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8

삶의 격,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

삶의 격,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 페터 비에리 목차 서문: 삶의 형태로서의 존엄성 1장 독립성으로서의 존엄성 주체 되기/존재 자체로 목적 되기/도축장/그러나 만일 자발적인 것이라면?/무력감을 일부러 보여줌으로써 굴욕 주기/내면의 요새로의 도피/권리 갖기/후견인 노릇/진심 어린 개입/타인과 그들의 개입에 대한 존중/종속: 부탁과 구걸/감정 구걸/내적 독립: 생각하기/내적 독립: 의지와 결정/내적 독립: 감정적 동요/내적 독립: 자아상과 검열/예속을 통한 굴욕/자아 인식을 통한 독립/치료가 필요할 때/일을 통한 존엄/돈 2장 만남으로서의 존엄성 주체끼리의 만남/개입하기와 거리 두기/인정/평등/전시/욕정의 대상/인간이라는 상품/무시/나랑 말 좀 하세요!/비웃음/알 권리조차 없을 때/조종/속임수/유혹/압..

2024년 2024.02.19

노출

노출, 포스트휴먼 시대 환경 정치학과 쾌락 스테이시 알라이모 서론, 소멸하는 가운데 거주하기 1. 저자의 질문, 인류세, 신유물론, 인간, 윤리학과 정치학 인류세는 뭔가를 바로잡을 시간이 아니다. 인간 활동이 지구의 지질학적 시대를 통채로 변경했음을 깨닫게 되면 세계가 인간 주체를 위해 단지 배경으로만 존재한다는 상식적 가정은 무너진다. 신물질론new materialisms은 물질의 작용 능력과 그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래서 신물질론은 우리가 한때 '자연'이 라고 불렀던 것들이 인류세에서조차 혹은 특히 인류세에서 더욱 직접적으로 행위하고 상호 작용하며, 심지어 인간의 몸 속에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인간 몸을 통해서 인간 몸의 주변에서도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지금은 누구나 인간이 지구의 지질학적 변천 속에..

2024년 2024.02.14

침묵의 봄

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1) 《침묵의 봄》을 읽고 있는데, 이 책이 50, 60년대 미국의 옛 이야기가 아님을, 현재도 진행중인 이야기임을 상기하게 된다. 단지 레이철 카슨은 인간이 본격적으로 유독물질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역사적 전환기를 지적해준 감수성을 가진 소수였을 뿐이다. 70여년이 지난 지금은 그 유독성과 해로움이 동물, 식물을 해치다가 인간을 향하고, 그 매커니즘과 범위가 복잡해지고 비가시화되고 광범위해졌고, 문명이란 우산 아래 사는 우리는 레이첼 카슨과 달리, 그 유독성과 우리의 취약성에 대해 둔감해졌을 뿐이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며, 삼성 반도체 크린룸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죽은 노동자들과 지금도 싸우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가까운 가족 중 암에 걸린 사람들을..

2024년 2024.01.27

제 생활을 증명하는 일

적은 생활, 작은 철학, 낮은 공부 제 생활을 증명하는 일 한때 내가 아끼고 촉망하던 젊은 학인들이 애인을 얻고 장가를 가고 취업을 한다. (혹은 제 이론 속에 냉소의 따개비가 되기도 하고, 모모한 문학상을 받은 이후에 두더지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는 늙고, 병들고, 종교로 물러난다. 혹은, 역시 가족밖에 없다면서 내심을 다독이기도 한다. 그러면서 바람에 얹히는 구름처럼 서서히 '공부'에서 멀어져 간다. 더러, 멀어져 가는 게 아니라고, 정교한 '변명'을 붙이기도 한다. 그러나 언제나 변명의 기회는 결렬(決裂)의 순간임을 옛날옛적에 배웠다. 나는 그들을 이해하고, 혼잣속으로 속삭이며 따뜻하게 축복한다. 그들도 제 나름으로 체계와 불화했던 청춘이었고, 인생이었던 게다. 그렇지만 불화의 느낌은 언제나 체계..

좋은 물음은 없던 길이 드러나게 한다 質問開門

좋은 물음은 없던 길이 드러나게 한다 質問開門 좋은 물음은 없던 길이 드러나게 한다. 그러나 그 빛은 부싯불과 같아서 부싯깃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주변은 다시 어둠 속으로 되돌아간다. 그래서 언제나 물음의 현장은 '속도'의 함수가 되는 것이다. 이런 물음이 야말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좋은 질문은 논의와 탐색이 막혔을 때 시야를 밝히고, 새로운 말의 냄새를 불러온다. 물론 이 시야를 길게 틔우고, 그 말을 붙들어내는 것은 온전히 그 물음에 참여한 인간들의 몫이다. 호흡으로써 기맥(氣脈)을 틔운다고들 하는 것처럼, 좋은 물음으로써 정신의 길, 혹은 말의 길을 틔울 수 있는 것이다. 14

'마침내果'

'마침내果' 함께 살다보면 사랑과 증오 모두 (...) 더럽혀지지 않은 채로 끝 나지 않는 게 인지상정인지도 모른다. 가토 슈이치, 《양의 노래》 그러나 현성賢聖은 오직 함께 살아가는 긴 걸음 속에서만 어렵사리 등장할 것이다. 그것은 사랑과 증오의 오탁해에서 '마침내果' 걸어나올 수 있는가에 있지, 둔세지염遁世之倍의 자리에 있는 게 아니다.

서문 한끝

그림자 없이 빛을 보다 '모른 체하기'와 개입의 존재론 김영민 서문, 한끝 이 책은 나로서는 한 끝을 보는 것이다. '끝은 곧 새로운 시작終就 再始이며, 누구의 말처럼 '학문상의 모든 성취는 곧 새로운 질문을 뜻할 뿐이지만, 의견을 품고 변화하는 세상 속을 건너가는 사람의 길에는 곡절과 매듭이 있고 숙제와 기약이 있다. 나는 항용 인간의 세상을 절망으로 여기는 중에도 희망의 자락을 얻고자 애썼고, 이를 공부길의 지혜狹智 속에서 어렵사리 얻는 열매로 여겼다. 다만 성이불거成而弗居라 했으니, 한 끝이 있었고 또한 처음 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이 책은 긴 독서와 나름의 실천에 터한 것으로서, 인간에게 가능한 지혜에 관한 이야기다. 어떤 삶의 형식이 이윽고 존재론적 겸허를 이룰 때 가능해지는 희광熙曠, emp..

서문 적게, 작게, 낮게

적은 생활 작은 철학 낯은 공부 김영민 서문 적게, 작게, 낮게 공부의 밑절미는 생활이 되어야 합니다. 이게 가장 효과적이며, 또 그래야만 공부의 전일성을, 그 불이(不二)의 통전을 희망할 수 있습니다. 인(因)이 이미 내 것이 아니라면, 생활의 양식을 재구성해서 그 성취에 유익한 연(緣)을 몸에 앉혀야 하는 게지요. 그 생활은 적어야 합니다. 이 대목에서, 대학들이, 그리고 그 속에서 길을 얻고자 하는 세상이 길을 잃지요. 분방(奔放)하고 번란해서는 아무 결실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집중과 지속성, 혹은 정(精)과 숙(熟)이 없이는 졸부이거나 소비자고 건달이거나 건공잡이에 불과하지요. 적고, 일매 지게 갈래를 잡은 생활 속에서는 비근(卑近)한 일상의 자리들에 얹혀 있는 갖은 갈피를 분별할 수 있고,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