탄했는데, 바위 위에는 지의류로 덮인 더 깊은 부식토층이 있었고, 부식토층 가운데에서 화이트 마운틴 헤더 (white mountain heather)가 싹을 틔우고 있었다. 작은 꽃들이 가죽처럼 질기고 비늘 돋은 잎으로 덮인 짧고 구불거리는 줄기 위에 요정의 종처럼 달려 있었다. 헤더는 지의류로 덮인 흙무더기 속에서 행복한 것 같았다. 지의류 뿌리는 가근(rhizine)이라고도 하는데, 가근은 바위를 깨부수는 효소를 배출하고 지의류의 몸통은 유기물질을 제공한다. 즉 지의류의 뿌리와 몸이 함께 부식토를 만들어서 식물이 뿌리내리고 자랄 수 있게 만드는 셈이다. 헤더 하나를 당겨 보니 지의류가 낳은 부식토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었다. 뿌리에도 진균이 그물처럼 붙어 있을까? 아니면 트러플이 있을까? 균근을 찾느라 이 오아시스를 망가뜨리고 싶지 않았기에 식물 안내서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헤더는 코일 같은 에리코이드 균근과 공생관계를 형성하는데, 에리코이드 균근은 내가 진과 스트리 언 크리크에 갔을 때 허클베리에서 발견한 것과 같은 종류였다. 이런 지의류-진균들은 암석을 모래로 바꾸고 광물을 배출하며 다른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을 느리게 만들어 낸다. 144
300년 된 숲을 몇 년 전 벌채했는데, 햇빛을 막아 줄 숲 상층부의 숲 지붕이 없어서 흰 꽃을 피우는 만병초, 로도덴드론 멘지에시(false azalea), 검은 허클베리와 구스베리, 엘더베리와 라즈베리가 가득 자라나 있었다. 관목이 줄기를 뻗었고 잎, 꽃, 열매의 바다를 만들어 냈다. 풀도 매한가지였는데, 시트카쥐오줌풀(Sitka valerian), 페인트브러시 (paintbrush), 은방울꽃(lily of the valley)이 걷잡을 수 없이 돋아 있었다. 뾰족한 바늘이 돋은 가문비나무 씨가 그 틈에서 싹을 틔웠고 이 자연적인 입목을 늘리기 위해 육묘장에서 기른 가문비나무 묘목을 나중에 더 심었다. 하지만 묘목을 심으면 한 해에 0.5센티미터밖에 자라지 못하기 때문에 앞날의 수학 기대치를 충족하기에는 한참 모자랐다. 많은 묘목이 이미 죽었고벌채지는 '재조림 부족' 선고를 받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의 임업인들은 제초제를 살포해 높게 자란 잡목을 죽이고 식재한 가시 돋친 가문비나무만 남겨서 가문 비나무가 모든 빛, 물, 양분을 받게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몬산토 (Monsanta)는 1970년대 초반 토착 식물을 독으로 죽이되 침엽수 묘목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제초제 글리포세이트(glyphosate), 일명 라운드 업(Roundup)을 개발했다. 라운드업은 인기가 엄청나서 많은 사람들이 평상시에 자기 집 풀밭이나 정원에 사용할 정도였지만 위니 할머니만은 고집스럽게도 라운드업을 쓰지 않았다. 산림 조림 분야에서는 무성한 식물을 죽이면 묘목이 경쟁에서 자유로워질 것이고 그러면 회사들이 '자유 성장' 입목과 관련한 법적 의무 사항을 충족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었다. 맹렬하고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그래서 100년이 지나면 또 벌채할 수 있도록, 전의 임분처럼 자연스럽게 자라도록 내버려 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자라도록, 자유 성장만 할 수 있다면 조림지는 잘 관리된 숲으로 여겨질 것이다.
앨런은 경쟁으로부터 숲 하부의 묘목을 '해방'하기 위해 제초제가 자생식물을 죽이는 효율성이 제초제 양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검증하는 실험을 설계할 수 있도록 나를 도와주었다. 아마 묘목은 더 잘 생존하고 빠르게 자랄 것이며 그러므로 입목, 수고(樹高) 성장 기준과 자유 성장 정책 관련 규정을 충족할 것이다. 이것이 로빈과 내가 이 벌채지에서 완수하려는 작업이었다. 나는 불안했고 앨런 또한 새 자유 성장 정책을 썩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으나 잡목을 죽이면 조림지의 생산성이 개선되는지 검증하는 것이 앨런의 직무였다. 앨런은 이미 내게 이 정책은 잘못된 정책이라고 본다고 말했지만 변화의 필요성을 설득하기 앞서 우리에게는 정부가 믿고 있는 바에서 비롯한 철저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과학이 필요했다.
즉 차근차근히 서로 다른 분량의 제초제가 묘목과 식물 군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봐야 했다. 그리고 제초제 대신 절단기를 사용해야 하는지,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비교해야 했다. 돈이 되지 않는 식물을 죽이는 것이 실제로 토착 식물들이 번성하도록 가만히 두는 것에 비해 더 건강하고 생산성이 뛰어난 자유 성장 조림지를 형성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154
단 한 조건을 제외한 모든 처리 조건에서 침엽수의 성장이 개선되지 않았고 놀랄 일도 아니지만 토착 식물의 다양성은 감소했다. 자작나무의 경우, 자작나무를 죽이면 일부 미송의 성장은 개선되었으나 예상과는 반대로 미송은 더 많이 죽었다. 자작나무에 난도질을 하고 제초제를 뿌려서 뿌리가 압박을 받으면 자작나무는 토양 내에 자생하는 뽕나무 버섯 병원균을 이겨내지 못했다. 진균은 고통 받는 자작나무 뿌리를 감 염시켰고, 감염병은 자작나무 뿌리에서 근처의 침엽수 뿌리로 옮겨 갔다. 반면 통제 지대에서 백자작나무를 건드리지 않고 침엽수와 섞여 계속 자라게 둔 경우 병원균은 토양 내에 계속 억눌려 있었다. 마치 병원균이 다른 토양 유기체와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자작나무가 조성하고 있는 것 같았다. 165
그때 나는 약속했다.
나무들이 어떻게 다른 식물, 곤충, 진균을 감지하고 그들에게 신호를 보내는지에 대해 배우겠다는 약속이었다.
널리 알리겠다는 약속이었다.
죽어 버린 토양 속 진균, 무너진 균근 공생은 내가 처음 본 조림지에서 작고 누런 가문비나무가 죽어 가던 까닭에 대한 해답을 품고 있었다. 뜻하지 않게 균근균을 죽이면 나무도 죽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토착식물에게 의지해 그네들의 부식토를 얻고 부식토 안의 진균을 다시 조림지 흙으로 옮기자 나무들이 살아났다.
멀리서 헬리콥터들이 돈이 되는 가문비나무, 소나무, 미송을 기루기 위해 사시나무, 오리나무, 자작나무를 죽이는 화학 약품을 골짜기에 살포하고 있었다. 이 소리가 끔찍했다. 그 소리를 멈추어야 했다.
나는 특히 오리나무와의 전쟁에 대해 의문을 품었는데, 왜냐하면 오리나무 뿌리 안에 있는 공생 세균인 프란키아(Frankia)에 대기 중의 질소를 작은 관목이 잎을 만드는 데 쓸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을에 오리나무 잎이 떨어지고 썩으면 질소가 토양내로 방출되어 소나무가 뿌리로 질소를 빨아들일 수 있게 된다. 소나무는 이 질소 변환에 의존하는데, 100년마다 숲에 불이 나서 상당량의 질소를 다시 대기로 보내기 때문이다. 176
7장 [ 술집에서의 다툼 ]
두려움에 머리가 새하에진 채 단상으로 걸어갔다. 밝은 조명 아래 학회장은 짧게 자른 머리와 야구 모자 천지였다. 땀에 젖은 슬라이드 체인저를 꼭 잡았다. 제초제 라운드업을 사용한 잡초목 제거(제초) 홍보를 방금마친 앞 연사 몬산토 직원에게 쏟아지던 아낌없는 박수가 점점 줄어 들더니 고요해졌다. 죽은 사시나무로 둘러싸인 자유 성장 로지폴소나무, 생명을 잃은 자작나무 틈의 미송, 주변의 허클베리를 다 없앤 가문비나무 이미지가 아직도 생생했다. 221
우리는 살림 수목 관리에서 지배와 경쟁을 강조한다. 농업 분야에서는 작물을 목장에서는 가축을 중시한다. 우리는 연합 대신 파벌을 강조한다. 임업에서 지배 이론은 잡초목 제거, 공간 두기, 속기 등등 소중한 개체의 성장을 촉진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실행된다. 농업에서 지배이론은 다양성을 지닌 농지 대신 단일 고수익 작물 육성을 위한 수 백만달러어치 살충제, 비료, 그리고 유전자 프로그램에 대한 근거를 제공한다.
대지에 대한 책무를 공개적으로 논하는 것이 내 삶의 주된 목적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이미 담당자들과 연줄을 만들어 보려고 시도하다 지독한 실패를 경험했다. 내가 얼마나 쉽게 묵살당했다고 느끼는 지 또 술집에서의 다툼에 얼마나 엉망으로 대처했는지를 감안하면 이떻게 계속해나가야 할지 심각한 의구심이 들었다.
