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5

식물을 위한 변론

식물을 위한 변론 맷 칸데이아스 머리말, 내가 식물을 변론하는 이유 인터넷을 뒤지고 책을 펼쳐도 식물에 관한 인기 있는 문헌 대부분은 민속과 약초학이 중심이다. 예를 들어 흑곰에 대한 정보를 찾는 다고 해보자. 이렇 때 가장 널리 알려진 정보가 그걸 어떻게 토막 내어 내장을 처리한 다음 엑기스나 식품을 만드는지에 관한 것뿐이라면 어떨까?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현실에 당연히 분개할 것이다. 저 동물은 인간에게 유용한 신체 부위 이상의 존엄 받아야 할 존재이니까.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식물에 대해서는 아무렇지 않게 다른 기준을 들이대고 만다. 식물에 대한 관심은 인간이 식물에 관해 제대로 알기도 전에 절정을 이룬 뒤 멈춰 버린 것 같다. 5 하지만 이미 과학은 식물이 새나 포유류처럼 카리스마 있는 생명..

2022년 2022.11.28

0원으로 사는 삶

0원으로 사는 삶: 나의 작은 혁명 이야기 박정미 이야기를 시작하며: 세계의 확장 빈집살이 나는 생각보다 '공동체형'인간이 아니었다. '은둔자형'이었다. 나는 빨가벗고 돌아다녀도 될 만큼 아무도 없는 산속에 살고 싶었다. 그 바람은 마침내 현실이 되었다.9 가슴이 원하는 일 세상에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다. 그 이야기를 글로든 영상으로든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이번 생에 내개 해야 할 소명이라 믿는다. 가슴이 원하는 일 혹은 존재의 목적, 무엇이라 이름 붙이든 이 일은 내가 온 마음을 다해서 하고 싶은 것이자 나를 생동감 넘치게 한다. 12 나를 아는 사람들이 던지는 마지막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어떻게 찿았나요?" 내 삶에, 나의 세계에 아주 극적이고 강력한 변화를 가..

2022년 2022.11.22

뜨거운 미래에 보내는 편지

뜨거운 미래에 보내는 편지 : 소멸하는 지구에서 살아간다는 것 대니얼 셰럴 지구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북극의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리고, 세계 곳곳에서 최악의 가뭄과 산불 등 각종 자연재해가 이어진다. 이러한 거대한 재앙 앞에서 인간은 절망적인 무력감과 비통함을 경험하곤 한다. 그중에서도 MZ세대에게 기후위기는 그저 막연한 미래가 아닌 현실이며, 이들의 기후 절망감은 기성세대에 비해 더욱 깊다. 미국의 젊은 환경운동가 대니얼 셰럴은 기후위기를 목도하며 자신이 느낀 절망과 슬픔, 그리고 그 가운데 건져올린 희망을 미래의 아이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뜨거운 미래에 보내는 편지: 소멸하는 지구에서 살아간다는 것』(원제 Warmth: Coming of Age at the End of Our World)에..

2022년 2022.11.22

향모를 땋으며(2)_피칸 회의

향모를 땋으며 : 토박이 지혜와 과학 그리고 식물이 가르쳐준 것들 로빈 월 키머러 피칸 회의 The Council of pecans 우리는 그 나무들을 잃었다. 우리 고향을 잃었듯. 정착민들이 미시간호 주변의 우리 땅을 탐냈기에 우리는 길게 줄지어서서 군인들에게 둘러싸인 채 총구로 위협받으며 훗날 죽음의 길로 알려진 길을 따라 걸어갔다. 우리 조상들은 한 세대 만에 위스콘신에서 중간지점을 거쳐 캔자스로 다시 오클라호마로 세 번 쫓겨났다.  그 길에는 수많은 것들이 널브러진 채 남았다. 사람들의 절반이 묻힌 무덤들. 언어. 지식. 이름들.  커다란 식탁에 둘러앉은 손님들에게 피칸 열매를 대접할 때면, 고향을 멀리 떠나 외롭고 지친 우리 조상들을 환대한 피칸 나무가 떠오른다. 29 우리는 식물과 동물에게 나..

해러웨이, 공-산의 사유

해러웨이, 공-산의 사유 최유미 서문 심포이에시스, 모든 생명은 그렇게 다른 무언가와 함께하는 공~산의 체계 속에서 생산된다. 5 오토포이에시스, 하나의 막을 가지며 그 안에서 여러 성분들이 하나의 계를 이룬다. 생명에 대한 전통적인 접근법은 개체성을 중심에 둔다. 사회에 대한 전통적 접근법은 개인을 중심에 둔다. 인간예외주의, 서구의 인간학이 규정하는 인간은 만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존재이지만 다른 것들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예외적인 존재이다. 인류세라 불리는 생태위기와 기후위기, 이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가장 시급히 폐기되어야 할 것은 인간예외주의의 인간학일 것이다. 또한 이러한 인간학에 기반을 둔, 정치와 윤리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6 해러웨이의 물음은 우리가 더 이상 개체가 아니라 공-산..

