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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일심의 발견

이 책 전체의 사유를 이끌어 갈 가장 근본적인 물음은 나는 누구인가?이다. 인간에 의해 경험되고, 분석되고, 사유되는 그런 내용들은 자아에 덧붙여진 부가물일 수 있지만 그것이 자아의 핵은 아니다. 우리가 일상적 또는 과학적으로 나 자체라고 간주하는 그 많은 것들은 실제 이 삶의 무대 위에서 내가 걸치는 가면이고 의상일 뿐, 그것은 나의 핵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 핵은 무엇인가? 그 핵은 오히려 아무런 내용도 갖추지 않은 비어 있음일 뿐이다. 언제나 허공처럼 비어 있음으로써 무대 전체를 감싸며 그 너머에 있다. 자신이 본래 비어 있음이라는 것, 공이라는 것,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무대를 장식하는 겹겹의 가면을 벗어 던져야 한다. 아상, 아견, 아만, 아애를 벗어나야 한다. 이것이 공으로서의 자신의 핵을 직..

지은이의 말

출판일 2002년 5년전 내놓은 과 연장선상에 있다. 자아를 찾아 나가는 길에서 마주치게 되는 일체의 것에서 자아를 발견하지 못하고 결국은 무아를 깨닫늗 순간, 그 깨달음이 곧 일심의 깨달음이다. 아와 법, 나와 너, 나와 세계를 구분짓는 일체의 경계가 무아의 깨달음 속에서 사라질 때, 그 경계, 무분별의 공의 성자신해, 허령자각이 바로 일심이다. 경계의 소멸 속에 그 바탕처럼 드러나는 공이기에, 그것은 경계지어진 오온 안의 것도 오온 밖의 것도 아니다. 하나의 일심이 무수한 유정 각각에게서 일심으로 자각되기에, 바로 이 점에서 일즉다 다즉일이 성립하며, 바로 이로부터 우리 삶의 원초적 고독을 견더 나가게 하는 하나됨의 신비한 느낌이 퍼져나간다. 일심은 그 안의 모든 차별적 경계를 넘어서서 나와 너를 포..

2부-7장. 한국철학을 생각하며

7장. 한국철학을 생각하며 1. 삶과 철학에서의 초월 나는 철학을 책에서 비로소 배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철학을 학문으로서 공부하게 된 것, 철학 중에서도 특히 관념론적 관점에 서게 된 것, 어제는 헤겔을 읽다가 오늘은 다시 아함경을 뒤적이게 된 것, 이 모든 것이 나의 존재만큼 우연이라면 우연이겠지만 나는 현재의 나와는 다른 모습의 나를 떠올릴 수가 없다. 아주 어린 시절 외할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엄마의 통곡소리 속에서 나는 '우리 모두는 결국 선택받지 못한 인간이구나!'라는 비통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당시 내가 선택된 인간, 신에 의해 선택된 유일한 인간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바로 예수였다. 모두들 예수에 대해 "인간의 죄사함을 위해 고통받으시다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시고"라고 말하면서 감..

2부-6장.철학이란 무엇인가: 절대의 사유

6장. 철학이란 무엇인가: 절대의 사유 1. 절대와 상대의 변증법 철학이란 무엇인가? 철학이 궁극적으로 사유하고자 하는 것, 사유를 통해 밝히고자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지금까지 수많은 철학 체계가 있어 왔다. 그 중 두 가지 사유방식을 들어 구분해 보자. 하나는 데카르트의 의심의 방법에 사용된 사유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비트겐슈타인의 의미론적 규칙에 따른 사유방식이다. 확고한 인식 기반을 확립하기 위해 데카르트는 조금이라도 의심 가능한 것은 마치 그것이 거짓이기라도 한 것처럼 동의하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그가 구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확실한 것이다. 즉 결코 의심 가능하지 않은 것, 조금의 의심 가능 근거도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 만일 우리가 어떤 한 사태에 대해 그것이 거짓일 수 있는 가능성을 생각..