그동안 지역 내에서 벌채지는 암처럼 커지고 있었고 임업인들은 전쟁 중이기라도 한 듯 '잡초목'을 죽여 댔다. 활동가들은 나무에 자기 몸을 묶으며 저항했다. 나는 벌채에 저항하는 클레이쿼트 사운드 (Clayoquor Sound)의 대규모 시위 현장보다 연구에 집중하는 편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244
8장 [ 방사능 ]
벌써 어린 자작나무들이 잘린 밑동에서 싹을 틔우고 있었고, 일부 자작나무는 주변 숲이 흩뿌린 씨앗에서 자라난 나무였는데 이미 우리 가 1년 전에 심은 침엽수보다 키가 더 컸고 2배 더 빠른 속도로 자라는 중이었다. 나는 이 자작나무들이 단순히 미송의 생존과 성장에 필요한 자원을 좀먹는 경쟁자인지 아니면 전체 숲이 번성하기 위한 조건을 강화하는 협조자인지 알아내고 싶었다. 그리고 만일 잎이 무성한 토착식물들이 실제로 바늘잎을 지닌 이웃과 협력한다면 그들이 어떻게 서로를 돕는지 알고 싶었다. 이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서 백자작나무가 그늘을 드리워서 광합성을 통한 미송의 식량 생산을 부진하게 하는 동시에 미송에게 자원을 주는지를 실험하는 중이었다. 자작나무는 자신을 위한 당분을 만들기 위해 빛을 가로챈 대가로 자신이 지닌 부를 숲 하부의 미송과 공유하며 광합성 감소를 보상했을까? 내 연구는 미송이 임업인들에게 강력하고 달갑지 않은 경쟁자 취급을 받는 자작나무 틈바구니에 살면서도 대체 어떻게 살아남고 심지어 잘 자라는지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만약에 자작나무가 이 넉넉함, 즉 빛을 충분히 받은 덕분에 만들 수 있었던 풍성한 당분을 나눠 주었다면, 두 종을 연 결하는 균근균 지하 경로를 통해 당분이 그늘에 가려진 미송으로 전달 되었을 수도 있다. 자작나무가 미송과 힘을 모아 군집이 더 건강하도록 돕는 것일 수 있다. 247
만약 탄소가 서로 다른 종의 나무 사이에서도 이동한다면 이는 진화에 대한 역설을 드러낼 터였다. 왜냐하면 나무는 협동이 아니라 경쟁을 통해 진화했다고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내 이론은 나에게는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느껴졌는데 나무에게도 자신이 속한 군집의 번성이라는 이기적 관심사가 있을 것 같았고 군집이 번성해야 필요를 충족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250
나는 실험실의 소나무와 똑같은 방식으로 메이블 호수의 호숫가 를 따라 자라는 자작나무와 미송이 지하에서 균근군으로 연결되어 균사연결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는 모습을 그려 보았다. 불과 몇 년 전인 1989년에 발명된 월드 와이드 웹을 통해 대화를 주고받는 것처럼 하지만 단어 대신 탄소로 만든 메시지가 오간다고 상상해 보았다. 광합성중인, 즉 공기에서 얻은 이산화탄소와 토양에서 얻은 물을 조합해 빛에너지를 화학적 에너지(당)로 변환하는 자작나무 잎을 상상하며 식물 생리학 수업을 되돌아보았다.
광합성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잎은 화학적 에너지의 근원이자 생명의 엔진이었다.
당분, 즉 수소와 산소와 결합한 탄소 고리는 잎의 세포에 축적된 후 동맥으로 혈액이 뿜어 나오듯 수액이 잎맥에 적재된다.
당은 잎으로부터 체관부의 통도 세포를 통해 이동한다. 통도 세포는 나무 껍질 아래의 자작나무 줄기를 둘러싸고 있는 조직 장막이자 잎에서 뿌리 끝까지 닿는 통로를 형성하는 기관이다. 일단 달콤한 수액이 체관부에서 가장 높은 체세포로 들어가면, 체세포와 인접한 체관 세포 사이에 삼투 기울기가 생겨난다. 토양에서 뿌리로 흡수된 물은 뿌리와 잎을 연결하는 가장 안쪽의 유관속 조직인 물관부를 타고 올라가 체세포끼리 연결하는 체세포의 농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용액을 희석시키는 삼투압 과정을 거쳐 체관부 맨 위의 체세포까지 이동한다. 세포 내 압력, 즉 팽압이 증가하면 끊어진 곳 없이 연결된 체세포사슬을 따라 광합성 산물이 아래로 이동해서 최종적으로 뿌리에 도달한다. 나무의 지상 부분인 싹이나 씨앗과 마찬가지로 뿌리도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뿌리는 이와 같은 당분 폭발의 흡수원이다. (잎이 광합성 산물의 소스(공급부)라면 뿌리는 싱크(수용부)에 해당한다.) 뿌리 세포는 당을 빠르게 대사하고 일부는 인접한 뿌리 세포로 이동시켜 당과 함께 수분을 취하고 팽압을 완화시킨다. 당액이 뿌리 세포로부터 다른 뿌리 세포로 빠져 나가는 과정은 과학자들이 소위 압류(pressure flow)라고 부 르는 과정, 즉 당액이 뿌리에서 잎으로, 그다음에는 나무 꼭대기에서 바닥까지 계속 흐르는 동안의 소스-싱크 기울기에서 나름의 역할을 한다. 이 과정은 혈액이 인간의 골수(소스)에서 혈관을 타고 세포(싱크)로 뿜어져 나가서 필요한 산소를 공급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잎이 공급(소스) 강도를 향상시키며 광합성을 통해 당을 합성하는 한, 그리고 뿌리가 수용(싱크) 강도를 향상하며 이동한 당을 지속적으로 대사해서 더 많은 뿌리 조직을 만드는 한, 당액은 압류로 인해 잎에서 뿌리까지의 소스-싱 크 기울기를 따라 계속 아래로 이동할 것이다. 252
나는 백자작나무에 방사성 동위 원소 탄소-14 표지를 해서 미송으로 이동하는 광합성 산물의 뒤를 쫓기로 계획했다. 동시에 미송에는 안정동위 원소인 탄소-13표지를 해 광합성 산물이 자작나무로 이동하는지 추적했다. 그렇게 탄소가 자작나무에서 미송으로 이동했는지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2차선 고속도로의 트럭들처럼 반대 방향으로, 즉 미송에서 자작나무로 이동한 탄소와 자작나무에서 미송으로 이동 한탄소를 구별할 수도 있었다. .. 나는 내 직관, 즉 나무들이 서로 긴밀히 대응하려고 촉을 세우고 있다가 군집 기능에 따라 행동을 조절할 것이라는 직관이 옳은 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254
환경보호국은 기후 변화 완화 목적으로 숲에 탄소를 저장하는 최선의 방식을 찾기 위해 이런 정보를 필요로 했다. 당시는 1990년대 초반이었고 나는 오리건 주립 대학교 정오 세미나에서 기후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대재앙이 예측된다는 것을 알고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 소식 을 갖고 캐나다로 돌아갔을 때, 산림청의 관리자들은 내 말을 믿지 않 았다. 258
가이거 계수기를 들고 탄소-14 표지를 한 자작나무 잎에 갖다 댔다. 나는 숨을 죽였다. 자작나무 잎에서도 방사선이 나올까? 방사선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 모든 준비 작업이 헛것이 되어 버린다. 만약 공여자 나무가 방사성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 않았다면 그들이 근처의 미송으로 유기 화합물을 전달했는지도 알 수 없게 되니 말이다. 265
나는 바람을 향해 손을 높이 들고 '예스!"라고 소리쳤다. 깊은 곳에서, 그리고 우리 자신만의 방식으로, 우리 둘 모두는 우리가 두 나무 종 사이에서 일어나는 기적적인 어떤 일을 감지했음을 알게 되었다. 별세계에서 일어날 것 같은 일을, 전파를 타고 오가는 은밀한 대화를,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대화를 엿들은 것처럼. 267
자작나무와 미송은 연결망을 통해 광합성 탄소를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었다. 심지어 더 놀라운 사실은 미송이 자작나무에게 돌려 준 양보다 더 많은 탄소를 자작나무로부터 받았다는 점이었다.
자작나무는 '악마의 잡초'와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자작나무는 미송에게 자원을 넉넉히 주고 있었다.
양은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미송이 씨를 만들고 번식을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양이었다. 하지만 나를 정말 어안이 벙벙하게 만들었던 것은 그늘의 효과였다. 자작나무가 그늘을 더 많이 드리울수록 자작나무는 미송에게 탄소를 더 많이 주었다. 자작나무는 너무나도 딱 떨어지게 미송과 협력하고 있었다.
