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신화 :
불구가 된 반쪽의 인간은 자기 자신의 다른 반쪽을 찾아 헤맨다. 자신의 반쪽을 찾아 서로 끌어안으면, 그 때 비로소 완전한 하나가 된다.
그러한 하나가 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반쪽과 반쪽이 합해서 하나를 이룰 때 과연 반쪽이 하나가 된 것이겠는가? 하나 속에서도 반쪽은 반쪽으로 남는다. 둘을 만나게 하지만 다시 그 둘을 갈라 놓고 마는 그 경계선에 의해 반쪽은 다른 반쪽과 맞닿은 단지 반쪽일 뿐이다. (주석: 그래서 사람들은 흔히 하나됨의 신화속에 살면서도 그 삶 속에서 실제로 실현하고 있는 것은 끊임없는 분리와 경계짓기일 뿐이다. 나는 하늘, 당신은 땅, 나는 머리, 당신은 몸, 나는 안 사람, 당신은 바깥 사람, 나는 살림살이, 당신은 돈벌이, 나는 여자, 당신은 남자, 이렇게 해서 하나됨의 신화는 결국 '부부유별'이라는 이름 아래 인간의 반쪽되기의 삶을 창출할 뿐이다. 그리고 인간은 다시 그것을 음양의 조화, 화합, 상부상조라고 미화한다. 우리가 사랑으로 원하는 것은 과연 하나되기인가, 반쪽되기인가? )
경계없는 하나됨에 이르는 길은 과연 무엇이겠는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경계 없는 하나이기를 원한다. 경계가 있는 한 견딜 수 없는 분리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경계가 없는 하나가 되어 버렸다면 내가 어디에서 당신과 접촉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보면 사랑은 반쪽됨에서 시작해서 하나됨으로 끝나며, 경계지움에서 시작해서 무경계로 끝난다.
당신이 아니었다면, 나는 하나이었을 것이다. 당신이 있기에, 하나이고 싶은데 하나가 아닌 당신이 있기에, 나느 ㄴ하나 아닌 반쪽이 되고 당신과 결합하여 하나가 되고 싶은 열망을 갖게된다. 사랑하기에 경계를 긋게 되고, 사랑하기에 그어진 경계를 견딜 수 없는 것이라면 사랑이란 얼머나 자기 모순적인가?
2.삶의 본능과 죽음의 본능
사랑을 포함한 욕구가 지닌 이러한 특징, 즉 욕구가 그 욕구적 활동을 통해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마는 특징을 흔히 욕구의 보수성 또는 회귀성이라고 칭한다. 욕구의 과정은 긴장과 긴장해소, 고통과 고통이 끝이라는 자기부정적, 자기소모적 운동과정이며, 그 결과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마는 과정이기에, 욕구는 항상 제자리에서 다시 시작된다. 욕구 또는 본능의 반복강박.
우리 욕구 안에 작동하는 두 가지 대립된 본능, 삶의 본능과 죽음의 본능.
삶의 본능: 무경계의 평정상태를 벗어나 나의 개체의 경계를 형성하게 되고 그렇게 해서 다른 개체와의 긴장관계에 들어서는 것. 생명이란 외적 자극에 의해 형성된 일종의 교란상태이다.
결국 사랑으로 인한 반쪽되기와 하나되기는 우리의 생이 함축한 삶의 본능과 죽음의 본능의 표현이다.
3.공성의 자각
삶의 본능이 궁극적으로 죽음을 행해 있으며 죽음의 본능으로 회귀하고 만다는 것, 하나되고자 하는 사랑은 반쪽됨의 긴장에서 출발하되 하나됨을 통해 그 긴장의 소멸, 사랑의 욕구의 소멸로 나아간다는 것, 이것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무엇을 위한 삶인가? 무엇을 위한 사랑인가? 삶은 그저 있는 것이다. 삶의 끝은 삶의 시작과 마찬가지의 원점으로 돌아갈 뿐이다. 삶은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다시 그것을 폴어가는 과정이기에, 다 살고 나서 문제가 풀리고 나면 문제가 시작되지 않았던 처음과 동일한 상태로 돌아간다. 그러니 일평생 살았어도 사실 살지 않았어도 마찬가지였을 그런 삶이 될 뿐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욕구에 따라 살면서도 그 욕구의 끝을 내다볼 줄 안다.
이러한 공성의 자각을 통해 삶과 사랑의 본능의 맹목성과 허구성과 혀망성의 자각을 통해 우리는 삶의 본능, 사랑의 욕구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삶을 살되 삶의 본능에 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삶, 사랑을 하되 사랑의 욕구에 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사랑이 가능해진다.
4. 왜곡없는 진정한 하나됨 :신화적 사랑
죽음의 본능이 전해주는 메시지, 즉 삶과 사랑의 공성, 그 가상성과 공허성, 그 열반원리를 자각하지 못하면 우리에게 있어 죽음의 본능은 삶의 본능과 대립되는 삶을 부수고 부정하는 악마적 원리, 파괴본능이나 공격본능으로 작용하고 만다. 6
'일심의 철학_한자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18장.인문학이 가야할 길 (0) | 2018.11.28 |
---|---|
4부.일심으로 본 삶 (0) | 2018.11.28 |
3부-14장.자아, 세계 그리고 마음 (0) | 2018.11.26 |
3부-13장.유식무경의 철학적 의미 (0) | 2018.11.24 |
3부-12장. 유식무경 (0) | 2018.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