2부. 일심으로 본 철학: 동서 사유의 비교

2부.일심으로 본 철학: 동서 사유의 비교 인간의 본질을 자연적, 사회적 또는 심리적 현상 너머의 현상 초월적인 마음, 즉 일심으로 이해하면 철학이란 바로 그 현상 초월적 일심을 논하는 형이상학이 된다. 철학 이외의 제 학문이 다루는 자연, 사회 그리고 심리세계의 현상들은 그 있음과 없음이 서로 대가 되고, 그 생성과 소멸이 서로 대가 되는 상대적인 유한한 세계인 데 반해, 그러한 현상을 넘어선 초월적 일심은 더 이상 유무와 생멸을 논할 수 없는 절대이고 무한이다. 나는 원효의 일심에서부터 천도교의 인내천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심성 깊은 곳에는 바로 이와 같은 현상으로부터의 초월과 자유의식, 절대와 무한의 감정이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초월적 일심의 관점에서 유한한 현상세계의 고통을 뛰어 넘어, 용서..

2부-8장.동서철학의 융합

8장. 동서철학의 융합 1.동서철학 융합의 지평을 찾아서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다양한 문화, 다양한 삶의 인간일지라도, 그들 인간 모두에게 내재된 동일한 보편적 본질을 상정하지 않고는 인간을 논할 수 없고, 철학을 논할 수 없으며, 따라서 동서철학의 융합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너 자신을 알라!"가 말하고 있듯이, 철학은 본래 인간의 자기 이해를 목표로 한 것이다. 동서철학의 융합은 바로 그 인간 본질이 해명되는 그 자리에서만 가능하다. 이 글의 핵심논제는 인간의 본질은 모든 자연적, 사회적 그리고 역사적 문화적 다양성과 차별성을 넘어 모두 동일하다는 것이다. 같음이나 보편의 주장이 지금 현상적으로 다르게 나타나는 차별적인 것들 중의 어느 하나를 기준삼아 다른 일체를 그 하나 아래 종속시켜..

1부_4장.인간 본성의 이해. 공과 불성

1.인간 본성에의 물음 "중생 안에 불성이 있다"라는 말 처럼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 말은 또 없을 것. 사법인 : 제법무아, 제행무상, 일체개고, 적정열반 불성론은 공사상의 자연스러운 전개 1) 욕망으로부터의 무규정성 욕망 자체는 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욕망만을 따르는 행위가 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곧 인간의 행위가 본질적으로 욕망만에 의해서 결정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곧 인간이 본질적으로 욕망에 의해 규정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즉 인간에게는 다른 동물과 달리 욕망을 따를 것인가 말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는 능력, 욕망을 따르지 않을 수 있는 능력, 욕망을 넘어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인간은 본질적으로 욕망에 의해 규정되지 않는 ..

1부-3장.무아와 일심

1.아가 있다는 생각(상견) : 일상적 태도와 형이상학적 태도 이 세상에서 내게 부여되는 무수한 규정들이 모두 다 내게 우연한 것임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서 내게 부과된 그런 규정들이 모두 내게 본질적인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우리 삶의 무대 위에서 내게 부여된 위치와 역할, 그에 따른 나의 규정들은 단지 그 무대 위 연극을 위해 내가 입는 의상, 내가 쓰는 가면에 불과한 것이고, 따라서 나로부터 분리 가능한 것이고, 진짜 나는 그런 규정, 그런 의상과 가면 너머의 존재라고 자각한 것이다. 나의 부모와 나의 몸, 나의 환경과 나의 교육을 떠난 나 자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가? 무대 밖의 나란 과연 존재하는가? 깨어서 행하는 자기 해부, 자기 부정이 경악스러울 때는? 경악을 피하는..

1부_2장.일심이란 어떤 마음인가?

한자경, 지금의 이러 저러한 너를 떠나 너 자신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아란 본래 사회 속에서 역사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사회적으로 형성된 자아, 관계 속에서 규정 가능한 자아, 이러저러한 가면과 의상을 제외한 자아 자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무대 위 현실, 즉 무대 위 연극에서의 개인 각각의 위치와 역할을 절대화하기에 이른다. 무대 위 가면에 따라 자신과 남을 규정하고 이해하는 아상이 생겨나는 것이다. 무대 너머에서 우리 인생 연극의 각본을 쓰고 감독을 맡으며 배역을 결정하는 절대자, 즉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본래부터 주워진 각본은 존재하지 않으며, 무대를 이끄는 자는 우리들 자신이다. 이렇게 해서 무대 밖 기준이 사라짐으로써 우리의 무대 현실은 또 다른 한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