나는 혹시 실수를 한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자료를 분석하고 또다시 분석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대로였고 방법을 바꾸어 자료를 살펴봐도 이야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자작나무와 미송은 탄소를 주고받았다. 그들은 소통하고 있었다. 자작나무는 미송의 필요를 감지하고 미송의 필요에 지속적으로 적절하게 대응했다. 심지어 미송이 자작나무에게 탄소를 좀 돌려주었음도 발견했다. 호혜성이 그들의 관계의 일부이기라도 한 듯이. 나무들은 서로를 도우며 서로 이어져 있었다. 274
9장 [ 응분의 대가 ]
내 추측이 옳았다. 자작나무 이웃과 연결된 미송은 모두 생존했을 뿐만 아니라 참호로 분리된 미송보다 더 컸다. 반면, 자작나무는 미송과의 친밀도에 영향을 받지 않았고 미송과 엮여 있다고 해서 진이 빠지지도 않았다. 탄소 중 일부를 전달한다 해도 자작나무가 착취당하는 것은 아니었다. 자작나무는 자신의 활력을 희생하지 않고도 미송의 생존과 성장을 촉진하기에 충분한 양을 주고 있었다. 290
나는 어떻게든 회복하고 일어서야만 했다. 하지만 나는 산림청에 재직 중이었고, 산림청의 임무에 비추어 볼 때 내 연구의 중요성은 명확하지 않았으며 연구를 지속하기 위한 명백한 필요성도 자금도 없었다. 나는 발견한 바를 정부 기관 동료들에게 발표하지 않았고 학술적 논쟁에 대한 토론도 하지 않았다. 대신, 나는 뒤로 물러나 몸을 숙여 아래로 숨었다. 나는 아이를 갖고 싶었고 돈과 함께 보낼 시간, 평화롭게 지낼 시간, 자신을 다시 사랑하는 방법을 배울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슬퍼해야만 했다. 덜 괴로운 일을 해야 했기에 숲에 대한 다른 걱정거리들로, 여름과 겨울이 비정상적으로 따뜻해지면서 나무 에 해를 끼치는 벌레와 질병이 늘어나는 것으로 관심을 돌렸다. 297
이듬해 봄, 나는 정원을 만들었다.
오래전부터 있던 여느 정원이 아니라 켈리를 잃고 내가 발견한 것들이 토대가 된 정원을 만들었다. 식물들이 자원을 공유할 수 있고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정원을, 식물들을 열에 맞춰 심어서 다음 식물과 격리하는 정원이 아니라 식물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섞여 자라는 정원을 서로를 돌보면서, 나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이개발한 '세 자매' 방식을 따랐는데, 이 방식에서는 옥수수, 호박, 콩 모두가 서로의 성장을 촉진하는 동지 역할을 한다.
나는 늘 정원 흙의 작은 땅떼기에 한 가지 채소씩 줄을 지어 심었다. 하지만 올해는 도예가라도 된 양 비옥한 흙으로 그릇 모양을 잡고, 그릇 모양 흙더미 사이에는 30센티미터씩 간격을 두었다. 위니 할머니가 보여준 대로 물이 흘러 없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나는 흙더미 하나하나마다 세 자매 씨앗을 각각 하나씩 심고 매일 물을 주었고, 일주 일 후에는 검은 씨에서 정말 작은 떡잎이 돋아났다.
대부분의 나무가 외생균근균과 관련을 맺는 것과 달리 정원에서 자라는 식물은 대개 수지상균근균과 연관이 있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수지상균근은 불과 약 200종인 반면 외생균근 좋은 수천개에 달한다. 이 수지상균근균들은 일반 종인데, 자연에 존재하는 종의 개수는 적을 지 몰라도 정원에서 자라는 거의 모든 채소의 뿌리에 서식할 수도 있고, 연관을 맺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옥수수, 호박, 콩, 완두콩, 토마토, 양파, 당근, 가지, 상추, 마늘, 감자, 고구마 같은 채소들과.
돋은지 몇 주 안에 식물의 뿌리가 균근으로 덮었고 서로 엮었다. 콩올 뽑아보니 뿌리를 따라 길이로 질소 고정 세균을 품은 작고 흰 봉우리가 보였다. 콩은 질소를 변환해 옥수수, 호박과 공유한 흙더미에 질소를 첨가하는 중이었다. 옥수수는 콩이 올라갈 수 있는 구조물을 제공하면서 은혜를 갚았다. 호박은 뿌리 덮개 역할을 맡아 토양의 습기를 유지하고 잡초와 벌레를 막았다.
균근 연결망이 이 춤에서 어떻게 한몫을 했는지, 질소를 고정하는 콩에서 옥수수와 호박으로 질소를 나르는 내 정원의 연결망에 대해 상상했다. 그리고 옥수수가 드리운 그늘에 가려진 콩과 호박에게 탄소를 전달하는 키가 크고 햇빛을 잘 받은 옥수수를. 또 저장해 둔 물을 목마른옥수수와 콩에게 보내고 있는 호박을.
정원은 무척 잘 자랐다.
용서를 느낄 수 있었다. 303
10장 [ 돌에다 색칠하기 ]
나는 숲에도 지능이 있다는 증거, 즉 숲도 인지하고 소통한다는 증거를 더 많이 갖게 되었다. 하지만 도전할 준비는 아직 다 안 된느낌이었다. 사람들이 나를 무시하거나, 최악의 경우 식물의 지각 능력에 대한 내 강연을 비웃을지도 모른다. 아니다. 나는 임신 중이었고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인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조용히 지내야 한다. CBC 라디오와의 인터뷰는 지역의 동식물 연구자, 환경주의자, 심지어 뜻을 함께하는 일부 임업인 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지만 주도에서는 침묵만이 돌아왔다. 정책 쪽 사람들로부터는 이메일조차 없었고, 나는 인터뷰를 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을 품고 있었다. 또는 그 문제에 대해 학회에서 발표하는 것도. 나는 이미 해 온 것 이상의 공개적 활동은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너무 걸려 있는 것들이 많았다. 310
더 멀리까지 스키를 탔다. 로지풀소나무들이 더 듬성듬성해졌고 몽글몽글한 나무갓이 지면 더 가까이 왔다. 머지않아 닥칠 상실에 대한 추모를 칭하는 특별한 단어가 존재할 것만 같았다. 10년이 지나면 브리티시 컬럼비아 숲 면적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800만 헥타르의 성숙한 소나무 숲이 죽어 없어질 것이다. 좀벌레는 끊임없이 흰수피잣나 부몬티콜라잣나무, 폰데로사소나무 틈에서 나무를 좀먹으며 이동할 것이고, 미국에서는 오리건부터 옐로스톤까지, 또 캐나다의 북방 수림 (boxcal forest)에 널리 분포한 방크스소나무와의 혼종 소나무(jack-pine hihnd)를 감염시키기 시작하면서 북아메리카 전체를 관통하며 대략 캘리포니아 정도의 면적을 대상으로 하는 총체적 전염병을, 역사상 기록된 모든 충해를 능가하는 충해를 일으킬 것이다. 또 머지않아 발생할 파괴적 산불의 연료가 될 것이다. 좀벌레는 조림지에서도 들끓었는데, 특히 자작나무와 사시나무 이웃들을 제거한 곳에서 빠르게 자라는 소나무 틈에 우글거렸다. 311
샌드위치를 먹다가 왜 나무들이, 이 사시나무와 소나무들이 이웃 나무에 탄소(또는 질소)를 제공하는 균근균을 돕고 있는지 궁금했다. 자신과 같은 종의 개체들, 특히 자신과 유전자적으로 가족인 개체와 무언가를 나눠 가지는 것은 명백한 이점으로 작용하는 듯했다. 중력이나 바람, 이상한 새나 다람쥐가 나무 씨 중 대부분을 주변 지역으로 퍼뜨리는데 그리 넓게 퍼뜨리지는 못한다. 이는 가까운 이웃 지역에 있는 많은 개체가 친척 관계임을 의미한다. 이 초원 가장자리에 모여 있는 소나무들은 아마도 같은 가문의 친족일 텐데, 그들의 유전자는 멀리 있는 아 버지들로부터 날아오는 꽃가루로 인해 다양해졌다. 이 부모 나무들은 자기 주변 나무들과 유전자를 공유하며, 바로 그들의 후손인 묘목의 생존율을 늘리기 위해 탄소 공유를 한다. 이것은 다시 미래 세대로의 유전자 전달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후의 연구에서는 임분의 소나무중 최소절반의 뿌리가 서로 얽혀 있으며, 큰 나무들이 작은 나무들에게 탄소를 보조해 주고 있음이 밝혀지게 된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이런 양상은 개체 선택 관점에서 보면 완벽하게 말이 된다. 다윈주의적 양상이다.
