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의 철학_한자경

18장.인문학이 가야할 길

백_일홍 2018. 11. 28. 10:12

1.인문학, 무엇이 위기인가?

 

오늘날 당연시 되고 있는 유물론적 인간관에 따르면 인문학이 독립학문으로서 설 자리가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인문학이 독립학으로 성립하느냔 그렇지 않느냐 하는 것은 인간을 자연적 및 사회적 규정성을 넘어서는 초월적 존재로 이해하느냐 아니냐에 달린 것이다.

 

인간 자체가 자연과 사회환경을 뛰어넘는 자유로운 주체로 이해되어야 하며, 그 자유로운 주체의 활동 역시 결코 자연법칙이나 사회규칙으로 환원되어 설명될 수 없는 정신의 표현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인간 자쳋가 자연과 사회를 초월한 자유로운 존재가 아니라, 자연적 진화를 거쳐 사회적 관계 안에서 형성된 피동적 산물로서만 이해된다면, 인간은 자연과 사회법칙을 통해 온전히 설명 가능한 존재가 된다.

 

오늘날 인문학의 위기는 바로 잘못된 인간관에서 비롯된 것이라 진단한다. 인문학 위기 극복의 길은 바로 인간 자신의 올바른 자기이해, 즉 올바른 인간관이 확립에서 출발할 수 밖에 없다.

 

모든 분과과학이 다 설명하지 못하는 인간 자체의 통일성과 단일성은 누가 설명할 것인가? 그것은 철학의 몫이 아닌가? 이에 대해서도 철학은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판다. '주체는 죽었다'는 선언이 그것이다. 자연과학 또는 사회과학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인간 자체, 형이상학적 자아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은 자연적 진화의 산물이고, 사회적 문화의 산물이다. 따라서 인간의 사유와 행동은 모두 자연의 물리화학적 법칙과 사회의 정치경제적 관계로 환원 설명 가능하며, 그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이지 인문학이 아니다.

 

인간에게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으로 설명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 그리고 바로 그 부분이 인간 삶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 본질을 이룬다는 것. 그 부분이 간과될 때, 인간 본질의 왜곡이 발생하게 된다.

 

2.인문학의 대상으로서 인간

 

유물론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근본적으로 진화한 물질에 지나지 않는다. 무기물질들이 결합하여 원시생명이 된 후 다시 수십억 년에 거쳐 유전자 복제상의 돌연변이를 통해 고등생명체로 진화하고 또 진화를 거듭하여 결국은 복잡하게 뒤얽힌 상당 무게의 두뇌를 가진 인간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신체활동 뿐 아니라 정신활동까지를 포함하여 인간의 모든 것은 물리화학적인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두되신경세포 또는 유전자정보를 통해 규정되는 것이므로 궁극적으로 자연법칙에 의해 해명되지 않는 인간의 영역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된다.

 

인간에 대한 완벽한 이해는 개인의 두뇌나 유전자정보를 넘어서서 각 개인의 가능성이 구체화되고 현실화됨에 있어 결정적 역할을 하는 사회적 관계가 제대로 해명되어야만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됨. 정치경제적 일반 법칙, 인간의 사회심리 및 사회적 행동양식 등이 온전히 해명되고 나면 인간에 대해 또 달리 연구해야 할 영역은 남겨지지 않게 된다.

 

자연법칙이나 사회법칙이 형태지어진 현상세계의 법칙이라면, 인간은 본질적으로 그와 같은 현상세계의 규정성을 넘어선 형이상학적 존재라는 것이 자각되지 않는 한, 인문학의 위기는 극복될 수 없을 것이다.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에서 인간을 설명하고자 제시하는 자연법칙이나 사회법칙이란 과연 어떻게 해서 얻어진 것인가?

객관적 자연법칙 또는 사회법칙은 3인칭적 객관적으로 인식가능하고 분석 가능한 객관적 현실에 대해 타당한 원리이지, 그렇게 객관화하는 정신활동 자체에까지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닌것이다. 정신활동 자체는 1인칭적 주관적 정신활동이며, 그것은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활동으로서 자연 또는 사회법칙의 필요성에 의해 결정지어지는 것이이 아니기때문이다.

 

불교 역시 자아의 자유로운 주체의식에 근거하여 전개된 인문학이다. 불교의 지향점은 더 이상의 업을 쌓지 않고 무명과 번뇌를 극복하여 육도윤회를 벗어나 해탈하는 것인데, 이 처럼 스스로를 해탈가능한 주체로 간주한다는 것은 곧 스스로를 자연력이나 사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주체로 자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3.인문학의 방법으로서의 내성: 자기표현과 자기형성의 길

 

인문학의 대상은 바로 현상 초월적인 자율적 주체로서의 인간 자체 즉 인간의 심성 내지는 인간의 정신이다. 그 인간 정신에 대한 접근방식은 현상에 대한 접근방식과 다를 수밖에 없다. 객관화와 일반화 및 고정화를 본질적으로 벗어나 있는 자율적 인간 정신의 활동을 그려 내고 추적하여 그 폭과 깊이, 의미와 가치를 밝힐 수 있는 그런 방법이어야 하는 것. 1인칭적 접근방식인 내적 성찰이 요구된다. 내적 성찰과 내적 자각을 통한 본질 직관이 요구되는 것이다.

 

우선적으로는 인간 심성의 구조와 원리.

심성에 접근하는 길은 심성 자체의 자기 자각뿐이다. 각성된 상태에서 자신의 마음을 내성하고 관찰하여 그 이치를 밝혀 내는 것이 철학이며, 따라서 철학은 심성에 대한 이론적 접근이며 또 동시에 마음공부로서의 실천적 수행의 측면을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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