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성게_정화

제19구. 능인해인삼매중(能入海印三昧中)

백_일홍 2020. 1. 10. 09:29

(법성게) 제19구.

능인해인삼매중중(能入海印三昧中) 

부처님께서 해인삼매 가운데서

 

능인이란 비로자나 부처님이자

우리들의 마음입니다. 한정되어 있는 마음을 놓을 때

온 우주의 마음이 스스로 나타납니다.

모든 중생과 사물들이 그 마음 가운데에서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나툽니다.

이처럼 법계연기로 이루어진 중중무진한 생명의 장을

해인삼매, 깨달은 마음이라고 합니다.

 

(법계의 노래)

 

법계는 잘 살게 하는 것만을

어짐으로 삼는 것이 아닙니다.

 

잘 살고 잘 죽는 것이 어짐이 되니

삶과 죽음은 깨달은 마음인

스스로 어짐(능인)을 근본으로 하는 데서 발생하는

부처님이 빛이며

어울림에서 제 모습으로 빛나는

해인삼매입니다.

 

그러므로

잘 살고 잘 죽는 생사를 떠나서는

부처님 모습을 찾을 수 없고

삼매도 있을 수 없으니

 

생사를 떠나서

삼매를 구하고

부처를 찾는다면

부처님과 삼매로부터 더욱더 멀어지고

멀어진 만큼 근심만 쌓이나

 

생사도 싫어하지 않고

부처도 찾지 않는다면

어느새 평안한 삶으로

 

나툼마다

온전한 부처님이며

삼매가 되지요.

 

(강설)

삶을 여실히 아는 청정한 마음

 

여기서 말하는 능인이란 부처님을 말한다. 화엄세계에서는 연기실상의 모든 법이 부처님을 이루는 근본이라고 말씀드렸다. 인연관계에서 모든 중생과 사물들이 부처로서 제 모습을 나투고 있는 것이지요. 그것을 능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 또는 하나의 사물이 그 자체로서 우주법계를 창조하는 주인으로 있기 때문에 그렇다. 다른 능력자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연기세계를 이루는 근본이 바로 낱낱의 모든 것이고 그 자체가 능력자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 한 사물이 없으면 다른 일체의 사람과 사물이 존재할 수 없는 것이 연기실상의 우리 삶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 스스로를 살펴보면 마음이 만법의 주인임을 알 수 있다. 마음법이 일어나지 않으면 모든 법이 일어나지 않고 마음법이 일어나면 모든 법이 일어나고, 마음법이 있으면 모든 법이 있고 마음법이 없으면 모든 법이 있을 수 없다.

 

한 사람 산 사람의 중심이 마음을 떠나 달리 있을 수 없다. 곧 마음이 능인이자 부처님이고 화엄법계를 이루는 비로자나 부처님의 실상이다. 그래서 마음 밖에서 부처를 구하는 것을 외도라고 했다. 만일 마음 밖에서 부처를 구한다면 삶의 진실한 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삶의 왜곡에서 벗어날 수 없다. 184 지금까지 인류사가 온갖 불만족스러운 일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도 그 원인이 마음 밖에서 실다운 법을 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능인이란 비로자나 부처님이고 우리들의 마음이다.

 

우리 스스로도 마음 밖에서 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음의 실상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그저 일어나는 마음대로 활동하면서 불만족스러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이와 같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욕망의 지속을 잠시 쉬고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수행이 된다. 습관처럼 일어나는 욕망을 지속하고자 하는 마음 작용을 행이라 하고 이 행을 지멸하는 것이 수행이기 때문이다.

 

마음 들여다보기란 순간순간 일어나고 있는 욕망의 지멸을 뜻한다. 여기에서 한 생각이 일어나니 삼계가 열리고 한 생각이 그치니 법계가 열린다고 말할 수 있다.

 

가만히 자기가 지나온 길을 생각해 보십시다. 마음 가운데 무엇인가를 바라는 마음이 일어난 순간부터 그것이 이루어지기까지 마음이 흔들림없이 편한했는지. 또 그것을 이루기 위해 마음이 얼마나 얽매여 있었는지. 마음에서 일어나는 욕망을 붙잡으려고 하는 것이 얽매이는 마음이다.

 

놓으십시오. 놓는 순간 그때까지 스스로를 옭아매는 모든 것들이 저절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무엇이 있어 우리를 옭아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업이라고 한다. 185

 

마음도 제 모습을 결정하여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 그와 같이 있다가 사라져 갈 뿐, 습관적으로 이어가는 것이 진실한 마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마음 지켜보기는 스스로에 한정되어 있는 마음 지켜보기가 아니라 한정된 마음의 결정을 버리는 것을 뜻하는데 이때 온 우주의 마음이 스스로 나타납니다. 어느 하나 빠짐없이 모든 중생과 사물들이 우주의 마음 가둔데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나투게 됩니다.

 

이때의 마음은 선정에 의해 특별히 고양된 상태의 마음이 아니다. 자아의식으로 한정된 마음을 놓을 때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보게 되고 그때 모든 것이 무상, 무아의 연기관계로 있음을 알게 된다.

 

우리 모두가 서로가 서로에게 생명을 주고 받으면서 하나의 법계를 이루고 있고 나아가 하나의 모습으로 법계를 가득 채우고도 남는 생명의 장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법계연기로 이루어진 중중무진한 생명의 장을 해인삼매라고 합니다. 깨달은 마음이다. 186

 

이 삼매는 수행자가 화엄의 십바라밀이 완성될 때 드러나는 세계이니 상즉과 상입의 걸림 없는 세계이다. 삶을 여실히 아는 청정한 마음으로 온갖 삶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걸림이 없는 마음으로 사는 부처님이신 능인께서 해인삼매, 곧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여실히 나투고 있는 생명의 장 전체를 스스로의 모습으로 하고 있는 때를 '해인삼매 가운데'라고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보면 능인이 해인삼매이며 해인삼매가 능인이다. 능인과 해인삼매는 수행자가 행의 지멸을 완성하여 하나된 세계로 있는 것을 나타내며 이것을 '중'이라는 말로 나타내고 있다.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