하지만 내 연구는 일부 탄소가 친척 관계가 없는 개체로도, 또 완전 히 다른 종의 개체로도 이동했음을 드러냈다. 자작나무에서 미송으로 그리고 또 그 반대로도. 나는 나무 껍질이 햇볕을 쬐고 있던 흰사시나 무를 바라보면서 흰사시나무도 나무갓 아래에 있는 로키전나무에게 탄소를 넘겨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했다. 그리고 반대 방향인, 전나무로부터 사시나무로도, 일반 종인 균근균이 많은 나무들에게 투자하며 생존을 위해 여러 군데에 도박을 걸었을 수도 있고, 혹시 만약의 경우 탄소가 낯선 개체로 이동한 것은 단순히 친척 나무에게 탄소를 옮기는 비용의 일부, 즉 손해 담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 나무들이 보여준 결과는 이렇지 않았다. 그들은 나에게 탄소 이동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부정기 축제가 낳은 썩 좋지 못한 결과라는 증거를 제공하고 있었다. 아니다. 내 나무들은 이 게임에 걸려 있는 도박거리가 많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실험 결과는 반복적으로 탄소가 소스(공급원) 나무에서 싱크(흡수원) 나무로, 즉 부유한 나무에서 가난한 나무로 이동했으며 나무들이 탄소를 어디로 얼마나 이동시킬 것인지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음을 보였다. 313
왜 나이든 흰수피잣나무는 자신의 번식 성공을 이런 새와 동물들에게 믿고 맡긴 것일까? 씨가 먹을거리라서 관심을 가질 뿐인데, 씨앗 가운데 일부는 늙은 나무의 번식 성공을 위해 먹히지 않고 살아남아야만 한다. 그래야 싹이 돋고 자손 나무가 자랄 수 있다. 그만큼 충분히 씨가 남을 것이라고 믿는 이유는 무엇일까? 만일 예컨대 불이 나거나 특별히 엄청나게 추운 겨울 때문에 이 씨 중 하나가 멀리 퍼져 나가서 없어져 버린다면, 다른 이들이 또 다른 것들을 날라 줄지도 모른다. 같은 맥락에서 나무가 연결망을 구성하는 일반종 진균, 예를 들면 비단그물버섯이나 끈적버섯(Cortinarius)에게 탄소를 전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탄소를 공급받은 진균들은 친척 관계가 없는 나무에게도 탄소를 전해줄텐 데, 소나무로부터 숲 하부의 로키전나무로. 314
어쩌면 빠르게 순환하는 진균은 나무에게 변화와 불확실성에 재빠르게 적응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제공하는지도 모른다. 다음 세대의 나무들이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따뜻하고 건조해지는 토양에 더욱 잘 적응하고 대처하는 개체들로 자라기를 기다리는 대신, 이 나무들과 공생 관계에 있는 균근균이 점점 더 단단히 박히게 되는 자원을 획득할 수 있도록 빠르게 진화할 수 있다. 어쩌면 비단그물 버섯, 그물버섯, 끈적버섯 진균이 소나무좀벌레 병을 발생시킨 온난해진 겨울에 더 즉각적으로 대응해 나무들이 일정 수준의 저항력을 유지 하기 위해 계속 양분과 물을 모을 수 있도록 돕고 있는지도 모른다. 315
고민하다 보니 기분은 들떴지만 여전히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 구석이 있었다. 나는 종들이 상호 작용하는 더 큰 집단에 대해 생각했다. 식물 동물. 진균과 세균이 이루는 전체 공동체에 대해서, 개체 선택은 슈도모나스 플루오레센스가 균근군이나 자작나무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미송의 아밀라리아 뿌리썩음병을 감소시키는 방식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집단 수준에서도 선택이 작용할까? 개별 종들이 전체 집단의 건강을 증진하는 복잡한 군집 구조로 조직된 것처럼, 인간의 사회에서 사람들이 길드를 조직하는 것처럼 다양한 종이 구성하는 상호 협력 길드도 존재할까? 한 아이를 기르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듯이,서로를 돕기 위해 다양한 나무 종들이 연결망으로 이어져 있는 곳에도 나무의 길드가 존재할까? 이런 길드에도 사기꾼이 있을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만일 우리의 행위가 마치 여름 동안 방향이 바뀌는 자작나무와 미송 사이의 양방향 이동과 호혜의 원칙처럼 꾸준하게 받은 만큼 돌려준다는 규칙에 의해 지배된다면 이와 같은 공유는 효과가 있을 것 이다. 응분의 대가. 하지만 거래에 장기적 변화가 있다면 어떨까? 결국 미송이 자작나무보다 키가 커질 때처럼. 응분의 대가라는 관계의 규칙은 변할 것인가, 그리고 이 양상을 우리의 인생사가 더욱 복잡해지고 나이가들어 가며 관계가 변하는 것과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까? (만약 진이 내 육아를 도와주고, 또 진이 멀리 이사를 간다면 나는 어떻게 은혜를 갚아야 할까?) 나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왜 나무 두 종이 장기간에 걸처 탄소 거래를 계속하는지 궁금했다. 318
목관악기, 금관악기, 타악기, 현악기 연주자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함께 모여 교향곡을 만들듯이, 우리는 늑대, 카리부, 나무, 진균으로 구성된 생태계가 생물 다양성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는 뉴런, 축삭 돌기, 신경 전달 물질로 구성된 뇌가 사고와 동정심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또는 질병과 죽음 같은 외상을 극복하기 위해 형제자매들이 한데 모이듯이, 부분의 합보다 더 큰 전체를 이루 듯 이 숲속의 생물 다양성이 지닌 응집력, 교향악단 소속 음악가들의 응집력, 대화와 되먹임을 통해, 기억과 과거로부터의 학습을 통해 성장하는 가족 구성원들의응집력. 심지어 혼란스럽고 예측 불가능한 경우에도 번영을 위해희소한 자원을 외부로부터 들여오는 이러한 응집력을 통해 우리의 체계는 온전하고 탄력적인 존재로 발전해 나간다. 체계는 복잡하다. 체계는 자기 조직화를 한다. 체계는 지능의 전형적 특징들을 갖고 있다. 숲의 생태계도 사회와 마찬가지로 이처럼 지능의 요소들을 지니고 있음을 인식한다면 숲의 생태계는 활성이 없고 단순하며 선형적이고 예측 가능하다는 오래된 개념을 버리는 데 도움이 된다. 산림체계에서 생명체의 미래 존재를 위협에 빠뜨린 급속한 착취를 정당화하 는데 불을 지핀 바로 그 개념을 말이다. 321
11장 [ 미스 자작나무]
학구적이고 세심한 병원균 전문가가 꿀색 버섯이 자라고 있는 자작 나무 통나무를 뒤집더니 종이 같은 껍질을 벗기고 부드럽고 쉽게 바스 러지는 촉촉한 나무속을 드러냈다. 그는 버섯을 뽑아서 펄프 같은 나무를 감염시키는 빛나는 균사를 가리켰다. 사람들이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자작나무가 수명에 근접한 50세에 가까워지면 줄기와 뿌리를 감염 시킬 위험이 있는 아밀라리아 시나피나(Amillaria sinapina)에 더 취약해진다. 아밀라리아 시나피나는 잣뽕나무버섯과 비슷하지만 침엽수보 다는 자작나무 등 활엽수를 주로 감염시킨다. 이 균종은 둘다 이 숲에서 자연적으로 생겨나는데 자연 천이를 촉진하고 나무를 죽여서 숲의 이질성을 늘리며, 다른 종을 위한 공간을 열어 주어 다양성을 증가시킨다. 341
'자작나무가 어릴 때는 침엽수보다 더 빠르게 광합성을 하며, 뿌리로부터 더 많은 당분을 보내서 결국 토양에 더 많은 당분을 저장합니다. 우리가 탄소 저장량을 높이는 방향으로, 즉 기후 변화를 늦추기 위한 산림 관리를 시작한다면 자작나무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나는 계속 말했다. 341
나는 이어서 설명했다. 캐나다에서 거의 매년 화석 연료 연소보다 산블 때문에 더 많은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므로 산불 위험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침엽수림보다 혼합림 조경을 계획해야 하고, 또 침엽수에 비해 습기가 많고 수지가 적은 잎을 가진 자작나무와 사시나무 복도가 방화대 역할을 하도록 계획해야 한다고. 342
"저기요, 미스 자작나무!" 그가 말했다. “본인이 전문가라고 생각하 시나요?"
나는 사람들이 뒤에서 이 별명을 부르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들 중 몇몇이 사적인 자리에서 나를 부를 때 쓰는 자작나무(birch)는 말 (bitch)을 재치 있게 대체한 단어였다.
