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론_김영민

사회성, 그리고 비평

백_일홍 2020. 1. 30. 08:41

신뢰는 사회성을 뚫어내는 방식이다. (각주: 같은 맥락에서, 동무는 자본주의적 오이디푸스 체계와의 지속적이며 생산적인 불화의 양식이다. 동무의 기초인 '사회성의 신뢰'는 공동체적 애착과 상처로 직조된 가족 로망스의 제국에서는 결코 구할 수 없는 것이다. 자본제적 노동의 분배양식과 (핵)가족주의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으로서, 동무가 자본제적 삶과의 창의적 불화의 연대를 지향한다면 그것은 반드시 ('가족'이 아니라) 가족주의와 부딪친다.)

 

사회성은 '비평'이 가능해지는 사이공간이다. 물론 비평이란, 동일시이 거짓이나 자기차이화(외부의 대상을 원천적으로 배제한 후 다시 외부성을 내부에서 발견, 생성하려는 관념적 변증법)의 착각을 넘어서는 언술적 실천을 가리킨다.

 

공통이 규칙을 전제할 수 없기에 타자성의 지평이 개시되는 위태로운 교통의 자리야말로 곧 진정한 비평이 가능해지는 자리다. 사회성이란 교통공간성. 공동-체의 형성에서 원천적으로 억압된 것은 공동체의 내재화 논리가 일률적으로 지배하지 못하는 교통공간이다.

 

기존 담론공동체의 패거리 논리에 구금되지 않는 개방된 공간, 사이공간, 교통공간, 즉 그 역설의 공간에서 가능해진다는 것.

 

이 비평은 무엇보다도 위기공간critical space 속에 위태롭게 자리잡는 태도를 말한다. 임계critical point의 위기상황은 말 그대로 새로운 비평의 가능성을 개시하는 사건으로서, 교통공간 속의 '유물론적 마주침'과 그 외상적 깨침에 진솔하려는 의지와 실천이다.

 

무릇 위기는 '사이의 효과'이며, 기성의 규칙이 일관되게 장악할 수 없는 공간 속의 창조성을 가리킨다.

나와 너의 사이, 공동체와 공동체의 사이, 규칙과 규칙의 사이, 현재와 미래의 사이를 스쳐 지나가는 창발적 외상의 효과를 말한다.

 

비평은 이 사이를 창의적으로 견디는 일이며, 그 사이에서 얻는 효과의 생산성에 체계적으로 기대는 일이다.

 

비평은 체계 속의 다양성을 외부성과 혼동하지 않는 찰진 감성이자 그리움이다.

그것은 체계 너머의 세상을 치열하고 진득하게 사유하는 것이며, 현실 속의 인간관계가 쉼없이 환원되는 독아론적 감치의 환상을 뚫어내는 것이다. 무너지면서 배우고, 자빠지면서 얻는 것이다.

 

결국 비평은 사회성이라는 사이공간을 뚫어 타자의 자리를 얻으려는 일련의 언술적 실천이다. 위기이면서 기회인 사이공간의 교통-생산성을 노리는 사유와 실천. <동무론> 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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