2022년 2022.11.02

식물, 세계를 모험하다

식물, 세계를 모험하다 스테파노 만쿠소 1장 개척자이자 전투원이자 생존자인 식물들 01 신생 화산섬 쉬르트세이의 개척자 . 카킬레 아르티가 Cakile arctica 서양갯냉이 해안선을 따라 서식, 담수원 없이 생존할 수 있고 바다로의 긴 여행도 가능하다. 카킬레속에 속하는 모든 종은 사실상 염생식물 alofita이다. * 염생식물, 전 세계 식물의 2% 카킬레의 진화, 생존 키트가 장착돼 있음. 씨앗이 여물면 열매가 둘로 나뉨. 반은 발아가능성이 큰 어미나무 가까이 떨어져 모래 속에 묻힌다. 나머지는 바다에 실려 멀리보내짐. 부력이 뛰어난 씨앗들은 수년간 생존이 가능. 일부 식물의 씨앗을 그 섬으로 옮긴 운반체는 물고기의 알주머니임. 이외 바람, 물, 조류에 의해 운반됨 새의 모래 주머니 섬에서 기록된..

2022년 2022.10.10

녹색 계급의 출현

(스스로를 의식하고 자랑스러워하는)녹색 계급의 출현 브뤼노 라투르, 니콜라이 슐츠  I. 계급투쟁과 분류투쟁 [1]생태주의가 그저 운동에 그치지 않고 정치를 조직하는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까? 자유주의 - 사회주의 - 신자유주의 - 반자유주의 혹은 네오파시즘 정당 - ?(생태주의)[2]정치생태학이 존재하고자 한다면 다른 것들에 의해 규정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생태학은 자기주도적으로 새로운 불공정의 원천을 탐지 하고 새로운 투쟁 전선의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11[3]자연에 관해 말한다는 것은 평화협정에 서 명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대륙과 온갖 총위에서 일상생활의 모든 영역에 많은 갈등이 실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자연은 통합을 고취하기는커녕 분열을 조장한다. [4]신기하게도..

2022년 2022.09.17

패자의 생명사

패자의 생명사 이나가키 히데히로 머리말, 패자가 엮은 이야기 38억 년전 38억 년 생명의 역사 속에서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것은 항상 패자였다. 그리고 패자에 의해 생명의 역사가 만들어졌다. 정말 이상하게도 멸종된 것은 강자인 승자였다. 우리는 그 진화의 끝에 살아남은 자손이다. 즉 패자 중의 패자다. 시대의 패자들이 어떻게 살아남아 새로운 시대를 개쳑해 나갔을까. 그것이 이 책의 주제다. 8 137억년 전, 우주의 탄생 46억년 전, 지구라는 작은 행성의 탄생 38억년 전, 지구에 생명이 고동치기 시작 생명의 탄생, 영에서 하나가 탄생하게 된 것은 여전히 수수께끼다. 생명은 단순한 복사의 반복이다. 하지만 복사만 반복해서는 아무런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종종 복사 실수가 발생한다. 이런 ..

2022년 2022.09.16

지구 끝의 온실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83 세계 곳곳에 더스트를 피하기 위한 거대 돔이 세워졌을 대 사람들은 숲이나 들판의 생물들을 위한 돔은 만들지 않았다. 많은 종이 멸종을 향해 갔지만, 빠르게 더스트에 적응해 변이한 식물들도 있었다. 학자들은 더스트 자체가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유도해 빠른 변이를 촉진했을 것이고 추정했다. 어떤 식물들은 펄럭이는 넓은 잎 대신 더스트를 걸러내는 길고 자글자글하 잎으로 변이했고, 높게 자라던 어떤 나무들은 키를 낮추었다. 더스트로 죽은 숲 위에 새로운 생물종이 숲을 꾸리는 덧생태계도 나타났다. 그렇게 생겨난 변형종들은 더스트가 사라진 이후에도 한동안 자연을 지배하면서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풍경을 만들어낸다. 그러다 21세기 후반부터는 더스트 적응종들이 더스트가 없는 환경에 맞추어..

2022년 2022.09.08

자유죽음_삶의 존엄과 자살의 선택에 대하여

자유죽음_삶의 존엄과 자살의 선택에 대하여 장 아메리 목차 서문 1장 뛰어내리기 전에 2장 죽음은 자연스러운 것일까 3장 손을 내려놓다 4장 나 자신에게 속하자 5장 자유에 이르는 길 옮긴이의 말 해제: 자유죽음론과 장 아메리 _김남시 서문 9 이 책은 심리학이나 사회과학과는 거리가 멀다. '자살학'이라는 과학이 끝나는 곳에서 이 책은 시작한다. 자유죽음을 밖에서 들여다 보려 하지 않았다. 살아 있는 자 혹은 살아남은 자의 눈으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자살을 선택한 사람 또는 자살을 감행한 사람의 내면에서 보려고 노력했다. 나는 이 글을 쓰며 정신적인 곤궁을 느낄 때마다 샤르트르의 사상이 세운 크나큰 집에서 피난처를 찾곤 했다. ... 더 언급하고 싶은 책은 블라디미르 얀켈레비치의 《죽음》이다. 마지막으..

2022년 2022.08.17