그러고 나서 그는 격분했다. "숲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시는군요."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쇠박새 (black-capped chickadee) 한 마리가 자작나무 나무갓 안에서 날개를 부풀렸다. 새를 둘러싼 작고 노란 부리 3개가 조개껍질처럼 열렸지만 밥을 달라고 하던 그들의 노래가 뚝 멈췄다. 여자가 생각을 입 밖에 내는 데 대한 끔찍한 말, 심지어 우리 가족도 하던 그 말이 내 마음을 울렸다. 농담일지라도 등 뒤에서 여성들에게 쏟아지던 비난은 항상 귀에 거슬렸다. 나의 위니 할머니는 말이 없었는데, 독한 말이 나올 만하면 침묵에 기댔기 때문인 것 같다. 그게 더 편하니까. 나는 남자들의 비판을 유발하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먹었지만 일이 이렇게 되어 버렸다. 349
연결망은 수백 가지의 특정 기주에 붙어 사는(host- specific) 진균과 다양한 기주에 붙어 사는(host-generalist) 진균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부 진균은 서로 다른 종에 속하는 나무들을, 다른 진균은 같은 종에 속하는 나무들을 연결할 것이다. 349
내게는 연구비와 학생들이 있었고 강의상도 받았다. 하지만 숲의 언어와 지능을 해독하는 데 성공을 거듭하며 내 연구 프로그램이 정립되는 동안 내 결혼 생활은 정반대의 길을 걷게 되어 소 통라인이 너덜너덜해지고 끊어지기 시작했다. 363
12장 [ 9시간 통근 ]
이 오래된 나무는 나무 주변에서 재생된 모든 어린 나무와 연결되어 있었다. 나중에 또 다른 대학원생 케빈(Kevin)이 이 지대로 돌아와 거의 모든 알버섯 트러플과 나무를 대상으로 DNA 염기 서열 분석을 했고 그 결과 대부분의 나무는 알버섯 균사체로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들은 근처에있는 거의 모든 어린 나무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어떤 나무는 나무 47 그루와 이어져 있었고, 그중 몇몇은 20미터나 떨어져 있었다. 한 나무는 다음 나무와 연결되어 있었고 우리는 전체 숲이 이어져 있을을 발견했다. 알버섯 딱 한 종만으로 말이다. 우리는 이 결과를 2010년에 발표한 후 더욱 자세한 사항까지 다룬 논문을 2편 더 출간했다. 만일 미송을 연결하는 다른 60종의 균 연결망 지도를 그릴 수 있다면 분명 더 두껍게 짜이고, 더 깊은 층을 이루고, 한층 더 복잡하게 꿰어진 관계를 발견했을 것이다. 이런 지도에 틈새 요소까지 더하는, 아마 풀, 초본, 관목을 독립된 망으로 연결할 것 같은 수지상균근은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나름의 망으로 허클베리를 연결하는 에리코이드 균근, 또 제나름의 망을 가진 난초균근도. 372
이 숲은 매우 건조한 그레이트 베이슨(Great Basin) 분지 북쪽 끝에 위치해 있었지만 남쪽 지역은 나무가 자라기에는 지나치게 건조해서 토착 프레리에서는 나무 대신 번치그래스가 자란다. 이런 초지는 외래종 잡초 침입 때문에 압박을 받고 있었는데, 이 경우 잡초가 균근 연결망의 생명력을 다 빨아먹는다. 소떼가 퍼뜨리는 수레국화 (knapweed)는 풀 곁순의 균근에 침투해서 풀뿌리에서 바로 인을 빼앗아 간다. 수레국화의 진균은 자작나무와 전나무의 진균과 달리, 풀이 무성하게 도와주는 대신 인간이 소를 몰며 시작된 풀의 쇠퇴를 가속화 했다. 수레국화의 진균이 토착 풀들에게 독극물이나 감염물을 보내서 살해를 마무리했을 수도 있다. 또는 풀의 에너지를 탈취하고 굶겨 죽이 며 토착 프레리를 황폐화했을 것이다. 시체 도둑(body snatcher)이 쳐들어 오듯이, 유럽인이 아메리카 대륙을 식민지화한 것처럼 말이다. 379
만약 균근 연결망이 신경 연결망의 복사판이라면 나무 사이를 이동하는 분자들은 신경 전달 물질에 해당한다. 나무들 사이의 신호는 인간의 생각과 의사 소통을 가능하게 해 주는 뉴런 사이의 전기 화학적 자극처럼 예리할 것이다. 인간이 자신의 생각과 기분에 민감한 것처럼 나무들도 이웃에 대해 민감할까? 아니면 더 나아가서, 나무들 사이의 사회적 소통도 대화하는 두 사람만큼이나 그들이 공유한 현실에 영향을 줄수있을까? 나무들도 우리만큼 빠르게 파악할 수 있을까? 나무도 우리처럼 신호와 상호 작용에 기초해 측정, 조정, 조절을 계속할 수 있을 까? 돈이 "수즈"라고 말하는 어조만으로도, 또 짧은 눈빛만으로도 나는 그의 의중을 이해한다. 어쩌면 나무들도 이렇게 감정선을 맞추어가며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인간 뇌의 뉴런처럼 정교하게 신호를 보내면서 서로 민감하게 공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383
새연구비는 결국 벌채 때문에 복잡한 균근 연결망이 흐트러지고 혼란에 빠짐을 드러낼 것이다. 어머니 나무가 없어지면 숲은 진중함을 잃는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 모종이 묘목으로 자라나면 새숲은 또 다른 연결망으로 천천히 재편성될 것이다. 어머니 나무가 이끌어 주지 못하면 새숲 연결망은 결코 전과 같을 수 없다. 특히 광범위한 벌목과 기후변화 때문에라도 그렇다. 숲에 있는 탄소, 또 토양, 균사체, 뿌리에 저장된 나머지 절반의 탄소가 기후 변화를 더욱 악화시키면서 공기 중으로 증발할 수도 있다. 그 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것이야말로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아닐까?
나는 거대한 나무, 성곽으로 다가갔다. 가지가 땅에 닿을 만큼 굵었고 거목의 가지는 다른 나무만큼 컸다. 이웃 나무에 비해 크기도 크고 수령도 오래된 장대한 나무였다. 어머니 나무의 어머니 같은 모습을 하고서, 임업인들이 '늑대 나무(wolf tree)'라 부르는 나무, 이 나무는 다른 나무보다 훨씬 오래되고 크고 나무갓도 훨씬 더 넓은 나무로, 이전에 일어난 재난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나무였다. 나무는 다른 나무들이 한 두 번씩은 겪고 그에 굴복했을 법도한 지중화(낙엽층이나 마른 부식토층에서 일어나는 불)를 수 세기 동안 겪었다. 389
우리는 해가 서쪽으로 떨어질 때 메리가 제일 좋아하는 레지에 도착했는데, 2,500미터 둘레길이 아래에 있는 붉은색, 초록색 숲 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때 나는 내가 나아갈 다음 단계는 나무들이 서로에게 질병이나 위험에 대해 경고하는지, 죽어 가는 종이 계속버털지 아니면 다른 종이 그 영역을 차지하게 될지 알아보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404
이것이 숲이 바란 최선이었을까? 아마 높은 확률로 적어도 이곳, 계곡 아래의 메마른 땅을 채우는 데는 치트그래스, 또 점박이수레국화 (spotted knapweed), 우엉 종류(common burdock)가 나무보다 더 성공적일 것이다. 이 식물들은 종자 생산량이 풍성하고 성장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산불 진압과 극단적 기후로 인해 약해진 숲에 쉽게 침입할 수 있다. 이 나무들은 인간의 편의를 위해 희생된 것 같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숲을 죽이고 있는 바로 그 잡초와 곤충이 기온 상승과 강우 변화에도 살아남는 유전자를 가진 생물들인 것 같았다. 409
균근 망에서 두 종의 통합은 단순한 자원 교환을 위한 경로 그 이상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 가뭄으로 죽어 가는 미송은 온난해지는 기후에 더 잘 적응한 소나무에게 그 자리를 내주었는데, 심지어 죽어 가면서도 미송은 여전히 소나무와 연결되어 소통하고 있을까? 미송은 소나무에게 새 지역에 스트레스가 있다고 경고할 수 있었을까? 혹시 미송들이 질병에 대한 정보를 소나무에게 보냈을 수도 있다. 410
1년 동안 꼬박 작업한 후 얻게 된 보상이었다. 이제 답은 이곳에 있있다. 나는 즉시 송위안위안의 제안에 따라 공동 작업을 시작했다. 이미 나는 리뷰 논문에서 송위안위안의 연구를 언급했고 그녀가 한 발견에 대해 수업에서 토론하기도 했다. 그녀는 실험실에서 기른 식물에 다수의 연결망 균사체를 접붙여서 무엇이 식물 사이의 연결을 구성하는지 불안해서 어찌할 줄 모르던 지난 역사를 쌩 지나치며 균근 연결망에 대한 지식을 대담하게 발전시켰다. 일부 과학자들은 연결망과 이어지 면 수혜자 식물의 안녕에 영향이 있는가에 대해 여전히 의아해했지만 송위안위안은 이미 거기서 훨씬 먼 곳까지 가 있었다. 그녀는 수령자 토마토의 성장 반응을 검증했을 뿐만 아니라 수령자 토마토의 방어 유전자활동, 방어 효소 생산, 질병에 맞서는 저항력도 측정했다. 그녀는 배짱 있고 자유로운 영혼이었고 토마토 실험 연구를 <네이처>의 <사이언 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했다. 나는 충해 발병 때문에 숲이 죽은 나무 천지로 변해 버린 이후에 싹튼 생각을 적어 그녀에게 답장을 했다. 만일 죽어 가는 나무들이 새로 유입되는 종과 소통한다면 이 지식을 활용해 오래된 숲이 기존에 살던 곳에 적용하기 어려워질 때 새로운 종이 유입되도록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경고 및 지원 시스템, 예컨대 감염된 미송이 소나무에게 더 좋은 방어 무기를 갖추라고 하는 체계는 오래된 숲이 죽어감에 따라 새로운 종이나 혈통(유전자형)의 성장에 중요할 수 있다.
다친 어머니 나무는 서서히 카드 패를 접으며 자신에게 남아 있는 탄소와 에너지를 자손에게 전달할까? 동적인 사망 과정의 일부로, 마치 늙어 가는 풀이 제게 남아 있는 동화 산물을 물려주며 다음 세대를 부양하듯이, 에너지는 생성되지도 소멸되지도 않기에, 단순히 죽어 가는 세포의 내용물을 생태계의 나머지 부분에 무작위로 퍼뜨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418
나무들이 드러내는 바는 이치에 맞았다. 수백만 년에 걸쳐 나무들은 생존을 위해 진화해 왔고 상리 공생체(mutualist)나 경쟁자와 관계를 정립했으며 하나의 체계 내에서 동반자들과 통합되었다. 미송은 숲에 위기가 찾아왔다는 경보를 보냈고 메시지를 받는 능력을 타고난 소나무들은 침착하게 균형을 유지하되 단서를 엿들으며 경계 태세를 취했다. 나무들은 이렇게 군집이 온전하도록, 여전히 자손을 길러 낼 수 있 는 건강한 장소로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샘물처럼 맑은 깨달음이 찾아왔다. 나는 두렵지만 아이들 곁에 있어야했다. 죽어 가는 나무들이 그네들의 아이들 곁을 지키는 것처럼, 나는 컴퓨터를 로그아웃하고 생검 이후 줄어든 멍울을 만져 보았다. 나는 막 내게 전화하려던 중이었다던 오리건으로 돌아간 메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집에 가서 아이들에게 말해야겠어." 송위안위안과 내가 죽어 가 는 미송이 소나무에게 탄소를 전해 주었음을 발견했다고 설명하며 나는 말했다. 그리고 종합해 보면 내가 본 죽은 어머니 나무도 똑같이 했으리라는 것을 알아냈다고도 했다. 바로 이 방식으로 죽어 가던 어머니 나무의 두 살배기 묘목들은 가뭄에서 살아남았다. 이것은 내 딸들에게 내 사랑을 주라는, 나도 죽을 수 있으니 그에 대비해서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들을 모두 전해 주라는 신호였다. 통근하느라 아이들과 함께하지 못한 시간을 만회하려면 지금 당장 그렇게 해야 했다. 서둘러야 했다. 423
고개너머로 운전을 하며 나는 죽어 가는 숲에 대한 동정심을 느꼈다. 숲과 동화되었고, 위니 할머니가 내게 해 주었듯 다음 세대로 지혜를 전해 주도록 타고난 숲의 아름다움과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병충해를 입은 나무들은 베어 나갔고, 죽은 나무들도 건져져 시장으로 보내졌다. 돈을 벌려는 우리의 열망 때문에 죽어 가는 나무들이 새 묘목과 소통할 기회를 차단한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 424
의사의 말을 들었다. 검사와 선택지와 귀에 들어오지도 않던 너무나 많은 단어들을. 나는 어머니 나무가 안식처와 양분과 태양을 피할 그늘을 주었던 것을, 심지어 그들이 쓰러지던 순간에도 다른 이들을 보호하고 돌보았던 것을 생각했다. 우리 딸들을 생각했다. 자라나고 피어나는 눈부신 꽃, 내 아름답고 소중한 말들을.
나는 눈을 감았다.
심지어 어머니 나무조차 영원히 살 수는 없다. 427
14장 [생일들 ]
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간과 동물의 속성이라 여기는 친족인식이 미송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던 중이었다. 오래 운전한 후 주유를 하러 멈춘 동안 아직 다 하지 못한 일 목록과 함께 이 생각을 적어 두었다. 운전대에서 늦은 밤에 피곤해서 갑자기 든 생각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이 내 머리에 넣어 준 아이디어였다. 나는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교 수전 더들리(Susan Dudley) 박사의 논문을 읽었는데, 그는 오대호 사구에 사는 서양갯냉이(searocket, Cakile edentula)를 통해 한해살이 식물이 친족(같은 어머니에게서 난 형제자매)과 다른 어머니에게서 난 이웃들을 구별할 수 있으며, 구별을 위한 단서는 뿌리를 통해 전달되었음을 발견했다. 달빛 아래에서 절벽 둘레로 차를 몰다가 침엽수도 친족을 인식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미송 숲은 유전적으로 다양했고 바람에 날린 꽃가루로 인해 친족 묘목들과 비친족 묘목들이 어머니 나무 주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어머니 나무는 자신과 친족 관계가 있는 묘목과 없는 묘목을 구별할 수 있을까? 431
전화벨이 울렸다. 메리는 집에 도착했고 식물들을 겨울을 날 곳으로 옮겨 놓기만 하고 즉시 돌아오기로 했다. 내가 진단을 받은 후 메리는 서둘러 넬슨으로 왔다. 같은 날 나는 친척들에게 여자친구가 있다고 말했는데, 엄마는 그저 내게 누군가가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나는 이 상황을 받아들여 주고, 우리 모두 있는 그대로 괜찮다는 가족이 자랑스러웠다.
눈이 더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심지어 숫자를 더해 보기도 전이었지만, 어맨다와 내가 미송 묘목은 건강하며 친족이 아닌 미송 어머니 나무와 이어져 있을 때 더 잘 생장한다는 경향 그 이상을 확인했음을 알 수 있었다. 어머니 나무의 친족 묘목들은 더 잘 살아남았고 연결망으로 이어져 있던 비친족 묘목보다 눈에 띄게 더 컸다. 미송 어머니 나무들이 친족을 알아본다는 강력한 암시였다. 나는 이 묘목들을 1년 더 추적해 보자고 제안했다.
진은 밴쿠버에서 열린 인스파이어헬스(InspireHealth)의 암 이겨 내기 워크숍에 나와 같이 갔다. 전문가들이 우리에게 암 생존 가능성을 향상시키는 방식에 대해 소개했다. 운동하고 잘 먹고 잘 자고 스트레스를 줄이라고 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인연을 강하게 유지하기, 또 우리의 감정에 대한 소통을 계속하기라고 했다. 우리는 우리가 맺은 인연들로 정의된다. 어느 의사는 말했다. 암을 이겨 낸 사람들에게는 한가지 특징이 있었다. 그들은 절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436
넬슨으로 이사해서 가족과 조용하게 살았어야 했구나. 부작용 중에는 구토, 피로, 감염 등 일반적 부작용도 있었다. 하지만 흔치 않은 뇌졸중, 심장 마비, 백혈병 등의 부작용도 있었다. 돈이 옳았다. 나는 절대로 대학에서 직장을 잡고 일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리고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처음 실험을 할 때 라운드업을 뿌리지도, 중성자 측정기의 안전 걸쇠 확인을 잊지도, 방사성 묘목을 분쇄할 때 분진 마스크 코받침 누르기를 잊지도 말았어야 했다. 그리고 결혼 생활이 파탄에 이를 때 받은 스트레스도 분명 악영향을 미쳤다. 438
자작나무와 미송은 비록 다른 종이지만 탄소를 서로에게 전달했고 자신만의 독특한 수지상균근 연결망에 있는 시더에게 도 탄소를 전달했다. 이처럼 오래된 나무들은 친족에게 호의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친족을 건강하게 기르고 있는 군집의 건강 또한 확보하고 있었다.
"비앵 쉬르!(Bien sûr! 물론이다!" 어머니 나무는 자신의 자녀들이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하도록 출발선을 당겨 주지만, 자손을 위해 마을이 번창하도록 가꾸는 일도 잊지 않는다. 449
일기를 쓰고 있자니 절반쯤 마신 클립 소다 산들이 책상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오늘 내 활력은 5점, 기분은 이례적으로 좋음. 어쩌면 사회가 어머니 나무를 거의 다 베어버리는 대신, 어머니 나무를 보존해서 그들이 자연적으로 종자를 퍼뜨리고 자신의 묘목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아마 오래된 나무를 벌채하는 것은 심지어 오래된 나무들이 부실하다 해도 딱히 좋은 생각 같지 않았다. 죽어 가는 나무도 아직 줄 것을 많이 갖고 있다. 우리는 이미 오래된 나무들은 노숙림에 의존하는 새, 포유류, 진균의 서식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래된 나무들은 어린 나무들보다 탄소를 훨씬 많이 저장한다. 오래된 나무들은 흙 속에 어마어마한 분량의 탄소를 숨겨 보존하고 있으며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의 원천이다. 그 오래된 영혼들은 대단한 변화를 겪었고, 이것이 그들의 유전자에 영향을 주었다. 변화를 거치며 그들은 반드시 필요한 지혜를 모았고 이 모두를 자손들에게 다 주었다. 보호, 새 세대가 시작할 터, 성장할 토대를 제공하면서. 459
아직 채 마치지 못한 내 일, 아직 내게 남은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나이를 먹고 건강을 잃은 나무, 즉 질병을 앓거나 기후 변화 때문에 가뭄 스트레스를 받거나 그냥 죽을 때가 다 된 미송 어머니 나무는 허락된 마지막 순간들을 바쳐 남아 있는 에너지와 물질을 자손에게 전달할까? 너무나 많은 숲이 죽어 가고 있기에 우리는 노목이 유산을 남기는지 알아내야만 한다. 총위안위안과 나는 이미 스트레스를 받는 미송이 건강한 미송보다 더 많은 탄소를 이웃 소나무로 전달했음을 발견했고, 어맨다도 비슷한 현상을 발견했다. 건강한 어머니 나무 묘목 근처에서 친족 묘목이 비친족 묘목보다 영양 상태도 더 좋고, 균근군으로 부터 더 많은 탄소를 받았다는 것을. 지금까지는 죽어 가는 어머니 나무가 균근망 너머에 있는 제자손 묘목의 생명선, 싹까지 탄소라는 유산을 물려 주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진균으로 흘러 들어간 탄소가 실제로 친족 묘목의 건강 증진에 쓰였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진균이 마치 중간상인처럼 제 몫의 탄소를 챙기고 있었는지, 아니면 어머니 나무가 보낸 탄소가 실제로 자식 나무의 생존율 향상에 쓰였는지 알 수 없었으니 .
만일 갑작스럽게 죽음이 닥칠 때 어머니 나무가 자녀의 광합성 조직으로 물질을 훨씬 더 많이 내보낸다면, 이는 전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451
마지막 파클리탁셀이 혈관에 주입되었고 나는 이 작은 숲으로 해나와 나바를 데리고 왔다. 스프링 뷰티 (spring beauty)와 앉은부채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이게 내 약 재료인 주목이야." 우리는 주목의 울퉁불동한 몸통 주변에 팔을 둘렀다. 나는 주목들에게 그들이 나를 돌봐주고 있듯 내 딸들, 세상의 모든 딸들을 돌봐 달라고 부탁했다. 보답으로 나도 그들을 보호해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들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여태껏 밝혀지지 않은 보물들을 찾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곳의 침엽수 대부분과 달리 주목은 수지상균근과 관계를 맺는다. 그렇다면 주목은 시다, 단풍나무와 이어져 있을까? 나는 주목이 더 큰 나무들, 또 쥐 오줌풀, 클라이토니아 비르기니카(rose twisted stalk), 큰두루미꽃(false Lily of the valley) 같은 뿌리 근처의 작은 식물들과 수다를 떨 것이라고 추측했다. 번성하고 망에 얽힌 이웃들은 주목이 더 풍성하고 더 강력한 효능을 가진 파클리탁셀을 생산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는지도 모른다. 돌려주지 못한다면 나는 무엇이란 말인가?
회복한 내가 주목 사이를 거닐고 톡 쏘는 주목 수액 향을 맡으며 그늘에서 주목에 대해 연구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나는 딸들에게 내 생각에 대해 말했고 우리는 주목 위로 우뚝 솟은 시더와 단풍나무 사이를 걸어갔다. 해나는 말했다. "엄마, 꼭 그렇게 하세요" 우리는 어머니 나무의 나무갓 아래 몸을 숙이고 어머니 나무의 아이들 틈을 뛰어다녔다. 나바는 메리가 준 스카프를 풀어서 제일 오래된 나무에게 감아 주었다. 나무의 가지는 땅에 닿을 만큼 길었다. 459
현대 인간 사회는 나무에게 인간과 같은 능력이 없다고 가정해 왔다. 나무에게는 양육 본능이 없다고. 나무는 서로를 치유하지 못하며 서로 돌보지도 못한다고. 하지만 이제 우리는 어머니 나무들이 그들의 자녀 나무를 진정으로 양육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미송은 친족을 알아보고 다른 가족, 다른 종과 제 친족을 구별한다고 밝혀졌다. 나무들은 소통하고 제 친족의 균근뿐 아니라 군집 내의 다른 구성원에게 생명의 구성 요소인 탄소를 보낸다. 군집이 온전하게 지켜지도록 돕기 위해서다. 어머니가 딸들에게 최고의 요리법을 전수하듯이 나무들도 자손들과 관계를 맺는다. 삶을 계속 살아나가기 위해 그들이 지닌 삶의 에 너지와 지혜를 전달한다. 주목도 이 망 안에, 평생 가는 동료와의 관계 속에, 또 병에서 회복하거나 그냥 주목 숲을 걷는 나 같은 사람들과 함께 있었다. 460
삶과 이별하는 어머니 나무에 대한 끝없는 의문이 남아 있었다. 병든 어머니는 남아 있는 탄소를 친족에게 보내 줄까? 자신이 가진 모든 것들을 어서 전해 주려고 말이다. 병든 어머니가 보낸 탄소는 어린 나무의 뿌리를 감싸는 진균 거미줄 너머에 있는 새로 돋은 잎까지 이동하며 새로 만들어진 광합성 조직의 성장을 도울 수 있을까? 어머니 나무의 마지막 숨을 자손의 안으로 들여보내서 자손의 일부가 되며. 462
15장 [지팡이 물려주기 ]
20년 후. 자작나무 이웃 사이에서 자란 미송은 이웃으로부터 단절되거나 미송 밖에 없는 곳에서 자란 미송보다 잘 지내고 있었다. 영양 많은 자작 나무 잎이 토양을 만들어 준 덕분에 영양분도 더 잘 받았고, 아밀라라 아뿌리썩음병도 덜 생겼으며, 자작나무 뿌리를 따라 서식하는 세균이 강대한 항생물질과 억제 화합물을 조합해서 질소와 면역을 제공했다. 끈끈한 연줄과 함께 자란 이 숲은 20년 전 우리가 종 사이에 참호를 파 놓은 임분에 비해 생산성이 거의 2배 높았다. 이 양상은 일반적 임업인 등의 예측과는 정반대였다. 그들은 자작나무의 방해 없이 자란 미송 뿌리가 주어진 자원 파이 중 더 많은 부분을 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생태계가 제로섬 게임처럼 작동하는 양, 종 사이의 상호 작용으로 인해 총생산이 더 많아질 리가 없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자작나무도 미송의 덕을 보았다는 것이 심지어 더 놀라웠다. 자작나무도 마찬가지로 혼자 자랐을 때보다 미송과 가까이 이어져 자랐을 때 2배 빠른 속도 로 자랐고 뿌리 감염도 적었다. 어린 시절 미송에게 음식과 건강을 전해 준 자작나무는 지금 어른이 되어 더 커진 미송에게 호혜적 관계 속에서 도움을 받고 있었다. 467
나는 뜻밖의 행운을 만난 것처럼 서양 과학의 경직된 시각을 통해 이상을 엿볼 수 있었다. 대학에서는 숲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생태계를 분해하고 부분을 떼어 내서 나무, 식물, 토양을 각기 따로 연구하는 훈련을 받았다. 이와 같은 분해, 통제, 분류, 제거 작업을 통해 모든 발견에 명확성, 신뢰성, 타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였다. 부분을 살펴 보기 위해 세계를 분해하는 과정을 따르면 연구 결과를 발표할 수 있었고, 이내 생태계 전체의 다양성과 연결에 대한 연구 논문을 게재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대조군이 없다! 심사자들은 내 초기 논문에 대해 이렇게 소리쳤다. 어쩌다 보니 라틴 방진, 요인 설계를 하고, 동위 원소, 질량 분석계, 신틸레이션 계수기를 사용하고, 훈련을 통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고 분명한 차이만을 고려하게 되자, 나는 온전히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선주민들의 이상 중 일부에 닿게 되었다.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그리고 우주의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는 숲과 초원이, 대지와 물이, 하늘과 땅이, 영혼과 육신이, 인간과 모든 다른 생명체들이. 470
하지만 내가 병을 앓은 이후 계속 떠돌던 의문은 여전히 나를 사로 잡고 있었다. 우리가 자연 속의 만물과 동등하다면, 죽음에 있어서도 같은 목표를 갖고 있을까? 할 수 있는 한 제일 잘 지팡이를 물려주겠다는 목표,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를 물려준다는 목표를, 필수에너지가 그냥 땅속의 연결망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 나무의 자손, 줄기, 바늘잎, 싹으로 직접 가지 않는다면, 나는 연결이 진균의 건강 넘어 묘목의 건강까지 증진하는지 확신할 수 없을 것이다. 475
모니카의 어머니 나무 묘목은 브라이언과 어맨다가 전에 발견한 대로 비친족 묘목보다 친족 묘목으로 탄소를 더 많이 전달했다. 하지만 친족 묘목의 균근군까지 탄소가 이동한 것밖에 감지하지 못한 앞선 연구와 달리, 모니카는 지금 탄소가 친족 묘목의 긴 원줄기까지 곧장 들어갔음을 발견했다. 어머니 나무 묘목은 자신의 탄소 에너지로 균근 연결망을 차고 넘치게 했고, 탄소는 어머니 나무 친족의 바늘잎까지 진출해서 이내 어머니 나무의 자양분이 그 안에 들어가게 된다. 에브왈라!(Et voilà! 또 보시라!) 자료에 따르면 서부잎말이나방 때문이든, 전정가위 때 문이든 부상을 당하면 어머니 나무 묘목은 친족에게 탄소를 심지어 더 많이 보냈다.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한 어머니 나무는 생명력을 자손에게 곧장 물려주어 자손들이 앞으로 다가올 변화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죽음은 삶을 가능하게 했다. 나이든 자들은 제 어린 것들의 힘을 돋운다.
어머니 나무로부터의 에너지 흐름은 대양의 조수처럼 강력하고, 태양의 광선처럼 강렬하고, 산맥의 바람처럼 억누를 수 없고, 제 자식을 보호하는 어미처럼 말릴 수 없다고 상상했다. 나는 심지어 숲의 대화를 들춰내기 전부터 내 안의 어떤 힘에 대해 알고 있었다. 생명의 신비를 받아들이라는 밸패스 박사의 지혜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동안 내 집 마당 단풍나무의 에너지에서 어떤 힘이 흘러나와 내 안에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우리가 함께 일할 때 마법처럼 생겨나는 현상을, 우리 사회와 생태계를 그릇된 방식으로 단순화하도록 우리를 이끄는 환원주의 과학이 너무나도 자주 놓치는 시너지를 느끼며.
변화에 가장 더 잘 적응하는 유전자를 가진 다음 세대 나무들은 앞으로 다가올 그 어떠한 혼란에서도 가장 성공적으로 회복할 것이다. 그들의 부모는 다양한 기후 조건을 통해 형성되었고, 새 세대의 나무들은 부모의 스트레스에 적응했으며, 견고한 방어 무기와 강장제를 갖고 있었다. 현장 적용, 즉 산림 관리에서 이와 같은양상의 의의는 기후변화에서 살아남은 고목들을 살려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목이 씨를 교란된 지역에 퍼뜨려서 그들의 유전자, 활력, 복원력을 미래로 전달해야하기 때문이다. 숲의 다양성과 적응력을 보장하기 위해 비단 노목 몇 그루 뿐만 아니라 폭넓은 종류와 다양한 유전자형, 친족과 비친족이 자연스럽게 섞인 채로 두어야 한다.
죽어가는 어머니 나무를 대상으로 한 피해목 이용 수확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자기 자손뿐만 아니라 이웃 나무도 포함하여, 젊은 나무들을 돌보도록 죽어 가는 어머니 나무의 일부라도 꼭 남겨 두게 하는 것은 어떨까? 가뭄, 좀벌레, 나방 유충, 화재로 인한 고사의 여파로 목재 업계는 숲속의 거대한 부분을 한 방에 베어 버리는 중이었고, 벌채지들은 합쳐져 유역 전체로 번졌고, 골짜기 전부가 싹 밀려 버렸다. 죽은 나무는 화재 위험 요소로 여겨졌지만 그보다는 편리한 상품에 더 가까웠다. 다수의 건강한 이웃 나무도 부수적 피해로 간주되어 포획당해 제재소로 끌려갔다. 피해목 벌채는 탄소 배출량을 증가시키고 유역의 계절적 수문 현상을 바꾸어 놓았으며, 일부 사례에서는 강기슭의 하천 범람을 초래했다. 나무가 얼마 남지 않으면퇴적물은 강줄기를 따라 이미 기후 변화로 인해 따뜻해진 강으로흘러 들어가며 연어의 산란 여행에 더욱 심한 피해를 주고 있다.
이 생각이 나를 또 다른 모험으로 인도해 나는 지금도 이 문제를 탑구하는 중이다. 이 문제야말로 우리가 간과하는 종 사이의 연결에 대해 너무도 생생하게 논하기 때문이다. 나보다 이전 과학자들은 이미 부패한 연어에서 나온 질소를 연어가 살던 강 근처 나무의 나이테에서 발견했다. 나는 연어에서 나온 질소가 어머니 나무의 균근군에 흡수된 다음 연결망을 통해 숲속 깊은 곳의 다른 나무로 전해졌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더 궁금했던 것은 연어 개체 수가 감소하고 서식지가 사라짐에 따라 연어가 숲에 주는 영양분이 줄면 숲이 피해를 입는지였다. 만일 그렇 다면,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까? 479
우리는 곰, 늑대, 흰머리수리가 숲으로 옮겨 놓은 연어의 뼈를 찾 아다녔다. 고기를 먹고 남은 조직이 썩고, 양분이 숲 바닥으로 스며 들고 나면 뼈만 남았다. 이 강어귀에서 빅토리아 대학교의 톰 라임젠 (Tom Reimchen) 박사와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의 존 레이놀즈(John Raynolds) 박사는 시더와 시트카가문비나무 나이테, 또 식물, 곤충, 토양에서 연어에 있던 질소를 발견했다. 앨런은 균근균이 연어를 어떻게 숲으로 이동시키는지, 또 연어의 질소가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이동하 는지 알아보는 연구의 첫걸음으로 균근균 군집이 다양한 연어 개체 수 크기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보고 있었다. 이 우림의 엄청난 지력을 진균의 차이, 연어에서 나온 양분을 전달하는 진균의 능력 차이로 설명할 수 있을까? 480
산란하는 연어를 잡아먹는 곰은 한 마리당 하루에 150마리 정도의 연어를 숲으로 옮겨 놓았는데, 숲속나무의 뿌리는 부패한 단백질과 양분을 찾아 먹었고 연어 살이 나무에게 필요한 질소량 중 4분의 3이상 을 공급했다. 나이테에 들어 있는 연어 유래 질소는 토양 질소와 구별되 었는데, 바닷물고기에는 무거운 동위 원소인 질소-15가 풍부하기에 숲에서 연어 수도(abundance)의 천연 추적자 역할을 할 수 있다. 과학자들 은 나이테 내 질소의 연간 변화량을 추적해 연어 개체수, 기후 변화, 삼림 파괴, 어업 관행 변화와의 상관 관계를 살펴볼 수 있었다. 오래된 시더 한 그루는 산란 회귀 연어에 대한 기록 1,000년 치를 보유할 수 있다. 482
최근 나는 나무를 사람처럼 이야기하는 수비예이의 이야기에 점점 매료되는 중이었다. 우리 인간처럼 지능 비슷한 것이 있고 심지어 우리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영적인 성질도 갖춘 나무 이야기였다.
단순히 인간과 견줄 만하거나 인간과 같은 특징이 있을 뿐 아니라.
나무들은 사람이다.
나무사람.
선주민들의 지식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자처하는 것은 아니다. 선주민의 지식은 내 자신의 문화와는 다른 세상을 아는 방식 내지 인식론에서 발로한 것이다. 선주민의 지식은 비터루트(bitterroot) 개화, 연어의 산란 여행, 달의 주기에 적응하는 것에 대해 논한다. 또 우리가 땅, 즉 나무, 동물, 흙, 물과 얽혀 있음을, 서로와 얽혀 있음을 알고, 우리에게 이런 인 연과 자원을 돌볼 책임이 있음에 대해 논한다. 미래 세대를 위해 이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고 이전에 다녀간 이들을 존중할 의무에 대해. 살짝만 디디고 우리에게 필요한 선물만을 취하고 돌려주는 것에 대해 이 생의 순환 안에서 우리와 이어져 있는 모든 것에 대해 겸손과 관응을 보이는 것에 대해, 하지만 내가 업계에 종사한 오랜 시간 동안 임업계에서는 너무 많은 의사 결정자들이 이러한 자연관을 무시하고 과학의 특정 부분에만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로 인한 영향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 파괴적이었다. 갈가리 찢기고 각 자원이 나머지 자원으로부터 격리된 것으로 여겨지는 대지의 상태와 쉐크웨팸크 사람들의 '우리는 모두 친척이다(kwseltktnews)' 원칙이나 세일리시 사 람들의 '우리는 하나다(náca?mat ct)' 개념에 따라 관리된 땅의 상태를 비교할 수 있다.
누군가가 우리에게 주고 있는 해답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487
나는 이처럼 변화를 가져오는 사고가 우리를 구원해 줄 존재라고 믿는다. 세상의 생물들, 세상의 선물을 우리와 동등한 중요한 존재로 대하는 철학 말이다. 이 철학은 나무와 식물에도 행위자성(agency)이 있음을 인정하기로부터 시작된다. 나무와 식물은 인지하고 관계를 맺고 소통한다. 그들은 다양한 행동을 수행한다. 협동하고 결정하고 배우고 기억한다. 이는 우리가 보통 통찰력, 지혜, 지능의 결과로 간주하는 특징 들이다. 나무, 동물, 심지어 진균까지, 즉 인간이 아닌 모든 생물 종이 이런 주체성을 가진다는 것에 주목하면 그들도 우리가 스스로에 부여한 만큼의 존중을 받은 자격이 있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우리는 매년 증가하는 온실 기체로 지구의 균형이 깨지도록 계속 밀어붙일 수도 있고, 아니면 생물 중 하나, 숲 하나, 호수 하나를 해치면 복잡한 거미줄 전체에 파장이 일어난다는 것을 인정하고 균형을 되찾을 수도 있다. 한 생물종에 대한 학대는 전체 생물 종에 대한 학대이다.
지구상의 나머지 존재들은 우리가 그 사실을 알아내도록 참고 기다리는 중이다.
이렇게 탈바꿈하기 위해 인간은 모든 것을 착취 대상으로 취급하는 대신에 다시 자연과 숲, 초원, 대양과 이어져야만 한다. 우리의 현대적 방식, 우리의 인식론과 과학적 방법론을 확장해 선주민의 뿌리를 보완하고 그에 기반해 발전시키고 그에 맞춰 가는 것을 의미한다. 물질적 풍요라는 황당한 꿈을 좇아 우리가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숲을 다 밀어 버리고 물을 착취하다가 우리는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489
"추진력만 아주 조금 주어지면, 이 현장을 조금만 도와주면 식물과 동물이 다시 돌아올 거란 거야." 그들이 숲을 다시 온전하게 만들고 숲의 회복을 도울 것이다. 대지는 스스로 치유하고자 한다. 내 몸이 그랬던 것처럼, 나는 생각했다. 이곳에 있을 수 있어서, 연구를 계속하고 내 딸을 가르칠 수 있음에 감사했다. 497
갑자기 흰머리수리가 상승 기류를 타고 솟아오르더니 산봉우리 너머로 사라졌다. 이 세상에 지나치게 사소한 순간은 없다. 잃어버려도 괜찮은 것은 없다. 만물에는 목적이 있고 만물에는 보살핌이 필요하다. 이것이 내 신조이다. 만물에는 목적이 있고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것을 받아들이자. 이 생각이 비상하는 것을 지켜보자. 바로 이렇게 항상 풍요함과 우아함이 솟아오를 것이다. 500
바람이 어머니 나무의 바늘잎 틈을 할퀴고 지나갔지만 나무는 꿋꿋이도 서있었다. 어머니 나무는 지금껏 수없이 다양한 모습을 한 자연을 보았다. 모기떼가 들끓는 더운 여름날을, 몇 주 동안 억수같이 퍼붓는 비를, 가지를 부러뜨릴 만큼 쏟아지던 눈을, 긴 가뭄이 지나간 후 오래도록 이어지던 습한 시기까지 보았다. 하늘에 붉은 물이 들었고,나무의 가지에 불이 붙었고, 피가 솟구치며 함성을 질렀다. 나무는 수 백년 후에도 이 자리를 지키며 회복을 이끌며 제 전부를 바칠 것이다. 내가 죽고 나서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잘 있어요, 사랑하는 엄마, 고단했던 나는 서툴게 조끼 지퍼를 올렸다. 해나는 무거운 짐을 어깨 위에 둘러메고서 짐을 바루고 버클을 조였다. 무게는 거의 느끼지 못했다.
해나가 삽을 가져가며 내 짐을 덜어 주었고, 내 손을 꽉 쥐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로 이끌었다. 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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